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채영빈(경제03)
매니저 백형우(경제08)
시험기간, 취업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대학생들에게 술집만큼 위로를 주는 공간이 어디 있을까. 오늘도 각양각색의 술집이 학교 앞을 밝히고 있다. 이 모든 술집들은 어째서 이곳에 자리하게 된 걸까? 술집 사장님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의 사연은 외대 앞을 비추는 간판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그 중 특별한 사연을 가진 펍 사장님이 있다고 한다. ‘충만치킨 지하에는 망해가는, 그러나 아주 멋진 펍이 있다’고 외치고 싶은 그들의 이야기. 외대알리가 직접 찾아가 보았다.
MAN ABOUT TOWN
Q. 안녕하세요, 대표님. ‘충만치킨 지하에는 망해가는 펍이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하셨는데요. 그렇게 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채영빈 대표: 진짜 망하게 생겼어요(웃음). 장사가 안 돼서 망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우리 가게 단골 층이 꽤 두꺼워요. 입소문을 타고 손님도 늘고 있는 추세고요. 하지만 수익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망해가는 가게가 맞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단순히 어떻게든 돈만 벌어보자고 차린 가게는 아니라서요.
Q. 돈만 벌어보자고 차린 가게가 아니다. 그 말에는 무언가 많은 의미가 들어있을 것 같네요.
채 대표: 저는 제 자신을 사업가라기보다는 컨텐츠 제작자라고 칭하고 싶어요. 돈이 되는걸 파는 게 아니고 내가 만들고 싶은걸 팔자는 주의라서요. 꼭 취업할 당시의 기분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느냐, 돈 많이 주는 곳을 가느냐 하는 고민.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도 외대 앞에 이런 느낌의 펍은 돈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여기까지 왔어요. 돈을 벌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죠.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들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Q. 맨 어바웃 타운에서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분위기랄까,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채 대표: 제가 사실 힙합 마니아인데, 그 쪽 용어 좀 써보자면 우리의 SWAG이라고 해야 할까요. 인테리어 공사부터 메뉴개발까지 모두 우리 손으로 해냈어요. 전문가의 손에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만, 우리가 중요시하는 건 우리의 취향과 재능의 온전한 표현이에요. 가게에 오시는 사람들에게 분위기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음악, 음식 그리고 그걸 즐기는 손님들의 기분까지 우리가 하나의 그림을 그린다.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Q. “맨 어바웃 타운”은 그럼 대표님의 철학이 담긴 하나의 그림인 셈이네요.
채 대표: 사실 뭐 어렵게 생각하실 건 없어요. 쉽게 말하면 그냥 우리 맘대로 만들었다는 거에요. 우리 둘 다 트렌디한 문화를 좋아하고, 멋지고 예쁜 것을 좋아하니까. 그런걸 최대한 잘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계속되는 실험의 연속이에요. 수익이 생기면 다시 투자해서 메뉴를 개발하고, 인테리어를 업그레이드하고, 그래서 항상 매니저가 사장님 미친 거 아니냐는 소리도 종종 하긴 하지만.. (웃음)
Q. 원래부터 사업가가 꿈이셨나요?
채 대표: 전혀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할 때 까지만 해도 내가 술집 사장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어요. 그냥 돈 잘 버는 대기업 직원쯤 되는 게 목표였어요. 그냥 그렇게 살다 이쁜 여자친구 만나서 결혼하고 살아야지. 이렇게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다니다가 갑자기 나와서 가게를 차리셨다는데..?
채 대표: 사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즐기면서 대학생활 했고, 그런 것 치고는 또 취업문제가 잘 풀려서 당시에는 자신감이 넘쳤어요. 그런데 막상 다녀보니 계속 우울한 거에요. 딱히 회사에 싫은 점도 없고, 돈도 충분히 많이 벌고 있었는데. 계속 고민을 하다 보니 그곳에서 내가 하는 일이 내 자아를 투영할만한 뭔가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대학교 다닐 때는 기타치고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거, 글 쓰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런 일에 몰두하고 있으면 삶 자체가 보상이었어요.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는 보상이 ‘나 돈 많이 번다’ 밖에 없는 거에요. 회사원들 만나면 연봉부터 이야기하고 싶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뭐 엄청난 돈도 아니었는데도, 그것 외에는 자랑할 게 없었으니까요. 그 일에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삶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거짓말처럼 무작정 그만뒀어요. 그리고 내가 몰두했던 일들이 뭐였는지 생각해보고, 그런 요소들을 차근차근 조립해보니 그게 술집이 되었고, “맨 어바웃 타운”이 됐어요.
