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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부터 1년 반, 멈춰버린 이문동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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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영업제한 조치로부터 272일, 밤 10시 영업제한 조치로부터는 189일. 5인 이상 집합금지 263일째, 3인 이상 집합 금지 42일째. 인터뷰를 마치고, 가게 주인은 계산대 한 구석에 있던 메모지를 꺼내와 보여줬다. 코로나19의 유행이 길어지고, 하루하루 감염자 수가 늘었다 줄었다 반복하는 것을 보며 점주들이 속을 태운지도 어언 598일*. 외대 상권은 서서히 스러지고 있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주변 이문동 상권의 모습은 언뜻 보면 방학 때의 상권가와 다를 바 없어보였다. 폐업한 가게가 어느새 프랜차이즈 상점으로 탈바꿈한 모습도, 평일 저녁임에도 군데군데 불이 꺼져 있는 가게의 모습도. 문을 열고 들어가는 가게마다 인적이 없는 것도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군데군데 놓여 있는 칸막이와 손소독제, 충전기에 꽂혀 있는 휴대전화와 켜져 있는 QR코드 리더기 화면, 펜과 함께 놓여 있는 수기명부. 버티며 남아있는 상점들의 모습은 업종에 상관없이 서로 비슷한 모습이었다. 에어컨만이 조용히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는 가게에서, ‘사장님’을 부르는 기자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는 대학가 상권.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인근에서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은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외대알리는 이문동 지역 상권을 돌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첫 감염자 발생일인 2020년 1월 20일로부터 기사 작성일인 8월 27일 기준.


“제발 가게 문만이라도 열게 해주세요”

반토막 난 매출, 방학 때는 평소의 1/10 수준까지 급감

첫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던 2020년 3월, 같은 해 8월의 2차 대유행, 처음으로 천 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왔던 12월의 3차 대유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길어지고,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조치가 강도를 달리함에 따라 가게들의 매출 대부분이 좌우됐다. 감염세가 진정될 때마다 매출이 소폭 올랐지만 금새 도로아미타불이 되기 일쑤였다. 

 

⅓, ¼, ⅙, 1/10.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가게 점주들의 입에서 나온 매출액의 변동폭은 제각기 달랐다. 그럼에도 ‘매출액이 줄었다’는 상황 자체는 한결같았다. 대학가 상권은 방학 때는 학생들의 왕래가 적어 자연스럽게 비수기가 된다. 그럼에도 학기 중의 매출에 기대어 영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평상시 매출이 비수기 수준으로 떨어진 지금, 지속가능한 영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손님은 뚝, 가게 운영 비용은 그대로

"당장은 매우 손해를 보고 있죠. 그렇지만 코로나19의 종식이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든, 나중을 생각하면 폐업을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대학 상권인 동시에 지역 상권이기도 한 이문동 상권. 점주들은 대면수업 재개와 재개발이 끝난 후 지역상권에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는 것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시기만 버티면 된다는 마음으로 불어나는 적자를 간신히 감당해내고 있었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당장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들은 재료비다. 그러나 이마저도 비용 절감으로 볼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하고, 점주들의 부담만 가중될 뿐이다. 손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 재료를 아예 구매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재료마다 유통기한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무작정 재고를 쌓아둘 수만도 없다. 특히 막걸리와 같이 유통기한이 짧은 경우, 이전처럼 거래처에서 납품을 받으면 폐기 물량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게 된다. "막걸리는 반품이 안 되니까 (거래처에서) 주문할 수가 없어서 슈퍼에서 5개씩 사오고 있어요. 그런데 그마저도 안 팔리니까…”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는 ‘ㅎ’ 전통 주점 점주 A씨를 보며 이문동 상권이 처한 상황을 가늠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돈 나가는 구멍’으로는 직원을 고용하는데 드는 인건비가 있다. 점주에게 인건비 줄이기는 양날의 검이다.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빼앗는 건 물론이고, 아르바이트생이 줄어든 만큼 가게 운영을 점주를 비롯한 소수의 인원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인으로 운영하려 해도 키오스크 기계 등을 도입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외대 정문 앞에 위치한 ‘ㅇ’ 출력소는 비대면 수업체제 전환 이후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코로나19로 인해 정기총회 등의 행사도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정기적으로 대량의 출력물을 맡겨 고정적인 수입원 중 하나였던 학생회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출력소 점주 B씨는 “무인으로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 저녁 시간 매출을 기대하는 것조차 어려워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적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정비용은 단연 임대료이다. "11월 23일 집합금지 이후로 마이너스 5천만 원." 외대 인근 ‘ㅇ’ 호프집 점주 C씨는 덤덤하게 적자 내역을 털어놓았다. 인터뷰에 응한 점주들은 공통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불분명한 지원 기준과 충분치 않은 지원 금액에 대한 지적은 물론이고, 단순히 지원금을 지급하는 행위가 자영업자들의 자생을 적절히 돕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점주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고스란히 건물주에게 돌아간다. 2백만 원, 3백만 원이라는 숫자는 언뜻 보면 거금으로 보이지만, 한두 달 치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나면 금방 동나는 금액이기도 하다. C씨는 “사실 정부 말고도 임대업자분들도 (임대료 삭감에) 동참해주시면 상생할 수 있을 텐데…그게 어려운 상황이죠.”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부에서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임대인의 자발성에 의존하는 제도라는 한계가 있다. 자영업자들에게는 그 한계가 더 크게 다가온다.


