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K대학교 자연과학대 MT 도중 “국산야동을 애용하자”는 발언이 나와 대학가에 파장을 일으켰다. 알고 있는 AV배우 이름 대기를 하다 외국 AV배우의 이름만 나오자 ‘왜 다 외국산이냐’, ‘국산을 애용해야한다’며 ‘국산 배우는 누가 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같은 자리에 있던 재학생은 상당한 불쾌감을 느껴 K대학교 대나무숲에 학생회와 학교 측의 피드백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자연과학대 학생회에서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위 재학생은 글에서 불쾌함을 드러내며 국산 야동은 다 불법이며 보는 사람도 찍는 사람도 범죄자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은 위 재학생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디지털 성범죄(불법촬영물)시청자도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6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서명했다. 여기서 잠깐. 불법촬영물이 국산야동과 무슨 관련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왜 국산야동이 불법촬영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일까? 그리고 국산 야동 시청만으로도 ‘범죄’가 될 수 있을까?
국산 야동이 불법촬영물이라고?
당신은 ‘국산야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필자는 국산야동에 대한 실체를 조사하기 위해 실제 구글링을 통해 수많은 야동 사이트들에 접속해봤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야동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었다. 실상은 예상대로 충격적이었다. 한 야동사이트에서는 아예 ‘몰카야동’, ‘유출야동’이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했다. 다른 야동사이트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야동 즉, 포르노의 제작과 유통, 배포가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야동’이라는 부류가 생길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대부분의 영상이 불법촬영물이기 때문이다. 불법 야동사이트와 P2P사이트에는 연인 간 보복성 영상물, 몰래카메라 등 다양한 불법촬영물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생생한 참상의 ‘불법촬영물’을 즐겨보고 있다. 다음은 한 야동사이트에서 가져온 조회 수가 높은 영상들의 제목이다.
‘목욕탕 몰카’, ‘서울 ㅇㅇㅇ유출 x나 꼴린다’, ‘ㅇㅇㅇ 또 따먹고 싶다’, ‘화장실 따라가서 몰카찍기’, ‘ip카메라’,‘말 잘 듣는 여중생’
제목만 보아도 정상적인 영상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렇듯 불법촬영물이 존재하는 사이트는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조회 수를 올리며 부당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포르노의 제작이 불법인 한국에서 ‘국산 야동=불법촬영물’은 충분히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피해자들의 참담한 현장. 하루라도 빨리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인 ‘국산야동’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보는 것도 가해 행위다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행 법 상 시청자까지 처벌할 수는 없다. 포르노의 제작, 유통, 배포만이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6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불법촬영물 시청자도 처벌하자는 청원에 서명을 한 이유는 분명 뚜렷하게 존재한다.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틴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자신을 향한 질타와 성희롱 등 삶을 짓누르는 극심한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이러한 고통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가 등장하는 불법촬영물의 조회 수가 높아질수록 피해자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불법촬영물을 보는 것은 ‘시청강간’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불법촬영물을 클릭해 시청하는 동시에 바로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법촬영물 시청자들은 본인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피해자들에게 ‘가해 행위’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신경아 교수는 “사실 법적으로는 처벌대상으로 규정돼있지 않지만 시청만으로도 간접적인 차원에서의 ‘폭력’에 가담하는 것이다. 불법촬영물 소비자가 되는 것은 계속해서 불법촬영물을 생산하게 하고, 여성에게 폭력을 생산하는 방식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정의롭지 못한 행위”라며 “국산야동에서는 한국의 젠더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여성은 남성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도구로서 묘사된다. 성적인 관계에서 여성은 주체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대단히 여성에게 억압적이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방식으로 그려진다”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개인이 몰래 보겠지만 결국 남성들이 집단적으로 벌이는 폭력적인 행위다. 현행법에서 불법촬영물 시청에 대해서는 아동포르노를 제외하고는 처벌이 안 된다. 이는 한국 사회의 법이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관습, 도덕의 차원에서 보면 불법촬영물, 즉 국산야동의 시청은 명백한 성적 가해 행위다”라고 밝혔다.
올리는 사람이 있으니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거꾸로 바꿔 생각한다면 보는 사람이 있으니 올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몸이 상품화 되고, 누군가의 피해가 ‘돈’이 되는 세상. 이 사실을 알고도 국산야동을 클릭할 것인가? 무심코 누른 당신의 손가락이 한 사람의 삶을 나락으로 모는 버튼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썸네일= 양성평등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