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4 (금)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총장 만나고 왔다.ssul

“우리 총장님이 이미지 메이킹을 잘 못하세요. 하하하.”
인터뷰 중간에 쉴 때 함께 자리한 직원이 기자에게 웃으면서 건넨 말이었다. 기자는 이 한마디에 많이 공감했다. 임기 내내 총장은 교내 논란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이정구 총장은 다음 일정을 미룰 정도로 인터뷰에 열심이었다. 그리고 솔직하고 거침없이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박근혜정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학교의 생존을 위해 제대로 된 총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정구 총장은 2012년 9월에 임기를 시작해 올해 8월에 임기를 마무리하고, 올해 9월에는 새로운 총장이 임명될 예정이다. 회대알리가 총장을 인터뷰한 이유는 총장이 임기 동안 학교를 위해 어떤 일을 했고, 학교를 살리기 위한 대책과 비전을 잘 세웠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알리: 총장직을 맡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총장: 총장 취임이 기록상으로는 2012년 9월 1일이지만, 실제 취임은 9월 22일에 했다. 학기 중에 맡는다는 것은 한 학기를 그냥 버린다는 거다. 인수인계를 2개월 전부터 받아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알리: 총장하면서 힘든 점이 무엇이었나?
총장: 임기 시작과 동시에 이전 집행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임금 협상을 해결해야 했다. 협상이 쉽지는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느라 11월까지 다른 일을 신경 쓰지 못했다. 아직도 교수와 직원들의 임금 문제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듬해에는 교육부가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했다. 지표상 문제는 이전 집행부부터 쌓여왔던 거지만 내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다. 거취 문제를 생각할 정도였지만, 총장이 취임한지 채 1년이 안 되었기 때문에 이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을 극복하려고 여러 노력을 했다.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교수들이 중장기발전계획을 만들어 긴 토론 끝에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에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벗어났지만,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알리: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하나?
총장: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총장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이 다른 대학에 비하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대학 이야기 들으면 총장을 인간으로 생각 안하는 학교가 많다.(웃음) 교수가 총장을 버리는 것은 괜찮지만, 학생이 버리면 골치 아프다. 학생들이 총장을 버리지 않아서 고맙다고 생각한다. 

교수들이 불신임 투표를 했을 때, 총장 본인을 불신임한 것이 아니라 이사회를 불신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만약 총장이 물러나게 된다면 집행부가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교수들이 요구하는 것을 집행부가 들어줄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도 했다. 현재는 교수들이 협조를 많이 해줘서 다행이다.

총장의 이야기는 끝날 줄 몰랐다. 예상했던 것보다 학교와 총장 자신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풀어놓았다. 우리가 다음 질문을 던졌을 때 총장은 집무 책상에서 취임선서를 꺼내들었다.

알리: 이런 상황에서 총장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총장: 사실 총장을 하면서 이걸 잊고 살았다. 이번에 구조 개혁 평가할 때 건학정신과 이념이 굉장히 높게 반영된 것을 알고 이것을 살리기로 했다. 보통 대학들이 진리, 자유를 내세우는 것과 달리 우리 학교는 특이하게 열림, 나눔, 섬김이다. 넓은 의미로 보면 기독교 정신이다. 때문에 중용성과 포용성 그리고 다양성이 중요하다. 아주 극단적인 것을 배제하고는 가능한 포용한다. 

이번에 스님과 함께하는 채플을 개설한 것이 그 예다. 신학대학 총장들이 안 잘렸냐고 놀라워하던데, 다행히 이사회에서는 받아줬다. 현재는 한국에는 이슬람교도의 비율이 미미하지만, 앞으로 종교 갈등이 생길 것 같으면 이슬람도 채플에 추천할 생각이 있다.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성공회의 장점이다. 이런 다양성을 교육과정에도 적용해서, 학생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려고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다른 대학은 학교 소유자가 총장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성공회대학교는 학생들이 알지 못하는 민주적인 소통 과정을 많이 거쳐야 한다. 교수들은 여전히 거버넌스 문제를 제기하고. 그래서 무언가를 진척시키기 어렵다. 

알리: 차기 총장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총장: 차기 총장이 꼭 내가 하던 일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제대 한다고 국방부가 망하지 않는다.(웃음) 차기 총장은 자신의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새 몇몇 대학들이 경영인들을 총장으로 모신다. 성공회 신부들은 그런 대학의 총장들처럼 경영적 자세가 부족할 수는 있다. 그러한 그런 학교들이 좋은 결과만을 얻는 것은 아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것 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 복지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셨으면 좋겠다. 학교는 교육의 질과 학생 복지가 무엇보다 우선순위여야 한다. 구조개혁 때문에 소홀했지만, 교육의 질과 학생의 복지 향상에 신경을 쓰고 싶었다.

알리: 총장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총장: 역대 총장들 중 가장 어려운 시기에 총장직을 수행한 것 같고,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몇 번 울기도 했었다. 그래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을 극복하고, 처음으로 대학기관인증평가를 통과했다. 작지만 학생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으며, 구조개혁을 할 수 있는 기초 토대를 세웠다. 총장이 된 후에 가장 먼저하고 싶었던 것이 학생들을 위한 공간 확보였는데, 조금 더 많은 시설을 확충하지 못해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도서관에 카페를 하나 만들고 싶었다.

조직은 어떤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 효율성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역량강화처를 만들고, 부총장이 기획처장을 겸임하고, 학부와 대학원의 교무처를 통합했다. 불필요한 결제를 줄이고, 효율성과 비용 두 가지의 장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사이동을 자주하고 싶지는 않지만, 주어진 환경 때문에 불가피하게 진행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일반시민들에게 극좌, 종북과 같은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많이 노력했다. 성공회대학교가 유난히 진보적이고 좌편향적인 이미지로 비춰졌다. 하지만 대학은 보편적이어야 하고 좌우가 균형 잡혀 있어야 한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면 침몰하게 된다. 그 점을 유념하면서 비판적인 대학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4년 간 행복했다. 행복은 괴로움 다음에 찾아온다. 싸우고 나서 결과를 얻어야 행복을 느끼는 거다. 끝없이 싸우기만 하면 행복을 못 느끼게 되고,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아무 느낌 없이 넘어가게 된다. 우리 학교는 꽃 필거라 믿는다. 난 절대 실망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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