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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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사고를 더 넓은 관점으로 해명하고 싶어요" 부산 스쿨존 교통사고 피해자 가족 인터뷰

학교 후문 근처 스쿨존에서 교통사고 발생... 피해자는 백산초 사서교사 A씨
2021년에 차량 정체 민원 들어오자 보행자 신호등 운영 중단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지적하는 게 남은 과제라고 생각해요"

 

 

6월 19일 오후 4시 36분, 부산 백산초등학교(이하 백산초) 후문 근처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트럭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는 백산초에서 근무하는 20대 사서교사 A씨로 퇴근하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사고 일주일 뒤인 6월 26일, A씨의 동생이자 성공회대 졸업생인 B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A씨의 사고는 퇴근 시간으로부터 6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학교 후문 근처 횡단보도에서 일어났다. B씨는 그럼에도 관계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사고 장소에는 보행자 안전을 위한 조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인터뷰는 6월 27일 진행되었습니다.

 

 

백산초 후문 스쿨존에서 교사의 교통사고가 발생했어요. 사고 이후 학교는 어떻게 대응했나요?
언니가 19일 오후 4시 36분에 사고를 당했어요. 다음날 학교 측에 어디서 사고가 났는지, 얼마나 위독한 상황인지 알렸어요. 사고가 일어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을 때 교감의 전화를 받았어요. 언니가 8월 29일까지 입원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보내 달라고 했어요. 사서 교사 자리에 공백이 생겼으니 대체할 인력을 구하겠다는 게 이유였어요. 그때 의사는 언니가 하루를 넘길 수 없을 거라 판명했고 이를 학교 측에 얘기했는데요.


학교 스쿨존에서 교사가 사고를 당했으면 사고 경위와 책임에 대한 설명이 먼저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퇴근하고 6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사고가 났어요. 사람 목숨보다 학교 실무를 우선시하며 유가족이 될 수도 있는 피해 가족에게 서류를 요구한 게 굉장히 반윤리적이라고 느꼈어요.

 

교통사고 발생 이후 경찰의 대처는 어땠나요?
어머니가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으셨어요. 사건을 담당한 조사관은 처음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고, 우리 가족은 언니가 정확히 어느 위치에서 어떤 사고를 당했는지 모르고 있었어요. 부모님이 현장을 방문하고 나서 사고 위치가 신호등이 있는 스쿨존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어요.

 

경찰은 도로 교통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언니가 사고를 당한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2017년 비슷한 지점에서 무단횡단하던 노인분의 사고가 발생하고 4년 뒤 2021년에 생겼어요. 그렇지만 시범 운영 두 달 만에 차량 정체 민원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신호등을 껐어요. 차량 신호를 황색 점멸등으로 바꿨고요.

 

황색 점멸등이랑 보행자 신호등은 동시에 운영될 수 없잖아요. 경찰은 차량의 원활한 운행을 위해 점멸등을 켜고 신호등을 껐어요.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시하지 않는 선택을 내린 거예요. 결국 2023년 언니의 사고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경찰이 그간 보행자 안전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해당 스쿨존에 또 다른 안전 문제가 있었나요?
신호등을 포함해 백산초 스쿨존의 안전에 대한 네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어요. 우선 말씀드린 것처럼 보행자 신호등이 꺼져 있었다는 거예요. 교통 체증을 이유로 차량을 사람 목숨보다 우선시해서요.


두 번째로는 스쿨존인데도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어요. 1)


세 번째로 과속 방지턱이 횡단보도로부터 10m가량 떨어진 곳에 있어요. 그 높이도 3cm밖에 되지 않아서 3cm 높이의 과속 방지턱이 무슨 감속 효과가 있을까 싶고요.


마지막으로 건널목이 교차로에 바짝 붙어 있어요. 그 도로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쭉 내려오면서 좌회전할 수 있는 구조예요. 좁고 운전자가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워서 좌회전 안내선도 그려져 있는 도로거든요. 그런데 좌회전 안내선이 끝나자마자, 즉 차량이 좌회전하자마자 맞닥뜨리는 지점에 횡단보도가 있어요. 도로 상황을 생각했을 때 과연 그 위치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것이 옳았는지 의문이 들어요.


