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출튀’는 부정출석의 일부다. 수업을 이끌어가는 교원은 이러한 부정출석이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성적과도 관련이 있다. 학칙에는 출결 여부가 성적평가 시 엄정하게 반영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출튀를 비롯한 부정출석을 소홀히 관리한다면 성적평가가 공정히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칙은 학생 사진이 포함된 출석부를 통해 대답하는 학생의 얼굴과 사진을 대조해 대리출석을 막고자 한다. 온라인 출석부에 학생 사진이 등록된 이유다. 일부 교수들은 수업 시작이 아닌 중간, 혹은 마무리 즈음에 출석을 부르며 학생들이 강의 현장을 이탈하는 행위를 막으려 한다.
성공회대학교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학기부터 온라인 비대면 강의를 중심으로 학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출튀 방법도 다양해졌다. 웹캠을 끈 채 수업을 듣지 않거나,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 몇몇 수업에서는 이런 학생들을 걸러내기 위해 수업 시작이 아닌 중간에 출석을 부르거나, 학생을 호명하며 기습적으로 질문을 던지곤 한다. 온라인에서도 강의 현장 이탈은 마찬가지로 부정출석이며, 적발 시 불이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위험을 짊어지면서까지 출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생 40명에게 물어보았다.
설문에 관하여
1.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원은 40명의 대학생이다. 이 중 36명은 온라인 설문지를 통해 응답해주었으며, 4명은 온라인 설문지와 인터뷰를 병행했다.
2. 2022년 4월 25일부터 5월 2일까지 일주일 동안 진행했다.
응답한 40명의 학우들 중 출튀를 해보았다고 답한 이들은 24명(60%)였다. 절반을 상회하는 숫자다. 인터뷰에 응한 A학우(사회 18)는 “다들 한 번은 해보았을 것”이라 운을 떼며, “출튀하는 사람들의 수가 적어 보일 수밖에 없다. 교수님께 안 걸릴 정도면 같이 수업 듣는 학생들은 어떻게 알겠는가”라 답했다.
B학우(미컨 19)는 대형 강의에서 출튀가 더욱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학생 수가 많을수록, 강의실이 넓을수록 강의 현장 이탈이 더욱 용이하다는 것이다. B학우는 “수강생이 많은 강의, 넓은 강의실이 (출튀할 때) 눈치가 덜 보인다. 인원이 적은 강의에서 한 명이 중간에 나가는 것보다, 인원이 많은 강의에서 여러 명이 중간에 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답했다.
출튀는 오프라인 강의보다 온라인 강의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강의에서 출튀를 해보았다고 응답한 20명 중 14명은 오프라인 강의가 진행될 때도 출튀를 해보았다 답했다. 온라인 강의 중에만 출튀를 해보았다는 이들이 6명, 오프라인 강의 중에만 출튀를 해보았다는 이들이 4명으로, 오프라인 강의 때도 출튀를 한 이들이 온라인 강의 때도 출튀를 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우선 학년과 출튀의 빈도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A학우는 “학년이 오른다고 달리 출튀를 더하거나 덜하지도 않는다” 답했다. 학교를 다니며 출튀를 하는 빈도에도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과목별로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양 수업 중 출튀를 해보았다는 응답은 83.3%, 전공탐색 수업이 66.7%, 채플은 29.2%, 전공필수 수업은 25%를 차지했다.
