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택한 대로 살아간다. 설령, 선택이 정해져 있더라도. 모든 선택은 고민의 끝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끝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시간을 일단락한다. 모든 탄생은 끝에서 시작된다. 예외는 없도록 설계돼 있다." -END THEORY 앨범 소개 中 여행의 시작 윤하는 정규 6집 'End Theory'에 수록된 대부분의 노래 작사와 작곡에 직접 참여했다. 이 작업에 대해 윤하는 "코로나19로 인해 곡 작업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팬데믹 상황으로 자신의 끝을 상상해 봤으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고민을 깊이 했다고 전했다. 그 흔적이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그가 오래 지속한 고민의 결과물은 마치 지도과 같은 형태로 세상에 나왔다. "윤하라는 가수는 항상 그 자리에 있을 테니 제 노래가 여러분의 인생의 응원가, BGM이 됐으면 한다"는 윤하의 소망이 있었기에, 그가 앨범에 눌러 담은 진심은 청자에게 무사히 전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랑 노래 말고도 인간의 상실, 성장, 도전에 대한 곡이 매우 그리웠다"며 "윤하는 그런 것을 노래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는 찬사는 그녀의 라이브 영상 반응에서 빠짐없이 발견된다
지금이 바로 Time to fly "할 일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내 시대가 다시 오는 것 같거든요. 저도 이번에 그런 희망을 보았으니 한 15년 뒤를 또 보고 열심히…" 윤하는 TV조선의 '뉴스9'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밝혔다. 지난해 11월, 그의 말대로 '윤하의 시대'는 현실이 됐다. '사건의 지평선' 열풍은 팬데믹 규제의 완화 직후, 축제 무대로 대중 앞에 다시 서게 된 '타이밍'의 힘이 크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역시, 비상은 윤하의 몫이다. 그녀의 역주행은 우연히 맞아떨어진 요행이 아닌, 그간 뮤지션으로서 충실하게 쌓아 온 노력의 결과에 가깝다. 의심은 없어, 목적을 확실하게 윤하는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 왔다. 지난 2020년 상반기에는 앨범을 발매했으며, 주기적으로 타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OST에 참여했다. 그녀의 음악에는 대중성보다 윤하 특유의 깊고 서정적인 정서가 짙게 묻어났다. 그동안 발표된 곡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윤하가 유행에 편승하는 모습이나, 곡 홍보에 매진하려는 시도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는 '윤하다운' 음악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것이 아티스트로서의 색깔을 굳히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역주행 공식을 ‘깨트려 버리자’ 지난해 11월, 또 한 번 역주행 소식이 들려왔다. 2022년 3월 발매된 윤하의 노래 '사건의 지평선'이 그 주인공이다. '사건의 지평선'은 인기 아이돌 그룹의 타이틀 곡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5주째 음원 차트 1위에 머물렀다. 윤하의 재조명은 신선했다. 굳어졌던 '역주행 공식'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역주행은 벚꽃 시즌이나 연말 시즌에 맞춰 특정 노래가 차트를 거슬러 오르거나, 공연 영상이나 팬이 촬영한 '직캠'이 알고리즘을 통해 대중의 '픽'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건의 지평선은 달랐다. 대학 축제 공연을 시작으로 많은 리스너가 모여, 거대한 팬층이나 'N만 조회수' 없이도 1위를 차지했다. 그 시작이었던 대학 축제 현장으로 돌아가, 그곳에 서 있던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 보려 한다. 돌아온 대학 축제, '페스티벌 여왕'의 회귀 대학 축제는 아티스트와 청년이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소통의 장이다. 많은 학생이 대학 입학 후 축제를 고대하고, 캠퍼스에 찾아올 뮤지션을 기다린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부분의 강의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대학 축제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축
“신당역 당해볼래?” 지난달 16일, 한 대외활동 사이트에 질문을 올렸던 A씨는 익명의 상대에게 의문의 쪽지를 받았다. '신당역 당해볼래?' 지난 9월 신당역 여성 살인 사건을 언급한 섬뜩한 협박이었다. A씨는 상대가 일방적으로 시비를 건 끝에 이러한 쪽지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느닷없는 공격에도 혹여 상대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먼저 느꼈다. A씨는 에브리타임에 해당 내용을 상세히 담은 글을 작성하면서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다른 학생들은 댓글로 “예비 범죄자가 아니냐”, “저걸 재미라고 하는 거냐”며 공감과 분노를 전했다. 9월 14일 일어난 신당역 살인사건. 누군가의 입에 그날의 참상은 쉽게 오르내리고, 누군가는 두려워한다. 그렇게 한 달이 훌쩍 흐른 지금도, 한 여성이 죽어갔던 ‘신당역’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피해 사실이 가해의 근거가 되는 일은 놀랍게도 빈번하다. 2차 가해는 2차 피해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가해자’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피해자에 대한 추가적인 모욕을 방지하고자 하는 용어다. 사회에서 2차 가해는 단순히 ‘부정적인 반응’보다 더 다양한 양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