1) 2019년 12월 일명 '민식이법'(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며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아래와 같이 어린이 보호 구역 내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지방경찰청장, 경찰서장 또는 시장 등은 제3항을 위반하는 행위 등의 단속을 위하여 어론이 보호구역의 도로 중에서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곳에 우선적으로 제4조의 2에 따른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를 설치하여야 한다. <신설 2019.12.24>"

 

사고를 낸 운전자는 제한 속도 시속 30km 등 스쿨존 교통법규를 위반했나요?
아직 조사 중이라 속도가 어땠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어요. 다만 경찰이랑 해당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인했어요. 언니는 횡단보도 중간 지점까지 나와 있었는데 트럭이 다른 곳으로 피하는 것 없이 정면으로 충돌했어요. 차에서는 노랫소리가 나오고 있었고요. 여러 정황상 운전자가 한눈을 팔았다고 보고 있어요. 조사관 또한 그 부분에 무게를 싣고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운전자는 보행자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건가요?
조사관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보다 ‘부주의했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사고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횡단보도 신호등이 꺼져 있었던 게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파악하고 있어요. 사고가 났음에도 아이들이 계속 신호등이 꺼진 위험한 횡단보도에서 등하교하고 있다는 게 시급한 문제고요. 그리고 이런 문제를 만든 구조적 원인으로 교통 행정과 교육 행정 두 가지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고에는 학교 측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봐요. 사고 다음 날 책임을 물었을 때 학교 측은 신호등에 대한 공문을 보내고 속도계도 설치하려 노력했다고 답했어요. 하지만 현장에서 보니까 횡단보도 신호등이 꺼져 있잖아요. 학교 측에 ‘이렇게 위험한 횡단보도를 아이들에게 건너게 할 거냐. 그간 횡단보도 신호등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했는지 증거를 보여달라’고 했어요. 대면해 요구하자 그제야 신호등에 관한 공문을 보내주겠다고 했어요.

 

알고 보니 사고 다음 날 제가 학교에 책임을 묻고 난 후 공문을 올렸더라고요. 학교 측이 사고에 대해 정말 책임지고자 했다면, 사고가 났다는 내용과 경위를 포함했어야 하는데 ‘여기 위험하니까 신호등 만들어 달라’고 두 줄 쓴 게 공문의 내용이었어요. 이게 학교가 신호등과 관련해 노력한 전부였어요. 언니의 사고 이후에요.

 

시시비비를 따지는 게 어떻게 보면 무의미하기도 해요. 관리자는 시장이고, 지자체가 책임을 가지고, 또 지자체가 그렇게 운영되도록 한 구조가 있겠고요. 원인을 쫓고자 하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우선 신호등을 포함하여 스쿨존 관리를 미흡하게 했던 ‘경찰 행정’, 어린이 보호구역의 보행자 안전을 방치했던 ‘교육 행정’, 그리고 사고가 난 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오히려 반윤리적인 실무 절차를 진행한 ‘학교 측’에 집중하려 해요.

 

학교 측은 그동안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나요?
횡단보도 신호등 외에 속도계, 스쿨존 CCTV 같은 부분에는 노력을 기울였다며 자료를 공유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일부러 자료를 받지 않았어요. 어차피 언니 사고와는 관련이 없으니까요. 신호등은 꺼져 있었고 이 부분을 학교 측이 방관하고 있던 게 맞으니까요.

 

결론적으로 사고가 났잖아요. 학교 측이 얼마나 노력했든 간에 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스쿨존 안전에 관한 관리 감독이 부실했다는 걸 방증하는 거예요. 신호등이 꺼져 있었던 게 언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자 핵심인데 모두가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으니까요.

 
 

 

A씨가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였음에도 학교 측은 미흡한 대처를 보이고 있어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학교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학교는 처음 책임을 물었을 때부터 ‘안전을 위해 행정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잖아요. 횡단보도 신호등은 꺼져 있었고 아이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등하교하는데도 행정적 절차 이상의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거죠.

 

사고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뉴스 댓글로 제보를 받았어요. 학생들이 언니에게 쓴 편지를 자발적으로 도서관에 붙였는데 이를 교장이 떼고 학생들을 혼냈다는 내용이었어요. 고민하다 교장에게 물었더니 그런 적 없다며 학생들이 편지를 붙였는지도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연히 거짓 제보인 줄 알았어요.

