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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왜 지방대 학보사가 중요할까?”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③

 

• “왜 지방대 학보사가 특별하게 중요할까?”

• ‘朴대통령 탄핵 정국’, ‘코로나 사태’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서 지역 목소리 또 다르게 대변

• 위기의 지방대와 지역 사회… 그들의 대응을 능동적으로 보고 해결 실마리 제공

• 지역 청년의 목소리와 시선을 보여줄 수 있는 몇 없는 곳...

 

 

취재를 마치고 자리를 뜨려던 참이었다. 취재원이었던 학교 관계자가 나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요즘 신문이 나오긴 나오나요?” 그가 묻자 내가 대답했다. “지면 발행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라 온라인으로만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내 말을 듣던 그가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다시 한마디를 덧붙였다. “사실 우리 학교 신문이 필요한지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할 말이 많았지만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긴 토론 아니면 싸움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왜 우리 대학에 신문이 필요한가요?” 학보사 기자로서 2년 넘게 활동하며 수도 없이 들은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허탈하기도 하면서 분하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늘 스스로 ‘그러게 왜 필요할까?’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지방대 학보사 기자를 역임했던 이들에게도 막상 이 같은 질문을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막상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뭔가 딱 짚어 말하기가 어렵다”거나”애매하다”라고 말한다. 대학 내 학보사의 필요성은 전국 모든 대학에서 적용되는데 ‘우리 대학’ 즉, 지방대에서 특별하게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2016년 10월, 국정농단 의혹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했다. 기성 언론과 대한민국 사회 모두 광화문 집회를 중심으로 사태를 짚으며 여론을 파악했다. 우리 대구경북 지역도 역시 큰 관심사였다. 박근혜 정부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담당했던 큰 축에 속했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요 언론과 기성 사회는 ‘TK 민심이 쓰나미처럼 빠져나갔다’는 식의 관심을 보일 뿐 지역민과 지역 청년들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와 같은 것에는 별로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그저 우리 지역의 여론을 퍼센트(%)로 수치화하여 또 다른 정쟁의 근거로 삼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학보사는 숨겨진 민심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주요 언론에서 보기 어려운 우리 대학 학생들의 시국 선언 현장, 경북 경산시장에 모인 30여 명의 촛불들을 생생하게 취재하여 보여주거나 그들이 주장하는 것들을 지역 대학생의 시선에서 낱낱이 기록한다. 또 기성 언론 보도같이 그저 한, 두줄로 기록되는 많은 인터뷰 중 하나가 아닌 “최순실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우리 지역 청년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그들의 생각을 알려주는 주체적인 역할을 한다.

 

 

지역 대학의 숨겨진 여론을 반영하여 대한민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보고 냉철한 비판을 하기도 한다. 우리 대학이 위치한 경북 경산의 지역구 국회의원이자 당시 정권의 실세였던 정치인에게 경산 지역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우리 학교 교수가 학보사 지면을 통해 공개 편지를 적으며 비판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지역 학보사는 더욱 빛난다. 실제로 많은 언론 전문가나 비평가들이 현재 코로나 사태와 관련하여 서울권 위주의 많은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점을 지적하는 것처럼 기성 언론에서 지역 대학교별 여론이나 대응책을 보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지방 학보사는 각 대학마다 현 사태에 대한 여론이나 대처 방안을 위한 프로그램 구성 등 가려진 정보를 반영해주는 다양한 여론 수렴 기관의 역할을 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가 대거 발생한 우리 대구경북 지역의 주요 대학 본부가 어떤 자세로 이 같은 재난 국면을 극복하고 있고, 관련된 학내 논란을 학생들의 시선에서 구체적으로 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지방대 학보사는 교육당국의 정책에 대해서도 지역 대학만의 목소리를 보여주는 제언의 장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같은 제언의 장은 대학 구조조정과 같은 정책에서 도드라진다. 기성 사회와 주요 언론이 대학 구조조정을 그저 ‘지방대 죽이기’, ‘대학 서열화 조장’과 같은 뜬구름 적인 비판을 하는 것에 비해 지역 학보사는 직접 위기를 몸소 겪고 있는 지방 대학이 어떻게 이 사태를 헤쳐 나가고 있고,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지역 대학 언론인들이 지방대의 재정 악화 사태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지방대 위기 해결책 중 하나로 불리는 ‘공영형 사립대’에 대해 해당 당사자가 되는 지역 학생들의 궁금증과 여론을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저 자기 비하적인 모습으로 어려움 속에 주저앉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위기는 위험과 기회다’와 같은 희망적인 의견을 비추고, 지역 대학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대학 구조조정으로 인해 학과 통폐합 바람을 비교적 거세게 맞을 수밖에 없는 지역 학생들의 자칫 가려지기 쉬운 목소리를 그저 기사의 일부분 참고 자료로 쓰는 것이 아닌 그들의 행동과 주장 자체를 기사 소재로 삼아 더 세심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기성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지역에서 자라고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담는 또 다른 민의의 전당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지역 학보사는 열악한 지역의 교통 문화로 인해 학교를 통학하거나 시내 문화 시설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들려주어 기성 사회가 바라보기 힘든 그들의 어려운 민생 현안과 학내 이슈을 짚을 수 있다.

 

 

경산시에 위치한 우리 대학처럼 교통편이 불편하여 접근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경우, 재학생들의 요구사항 및 생각을 취재한 내용들은 지역 정책의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지하철 1호선이 안심역에서 하양, 진량까지 연장되었으면 좋겠어요”, “영대(영남대)로 가는 버스가 840번 밖에 없는 게 너무 불편해요”, “지산역에서 학교까지 오기 너무 힘들어요” 같은 것이 그 예시이다. 또 이러한 학생들의 생각을 통해 서울 위주의 기존 언론 보도에선 접하기 힘든 지역 문화를 생생히 볼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자료들은 지방 대학의 갈수록 높아지는 중도 탈락률의 주 요인으로 크게 꼽히는 주변 인프라 부족을 해결할 방안을 찾게 하고, 지방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지역 청년들이 계속해서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이른바 ‘지역인재 유출’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실마리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왜 우리 대학교에 신문이 필요하냐”라고 묻는다. 앞서 말한 대로 이 말은 즉슨 학내의 필요성을 넘어서 우리 지역 사회까지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소리다. 나뿐 아닌 많은 지방대 학보사 기자들에게도 어려운 주제이다. 위의 내용 이외에도 왜 지방대 학보사가 중요하고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는 사례들은 많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역 학보사는 기성 사회에서 가려지기 쉬운 우리 지역 청년들의 목소리와 시선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몇 없는 공간이다’이라는 것이다.

 

김규민 (대구대신문사 편집국장)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시리즈 바로가기

① “학보사? 그게 뭐고” 선배가 물었다

② 지방대 학보사 기자들은 그만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