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등록금 인상' 바람이 불고 있다. 28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등록금 인상을 확정한 대학교는 총 50곳으로, 사립대 42곳과 국공립대 8곳이다.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이유는 재정난 극복이다. 16년간의 등록금 동결에 급격한 물가 상승이 더해지며 재정적 부담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학생들은 '인상 반대' 강경
대학 측의 인상 요구에 학생들은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했다.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이하 동국대 총학)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의 1·2차 회의가 끝난 8일과 12일 2차례에 걸쳐 대학 측에 등록금 인상의 근거를 묻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납득할 환경부터 조성하라"며 "축적된 적립금의 사용 방안부터 고려하라"고 밝혔다. 적립금은 교육시설의 보수, 학생의 장학금 지급 등 특정한 목적을 위해 대학이 마련한 일종의 비상금을 말한다. 동국대 총학은 "학생들의 불편을 외면하고 적립금을 쌓아두기만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재정 부담을 학생들에게 넘기지 말라고 강조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도 28일 '학생이 배제된 등록금 인상이라면 타협은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이들은 "등록금 책정과 관한 논의에 있어 '학생'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결론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 700억에 달하는 누적 장학 목적 적립금의 용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상률 인하·인상분 검토로 선회 수순
대학 측의 인상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인상률을 인하하는 쪽으로 협상의 방향을 튼 학생들도 있다. 한양대학교 총학생회는 14일 진행된 제 5차 등심위에서 "등록금 인상은 학교의 재정적 필요와 학문적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후 이어진 논의에서 이들은 학교 측의 5.2% 인상률에 대해 4.5% 수준으로 역제안해 최종적으로 4.9% 인상률 타결을 이끌어냈다.
등록금 인상 '이후'에 집중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학교와 협의체를 꾸려 등록금 인상분의 사용 계획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학생들의 요구안이 반영되는 등록금 책정, 사용, 재정운영을 위해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결은 교육부의 적극적인 정책 실현
대학과 학생 모두 등록금 논란의 핵심적인 해결방안은 교육부의 적극적인 정책 실현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현재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교육부의 입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는 10일 '2025년도 학부 등록금 인상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교육부는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할 수 있도록 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은 사실상 인상을 방관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대학도 교육부 정책의 수정을 바라고 있다. 26일 교육부 기자단이 84명의 대학총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등록금 논란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고등교육 재정지원 대폭확대'를 1위(39개, 49.4%)로 꼽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최하위 수준이다. 대학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교육세를 지원하도록 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하 고특회계법)의 일몰도 올해 앞두고 있다.
현재 교육부는 당장 등록금 관련 정책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2일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올해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라서 갑자기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내년에는 대학 사정을 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닦으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겸비 기자(gyeombi1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