자구책 마련도 결국은  '비용'

코로나19 이후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단연 배달 플랫폼이다. 매장 영업만으로 한계에 부딪힌 가게들은 너도나도 배달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박리다매'가 아닌 이상 배달 영업은 오히려 손해에 가깝다. 인터뷰에 응한 점주들은 공통적으로 배달 영업은 득보다는 실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포장 비용과 배달비는 물론이고, 배달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업소 등록을 하더라도 광고비를 추가적으로 지출하지 않는 이상은 상위권에 노출돼 주문 건수를 늘리기 쉽지 않다. 업체수수료, 배달대행비, 포장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손익을 판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배달업이 아니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비수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은 가게도 있었다. ‘ㅇ’ 디저트 전문점 점주 D씨는 매장에서 자체적으로 택배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밖에도 신제품 개발, 매장 인테리어 리뉴얼, 제품 패키지 디자인 개선 등 다방면으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요식업이 아닌 점포는 이마저도 선택지가 없다. ‘ㄹ’ 보드게임 카페 점주 E씨 역시 가게 SNS를 이용한 이벤트를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감염세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홍보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출을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야하지만, 감염세를 생각하면 (손님들이) 최대한 안 놀러오시는 게 맞죠. 버틸만한 매출은 아니지만, 저 혼자 힘든 게 아니니까요. 폐업하는 가게들도 있는 걸 생각하면, 제 상황은 낫다고 생각해요." E씨는 대면수업이 매출의 중요한 열쇠임에도 불구하고, 대면수업을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스스로에게 되뇌듯 말했다.

 

손님은 받아야 하는데 감염이 두려워

업주들을 위협하는 것은 임대료나 인건비 등 경제적인 부담뿐만이 아니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 역시 날마다 점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다. 백신 접종률이 40%도 되지 않는 지금, 백신 접종자만을 손님으로 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누가 확진자일지, 누가 밀접 접촉자일지 모르는 상황이 반복된 지도 1년 반째다. 점주들은 그저 오늘도 무사히 지나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영업시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게를 소독하고, QR코드를 찍거나 수기명부를 작성할 것을 안내하고, 먹거나 마시는 시간 외에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당부한다.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하기도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상황이 종식되는 것을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원하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방역수칙을 더욱 철저히, 자발적으로 지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보드게임 카페 점주 E씨는 코로나19 이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마스크 착용을 둘러싸고 손님들과 눈치싸움을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손님들을 대할 때 저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대하게 돼요. (이런 일들 때문에) 코로나 이후로 제 성격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과태료 10만 원을 무는 선에서 그치지만, 마스크 착용을 단속하지 않는 업주는 적발될 경우 300만 원 가량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 점주들이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탁이라면, 이 공간뿐 아니라 어디에 계시든 마스크를 잘 써주세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저희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힘든 상황이잖아요. 적어도 자신이 방역 수칙을 어기게 되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은 해주세요.”

 

 


‘감염의 온상’처럼 여겨지는 곳,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들

텅 빈 가게에서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앉아있는 시간 동안 느껴야 하는 피로감은, 이제 업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피로감 뿐만이 아니다. 특정 업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몇몇 업주들은 심리적으로도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호프집 점주 C씨는 “내가 만든 요리를 먹으며 즐거워하는 손님을 보는 것이  삶의 이유였는데, 지금은 내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힘들어요.”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감염병이 창궐하는 사회에서 ‘주점을 운영한다’는 것만으로도 직업인으로서의 자존감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이 크게 확산될 때마다 여론은 ‘술집이 문제다’, ‘장사를 못 하게 해야 한다’ 등 특정 업종의 자영업자들 책임을 종종 묻곤 했다. 이로 인해 소수의 비양심적인 업주들 뿐만 아니라 책임감 있게 장사를 하던 업주들까지 무차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길어지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업주들이 감당해내야 하는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부담과 무기력감은, 어쩌면 매출의 감소보다 더욱 점주들을 좀먹고 있을 지도 모른다. 

 

 

“문을 닫을 수도,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어요”
멈춰버린 이문동 골목, 멈춰버린 자영업자들의 시간

9월 1일 발표된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 부담과 심리적 고통. 이중고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조사 결과이다. 그렇지만 누구 하나 콕 집어 원망하기도 어렵다. 자영업자들의 분노는 때로는 허술한 대책을 내놓는 정부에게, 때로는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손님에게 향한다. 

 

명실상부한 외대 인근 골목상권의 주인인 자영업자들은 오랜 시간동안 학생들은 물론이고, 이문동 주민들의 하루를 책임져왔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불어나는 적자를 끌어안고, 학생들과 지역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겨우 이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때로는 술게임 구호를 외치고, 강의에 대한 불평불만을 털어놓고,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거리를 나누기도 했던 이문동의 가게들. 외대 학생들의 희노애락과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골목의 공간들은 지금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 우리가 마스크를 벗고 학교에 돌아갔을 때, 이중 어떤 가게들이 그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취재 및 기사 작성

윤주혜 기자 bethy1017@hufs.ac.kr
조시은 기자 ohno282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