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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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피니언] 말로만 내세우는 친환경, ‘그린워싱’ 주의보

상품의 환경적 속성을 허위 및 과장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그린워싱’
ESG 경영 선택 아닌 필수가 된 시대… 소비자 스스로 위장환경술 구분할 수 있어야

* [외-피니언]은 '외대'와 '오피니언'의 합성어로, 외대알리 기자들의 오피니언 코너입니다. 학생 사회를 넘어 우리 사회의 사안을 바라보며, 솔직하고 당돌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친환경’이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뿐 아니라 제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며 소비하는 ‘그린슈머’로 성장했고, 이제 ESG 경영은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됐다. 환경 보호를 타이틀로 내세우며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ESG 경영의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려고 했던 탓일까? 많은 기업들은 점차 ‘그린워싱’으로 위장하기 시작했다. ‘그린워싱’이란 ‘green’과 ‘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 이른바 ‘위장환경주의’를 뜻한다. 

 

 


그린워싱의 7가지 유형


글로벌 환경 컨설팅 기업 ‘테라초이스’는 ‘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The seven sins of greenwashing)’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그린워싱의 유형을 세분화했다. 이 항목으로는 제품의 일부 친환경적 특성만 강조해 다른 속성의 환경 여파를 감추는 ‘상충 효과 감추기’, 신뢰성 있는 정보 등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채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는 ‘증거불충분’,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용어를 사용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는 ‘애매모호한 주장’이 있다.

 

이와 더불어 친환경 제품을 찾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친환경적 주장을 하는 ‘관련성 없는 주장’, 사실이 아닌 점을 광고하는 ‘거짓말’, 친환경적인 요소는 맞지만 환경에 해로운 상품에 적용하는 ‘유해상품 정당화’, 허위 인증 라벨을 사용하는 ‘부적절한 인증 라벨’이 있다.

 

 

 


녹색제품 시장에 만연해 있는 그린워싱 사례


소비자들은 알지 못했지만, 그린워싱은 일상생활에 이미 만연해 있다. 지난 2021년 국내 화장품 업체 이니스프리는 ‘페이퍼 보틀’로 된 세럼을 선보였다. 종이병 패키지 겉면에 ‘Hello, I’m paper bottle.’이라는 문구를 넣어 종이로 만든 친환경 제품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그저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로 감싼 것으로 밝혀졌고, 소비자들은 거짓 친환경 마케팅에 속았음에 분노를 표했다.

 

 

또 다른 그린워싱 사례로는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Dieselgate)’사건이 있다.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은 디젤 엔진 차량의 배기가스 데이터를 조작해 큰 논란이 됐던 바 있다. 폭스바겐은 ‘클린디젤’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 자동차인 양 홍보했지만, 실상은 전 세계에 판매한 경유차 1100만 대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디젤 게이트의 근본 원인은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배기가스 저감 장치’다. 인증 통과를 위한 주행 시험 당시엔 이 장치가 작동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줄었지만, 실제 운전 시에는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인증 시험 중보다 약 30배가 넘는 질소산화물을 발생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이후 폭스바겐은 48만 대의 차량에 대한 리콜 명령과 더불어 약 180억 달러의 벌금을 내야 했다.
 


말로만 하는 친환경… 그린워싱 규제 강화


이렇듯 겉으로는 환경을 위하는 척하지만, 그 실상은 과장 및 허위 광고로 판명되는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지난 1월 17일 그린워싱을 단속하는 새 지침, ECGT(Empowering Consumers for the Green Transition Directive)를 통과시켰다. 이 지침은 정확한 증거 없이 ‘환경친화적’, ‘생분해성’, ‘자연주의적’ 등의 환경 관련 단어를 제품 포장에 명시하지 못하게끔 한다. 해당 지침이 시행되기 위해선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며, 최종 승인이 되면 2026년부터 과학적 검증 없이 자사 제품을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할 수 없게 된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그린워싱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23년 6월에 ‘환경 관련 표시 및 광고에 관한 심사 지침 개정안’을 발표하며 그린워싱 단속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2016년 이미 일부 개정됐던 지침이 있었지만, 그린워싱의 범위가 방대해지며 최근 환경 관련 표시 및 광고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환경 관련 표시 광고에 대한 심사 기준을 구체화하여 법 집행의 일관성과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그린워싱을 방지하고자 마련됐다.

 


‘가짜 친환경’ 아닌 ‘진짜 친환경’ 기업이 돼야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은 시점에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그린워싱 제품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다. 소비자는 진정 환경을 위한 제품인지, 단지 친환경 마케팅일 뿐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기업들이 친환경 위장술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단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인 ‘가짜 친환경’이 아니라 진정 지구를 위하는 ‘진짜 친환경’ 기업이 돼야 한다. 그린워싱이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하락시키고, 이는 결국 친환경 제품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전 세계 각국의 그린워싱 규제가 강력해지고 있는 흐름에서, 한국 또한 기업의 허위광고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 당국의 체계적이고 명확한 그린워싱 방지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두구육’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는 가게 앞에 양머리를 걸어 놓고 손님에게는 개고기를 판다는 말로, 선전은 버젓하지만 내실이 따라가지 못함을 의미한다. 지구를 위한다고 말하며 친환경 마케팅을 펼치지만, 실상은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그린워싱으로 소비자를 기만한다면 그것이 바로 ‘양두구육’ 아닐까.

 

 

안윤지 기자(julie64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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