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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대학 언론인’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⑥>

• ‘대학 언론’은 대학 사회 담론, 문화 형성 등 또 다른 민의 기관 
• 그러나, 기자 개인 업무에 허덕이니 학보, 대학 담론의 진지한 고민 어려운 실정
• 대학 언론 그만두고 싶어도 … “나 없으면 남은 애들은?” 부담감 팽배
• 담론, 문화 형성 이전에 학내 언론 기관의 입지가 너무나도 부족 
• 오히려 “내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 것이 맞나?” 기자 개인의 방향성 고민하는 현실

 

현대 최초의 낭만주의 시인으로 꼽히는 윌리엄 블레이크가 남긴 명언이 있다.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모 정치인이 이 명언을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고 하여 한동안 크게 화자 되기도 했었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명언을 보며 “아! 이것이 전형적인 우리 대학 언론인의 상황이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동안 <대학 알리>를 통해 학보사의 어려움을 알리고, 학보사의 중요성을 독자들에게 설득해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지방대 학보사 기자들과 연락하며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본인이 어려웠던 점, 지방대 학보사의 중요성 등을 물어봤는데, 공통되게 돌아오는 대답들이 있었다. 바로 “사실 한 번도 이런 것들을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고 되물으니, “그동안 취재, 학교 행정 업무가 너무 바빠 기자 개인 업무에만 몰두했지 진지하게 지방대 학보사의 담론 형성과 같은 것을 고민해 본 적이 잘 없다”고 대답했다. 즉, 기자 일 하는 것조차 너무 바빠서 우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담론 고민을 제대로 해 본적이 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대학 언론 위기론이 화두가 된 지 이미 20년이 넘었다. 대학 학생 사회가 와해되어 공동체 문화가 사라지고, 극단적 경쟁 구조로 변질된 개인주의 사회가 되었다. 학생 자치가 무너지니 학생들의 학내 정치 관심도가 떨어지고, 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대학 언론을 읽는 독자수가 줄어드는 이러한 현상들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학생 사회 위기에 다들 무감각 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학 언론인들은 중추적 역할을 가진다. 끊임없이 학내에 담론을 제안하고, 올바른 문화 형성을 주도 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기자 개인 업무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기에 학보, 대학 담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많은 대학 기자들이 업무가 힘들고, 학업적인 상황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학보사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지만 남은 이들에게 자신의 업무를 떠넘기는 부담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퇴사를 망설이는 경우도 존재한다. 특히, 우리 편집국 같은 경우는 이러한 ‘반강제적’ 연대감이 비교적 심한 편이다. 학보사 편집국에 정기자들의 수가 다섯 손가락도 안되니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인력이 얼마 없다는 위기감을 모두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퇴사를 고민한 적이 많지만 편집국 내부에 사람이 몇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신문사 인력 유지를 위해서 포기한다. 결국 개인적 괴리감과 부담감을 떠안고 살며 기자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편집국 내 기자가 몇 없으니 당연히 발간되는 기사의 양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그동안 학보사가 발간한 최소한의 기사 정량(定量)이 있는데, 이를 지키기 위해서 기자 개인당 할당되는 기사의 양도 비교적 많아진다. 실제로 편집국에서 아이템 회의를 하게 되면 유독 기사거리를 잘 찾아와 다른 이들보다 아이템 배정을 많이 받게 되는 기자들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다들 우스갯소리로 “니 기사 이마이나(이만큼이나) 많은데 감당 가능하나? 데드라인 맞출 수 있겠제?”라고 걱정하기도 한다. 어떤 기자는 “앞으로 기사 배당을 적게 받기 위해서 일부러 안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와야겠다”고 농담하기도 한다. 물론 어떻게든 작성해야 할 기사는 배정되기에 다들 아이템 회의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고 기자 업무가 많다 보니 수업 시간을 빼먹어가며 취재를 하는 경우도 많다. 만약 편집국 내부에 인원이 많다면 시간대가 비는 기자에게 부탁을 하여 취재를 부탁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인원이 적다 보니 부탁할 기자조차도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수업을 들어야 할 시간에 어쩔 수 없이 취재를 가게 되고, 교수님께 수업 도중 나가게 된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해야 하는 다소 민망한 상황이 연출된다. 실제로 같이 일하는 기자 친구는 “수업 중간에 취재를 하러 가서 교수님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나 같은 경우도 외부 취재 때문에 수업을 빼먹게 되었는데, 학내 언론 유고 결석서를 내면서 교수님이 “다음부턴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죠?”와 같은 꾸중 아닌 꾸중을 들은 적도 있다. 


