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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주명건] 오등신이 어때서?

 

팔등신으로 고치라 굽쇼?

▲김동우 교수의 모자 조각상. © 영화 <8등신으로 고치라굽쇼?> 포토 스틸컷

김동우 교수를 아시나요? 아마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김동우 교수는 17학번이 태어났을 무렵에 세종대학교 회화과 교수로 재직하셨던 분이거든요. 주명건 명예 이사장은 김동우 교수가 작품을 8등신으로 고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시켰습니다. 김동우 교수는 국내 최고 권위의 조각가였습니다.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이었는지,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도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팔등신으로 고치라 굽쇼?>입니다. 지금부터 영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김동우 교수의 <모자조각상>

▲그는 모자입상을 8등신으로 수정하라는 재단 이사장의 말을 거절하여 재임용에서 탈락되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동우 교수는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조각상으로 유명했습니다. 세계 3대 아트 페어로 손꼽히는 파리 FIAC 전시회 등 수많은 국제전에 초대받은 바 있고, 한국 근현대 미술의 총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갤러리 '현대'에서 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그는 세종대 안에서도 학생들에게 인정받던 명교수였습니다. (2001년 1학기 김동우 교수는 4.36점, 2학기에 4.44점의 교수평점을 기록했다. 전체 교수 평점은 각각 3.85점, 3.91점이었다.

 

1998년 김 교수 임용 당시 그는 학교로부터 "회화과에 조소 전공이 없는 관계로 전임 책임 시간(주 12시간)의 부족분을 3년 동안 1년에 1점의 작품 제작으로 충당하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제안을 승낙한 그는 일 년간 틈틈이 작품 제작에 힘썼다고 합니다. 그는 발가벗은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형상을 담은 모자입상을 2m의 크기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약 일 년 뒤인 1999년 초 주명건 이사장으로부터 작품을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은 그는 조각 작품 사진을 가지고 주 이사장을 찾아 갔습니다.

 

“8등신 정도의 늘씬한 여인으로 고치라고!”

▲김동우 교수의 1인 시위. ©오마이뉴스

작품사진을 본 주명건 이사장은 얼굴을 한껏 찌푸리더니 김 교수의 작품에 진심 어린 조언을 퍼부었습니다. “이 작품 속 여인은 5등신 정도로 보이네? 머리가 너무 커. 옛날에는 여자 머리가 크면 시집도 못 갔다니까. 밑 부분 받침대를 없애 버려요. 머리를 작게, 다리를 길게 늘여서 8등신 정도의 늘씬한 여인으로 고치라고!”

 

주명건 이사장과의 만남 후 김동우 교수는 깊은 갈등에 빠지고 맙니다. 자신의 인사권을 쥐락펴락하는 이사장의 지시를 거절하기란 그 누구라도 쉽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그는 결국 소신대로 모자상을 완성했고, 작품을 미리 지정된 본관 정원에 설치했습니다.

 

김동우 교수의 재임용 탈락

▲예술대 학생들에게 석고상 제작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김동우 교수. ©오마이뉴스 정지환

3년의 세월이 흘렀고 2001년 11월, 재임용을 위한 업적평가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김 교수는 재임용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많은 전시 경험이 있었고, 학생들의 평가도 우수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주님의 명령을 거부한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한 달 뒤 김 교수는 재임용 탈락 통지서를 받게 됩니다. 학교 측은 탈락을 뒷받침할만한 객관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세종대 민주화의 첫걸음?

▲3년 6개월만에 복직한 김동우 교수. ©오마이뉴스 임순혜

김 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하자, 전국 교수 6대 단체에서 김동우 교수의 부당 해직 철회 및 원상 복직을 위한 대책위가 구성됐습니다. 김 교수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종대 교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쳤습니다.


*전국 교수 6대 단체: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전국 교수회, 학술단체협의회
 

시위가 진행 중이던 2004년 6월, 주명건 이사장은 113억 회계부정 비리로 세종대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2005년, 김 교수가 1인 시위를 펼친 지 3년 6개월 만에 새로운 재단 이사회의 의결로 그는 세종대에 복직하게 됩니다.
 

이야기는 현재진행형

당시 주명건 이사장은 교수의 고유 권한인 연구물 (또는 작품)을 자기 취향대로 쥐락펴락하려 했고, 그 지시를 따르지 않았던 김동우 교수를 해임했습니다. 주명건 이사장이 자기 말을 듣지 않는 교수를 자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명건 이사장의 개인적인 성격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폐쇄적이고 독재를 조장하는 사립학교법과 비리를 방관하는 교육부에 있습니다. 구체적인 문제점은 지난 기사인 '[주간주명건] 대학은 비리고 교육부는 렛잇고(기사링크)'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립학교법 개정과 교육부 감사가 강화되지 않는 한, 언젠가 제2의 김동우 교수가 또 나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