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무산부터 비대위 설립까지 : 서양어대 비대위 구성 타임라인

- 4/5 : 김규리 후보(서어 14), 서양어대 학생회장으로 당선

- 4/17 : 서양어대 운영위원회, 김규리 당선자 사퇴 요구

서양어대 운영위원회는 김규리 학생이 선거 전인 2016년 3월 25일 휴학을 신청하였고, 따라서 서양어대 학칙 11조에 따라 정회원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서양어대 운영위원회는 선거 무산을 선언하고 김규리 학생의 사퇴를 요구하였다.

-4/18 : 서대 선거관리위원회, 선거 무효 공고

 서대 선거관리위원회는 김규리 학생이 3월 25일에 휴학을 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서대 학생회칙 11조, 서대 선거시행세칙 6조에 의하여 김규리 후보는 정회원 자격, 피선거권을 상실하였으며 따라서 제 50대 서양어대학 학생회장단 재선거는 무효가 되었다.

- 4/20 : 서양어대 비대위장단 모집 공고

선거가 무산됨에 따라 서대 운영위원회는 비대위 구성을 위해 비대위원장 및 부위원장 모집을 공고하였다.

-4/26 : 서대 비대위장 이슬 당선

비대위장단 후보로는 김나현(프랑스어학부, 15) / 박찬훈(러시아어과, 15) 과 이슬(스칸디나비아어과, 13) / 김스롱(스칸디나비아어과, 15)이 출마했다. 총 투표수 5표중 기권 2표를 제외한 3표를 득표하여 이슬/ 김스롱 후보가 비대위장단으로 선출되었다.

다른 비대위, 같은 위원장?

 이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장)은 3월 28일 총학생회 비대위장으로 선출되어 올해 11월까지 약 1년간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서대 비대위장단에 출마해 당선되었고 이로 인해 총학생회와 서대 두 개의 비대위를 이끌어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되자 우리 대학 정원의 1/4을 차지하는 거대한 단과대와 총학생회를 같이 운영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와 총비대위장과 서대 비대위장 이라는 두 개의 역할 사이에서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왜 출마했을까?

 위에 언급한 두 우려에 앞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이 비대위장은 서대 비대위장 후보로 출마했을까? 총학생회 비대위와 서대 비대위의 비대위장 선출과정과 이 비대위장이 알리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지난 외대알리 21호의 취재 내용에 따르면, 50대 총학생회는 49대 총학생회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선거 후보자가 출마하지 않아 비대위가 설립되었다. 그러나 비대위 설립 과정에서도 비대위장 후보에 아무도 등록하지 않아 결국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추천을 통해 현 총비대위장이 선출되었다. 이후 외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비대위장은 자신이 총비대위장으로 선출된 이유에 대해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이렇게 언급했다.

 " 현 단과대학 학생회장은 단과대를 책임지고 있어 단과대장과 비대위장 겸임이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 또한 나는 지난해 서양어대 학생회장 선거에도 1년동안 임기를 지속할 수 있었기에 출마했다. 이번 중운위원들 모두 1년의 임기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개인적인 보장이 없었기에 ...(중략)... 투표해주신 분들이 제일 적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뽑혔다고 생각하고 ... ... " (외대알리 4월호 ‘50년만의 1년 비대위’ 기사 중)

 이 비대위장은 자신이 선출된 이유 중에 하나로 다른 후보들은 단과대를 책임지고 있어 겸임이 힘들기 때문이었다고 언급했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적어도 본인 스스로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선출된 이유 중 하나를 서대 비대위장 후보로 나가면서 본인 스스로 없애버린 꼴이 된 것이다.  왜 이 비대위장은 그런 선택을 했을까. 총비대위장단 선출과정과는 달리, 서대 비대위장단 후보에는 이미 1팀의 후보가 등록을 한 상태였다. 총학생회처럼 후보가 없어 곤란한 상황도 아니었던 것이다. 본인이 나서지 않아도 서대 학생회는 문제없이 설립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겸직을 불사하며 출마한 것은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가능하긴 한 걸까?

서대 페이스북에 게시된 질문과 그에 대한 이 비대위장의 답변.

비대위장단 선발에 관한 총학생회와 서대의 회칙을 각각 살펴보았다. 총학생회 회칙은 제 6장 2절 100조에서 비대위장단의 자격으로,  1. 본회 정회원으로서 전체학생대표자회의 대의원의 직을 6개월 이상 수행한 경험이 있거나, 2. 비상대책위원회 설립위원회 위원의 직을 수행하고 있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서대 회칙도 제 6장 2절 117조에서 비대위장단 후보는 서대 학생회의 정회원이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이 비대위장은 지난해 서대 학생회장을 맡은 적이 있으므로, 양쪽의 회칙에 모두 부합한다. 참고로, ‘비대위장이 다른 직책을 겸임할 수 없다’는 조항은 양쪽 어디에도 없다.

총비대위장과 서대 비대위장 겸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대나무숲 제보. 하지만 이에 대한 총비대위와 서대 비대위의 답변 모두 찾아볼 수 없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서대는 약 2000명의 학우가 속한 단과대로, 결코 작은 조직이 아니다. 서대를 이끄는 비대위장의 업무가 많을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총비대위 설립위원회 당시 단과대장들이 비대위장으로 나설 수 없었던 것도 바로 단과대에 집중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게다가, 단과대장과 비대위장 겸임이 힘들다는 부분은 현 비대위장 본인도 이미 지난호 인터뷰에서 인정한 사실이다. 결국 단과대장이 된 후 비대위장 겸임은 어렵지만, 비대위장이 된 후 단과대장을 겸임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또, 총비대위장이 특정 단과대의 장을 맡는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전체학생들을 고르게 대표해야 하는 총비대위장이 특정 단과대의 이익까지 동시에 대변해야 하는 데에 대해선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스페인어과 양도현 학생은 “총학생회 업무도 처리해야 하고 서양어대 업무도 처리해야 하는데, 과연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서양어대장으로서는 서양어대의 이익을 우선시 처리해야 하는데, 총학생회장으로서는 그렇게 하면 안되니까 두 개의 역할이 충돌하는 문제도 있을 것 같다.” 고 답했다. 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태국어과의 한 학생은 “총학생회 차원에서 서양어대 일을 처리할 때 중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서양어대를 편애하는 행동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최근 정치권을 두고 ‘박적박’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의 줄임말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과 행보는 옛날 자신이 했던 말로 반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한때 인터넷 유행어처럼 떠돌았던 말은 어느새 박근혜 정부의 소신과 일관성 없는 정치를 가장 잘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아직 많은 의혹이 풀리지 않은 지금, 자칫 우리 학교가 한국 정치의 축소판이 될까 두려운 생각이 든다.  부디, ‘우려를 덜어드리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 만큼은 자신의 말로 반박 당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