또한 경주-경산간 시외 통학을 하는 나 같은 경우는 저녁에 열리는 학내 토론회, 학생 간담회 취재 때문에 학교에서 동대구역까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KTX 막차를 통해 집에 귀가하는 경우도 많았다. ‘시간강사법’ 사안과 같이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마크하여 취재해야 하는 경우 방학 중에도 수 없이 경주-경산을 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있었다. 취재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이러한 거리, 시간적 무리수까지 써가며 취재를 해야 하는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학생 언론 기구가 학내 담론, 문화 형성을 하기에 권위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정말 피부로 와 닿고 있다. 그동안 만난 취재원들은 항상 나에게 “요즘 신문사 위상이 정말로 많이 떨어졌다”, “요새 누가 신문을 읽냐”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우리 학보사 편집국장을 역임했던 기자 동기도 “항상 신문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진짜 우리 기관의 힘이 이 정도 밖에 없는가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취재원들의 기사 내용 사전 교열 요청과 기사 보도 이후 “왜 이런 식으로 기사를 작성했냐”는 항의에 치인다. 신문사 예산이랑 지면 발행 횟수 등 학교 본부의 지원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이 버젓이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학생 언론이 무엇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 친구는 나에게 “신문사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다행일 따름이다”고 말했다. 편집국장까지 역임한 친구의 소회이기에 더욱 씁쓸해지는 순간이었다. 


기자 업무는 많고, 기관의 힘은 약하니 당연히 기자들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최근 정기자가 되어 한 학기 활동을 마친 친구는 나에게 “내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맞냐”고 묻기도 했다. 비록 인기가 없는 학내 언론이지만 나름의 사명감으로 열심히 기자 활동에 매진했는데, 학생 언론 기관의 민낯이 점차 피부로 느껴지니 ‘내 탓인가?’ 하는 본인의 기자 생활 방향성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독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했는지, 학생들에게 알려야 할 중요한 내용을 놓친 것이 없는지 자기 스스로 반성하는 일도 많아졌다고 한다. 이 사회의 지향점을 제공하고, 담론을 형성 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자 개인이 걸어오고 있는 길 조차 제대로 걸어온 것이 맞는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걸 읽는 독자들은 ‘무능한’ 김규민 대구대신문 편집국장이 ‘변명 답지 않은 변명’을 징징대며 늘어놓는다고 비판할 수 있겠다. 어느 정도 인정한다. 결국 대학 언론의 위상이 추락하고, 학보사가 대학 사회, 시민 사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현직 대학 기자인 우리에게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학 언론은 학내 문화, 담론 형성뿐만 아니라 우리 시민 사회에서 대학생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또 다른 중요한 민의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신문사 명맥 유지조차도 버거운 현실 속에서 이러한 민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학 언론 위기 상황 속 뾰족한 대안을 내놓으며 현 상황을 개선 하기에 우리가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이 자리를 빌려 솔직하게 시인한다. 또 대학 기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어렵고, 바쁘고 하기에 힘이 드니까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말하는 것도 아님을 분명하게 말한다. 


다만, “바쁜 ‘대학 언론인’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는 이 말의 뜻을 정말 많은 독자들이 알아줬음과 동시에 우리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깊이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다.
 

김규민 (대구대신문사  편집국장)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시리즈 바로가기

① “학보사? 그게 뭐고” 선배가 물었다

② 지방대 학보사 기자들은 그만두고 싶다

③ “그러게. 왜 지방대 학보사가 중요할까?”

④ “지면이 없어진다고요?” … 학보사의 온라인화

⑤ “선배님 죄송합니다. 신문사를 더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