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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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안정에서 벗어나 '가치'를 실현하다 靑春

"직업, 돈 버는 수단을 넘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함께할 친구로"
"바뀌어가는 직업관, 2030을 중심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변화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청년들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청년들의 직업관 변화를 체 감할 수 있는 사회적 현상 중 하나는 공무원 경쟁률의 하락이다. 흔히 ‘철밥통’이라고 불릴만큼 안정성과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높다고 알려진 공무원의 경쟁률은 2011년 9급 기준 93.1대 1까지 치솟으며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그러나 2022년에는 최저 경쟁률 29대 1을 기록했다. 인사혁신처가 꼽은 공무원 경쟁률 하락 원인은 ‘2030 세대 인구의 감소’와 ‘공무원 연금제도 개편’ 등이 있다.

 

 

이외에도 현직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생각보다 높지 않은 워라밸’을 원인으로 꼽았다. 충주시 용산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영기 주무관은 “물가상승률에 비해 공무원의 급여 상승률이 낮고, 워라밸 또한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맞춤형 복지담당 이선화 팀장은 “특히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경우 야근이 잦고 자신만의 시간을 잘 갖지 못한다”고 전했다. 김 주무관은 최근 화제가 된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 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노후에 연금만으로 생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연금의 장점이 사라졌음을 밝혔다. 이렇듯 최근에는 공무원이 가진 장점들이 사라지는 추세이다. 또한 사회적 평가도 변화하면서 공무원 경쟁률은 매년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20∼30 대 2081명을 대상으로 ‘기술직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79.1%)이 ‘수입 등 조건이 맞다면 기술직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 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여파로 취업 시장에선 고용 형태가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필요 할 때마다 계약직·임시직 등을 섭외해 일을 맡기는 ‘긱잡(gig job)’ 등의 신규 직업형태까지 등장했다. 실제 MZ세대 사이에서도 한 직장에서만 일하고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전통적 일자리 개념이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MZ세대의 직업관 변화도 관련이 있다. 워라밸을 추구하며 일과 삶을 분리하려고 했던 청년들은 최근 워라블 (Work-Life Blending), 즉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하며 자기 계발에 힘쓰고 있다. 직업을 경제적인 수단보다는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전문 소셜미디어 링크드인 강원준 대표는 “앞으로 MZ세대의 직업선호 동향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직업 보다는 모험성이 큰 직업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과거 청년들이 평생 직장을 꿈 꿨다면, 최근에는 이직을 통해 성장하며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을 찾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안정성’, ‘복지’, ‘칼퇴’를 중요시하는 ‘워라밸’의 시대는 뒤로 하고, Z세대를 중심으로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 ‘성장’을 추구하는 ‘워라블’의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이에 안정을 상징하던 공무원의 경쟁률은 하락하고 가치를 위해 도전을 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육체노동을 다소 기피하던 기성세대 와 달리 땀의 가치를 지닌 직업의 전문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또한 크리에이터와 같이 모험적인 직업에 도전하는 것도 서슴지 않으며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기사는 ‘가치’를 위해 도전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다.

 

 

최근 청년들은 육체노동을 향한 사회적 시선보다 일을 통해 추구할 수 있는 가치와 성장에 더 주목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안정’에서 벗어나 ‘가치’를 실현 중인 한 청년이 있다. 유튜브 채널 ‘심사장 프로젝트’를 운영 중인 심준섭 씨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를 휴학하고, 현재는 에이콥 베이커리(Acop Bakery)의 대표이다.

 

심 씨는 지난 3월 말까지 이른바 ‘블루칼라(Blue Collar-육체노동직)’일을 했다. 그가 현장에 뛰어들었던 이유는 무엇이며, 창업을 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우선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는 육체노동의 높은 급여가 융자금을 제외하고 창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육체노동직 특성상 늘 위험이 따랐다. 작년 8월 그는 지면으로부터 11m 높이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 다행히 하부에 있던 배관에 어깨가 걸려 지면으로 추락은 면했으나, 늘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등 떠밀려 현장 근무를 선택한 것이 아니기에, 투정을 부리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모든 선택에 따른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고 여기며 후회하지 않았다.

 

심 씨에겐 건강한 몸과 강인한 멘탈,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육체노동 특성상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일을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전의 경우 산업현장에서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그 역시 ‘자신의 일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하며 안전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안전 관리가 부실 한 현장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꾸준히 노력해서였을까? 그는 언론과 미디어의 주목을 이미 여러 차례 받았다. 심 씨의 노력은 동아일보와 일본 공영방송국을 통해 알려 졌고 KBS, SBS, 채널A로부터 방송 출연을 제의받기도 했다. 더불어 MCN회사와 협업을 하기도 했다. 올해 3월 말 심 씨는 자신의 목표 중 하나였던 창업을 위해 블루칼라 일을 시작한지 14개월만에 퇴사를 결정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 비했다. 그는 정부기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최근 대면 심사와 최종 PT를 거쳐 국고보조금 2,500만 원을 수령했다. 다만 국고보조금 지출을 증빙하는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간소화되길 바라고 있다.

 

 

심 씨는 계속해서 자신의 ‘가치’를 향해 달려가며 스스로에게 더욱 확신이 생기고 있다. 그는 사업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과정 속에서 늘 배움과 깨달음이 있다고 믿으며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했다. 또한 결과보다 더 멋진 과정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 역시 그에게는 자신의 소중한 과정 중 한 순간이다.

 

심 씨는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은 청년들에게 휴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조언을 전했다. 사회에 나가기 전, 휴학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하며 본인만의 가치와 깨달음을 얻었으면 한다는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최근 청년들은 사회적으로 선호하는 ‘안정성’보다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한국 외대 행정학과 견진만 교수는 “자본을 중심으로 사회구조가 고도화되면서 개인의 노력으로 부를 축적함에 일정한 한계가 나타났다”고 시대적 특성을 설명했다. 따라서 “MZ세대들이 직업 선택 시 경제적 이익보다는 자아실현을 고려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견 교수는 이 같은 변화가 한국사회의 자본화가 지속될수록 탄력 받을 것으로 예상했고, 청년들이 본인의 성향이나 삶의 목적을 파악한 후,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것은 최고의 삶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기업 중 하나인 애플은 3명의 친구들이 모여 1976 년 작은 차고에서 시작했다. 사람들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는 청년들의 꿈과 가치를 딛고 성장해 훗날 세상을 바꿀 무언가를 만들기 마련이다. 링크드인 강 대표는 “직업이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함께할 친구”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은 행복해야 한다. 이어서 그는 “직업이 나를 위한 수단으로 바뀌는 것은 조직 입장에서 당장 불편할 수 있겠으나, 사회적인 틀을 깨고 인간의 숨겨진 재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명확한 목표로 ‘가치’를 실현하는 청년들의 꿈을 응원한다.

 

 

안성연 기자 (sungyeonahn@naver.com)

이지석 기자 (dlwltjr1214@naver.com)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7호 : 청춘, 되찾다'에 실린 기사로, 2022년 7월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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