 

언니 동료 교사분들과 만났을 때 학생들이 도서관에 편지를 붙인 게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교장이 그 뒤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또 학교 내부에서 언니 사고와 관련된 일이 공유되지 않고 있다고 했어요. 학교는 취재 요청에 하나도 협조하지 않고 있고 사진 기자가 현장을 찍으면 내쫓기도 한다더라고요. 교장을 비롯한 학교 측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니 과연 책임지려고 하는 건지 의문이 들어요.

 

6월 27일 이루어진 합동 점검은 어떤 자리였나요?
학교 등 교육 행정이랑 경찰 측이 사고 지점에서 합동으로 점검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사고는 19일에 일어났어요. 19일부터 27일에 이르기까지 그 위험한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은 계속 등하교하고 있던 거예요. 이 조치가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불만이 있어요. 합동 점검을 진행한 게 이 사건에 대해 정당하게 책임을 지려는 건지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러면 사고 이후 6월 27일까지 횡단보도 신호등에 대한 안전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학생들과 교직원이 그 길을 이용한 건가요?
네 계속 이용하고 있었어요. 학교가 사건 경위에 대해서 교사들한테도 정확하게 알리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도 일 처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기사를 통해서 알았어요. 안전조치에 대해서는 교육청에서 공문이 내려온 후 학교가 형식적인 조사를 했다는 것까지만 알아요. 그간 얼마나 위험한 상황들이 있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저희는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쿨존에서 성인이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 ‘민식이법’에 의거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성인에게는 ‘민식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요. 2) 현재 법률은 사고가 일어난 후 피해자가 어린이일 경우에만 그 책임을 물 수 있도록 한정하고 있어요.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법률을 적용하고 있지 않아요.

 

우리 가족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그렇지만 언니의 사고만을 놓고 봤을 때는 민식이법을 적용할 수 없는 게 너무 억울해요. 가해자가 형을 많이 받아 봤자 벌금 2천만 원이거든요.

 

언니의 경우에는 학교에 재직하던 사서 교사고 퇴근길이었으니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것이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이 아무것도 없어요. 스쿨존이라서 법적으로 가중되는 것도 없고,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 제한 속도인 30km를 넘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만 문제 삼을 수 있어요.

 

언니가 백산초 교사였기 때문에 이 일이 퍼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언니가 힘든 상황에 이르긴 했지만, 교사라는 위치가 없었고 그곳을 지나다니는 일반 성인이었다면 이렇게 화제가 되진 않았겠죠.


2)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5조 13항은 법의 적용 대상을 '어린이(13세 미만인 사람)'에 한정하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 문제는 몇 년째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주제잖아요. 그런데 계속 사고가 발생하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당한 성인에게 적용되는 법이 없다는 사실은 행정에 큰 공백이 있다는 방증 같아요.
한국 사회에서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가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니잖아요. 스쿨존이 생긴 것도, 아이들이 가방에 ‘30’이 적힌 형광 안전 커버를 씌우고 다니는 것도 그간 수많은 희생자가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라고 생각해요.

 

언니 사고가 너무 억울하지만, 한편으로 우리 가족은 언니가 아이들을 지켜주려고 그랬나 보다 생각하며 위로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만큼 이 문제가 많이 알려지고 시정되면 좋겠어요.

 

언니분과 관련해서 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우리 언니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언니는 아이들을 정말로 사랑했어요. 그리고 아이들도 언니를 너무 사랑했어요. 그런 교사인 언니와 아이들이 언니의 사고로 이별하게 되는 거잖아요. 이 상황을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그리고 남은 교육자들은 어떻게 교육할지 궁금해요.

 

며칠에 한 번씩 언니를 면회하러 가는데요. 언니가 건강했던 모습들을 보다가 언니가 그런 모습으로 누워 있는 걸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 돼요.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억울한 거 없이, 마음에 걸리는 거 없이 언니를 보내주고 싶은 게 우리 가족 심정이에요. 

