2024.02.0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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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2아웃] KT vs NC '3.26 NC대첩'

[9회말 2아웃] KT vs NC '3.26 NC대첩'

한국과 콜롬비아의 A매치 경기가 모두의 이목을 끌 때, 창원에서는 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을 뻔 한 야구 경기가 있었다.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다.

중계가 안 된다고?

단순히 경기 내용 때문에 화제가 된 게 아니었다. 경기 외적으로도 잡음이 많았다. NC와 KT의 경기 중계 방송사인 KBS N 스포츠가 26일과 27일, 야구 경기 대신 배구 챔피언 결정전을 중계하기로 한 것이다. NC 다이노스의 자체중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기존 방송 중계보다 자체중계의 질이 떨어진다. 팬들이 실망했던 이유다. 한 야구팬은 “야구를 라디오로 듣게 생겼다”며 불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 카카오등 인터넷 플랫폼이 대신 중계를 했지만, 비디오판독을 할 수 없는 등 많은 불편함이 발생했다.

 

사진=네이버스포츠

스코어가 증명하듯, 양 팀은 명승부를 펼쳤다. 이제 경기 내용을 보자.

 

사진=KBReport

“이대은 왜..?”

이번 시즌 KT 팬들은 이대은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2019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 국가대표 선발투수. 이대은에게 달린 꼬리표다. 이런 선수가 KBO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5이닝 7피안타 3피홈런 7실점 5자책.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날 이대은의 직구는 평범했다. 문제는 슬라이더였다. 삼진 3개를 모두 슬라이더로 잡았지만 전체적으로 슬라이더 제구가 되지 않았다. 피홈런 3개 모두 슬라이더가 가운데 높게 형성되며 맞은 홈런이다. 2회 말 노진혁의 1타점 2루타도 높은 슬라이더를 공략한 것이다. 이대은은 슬라이더 제구 실수만으로 무려 6실점을 허용했다.

KT의 수비도 도와주지 않았다. 2회 말 2사 3루 상황에서 쉬운 파울플라이를 1루수 문상철이 놓치며 이닝이 계속되었고, 김성욱이 1타점 3루타를 기록했다. 이어진 3회 말, 권희동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 때 1루수 문상철이 또 캐치미스를 범했고, 베탄코트의 3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KT의 수비는 무려 5개의 실책을 범하며 투수진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사진=OSEN

홈런군단 NC?

저번 시즌 팀 홈런 꼴찌 구단은 NC였다. 143개로 리그 10위를 기록했다. 1위 SK랑 90개 차이가 나는 압도적인 꼴찌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다르다. ’4년 125억’ 양의지, 모창민, 베탄코트 등 여러 타자가 3경기에서 홈런을 9개나 기록했다. 올해는 팀 홈런 1위다. 나성범이 옆구리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기록한 것이라 더 값지다.

이 경기에서 NC는 NC답지 않은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선취점을 솔로 홈런으로 기록했다. 이어진 3회 KT가 3대3 동점을 만들자마자 3점 홈런으로 달아났다. 5회에는 쐐기 솔로 홈런까지. 작년에는 보기 어려웠던 경기 패턴이었다. 백미는 11회 말이었다. NC는 7대8, 아웃카운트는 2아웃까지 몰린 상황에서 양의지의 동점 솔로 홈런과 모창민의 끝내기 백투백 홈런으로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꿀잼 11회!

9회 초 박경수의 동점타로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이번 시즌 첫 연장 경기였다. NC가 먼저 기회를 잡았다.

10회 말, 1사 3루에서 KT 벤치는 만루작전을 시도한다. 작전은 효과적이었다. 1사 만루에서 김재윤은 손시헌과, 권희동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이어간다. KT 벤치의 작전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작전이 성공하면 바로 다음 이닝에서 기회를 얻는 야구계 룰(?)이 있다. KT는 이 룰을 적용했다.

11회 초, 강백호의 평범한 파울 플라이를 3루수 노진혁이 놓쳤다. 한 번 더 기회를 얻은 강백호는 거짓말처럼 홈런을 쳤다. 실책 하나가 경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보여준다. 그러나 이렇게 경기가 끝났다면 좀 심심하지 않은가?

이어진 11회 말, 김재윤이 2아웃까지 무난하게 잡았다. 모두가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NC에는 양의지가 있었다. 이 날 안타가 없던 양의지는 기적과 같은 동점 홈런을 쳤다. 다음 타자 모창민이 바뀐 투수 초구를 치며 끝내기 홈런을 만들어 냈고, 그렇게 3.26 NC대첩이 완성됐다.

 

수준 높은 경기는 아니었다. 처절한 경기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두 팀 통틀어 실책이 7개나 나왔고, 점수도 17점이나 났다. 하지만 두 팀의 ‘완벽하지 않음’이 경기를 명승부로 만들었다. 프로야구 역대급 경기가 시즌 3경기 만에 나왔다. 짧게 글로 풀어 봤지만, 그 감동이 잘 전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이 글을 보신 분들은 꼭 하이라이트 영상을 찾아보시길 바란다.

 

글=김영건 기자 (dudrjs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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