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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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권리] 이렇게만 하면 당신도 동아리 할 수 있다! - 영화 동아리 팝콘 명부 조작

이렇게만 하면 당신도 동아리 할 수 있다! - 영화 동아리 팝콘 명부 조작

명부 허위 기재를 통해 동아리 지위를 지킨 영화 동아리 '팝콘'

 

새터 때 동아리 홍보를 하는 선배들이 했던 말 “우리 동아리방 있다!”

 다른 학교 동아리들도 동아리방 가졌다고 어필 많이 한다. 공강 때 여기서 놀고 자고 하고 싶은 거 다 해! 근데 성공회대처럼 절박하진 않다. 학생들을 위한 휴게공간, 부족하다. 동아리들을 위한 공간은 더더욱. 동아리들이 학생회관(이하 학관)의 방을 탐내는 이유다. 학관 방은 총학생회, 동아리연합회, 13개 학과, 중앙동아리에게 우선 배정된다. 남은 방은 1년 단위로 학생단체들에게 신청 받고, 심사를 거친 뒤 배정된다. 총학생회실 옆에 있던 인권위원회실은 인권위원회가 존립하지 못해 빈 방이 되었다. 동아리도 마찬가지다. 동아리가 유지되지 못하면 동아리방이 사라진다. 영화 동아리 ‘팝콘’은 인원이 부족해 동아리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명부를 조작했다.

 

짐 둘 곳 없으니 명부를 조작하자!

 

팝콘 카카오톡 단체방 대화 내용 일부 발췌

 중앙동아리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10명 이상의 정회원이 있어야 한다. 중앙동아리 자격을 갖추면 활동지원금과 동아리방을 배정 받을 수 있다. 9월 22일, 모든 중앙동아리는 회원명부를 동아리연합회에 제출해야 했다. 정회원 확인을 위해서였다. 영화동아리 팝콘은 제출기한까지 정회원 10명을 채우지 못했다. 9월 22일 당일까지 팝콘 회원은 5명뿐이었다. 그마저도 팝콘 회원 다섯 명 중 한 명은 다른 동아리의 임원이라 팝콘 정회원 명부에 기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실질적으로는 5명이라도, 명부 상으로는 4명 밖에 없는 이유다.

 인원이 부족해 중앙동아리 재적 위기에 빠졌다. 그래서 지인들의 학번을 빌렸다. 4명이던 팝콘 정회원 숫자는 10명으로 불어났다. 명부를 조작해 기준을 충족시켰다. 그렇게 팝콘은 동아리 지원금과 동아리방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18년 2학기 팝콘 정회원 명부. 적시된 10명 중 6명은 팝콘 활동 회원이 아니다.

동아리 명부조작이 가져오는 문제점

 중앙동아리는 동아리 활동지원금과 동아리방을 배정 받을 수 있다. 동아리 활동 지원금은 동아리연합회에서 동아리들이 모여 의논한 뒤, 학교에 예산안을 제출한다. 이후 학교에 영수증을 제출, 페이백 방식을 통해 동아리 지원금을 받게 된다. 지원금은 지원금/동아리 개수를 통해 산출되며, 올해는 학기당 19만원, 1년 38만원이 배정되었다.

 동아리방은 수많은 소모임과 학내 단체보다 우선권을 부여받아 배정된 것이다. 둘 모두 학우들의 등록금으로 마련된 귀중한 자산이다. 그렇기에 더욱 공정해야 한다. 회칙에 따라 배분해야 하며, 자격이 상실되면 혜택을 반납해야 할 의무가 있다. 팝콘은 자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명부를 조작해 지원금과 동아리방을 유지했다. 특혜를 부당하게 취득한 것이다. 지원금과 학관 방은 모든 학생 단체에게 필요하다. 그런 단체들보다도 우선권을 갖고 부당하게 수령했다.

 명부조작이 중앙동아리와 학생사회, 그리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 또한 문제다. 중앙동아리의 부당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은 동아리연합회가 맡고 있다. 동아리 정회원 명단 관리는 동아리에게 맡기고 있다. 활동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는 동아리연합회와 동아리 간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동아리의 명부조작은 동아리연합회, 더 나아가서는 다른 중앙동아리와 불특정 다수의 학우들에게 신뢰를 잃는 일이다.

 

거짓말을 덮기 위한 거짓말

회대알리가 보낸 질문에 대한 팝콘 회장의 답변

 회대알리는 명부조작 증거를 수집한 뒤, 팝콘 회장에게 사실여부를 물었다. 팝콘 회장은 ‘명부 제출 직전에 탈퇴한 팝콘 전 회장의 잘못이라며 팝콘 또한 곤혹스러운 상황’이라 답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회대알리가 입수한 팝콘 카카오톡 채팅방 확인 결과, 팝콘 전 회장이 나가기 직전 남은 팝콘 회원은 7명뿐이었으며 명부 제출 문제도 논의했었다. 팝콘 전 회장은 명부 제출 논의 직후 개인상의 이유로 팝콘을 탈퇴했다. 팝콘 전 회장이 나가지 않았더라도 정회원 수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중앙동아리 재적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명부 제출을 몰랐다. 기존 10명 회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팝콘은 동아리 지원금과 동아리방을 얻기 위해 정회원 명부를 조작했다. 공간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학생단체들은 기회를 박탈당했고, 학우들의 등록금으로 만든 활동지원금은 부당하게 분배되었으며, 상호간의 신뢰 또한 져버리게 되었다. 불신은 저렴하다. 신뢰의 값은 비싸다. 한 단체의 부당행위로 입을 피해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취재, 글 = 강성진 기자 (helden003@gmail.com), 박상혁 기자 (qkrtkdgur9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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