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6 (금)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편집장의 편지랄랄라]
‘정치질과 본질 그 사이에서’

|외대알리| 의도를 가진 행동을 정치질이라고 한다. 구라는 아닌데,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가식’에 가까운 행동을 할 때(특히 인간관계에서), 우리는 ‘정치’한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인간관계에서 정치질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남 생각해서 맞춰주겠다는 것 아닌가? 오히려 좋다고 본다. 하지만 일대일 관계가 아닌 세상에 대고 이런 짓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사람들이 이해할 만한 ‘상식’을 이용한다.

조정치

▲ 정치질하는 조정치

인면수심의 범죄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재판관을 욕하기 시작한다. 무기징역 아니 적어도 징역 20년은 때려야 한다고, 판사 혹시 돈 먹은 것 아니냐고 욕한다. 하지만, 사실 판사는 법과 판례라는 ‘기준’을 가지고 판결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기준을 만드는 사람은 ‘국회의원’이다. 이를 바꾸려면 범죄와 형량이 알맞은지 연구를 하고, 국회의원이 법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구체적으로 깊게 따지지 못하고, 그냥 일반적인 ‘상식’으로 “판결은 판사가!” 한다고 생각하고 욕한다. 더 웃긴 사실은, 국회의원도 판사를 같이 욕한다.

최근 이러한 일들이 교내에도 벌어지고 있다. LD학부의 신입생으로 이뤄진 트랙1의 학생들이, (총학생회 탈퇴를 각오하고) LD학부의 학생회와 결별을 선언했다. 그 근거는 ‘우리는 다른 학과’라는 것이다. 상식상 맞는 얘기다. 배우는 내용도, 교수진도 다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LD학부의 트랙1을 옹호한다. 하지만 사실은 어떤가? 학교의 편제상 LD학부의 트랙은 세부전공의 일종일 뿐, 단일 전공이 아니다. 신입생들은 ‘학과’의 지위와 내용을 보장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학교가 따르는 ‘학칙’에서 이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학칙’의 편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학생회칙’상 LD학부 트랙1의 주장은 ‘논리적으로는 맞으나, 현실에선 틀린’ 내용일 뿐이며, 이를 계속 대세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정치질일 뿐이다.

학내언론에서도 마찬가지의 사례가 나오고 있다. 외대알리의 현 편집진이 ‘학생회 임원 출신’이라는 ‘알려진 상식’을 이용하여, 현재 외대알리가 학생회의 기관지인 마냥 매도하고 있다. 하지만 ‘외대알리’를 꾸준히 봐왔다면, 이는 택도 없는 소리라는 것을 알 것이다. 우선 학생회 기사가 별로 없고, 있다고 해도 비판의 색이 강하다. 학생회라는 곳을 알고 있는 만큼 후두려 패는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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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식은 필요하다.(출처: 네이버 웹툰 <가우스전자> 250화)

일반적인 상식을 이용한다. 현상의 실제 기준, 법리, 사실관계는 별로 필요없다. 사람들의 감정과 기분, 생각을 이용해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다. 이건 정치적인 것이다. 외대알리를 ‘친 학생회’라고 말했던 이들은 셋 중 하나의 이유일거다. ‘외대알리를 안 읽어봤거나,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가지고 매도했거나, 둘 다거나.’ LD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모르거나, 이슈화시켜서 이용하고 싶거나, 둘 다거나.’ 사실 LD 신입생들은 순수한 의도로 그들의 신념을 다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본다. 하지만 신입생들 뒤에는, 이를 이용하는 못된 기득권자들이 있다. 이런 기득권자와 학내언론 관계자들이 정치적이지 않기를 바란다. 무식은 고쳐지지만, 정치질은 천성일래라.

조봉현 편집장 chop01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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