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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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호] 들어는 봤나, 외대 출신 프로게이머

* 본 인터뷰는 2016년 11월 25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기자는 저번 달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오버워치의 광팬이다.(외대알리 10월호 게임대전 참고) 하는 것과 보는 것 둘 다 좋아한다. 국내 대회, 해외 대회 가리지 않고 챙기는 편인데, OGN 인텔 APEX대회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외대 과잠을 입고 있는 프로게이머가 보였다. 기자는 이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겼고 Team LW측에 외대 출신이 있는지 문의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 일본어통번역학과에 재학중인 송준화 선수는 오버워치 프로게이머이다. ‘Janus’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는 송준화 선수는 오버워치 프로팀 LW Blue에서 메인탱커를 맡고 있다. 현재는 프로게이머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휴학 중이다. 작년에 학교에 재학 중인 당시에 그는 일본어 원어더빙학회에서 <강철의 연금술사> 극장판에 주인공 목소리를 더빙했던 적이 있는 등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오버워치가 출시되기 전 이와 비슷한 팀 포트리스 2를 즐겨했고 각종 수상경력까지 있는 그는 기회가 생기자 오버워치 프로게이머에 도전했다.

주로 플레이 하는 영웅은 라인하르트와 윈스턴. 이 두 영웅은 팀의 승리를 보조하고 공격 영웅들이 공격을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라인하르트는 방벽을 들어 팀원을 보호해주고 대치상황을 만들어주는 영웅이다. 또 윈스턴은 높이 뛰어다니면서 ‘어그로’를 끌어 적 팀의 주의를 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영웅이다. 송준화 선수의 성격과 가치관에서 두 영웅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화려한 플레이로 “캐리”를 노리는 딜러보다는 묵묵히 팀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탱커다. 답변 중 메인탱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인상적이었다. 지원영웅을 플레이한 시간이 가장 많은 기자는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제가 라인하르트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팀원을 살려줄 때예요. 거의 죽어가는 팀원을 방벽 뒤로 숨겨줘 보호를 해줄 때 기분이 좋아요."

"메인탱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팀의 승리가 중요한데, 아무도 메인탱커를 안하려고 하는 거예요. 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조합을 맞추는 것이 필수적인데 제가 메인탱커를 안하면 조합이 제대로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송 선수가 주로 플레이 하는 영웅인 라인하르트와 윈스턴)

송 선수는 평소 주위 사람들과 잘 맞춰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돋보이는 것 보다는 헌신적인 역할이 자신에게 더 알맞다고 생각했다. 팀 포트리스2를 하면서 돋보이고 싶고 맘에 안 들면 ‘트롤’픽(팀의 이상적인 조합을 깨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영웅을 고르는 것)을 종종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팀의 승리를 날리는 일이니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남들이 잘 안하려고 하는 메인탱커인 라인하르트과 윈스턴을 팀의 승리를 위해 선택한 것에서 그의 이러한 헌신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었다.

"프로게이머를 하는데 있어서 재능보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재능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생각하고요. 좋은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노력, 경험과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요. 자기 자신을 알고 어떻게 노력하면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안다면, 최고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죠. 프로게이머가 되고 나서도 게임에 임하는 자세는 아마추어 때와 다르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보여줘야 하고 성적을 내야한다는 압박감은 있긴 하지만, 아마추어 때도 이겨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게임을 했거든요. 승리가 먼저였어요."

(송 선수는 경기 시 앉는 자세가 특이하다. 컴퓨터 의자에 두 다리를 올려 모으고 앉는다.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라 부담을 가질 법한데, 심한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듯 해 보였다. 대회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압박감을 여유 있는 모습으로 이겨내려는 것일지도. 팀프토리스 2에서부터 대회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역시 뭔가 다르다.)

송 선수는 형제 팀 격인 LW RED팀과 같은 숙소에서 생활한다. 평소에는 내전이나 경쟁전 등 오버워치를 주로 하고 쉬는 시간에는 혼자 음악을 듣거나 애니메이션을 본다고 한다. 아쉽게도 쉬는 날 이외에는 오버워치 말고는 다른 게임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쉬는 날에는 배틀필드 1이나 팀 포트리스 2를 한다고. 많은 선수들이 틈을 내서 개인 방송을 하는데, 자신은 할 생각이 없다고도 밝혔다. 오랜 시간 게임을 한 탓에 낯을 많이 가려 대화에 자신이 없다고. 게다가 메인탱커의 방송은 공격영웅 방송에 비해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송 선수에게 오버워치 유저들이 궁금해할만한 내용들을 추가적으로 질문했다.

Q1. 최근에 “솜브라”라는 영웅이 나왔습니다.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나요?

