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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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사회 도래∙∙∙ 자연스러운 흐름인가 시기 상조인가

지난 3월 1일부터 서울시는 ‘현금 없는 버스’를 대폭 확대해 운행하고 있다. ‘현금 없는 버스’란 현금이 아닌 교통카드나 신용카드, 혹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만 버스 탑승 요금 결제가 가능한 버스를 의미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부터 109개의 노선에서 1,800대 이상의 버스를 현금 없는 버스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서울 운행 버스(7,410대)의 4분의 1 수준이다. 최근에는 현금을 전혀 받지 않고 오로지 카드나 간편결제시스템으로만 결제 가능한 상점도 등장했다. 스타벅스의 경우 국내 최초로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하여 2018년부터 지금까지 그 수를 늘리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입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는 ‘현금 없는 사회’, 캐시리스(cashless) 사회로 빠르게 진입했다.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모바일 기기만을 이용해 소비 활동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공개한 ‘2021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가구당 1년간 상품 및 서비스 구매를 위해 사용한 월 평균 현금 지출액은 51만원으로 3년 전인 2018년(64만원)에 비해 13만원(25.4%) 감소했다. 이중 전체 지출액의 58.3%는 신용·체크카드를 이용했고 현금 사용률은 21.6%로 카드 사용률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6명 중 5명이 현금 갖고 다니지 않아

그렇다면 우리는 ‘현금 없는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20대 청년 6명을 만나봤다. “평소 현금을 들고 다니는가?”라는 질문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학생 A 씨(21)는 “용돈을 현금으로 받아 지갑에 넣어 놓았지만 항상 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딱히 현금을 사용해 본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나머지 5명은 모두 카드 지갑에 신용카드 2~3종류만 넣거나, 삼성페이와 같이 휴대폰에 연동된 간편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아예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았다. 이처럼 20대 대다수는 평소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금을 소지했다 하더라도 실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현금 없는 사회를 바라보는 대학생들 “현금 필요 없어요” vs “아직 취약 계층이 우려돼” 

“캐시리스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6명 모두 잘 적응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현금 없는 사회로 변화하는 흐름에 관해서는 자연스럽다는 의견과 시기상조라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대학생 B 씨는 “카드로 모든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금은 필요치 않다”라며 “캐시리스 사회로의 변화는 자연스럽다”라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C 씨(22)는 “20~30대는 인터넷이나 기계 사용에 익숙하고 변화에도 발 빠르게 적응하지만, 아직 현금 사용이 더 익숙한 노년층이 많다”라면서 “캐시리스 사회로의 진입 전에 먼저 노년층의 적응을 돕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금 없는 사회를 바라보는 노년층 “큰 불편함은 없지만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 겪어” 

디지털 취약계층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년층은 캐시리스 사회의 흐름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70~90대 노년층 5명을 인터뷰한 결과, 5명 중 4명이 현금보다 카드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80대 D 씨는 “잔돈 받는 것이 불편해서 카드를 더 많이 사용한다”라고 답했다. 반면 70대 E 씨는 “예전부터 현금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아직 물건을 살 때 현금을 더 많이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식당이나 카페, 터미널 등에서 흔히 사용되는 무인화 단말기(키오스크) 주문에 대해서는 5명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이 “말 한두 마디면 끝날 것을 수십 가지 선택지를 늘어놓고 고르게 한다”라는 부정적 반응이었다. 80대 F 씨는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디지털 교육을 수강해 봤지만, 한 번 배워도 금방 까먹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컴퓨터나 키오스크 같은 전자기기는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다시 시도하기가 힘들어서 어렵게 느껴진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정부나 지자체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으나, 일회성에 그치거나 강사 한 명이 여러 수강생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인해 효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다.

 

소비자의 ‘현금 사용 선택권’ 침해에 대한 지적도

현금 없는 사회와 관련해 ‘현금 사용 선택권’에 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현금 사용 선택권’이란 소비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급결제수단 선택시 현금을 배제하지 않는 권리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입이 소비자의 현금 사용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현금 결제 사용권 역시 외국에서는 하나의 권리로 인정되고 있음을 볼 때 공익적 차원에서 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간편결제시스템과 무인결제시스템 이용이 활발해졌다. 시중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일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빠른 변화 속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연령, 지역 등에 따른 맞춤형 정책과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실효성 없는 지금의 이름뿐인 교육이 아닌, 노년층에게 보다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참여를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현금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금사용선택권과 관련된 법률적 검토 및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화림 기자(hwalimshin@naver.com)

안윤지 기자(julie64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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