Q. 매니저도 외대 경제학과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어쩌다가 같이 장사를 하게 되었나요.
채 대표: 이 친구도 나랑 똑같은 놈이에요. 취업은 잘 해놓고, 비슷한 이유로 우울하게 사는. 초창기 맨 어바웃 타운 동업자가 그만두는 바람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게 되었는데, 이 친구가 소식을 듣고 연락해왔어요. 회사를 쉴 생각인데 그 기간에 잠깐 아르바이트 해도 되냐고. 그래서 제가 낼름 오퍼를 넣었죠. 돈은 많이 못 주지만, 진짜 재미있게 일하게 해줄 테니 같이 운영해보자고. 혹시나 했는데 이 정신 나간 녀석이 냉큼 미끼를 물어버린 거에요. 심지어 막상 일 시작하니 나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어서, 이 녀석은 나보다도 더 미련한 놈이구나 생각해요 요즘은.
Q. 사업이 지금에 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아요
채 대표: 일단 업계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이태원에서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어요. 쉽지 않았죠. 번듯한 직장 다니다 서른 넘어서 대학생들과 아르바이트 한다는 게. 몇 억짜리 계약서를 다루다가, 돈 몇 천원 잘못 계산해서 혼나려니까 자존심이 상했어요. 가까스로 오픈 하고 나서도 문제의 연속이었죠. 비용은 늘 예상을 초과했고,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어요. 학교랑 회사 다니면서 나름 스마트하다고 자부했거든요? 근데, 홀로서기를 해보니 세상에 나 같이 우둔한 놈이 없더라고요. 장사 잘하시는 분들은 진짜 다들 능력자들이에요.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많이 겸손해졌죠 지금은.
Q. 대단한 것 같아요. 사실 이렇게 술집을 차리는 것이나 사업을 시작하는 것, 많은 학생들이 꿈꾸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작하기도 두렵고. 그래서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채 대표: 마음 잡고 시작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하고 싶다고 마음처럼 다 되는 건 아니니까요. 이 일을 시작하는 것을 결정하는 순간이 제일 힘들었어요. 저도 똑같이 두려움이 있었던 거죠. 하지만 뭐가 진짜 두려운지 깨닫게 돼서, 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두려웠던 것이라고 하고 싶어요. 무슨 말이냐면, 제 경우에는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삶이 정말 두려웠어요. 행복한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투영할 만큼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어요. 어떤 사람은 돈을 버는 일에 자아를 투영하고, 어떤 이는 화목한 가정에, 어떤 이는 명예를 얻는데 자신을 투영해요. 제 경우에는 직장 생활이나 안정적 미래에 자아를 투영하지 못했다는 것뿐이에요. 덕분에 힘든 길을 택했지만, 누굴 탓하겠어요. 제가 그런 사람인걸 인정하고 나니 상대적으로 덜 두려워지더라고요.
Q. 대표님의 의지가 느껴지는 말씀이네요. 하지만 아무래도 사업이라면 수익적인 부분을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요.
채 대표: 맞아요.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 없이 할 수 없는 일들 또한 세상엔 너무 많죠. 이 열정이라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유일한 존재도 어쩌면 돈일지 몰라요. 하지만 확신은 있어요. 장사를 계속하면서, 우리의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실현하면서 그것이 조금씩 돈으로 바뀌는 것을 느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 그게 꿈만은 아닌 것 같아요. 매일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는 않지만 한번 오신 분들은 잊지 않고 꾸준히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컨텐츠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강한 성취감을 느껴요. 돈은 결국 따라온다고 믿어요.
Q. 맨 어바웃 타운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채 대표: 테라스를 끼고 있는 일층 자리에 2호점을 내는 것이에요. 지금 운영하는 1호점을 문장으로 표현하라면, ‘‘삼삼오오 모여서 펑키한 비트에 가볍게 몸을 흔들며 청량한 라거맥주를 원샷하는, 어느 외진 골목의 숨겨진 아지트’ 정도가 될 것 같아요. 2호점은 ‘떨어지는 빗방울을 배경으로 야외 테라스에 앉아, 째즈 힙합을 들으며, 풍미 짙은 커피 향 맥주를 음미하는 사색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맨 어바웃 타운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색깔의 문화를 디자인하려 해요.
Q. 마지막으로 외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제가 특별히 대단한 조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내공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건 원래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실패를 몇 번이나 맛봐야 자신을 알 수 있고, 맞는 일을 알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냥, 너무 어려워서 지치면, 맨 어바웃 타운에 찾아오세요. 제가 술 한잔 사드릴게요. 충만치킨 지하에는 맨 어바웃 타운이라는 펍이 있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