송 선수 : 팀 포트리스 2의 스파이와 비슷해 보여요. 혼자서는 약한데, 팀게임에서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솜브라가 대회에서는 연구와 숙련도가 부족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나중에는 아나만큼 연구가 된다면 파급력 있는 영웅으로 쓰일 것입니다.

솜브라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실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힐팩을 해킹하고 이용하면 궁극기 게이지가 빠르게 차서 솜브라의 궁극기인 EMP를 빠르게 사용할 수 있어 라인하르트의 대지분쇄나 디바의 자폭과 연계를 해서 사용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더 물어볼 수 는 없었다. 아직 연구 중이고 전략이 노출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기자 입장에서는 아쉬웠다.

Q2. 많은 라인하르트 유저들이 방벽을 들 때와 내릴 때, 대지분쇄 사용에 대해서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대한 팁이 있나요?

송 선수 : 대지분쇄를 쓸 때 중요한건 심리전, 임기응변입니다. 평타만 때리는 척 하면서 상대가 방벽을 내리면 대지분쇄를 쓴다거나, 루시우에게 이속버프를 달라고 해서 달려가서 눕힌다던가, 맥크리에게 섬광탄을 던져달라고 해서 상대 방벽을 내리게 하고 대지분쇄를 쓴다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유효타를 날릴 수 있어요. 일반 경쟁전에서도 돌진을 해 깊숙이 적 진영에 가서 대지분쇄를 쓴다면 좋아요. 그리고 방벽은 아나가 있다면 필요할 때를 위해서 아껴두는 게 좋아요. 방벽을 너무 낭비하면 필요할 때 못쓰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어요. 아나의 생체 수류탄과 치유를 같이 받으면 잘 안 죽어요. 그리고 지원영웅들의 궁극기도 채워 줄 수도 있죠.

Q3. 오버워치를 시작하려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인터페이스가 복잡하고 어지러워 보여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슨 영웅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송 선수 : 공격영웅만 피하면 될 것 같아요. 돌격영웅이나 지원영웅 중에서 딱히 추천해드리고 싶진 않아요. 두루두루 영웅을 해보면서 차근히 느끼고 자신에 맞는 포지션을 찾아가야하기 때문이에요. 굳이 추천하자면 루시우를 추천해주고 싶네요. 피지컬, 에임이 필요 없고 상황판단능력 게임에 대한 센스만 있으면 잘할 수 있는 영웅이에요. 물론 루시우는 높은 수준으로 가면 어려운 영웅 중에 하나고 중요한 영웅이긴 하지만... 물론 제일 좋은 건 다양한 영웅들로 플레이 해보는 것이죠.

Q4. 패치 때 마다 능력이 상향되는 영웅과 하향되는 영웅에 따라 대세 조합이 바뀝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대비를 하고 계신가요?

송 선수 : 현재는 디바와 솔져가 상향되어서 이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지금 현제 대세조합은 정해지지 않은 것 같아요. 패치 노트를 미리보고 상향된 영웅을 많이 해보고 있어요. 그리고 테스트서버에서 형제팀 LW RED와 실험을 같이 해봅니다. APEX 8강 때 대비를 잘 못해 져서 아쉽네요

Q5. 이제는 사회문제로까지 부각되는, 일반 오버워치 유저들의 ‘한조 트롤픽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송 선수 : 저는 한조가 나쁜 영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자: 프로의 세계에서 한조가 나쁜 픽은 아니죠.) 라인하르트의 방벽을 깨면서 럭키샷을 노리기도하고, 로드호그 갈고리로 표적을 끌어당겨 하나씩 처치하는 조합이에요. 한조가 들어있는 조합에서는 한조의 기량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인식이 좋지 않아 아쉬워요. 전 그렇게 좋지 못한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Q6. 일본서버 아이디 때문에 난처했던 얘기가 있었다는데 일화 소개해주세요.

송 선수 : 부계정이 일본 이메일로 등록되어있어서 오버워치 월드컵 일본 대표팀으로 뽑힐 뻔한 적이 있어요. 제가 일본 대표팀 후보 명단 중에 가장 점수가 높았어요. 투표 중에 일본 측에서 참가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는 이메일이 왔었어요. 하지만 한국인이 일본 대표팀으로 오버워치 월드컵에 참여하면 말이 안되서 거부했죠

인터뷰를 마친 송준화 선수는 프로게이머로서의 포부를 밝혀달라는 질문에 트러블 없는 팀이 강하다며 지금 맴버로 블리즈컨 우승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그리고 오버워치를 잘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멘탈이 깨지면 본인만 손해라고...인터뷰를 하는 내내 팀을 위하고 팀의 승리를 위해서 픽을 선택하는 등 헌신적인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역시 ‘탱커’ 프로게이머이다.

 

권진희 기자(kjhne1031@naver.com)

사진 = 김종혁 기자(hwas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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