 

사실 언니 사고에 대해 동정하기 쉽잖아요.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에게 사랑받던 어린 교사가 퇴근길에 사고를 당했다는 대목이 안타까워 다른 사고에 비해 알려졌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관심은 금세 사라질 거고 아픔과 슬픔은 가족들한테만 남을 가능성이 크죠. 그래서 잘못됐다고 지적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 시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언니가 죽게 생겼는데 남길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생각하다가요. 왜냐하면 이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니까요. 운전자 말고도 너무 많은 문제가 중첩되어 있고, 책임이 있는 이들의 방임으로 사고가 일어난 거잖아요.

 

그리고 비교과 교사인 사서 교사는 교과 교사에 비해 교육계 내에서 약자예요. 그런 지점을 언니가 일기로 기록해 줘서 이것도 알릴 수 있으면 알리고 싶어요. 언니의 삶과 바람이 헛되지 않게, 언니가 고통받았던 것들이 고통으로만 끝나지 않게요. 이렇게 더 넓은 관점으로 언니의 사고를 해명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막상 언론에 알려지니까 안 좋은 댓글이 많이 달려서 속이 많이 상하고, 우리가 의도한 만큼 세상에 얼마나 정동을 일으킬지는 모르는 거지만요.

 

 

7월 2일에 사고 현장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은 무엇에 주안점을 두었나요?
7월 2일 기자회견에서는 첫 번째로 스쿨존 안전에 대해, 두 번째로 비교과 교사들의 교육, 노동 환경 개선에 관해 이야기하려 해요. 우리 가족이 주축이 되기보다는 교육계 전반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에요. 언니 사고와 관련해서 있었던 행정 절차라든지 아니면 언니가 일기에 썼던 부당한 내용들에 대해서요. 그래서 교사, 교수, 도서관 관계자 대상으로 연명을 받고 있어요.

 

이 내용을 읽을 성공회대 동문이 함께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싸움이나 투쟁에서는 내 이야기를 알아줄 사람들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사람이 세상에 많지 않다는 걸 졸업하고 이런 일이 일어나고 나서야 뼈저리게 느껴요. 반대쪽에서 이야기하는 학우분도 있겠지만, 그래도 제가 회대에서 보고 배우고 듣고 나눈 게 있으니까 많은 분이 공감해 주실 거라 생각해요. 남 일 같겠지만 동문 친구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관심 가져 주시고 움직임에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개인적인 마음을 들려주셔도 괜찮습니다.
지금 제 마음이 뭔지 모르겠어요. 믿을 수 없다가도 언니가 누워 있는 걸 보면 이게 나한테도 일어나는 일이구나 생각하게 돼요. 세월호 참사나 10.29 이태원 참사처럼 참사들은 계속 이어져 왔잖아요. 그때 나름 공감한다고, 노력한다고 하긴 했는데 결국에는 남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직접 체감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결국에는 큰 참사가 일어났던 그 이유들 때문에 우리 언니가 죽게 생긴 거예요. 내가 얼마나 무심했는가, 그리고 내가 얼마나 불감했는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반성이 많이 돼요. 또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저에게도 그렇고 이 기사를 볼 동문들에게도 그렇고 이런 일이 다시는, 겪어보니 너무 끔찍하니까 정말 다시는 안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도 공감이 가신다면 동참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6월 27일) 합동점검을 진행했다면 이제 꺼져 있던 신호등은 켜졌나요?
합동 점검 전까지 ‘합동 점검을 진행할 거고 횡단보도 신호등을 켤지 고려해 보겠다’는 내용이 저희가 아는 전부였어요. 신호등을 켜겠다는 게 아니라 ‘고려해 보겠다’는 게요. 우리 가족은 언니가 사고를 당한 이상 교통 행정을 바꾸고 스쿨존의 안전을 개선하는 건 굉장히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결과가 언제 나올지, 어떻게 될지는 몰라요. 그러니까 지금도 신호등은 켜져 있지 않아요.

 

 

이후 7월 1일 A씨가 건넌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사라졌다. 7월 3일 B씨로부터 합동 점검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차량용 황색 점멸등 운영을 계속하기로 했고 횡단보도 신호등은 제거했다는 내용이었다. B씨는 “합동 점검 당시 학교 측, 경찰 측, 지자체 관계자 중 신호등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아무런 책임 없이 학생들의 안전마저 뒷전으로 미루는 무감한 행정을 비판했다.

 

 

취재=유지은 기자(ujieun0231@gmail.com), 황혜영 기자(hyeng925@gmail.com)

글=유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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