C학우(인문 19)는 자신을 알고 있는 교수나 학우들이 많은 전공필수 수업의 출튀는 꺼려지는데 반해, 자신을 알아보는 이들이 적은 교양 수업에서 출튀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외에는 앞서 B학우가 언급한 것과 같이 교양 수업 중 수강 인원이 많은 강의들에서 출튀가 주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출튀를 결정짓는 ‘개인적 이유들’
앞서 이야기한 출튀 ‘방법론’은 출튀를 해본 학우들 전반에 해당하는 얘기였다. 출튀를 한 이유에 대한 답은 보다 개인적인 얘기들이었다. 출튀를 경험해보았다고 응답한 이들 24명을 대상으로 한 이 질문에서, ‘당시의 컨디션’이 62.5%로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A학우는 “통학 시간이 길어져 수업을 듣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통학으로 인한 피로감’이 ‘당시의 컨디션’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C학우는 “온라인 강의를 시행하며 그나마 나아졌지만, 전날 늦은 시간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음 날 오전에 수업을 듣는 게 조금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대학생이 강의와 학업에만 집중하기 어렵게 만드는 학업 외적인 요소를 짚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뒤를 잇는 대답은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었으며, 54.2%의 응답을 얻었다. B학우는 이를 두고 “강의실에서 사라진 친구들을 보면 저기 느티아래에서 술을 마시거나 이미 자리를 옮겼다”며, “여가 시간이 부족한 점도 이해하지만 부정출석을 낭만으로 포장하는 건 욕심”이라며 긍정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전반적으로 여가시간이 부족해 출튀를 하게 된다는 답변이 다수의 응답을 차지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2년에 발표한 대학생들이 누리고 싶은 여가생활과 현실의 차이에 따르면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응답한 이들 중 37.4%가 학과 공부로 인한 시간 부족, 32.7%가 경제적 여유 부족 때문이라며 그 까닭을 밝혔다. B학우는 “학년이 오를수록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늘어난다. 학년이 오르며 공부를 더욱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적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말했다.
낮은 강의의 질을 지적하는 의견도 소수 있었다. B학우와 D학우(사회 20)는 “강의의 질을 임의로 판단하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수강생들이 강의의 질이 낮다는 인식을 전반적으로 공유하게 되면 출튀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강의의 질이 낮다는 인식 아래 출튀를 하면, 같이 강의를 듣는 학우들에게 어느 정도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B학우는 “한정된 시간 내에 과제도 해야 하고, 컨디션이 온전치 못할 때 낮은 질의 강의를 포기하게 된다”며 강의의 질에 대해 성토했다.
응답에 따르면, 여가 시간이 늘어나야 출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출튀를 덜 하기 위해 실현되어야 할 점을 묻는 질문에, 11명의 학우들은 ‘여가 시간이 늘어나야 한다’를 선택했다. D학우는 “창문 너머로 노는 사람들 보면 부러운 건 사실”이라며, “여가로 시간을 채우는 건 불가능하지만, 아르바이트나 과제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이들의 입장을 생각해보았을 때 여가 시간이 보장된다면 학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가와 학업의 공존이 필요하다 했다. ‘학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33.3%)도 같은 맥락인데, 졸업을 앞둔 A학우는 “이전에는 학업이 본업이었으나, 취업을 준비하면서는 학업이 부담으로 다가온다”며 현실적 이유 또한 학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학업 외적인 요소에 대한 부담은 ‘수강생의 컨디션이나 건강이 개선된다’, ‘통학 거리나 시간이 줄어든다’가 각각 37.5%, 33.3%를 차지했다. C학우는 “출퇴근 시간대에 통학을 하게 된다. 같은 입장인 친구들을 보면 이미 강의 전부터 지쳐있다”며, 기숙사나 학교 근처에 살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통학을 비롯한 강의와 무관한 요소가 집중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온라인 강의 실시 이후 출튀 빈도가 늘었다는 답은 60.9%로, 아니라는 답변에 두 배에 가까운 응답률을 보였다. 온라인 강의 실시 이후 출튀 빈도가 늘었다. 평소 출튀를 거의 하지 않던 이들도 온라인 강의에서는 출튀를 한다는 것이다. D학우는 “온라인 강의 시행 이후 교수님들이 출석을 더 꼼꼼하게 체크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비대면 강의 실시 첫 학기에는 수업 시작 때만 출석을 불렀으나, 현재는 출석을 수업 중간이나 끝에 부르는 식이다.
온라인 강의 중 출튀 방식으로는 웹캠을 끄고 온라인 회의실에 잔류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B학우는 “수업 중에는 웹캠을 켜놓으라 하는 교수님들이 많다. 웹캠을 켜놓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켜놓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다”며 웹캠을 통해 얼굴을 보이는 것이 출석 중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C학우는 “수업 시작 때는 웹캠을 거의 다 켜놓는다. 근데 중간 즈음에 보면 몇 명은 웹캠을 끈다. 교수님들이 중간에 웹캠을 끈 이들에게 발표를 시켰는데 응답이 없으면 결석 처리시킨다” 답했다.
