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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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권리] 사비 충당? 쉽지만 어려운 말

사비 충당? 쉽지만 어려운 말

회비 사용 문제에 대한 비상대책위원장들의 미숙한 대응

 

9월 15일, 성공회대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엄청난 양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약칭 총학)이 회식에 학생회비를 사용했다는 것, 규모가 컸던 인문학부 야식사업은 총학이 이진우 당시 인문학부 반대표에게 2학기 분까지 모두 지급해서 가능했던 것이라는 문제제기였다. 이동찬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진우 인문학부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처는 빠르고, 황당했다. 총학 비대위원장은 에브리타임에, 인문학부 비대위원장은 카카오톡 인문학부 단체 채팅방에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비로 예산을 충당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이동찬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진우 인문융합자율학부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장문. 총학생회 입장문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사비 충당? 쉽고도 어려운 말

문제가 제기 되자 사비로 충당하겠다며 개인 이름으로 게시하는 건 한 단체의 수장으로서의 적절한 행위가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해당 단체 내부에서 회의를 거쳐 합의된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총학의 회식비 논란은 4월에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약칭 전학대회)에서 결산안을 의결함으로써 공식적으로 종료 되었다. 학생대표자들이 모인 공식기구에서 회비 사용을 승인한 사안을 비대위원장 개인이 마음대로 뒤집을 수 없다. 사비로 충당하든 다른 방법을 모색하든 전학대회에서 의논하고 결정할 일이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총학생회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 학생사회 회의절차와 학생대표자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오해하게끔 만들 수 있다.

이진우 인문학부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동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인문학부 학생회비 사용 권한 없이 야식사업을 진행한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학생회비를 잘못 전달한 문제는 회비 전달자인 총학 총무국장과 오류를 확인하지 못한 채 회비를 사용한 이진우 당시 인문학부 반대표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지는 방법 또한 회비 사용을 결정한 중앙운영위원회의에서 합의한 방법이어야 한다. 문제제기가 있으니 혼자 책임을 지고 사비로 충당하겠다는 말은 해결 절차와 방법으로써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

문제제기에 대한 빠른 대응은 좋다. 하지만 해결 방안은 적절치 못했다. 사비로 충당하려 해도 의결기구에서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논의 중 다른 방안을 찾아도 학우들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으려면 사비충당을 강행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행동을 취해야만 한다.

 

적절한 해결 절차 모색하기

총학 비대위원장과 인문학부 비대위원장의 대처가 잘못되었다면, 적절한 대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총학 회식 문제는 이미 전학대회에서 한 번 승인받은 내용이다. 결정을 존중할지 부정할지에 따라 행동을 달리할 수 있다. 결정을 존중한다면 앞으로의 회비 사용에 신중을 기할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상황을 종료할 수 있다. 결정을 부정한다면 전학대회의 구성원이 다음에 열리는 전학대회에서 결산안 재의결 안건을 발의하게 만들어야 한다. 전학대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의결에 따라 결정된 방안을 실행한다.

인문학부 학생회비 전달 사고 문제는 결산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해결 방안 모색을 진행할 수 있다. 전달자와 수령자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로 회비를 운용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 책임을 가장 무겁게 지는 방법은 잘못 전달된 회비만큼의 비용을 사비로 충당하는 것이다. 공금을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의적으로 사용할 경우 법적으로 횡령죄를 검토할 수 있을 만큼의 문제다. 이에 관여한 자들을 엄중히 처벌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경험부족을 고려해 잘못 전달된 회비만큼 2학기 인문학부 비상대책위원회가 사용할 회비에서 차감해 총학 학생회비로 옮기는 방법도 있다. 이는 담당자들이 책임을 지는 부분이 없으므로 사과문이나 총무국장 경질과 같은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겸해야 한다. 이 과정 역시 중앙운영위원회라는 논의체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

즉각적인 대처방안을 강구했다면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장기적인 해결법 역시 모색해야 한다. 두 사건 모두 회비 사용에 대한 예산안이 없었다. 구체적인 회비사용내역을 검토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의결기구를 소집해 예산안을 검토하기 어려운 비상상황에 일어나기 쉬운 일이다. 현 학생사회 환경 상 전학대회나 중앙운영위원회를 상시적으로 열어 회비 사용을 검토하기는 어렵다. 이를 대신해 회비 사용을 검토할 수 있는 상설기구가 필요하다. 총학생회나 학부학생회 등 학생회비를 집행하는 기구에 회비 사용을 감시하는 기능을 전담하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면 상시적으로 회비 사용을 견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인신공격을 용납할 수는 없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공개 게시물들

성공회대학교 커뮤니티를 비롯한 온라인 상에서, 비대위원장들의 미숙한 행동에 격앙된 학생들의 반응이 많았다. 그 중엔 사실이 아닌 의혹과, 학교를 망쳤다거나 하는 등 인신공격이 대부분이었다. 황당한 사건에 분노하는 학우들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내에서는 공인의 위치에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비난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의 지위가 정도를 넘어서는 근거 없는 문제제기와 인신공격을 정당화 하지는 않는다. 명백히 사익을 위해서 회비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는 신뢰 하에 학생사회에 힘쓰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필요하다. 비판은 학생사회를 발전시키지만 비난은 학생사회를 무너뜨린다. 무너진 학생사회에서 우리가 얻는 이득은 어떤 것도 없다.

 

회비 전달 실수나 비대위원장들의 대처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실수다. 실책을 저지른 이들에게 학생사회 대표직을 맡기는 것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정말 안타까운 점은 이렇다 할 대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학생사회 역량이 저조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표자들의 실수가 온전히 그들의 실수라고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결국 학생회와 학생들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유기적 공동체기 때문이다. 같은 문제가 학생사회에 또 일어나지 않도록, 그들의 잘못의 크기에 맞는 책임을 지게 함과 동시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찾아내야 한다.

취재 = 강성진 기자 (helden003@gmail.com), 박상혁 기자 (qkrtkdgur972@naver.com)

글 = 박상혁 기자 (qkrtkdgur9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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