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4월의 종이배]#2. 단원고등학교 기억교실

학교로 가는 길

단원고로 가며 학생들이 매일 다녔을 길을 걸으니 그들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했다. 그 잡힐 것만 같았던 모습들이 내가 겪어왔던,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을 고등학교 생활과 겹쳐 보여 두려워졌다. 그들과 나는 같은 나이였고 같은 고등학생이었다. 나와 그들을 삶과 죽음으로 갈라놓은 차이는 그날 그 배를 탔던 것과 안 탔던 것뿐이었다.

단원고등학교 2층과 3층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기억교실이 있다. 교실뿐 아니라 복도와 창문, 교무실까지 국내외에서 온 희생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기도와 응원의 메시지들이 가득했다. 사실 기억교실은 이곳 저곳 가득 붙어있는 메시지들과 학생들을 기리는 책상 위의 물건들만 없으면 평범한 학교 교실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와서 교실을 청소하기 위해 창틀에 널어놓은 걸레, 점심을 먹고 양치질을 한 뒤 대충 창가에 올려놓은 칫솔, 놓고 간 삼선슬리퍼 따위의 물건들에서 참사 이전까지의 학생들의 일상이 느껴졌다.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는 재학생들의 불편과 정서적 불안, 교실의 부족을 이유로 들며 건물을 새로 지어 새로운 기억교실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정부는 추모 부지마저 전혀 관련 없는 안산의 한 구석에 만들겠다고 이야기했다. ‘최선을 다했다’며 말이다. 하지만 부족한 교실은 공간 활용을 통해 8개 반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학교 안에서 기억교실을 유지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희생된 이들을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자리로 밀어놓는 것은 학생들의 성장과 정서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겉모습만 재현된 교실에서는 소소한 물건들에게서 배어 나오는 학생들의 흔적,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절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러한 조치가 진정으로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게 할지, 아니면 너무 멀어 눈에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그저 ‘옛날 이야기’로 만들지 말이다.

김주환

바람에 흩날리는 리본은 유난히 노랬다.

단원고등학교의 시간은 ‘4월 16일’, 멈춰 버린 시간 앞에서 함께 멈춰 있었다. 과거 추모객들이 두고 갔을 빛 바랜 과자봉지만이 지나가 버린 시간들을 각성시켜 주는 듯했다. 아이들은 노란 학이 되어 교실 창가를 지키고 있었다. 벽 뒤 게시판에는 ‘수능 대박’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책상 위에는 추모객들이 올려놓은 꽃과 편지가 가득했다. 이제 사진에서밖에 볼 수 없는 이 얼굴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사진 속 아이들은 웃고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교실 뒷문을 드르륵 열 것 같은 생생한 웃음이었다. 아무도 사진만 보고는 그들이 더 이상 봄 햇살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도록 말이다. 그곳에 갔던 그날의 감정을 부족한 문장력으로 담을 수 없어서 아쉬울 뿐이다. 

나는 나에게 ‘내일’이 없다는 사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말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부정할 수 없으리만치 현실적인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멈춰버린 이 교실에서 잠시나마 아이들의 흔적을 함께한다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송채연

교실에 서서 창문 밖을 바라보니 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고등학교에 다닐 때 점심시간 혹은 저녁시간에 게 눈 감추듯 밥을 먹어 치우고 축구 하러 나가곤 했으니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들도 필히 그랬을 것이라고. 뒤에 있는 사물함 중 한 두 개에는 공이 들어있었을 것이고 그들도 운동장을 가득 메울 듯이 뛰어다니곤 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내 교정을 나섰다. 눈앞에는 CU 편의점 하나가 보였다. 다시 내 머릿속에 여러 장면들이 지나갔다.. 쉬는 시간에 얼른 뛰어나와서 입에 햄버거, 김밥을 하나씩 물고 다시 교실로 뛰어가는 모습. 점심 메뉴가 마음에 썩 들지 않아 선생님 눈을 슬쩍 피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 학교 수업이 끝난 후 학원 가기 전에 간식으로 핫바나 아이스크림을 사는 모습들. 그런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권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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