온라인 강의 실시 이후 출튀를 더욱 많이 하게 되는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높은 응답은 “집중하지 않아도 크게 티가 나지 않음”으로 64.3%를 차지했다. A학우는 현장 강의와 온라인 강의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고 한다. 현장 강의에서는 교수를 비롯한 사람들의 제스쳐가 더욱 크게 보이고, 분위기와 연속적인 움직임이 눈에 띄나 온라인 강의에서는 이것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으로 높은 응답을 보인 “오프라인 강의보다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주변 환경”, “오프라인 강의보다 높은 피로도” 또한 온라인 강의로 인해 달라진 강의 분위기가 수업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걸 보인다. C학우는 온라인 강의를 주로 수강하게 되는 집이나 카페가 강의실과 달리 수업에 완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D학우는 “오프라인 강의실은 옆 사람 때문이라도 집중하려 하는데, 온라인 강의 중에는 이런 자세가 많이 흐트러진다”며 타인과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는 게 집중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온라인 강의 이후 토론 감소, 온라인 비대면 수업 전환 이후 강의 질 하락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오프라인 강의 현장과 달리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지 않으며, 학생들 사이에 강의의 분위기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점이 토론 참여율을 감소시켜 토론 중심의 수업의 질을 낮춘다는 것이다. A학우는 “기술적 문제라는 건 이해하지만, 토론 중심 강의 포맷을 그대로 들고 갈 거면 토론이 가능한 방법을 함께 찾았어야 했다. 그게 어렵다면 차라리 토론을 줄이는 게 나을 것 같다”며 강의 환경의 변화에 따른 수업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부정출석인 건 알지만
교수들이 등장하는 기획 영상에 종종 등장하는 단골 질문이 있다. “출튀하는 학생과 지각하는 학생 중 누가 더 나은가?” 해당 질문에 대부분의 교수들은 지각이 더 낫다고 한다. 지각은 차라리 기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출튀는 엄연한 부정출석이다. 학칙 위반이며, 적발 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출석 여부가 채점 요소로 반영되는 대부분의 강의에서는 정말 기만과 다를 게 없다. 특히 성공회대학교는 상대평가를 시행하기 때문에, 출석 여부가 학점과 석차를 결정 짓는 요소임을 감안하면 부정 경쟁을 촉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출튀를 하도록 만드는 요소들 중 적지 않은 것들이 강의 외적인 내용이었다. 강의 그 자체에 대한 피로만큼이나, 아르바이트나 여가 시간이 부족해 누적된 피로가 강의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B학우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이번 학기(2022년도 1학기)부터 신문방송학과 졸업 요건도 완화되었고, 교수님들도 학생 개인의 사정을 최대한 반영해주려 한다. 문제는 학업 외적인 부담이 줄지 않는 현실이다” 강의 내외의 부담이나 피로가 누적되었을 때 너무나 쉽게 출튀를 선택하게 된다 답했다.
온라인 비대면 강의가 진행되는 현재에도 이러한 강의 외적인 요소에 따른 출튀는 계속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강의가 유례없이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으며, 토론 및 발제 수업의 경우 기술적 어려움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듯하다. 학생사회에 어울리고 워크숍 등을 대면으로 모여 진행하던 시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학업을 수행해나갔다는 점을 생각할 때, 기술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비대면 강의의 전반적 질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건 아니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어려움이 종합될 때, 같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경제성’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강의의 질이 낮다 판단하거나, 학생 개인이 강의를 제대로 들을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강의를 중간에 듣지 않겠다는 선택을 너무 쉽게 하게 된다. 눈앞의 강의실보다 가까이 있는 현실이 대학생들을 바깥으로 강의실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다만 강의실을 나간 학생을 결석 처리하고, 학점을 깎는 것만으로 문제가 끝나지는 않을 듯하다. 출튀를 선택한 학생 개인에게는 강의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요소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으며, 출튀로 인해 학생과 교원에게 돌아가는 피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취재, 글=강성진 기자(helden00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