“여기는 성역, 성역이다!” 축 늘어진 에스메랄다를 안고 콰지모도는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달아나 외친다. 아무도 에스메랄다를 잡아갈 수 없다. 그렇게 콰지모도는 사랑하는 에스메랄다를 지키려 했다. 하지만 그가 외친 ‘성역’이 보호하는 죄인은 에스메랄다뿐이 아님을 콰지모도는 알지 못했다. 그녀를 모함하고, 결국 죽게 만들 클로드 부주교 역시 그 성역이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노트르담의 성스러운 벽이 클로드 부주교의 그림자를 감출 수 있다는 것을.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향한 클로드 부주교의 섬뜩한 눈을 보고 성역의 두 얼굴을 깨닫는다. 그리고 클로드 부주교를 향해 칼을 치켜든다. 그날 새벽, 실시간으로 지옥이 무엇인지 지켜봤다. 휴대폰 너머 장면은 끔찍했다. 누군가는 바닥에서 죽어갔다. 누군가는 그들을 살리려고 길바닥에 무릎을 꿇고 CPR을 했다. 누군가는 춤을 추고, 어느 가게에서는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누군가는 건물 위에서 내가 보고 있던 그 영상을 찍었다. 새벽 2시, 핸드폰을 끄고 마루로 달려나와 TV를 켰다. 라이브 자막이 표시된 뉴스에서는 마이크를 쥔 소방관이 화이트 보드를 가리키며 이태원 거리에서 몇 명이 죽었는지 말했다. 그때, 발표된
“반복되는 사고, SPC그룹과 SPL 공장 강력 처벌하라!” 지난 10월 17일, SPC 본사 앞에서 SPL 제빵공장 청년 사망 사건의 해결을 요구하는 청년 기자회견이 열렸다. 본 기자회견은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를 비롯한 36개 단체 아래 주최됐다. 오후 2시, SLP 제빵공장서 사망한 청년 노동자의 추모를 시작으로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먼저 SPC 불매운동에 참여했던 학생인 평화나비 네트워크 중앙집행부 백휘선이 현 사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어 진보대학생넷 한양대지회 회원 김동식은 자신의 공장 노동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환경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남지은 청년정의당 서울시당위원장 역시 SPC와 SPL에서 반복되는 노동 문제에 반드시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는 고용노동부와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시도를 규탄하며 정부 차원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 이어, 최재봉 대학생기후행동 대표가 모든 참석자를 대표하여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최 대표는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빵은 제빵 공장 노동자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 SPL 제빵공장, SPC그룹에서 반복되는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더 이상의 죽음은 허락할 수 없다. 스토킹, 불법촬영, 성폭력 가해자 엄벌하고, 법적 대책 마련하라” 지난 9월 19일,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신당역 살해사건의 해결을 요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본 기자회견은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를 비롯한 15개 단체 하에 주최됐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출근길 피켓팅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 피켓팅에는 30여명의 대학생이 참가했다. 이날 12시,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살해사건의 피해자의 추모를 시작으로 참석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화여대 노학연대 ‘바위’ 대표 박서림은, “지난 14일 저녁 9시, 바로 그 시간에 신당역에서 친구와의 약속이 있었다. 일정 조정으로 그 날 장소는 신당역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바뀌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눈 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다. 매일같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그리고 화장실에서 여성 스토킹 범죄에서 이어진 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며 신당역을 이용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우리는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 죽지 않고 학교를 다니고 싶다” 고 대학과 직장에서의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 청년진보당 홍희진 대표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대학생 A는 노트북을 켜 둔 채 지역 공익 활동 공간에서 과제 중이다. 문이 열리더니 방금 전 나간 두 여자가 한 남성과 함께 들어온다.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은 이곳에 볼일이 있는 것 같다. ‘인터뷰’라는 단어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여성은 기자, 남성은 취재원인 것 같다. 정적을 깨는 세 사람의 대화에 A는 그들을 응시한다. 그런데 남성의 말씨와 행동은 두 여성과는 조금 달랐다. 그는 학생 시절 같은 학급의 특별반 친구와 닮아 있었다. 그리고 A는 얼마 전 종방한 화제의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을 떠올린다. 저 남성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청했을까, A는 잠시 타이핑을 멈추고 궁금증에 빠진다. 지난 8월 18일,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의 로펌 일지를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가 16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우영우>는 신생 채널 ENA에 편성되었음에도 최고시청률 17.5%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들과 수많은 언론 보도가 <우영우>는 과연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입을 모아 평가했다. 악역과 자극적인 전개 없는 힐링 드라마 <우영우&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