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7 (수)

대학알리

세종대학교

[Warning] 여기서부터 지옥입니다.

[2호선] 신도림~삼성 (외선순환)  

1,250원짜리 찜질방, 가축 수송 열차. 이용객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많다고 표현하기도 부족할 정도로 많다. 그래서 기름 짜는 기계에 들어간 참깨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참깨도 이렇게 고통스러웠을까? 10량 열차를 2분에 한 대씩 보내도 승객이 꽉꽉 들어차고 얼마 못 가서 지옥이 된다. 승차량, 환승량, 하차량 1위를 몇 년째 내려놓지를 않는다. 9호선이 더 심하지 않냐고? 4량 열차 따위를 2호선에 비교하면 2호선이 섭섭해 하지…  신도림에서 승객들을 빨아들인다.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일 때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다.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내린 만큼 다시 채워진다. 신림에서 또 엄청나게 탄다. 서울대입구에서는 내린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이 탄다. 열차는 이미 콩나물시루. 괴롭다. 너무 힘들다. 그런데 사당을 지나자 깔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밀려 들어온다. 어느새 주변 사람들과 한몸이 된 채로 서로를 지탱하며 버티고 있는 우리를 보고 있자니 정말 끔찍하다… 두 다리는 혹사에 파업했는지 힘이 풀린 지 오래지만, 열차가 흔들려도 쓰러지지를 않는다. 신기하다. 무중력 공간에 있는 것 같다. 우주에 가면 이런 느낌일까? 그때 방송이 흘러나온다. ‘우리 열차는 안전거리 유지를 위해 천천히 운행하고 있습니다.’ 아… 지하철이 막힌다. 무한상사에서 정 과장이 지하철이 막혀서 지각했다고 한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이 상태로 열차가 멈춰서 출발을 안 한다. 이 지옥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강남역이여… 삼성역이여… 어서 저를 구원하여 주시옵소서…

 

[4호선] 사당~당고개 (당고개행)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만 골라 다니는 것도 모자라서 승객들을 쓸어 담는다. 지하철 주제에 자기가 무슨 빗자루라도 되는 줄 아나보다.  오늘도 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다. 아마 내릴 때까지 이렇게 가겠지...? 역을 지나도 사람들이 타기만 하고 절대 내리지 않는다. 사당에서부터 이미 만원인데 이수에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밀려온다. 아… 오늘도 지옥이 시작됐구나. 이 상태로 한강을 건너서 서울역을 지나면 여행 가방을 멘 사람들이 몰려온다. 가뜩이나 좁은데 저 놈의 여행 가방 때문에 더 좁아진다. 명동에서는 사람들이 내리긴 하는데 타는 사람들이 다시 자리를 채운다. 여전히 나는 앉지 못했다. 뭐 당연한 거다. 늘 그래 왔듯이 내릴 때가 다 되어서야 앉을 자리가 생기겠지… 충무로, 동대문을 지나면서 어마어마한 직장인 무리가 가세한다. 그리고 혜화, 한성대입구, 성신여대입구, 길음을 지나 대학생들까지 추가되면 열차가 터지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가 된다. 옆 사람과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서 조금만 더 밀착하면 합체도 가능할 것 같다. 괴로워서 내리고 싶어도 지하철 상황이 시궁창이라 오도 가도 못한다. ‘버텨야 한다… 참아야 한다…’ 이렇게 주문을 외우고 있으면 미아신과 수유신께서 구원하러 와주신다. 솔직히 앉는 것도 생각했는데 그건 너무 큰 욕심이었나 보다. 그래도 숨통은 트였으니 다행이다. 오늘도 내릴 때가 다 되어서야 앉을 자리가 생겼다. 내일은 반드시 앉아서 간다는 기적을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9호선 급행] 가양~고속터미널 (양방향)  

급HELL열차, 요단강 급행, 움직이는 신도림역. 9호선 급행의 혼잡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승객들이 빈틈없이 꽉꽉 들어찬 열차를 보면 자동으로 입이 벌어질 정도. 어찌나 혼잡한지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는 되도록 9호선은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방송까지 했었다. 게다가 지하철 혼잡 구간 상위 5개 모두 9호선이 차지하고 있으며, 열차는 한겨울에도 에어컨을 가동해야 할 정도다. 그야말로 지옥철의 끝판왕.  4량 열차에 승객들을 꾸역꾸역 집어넣느라 열차 상태는 항상 막장 그 자체. 어차피 다음 열차도 막장일 것을 알고 있는 승객들은 도저히 탈 수 없을 것 같은 열차에 탑승하는 기적을 행한다. 승객들을 몸으로 짓눌러 압축하는 짓을 해서라도 자리를 만들어내며, 약간의 공간만 있어도 출입문을 잡고 몸을 비집어 넣어 기어코 타고야 만다. 열차 내에서 앓는 소리가 나는 것은 흔한 일이고, 9호선 급행을 처음 타본 사람들은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받고 ‘제발 밀지 마세요…’ 라며 울먹이기까지 한다. 기관사는 방송으로 문을 여유 있게 열어줄 테니 제발 밀지 말고 천천히 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에 그딴 말을 들을 리가 없다. 내릴 때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길을 만들어 내야 한다. 비켜 달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열차가 급제동을 걸어도 넘어지지 않을 정도 사람이 가득 차 있는 곳에서 비켜주고 싶어도 비켜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9호선 급행을 타고 있으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육체적으로도 고통스럽지만, 정신적으로도 너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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