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8 (월)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본격 수업 탈주 권장하는 기사] ① 늦어서 소스합니다, 디오니죄송님

철회 기간이 시작되었다. 정정 기간에 못 고친 듣기 싫은 수업이나 그때는 몰랐지만 괴로운 수업 등 한시라도 빨리 아름다운 이별을 고하고 싶은 수업들과 헤어질 좋은 기회가 다가왔다는 얘기다. 수업을 철회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교수가 입만 열면 빻은 소리를 해서일 수도 있고, 수업이 너무 핵노잼이라 그럴 수도 있고, 그 수업을 넣으면 시간표가 너무 포스트모던 미술작품처럼 난해해져서일 수도 있다. 당연히 교수의 출석 패턴이 너무 변태 같아서 일 수도 있는데, 이번에는 그 이유로 여러분의 수업 탈주를 권장해보려고 한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지만, 손자병법의 36계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후퇴는 꼭 필요한 전술 중 하나다.

 

철저한 시간관념

사회과학부에서 1학기엔 <마르크스경제학> 수업을, 2학기엔 <현대마르크스경제학> 수업을 가르치는 모 교수가 있다. 나름 괜찮은 교수라고 하던데, 다만 그 교수에게는 크나큰(?) 문제점이 있다. 바로 지각을 밥 먹듯이 한다는 것이다.

10분 지각은 취급도 안 하니 9시 수업이라면 9시 10분을 수업 시작 시간을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이 교수의 수업을 수강한 한 학생은 “저번 학기에는 35분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이 교수가 오지 않아, 30분동안 교수가 오지 않으면 휴강 처리되는 것을 생각한 학생들이 짐을 싸려던 찰나에 들어온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아, 참고로 ‘교수가 연락 없이 30분 이상 지각하면 휴강 처리된다’는 건 낭설이다. 학칙엔 그런 얘기 없다.

저 교수의 수업을 듣는 불쌍한 어린양 여러분에게 탈주를 조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저 교수가 조금 다른 의미로 시간관념이 참 철저하다는 것이다. 저번 학기에 저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사람의 말에 따르면 늦게 온 만큼 수업을 늦게 끝낸다고 한다. 다른 수업 시작하기 1~2분 전에 끝난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는데, 학교가 작아서 망정이지 학교가 컸더라면 저 교수의 시간관념에 희생된 학생들이 다른 수업에서 대지각쑈를 벌이는 모습이 일어났을 것이다.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교수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을 거의 매 수업에서 반복하고, 수업이 끝나면 다른 수업을 듣기 위해 달려가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면, 아무리 마르크스가 좋아도 철회를 진지하게 고려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출석? 내 맘이야 맘이야 맘이 맘이야

무릇 출석이란 존재는 늦으면 늦는 대로, 빨리하면 빨리하는 대로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이지만, 가장 환장할 노릇인 출석 체크 패턴은 ‘교수 맘대로’ 일 것이다. 사회과학부의 유철규 교수는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과 실력으로 많은 팬을 가진 사람이지만, 출석 일수가 늘 부족한 여러분에게는 한편으론 골치 아픈 사람이다. 대형 강의의 경우 사람이 많기 때문에 더 그렇겠지만, 유철규 교수는 한 학기에 출석을 약 3회 부른다. 대개 학기 초반에 한 번, 마지막 즈음에 한 번 부르는데, 나머지 한 번은 도대체 언제 부를 지 알 수 없다. 만약 다 출석을 해도 그 출석 부르는 날에 빠진다면? 그만큼 출석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이다. 대형 강의의 경우 알다시피 지각하는 사람들이나 쿨하게 자체휴강을 날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때문에 생각보다 그 패턴에 걸려드는 학생들이 많다.

유철규 교수는 소형 강의의 경우에는 1주에 출석을 1번 부른다고 한다. 물론 늘 같은 요일 같은 시간표에 부른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경제와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들이나 저게 왜 재미있는지 대관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은 유철규 교수의 수업에서 학점을 따기 정말 힘든데, 언제 부를지 모르는 로또 같은 출석이 두렵다면 지금 당장 학사정보시스템을 열고 그곳에서 탈출하는 것을 권장한다. 한 번은 피해가더라도 그 알 수 없는 출석에 언제 다시 걸릴지는 모르는 일이고, 아무래도 모험보다는 안정감 있게 한 학기를 지내는 것이 학점 면에서도 멘탈 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다.

 

칼출석의 신

출석 부르기는 강의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늦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이런 정의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출석 부르기를 행하려면 정확히 정시에 출석을 불러야 마땅하다. ‘지각쟁이 교수님’과 ‘맘대로 출석 교수님’이 출몰하는 성공회대에도 칼출석의 신은 있다. 신문방송학과 김서중 교수다.

김서중 교수는 수업시간보다 5~10분 정도 일찍 도착해 정시까지 기다렸다가 출석을 한 차례 부른다. 첫 번째 출석에서 대답하지 않은 사람은 곧바로 다시 부른다. 여기까지 정시 출석 인정이다. 수업이 끝난 후에 지각한 학생이 개별적으로 교수에게 본인의 출석을 확인한다. 그래서 김서중 교수의 수업이 끝나면 늘 교탁이나 강의용 컴퓨터 앞으로 지각한 학생들의 줄이 길게 늘어진다. 전자출결시스템을 꼬박꼬박 사용하므로 학사정보시스템에 로그인하면 당신의 출결 상태가 적나라하게 뜬다. 현실도피 따위 용납하지 않는다.

조용하고 졸리기로 유명한 교수이지만 학생들과의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는 교수님이기 때문에 고3 시절의 집중력을 회복하여 졸지 않고 들을 수만 있다면 배우는 바는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교수의 성실함을 따라갈 수 없다면 이번 학기 대폭망쑈와 대자책쑈가 기다리고 있다. 만약 당신이 모 알리의 김 모 편집장처럼 지각 대마왕이라 도저히 정시출석을 감당할 수 없다면, 차라리 ‘맘대로 출석’ 쪽이 당신의 성적에 유리하다면, 그런데 이번 학기 김서중 교수의 수업을 수강한다면, 탈주를 한 번쯤은 고려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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