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3 (수)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우리는 왜 학제 개편 소식을 알지 못했나

간담회까지 가진 전공 교수들과 학교, 학우들은 의견을 낼 틈도 없었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간담회 비롯해 학교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4일, 성공회대학교 제38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에 입장문을 올렸다. 입장문의 제목은 ‘학우들 동의와 의견 없는 학제 개편은 누구를 위한 개편입니까’였다. 학우들은 입장문을 통해 처음 학제 개편 소식을 접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총학 비대위가 공식적으로 학제 개편 소식을 접한 건 3월 13일이었다. 이들은 최영묵 교무처장을 만나 학제 개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최 처장에 따르면 성공회대학교는 2024학년도 입학생부터 개편안을 적용하려 한다. 2024년에 입학한 이들은 이듬해 새 학부제를 바탕으로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최 처장이 총학 비대위에 말한 개편 사항은 다섯 가지다.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국제학부를 만든다.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 관련 내용을 가르치는 미래학부를 개설한다. △경영학과를 사회융합자율학부에서 독립시켜 학부로 개편한다.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와 인문융합자율학부를 통합한다. △IT 학부의 경우 기존의 전공 체제를 10가지 미니 트랙으로 바꾼다. 현재의 4개 학부 체제가 6개 학부 체제로 달라진다. 

 

학우들은 학제 변경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학우들과 학생자치기구의 의사를 수렴하는 자리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13일에 총학 비대위와 최 처장이 만난 자리도 본래 교양 교과과정 개편을 논하는 자리였다. 회대알리는 22일 정오에 총학생회실에서 김현지 제38대 총학생회 부비상대책위원장과 안혁 집행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학제 개편 소식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가?

김: 올해 2월 2일, 학교법인 이사회에 참관해 알게 되었다. 이사회는 매년 초에 예산안을 심의한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예산안을 심의할 권한이 없어 참관 자격으로 자리했다. 그때 현행 학부제를 개편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다. 사실 2월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학교 측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얘기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사회에서는 학교를 살리는 방법이 무엇인지 논하던 중 “학제를 개편할 예정이다”, “가안이지만 이런 식으로 진행할 것 같다”는 얘기가 오갔다. 학제 개편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이었다. 공식적으로 학제 개편을 알린 자리가 아니었고, 학제 개편을 학생회에 알리는 자리도 없었다. 새터를 우선으로 두고 업무를 진행했다.

 

새터가 끝나고 학교도 학제 개편에 대해 얘기할 게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학생복지처에 자리를 마련해달라 부탁했다. 학생복지처가 교무처와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학교에서 학제 개편에 대해 의견을 나눌 자리를 먼저 갖자고 한 적은 없었다. 최영묵 교무처장에게 교양 과목 개편에 대해 물었는데, 우리에게 학제 개편까지 말해줬다.

 

입장문에는 13일에 만난 걸 ‘교육부에 4월 안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이유로 급하게 가진 자리’라 언급했다. 어떤 의미인가?

안: 맥락은 다음과 같다. 예비대학 프로그램을 앞둔 때였다. 예비대학에서 학부별로 교과 과정을 설명해야 하는데, 교무처가 교양 교과과정 관련해 바뀐 게 있다고 연락했다. 교양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올해 신입생부터 적용한다고 하는데, 학생자치기구와 소통한 바 없는 내용이었다. 학교 측과 만나 확인해야 하는 시점에 새터를 다녀왔다. 이후 최영묵 교무처장을 만나 교양 교과과정 개편을 물었다. 그 자리에서 최 처장은 교양 교과과정 말고 변하는 게 더 있다며 학제 개편을 언급했다. 4월 초에는 교육부에 학부 신설을 위해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월에 열린 이사회에서는 컨설팅 내용을 보고한 자리였다.

 

학제 개편 소식을 접한 뒤, 학내 구성원에게 학제 개편 관련해 전달받은 게 있는가?

김: 어제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센터와 인터뷰를 했다. 미디어센터가 교무처를 취재했는데, 교무처는 미디어센터에게 인문융합자율학부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를 합치지 않는 2안이 있다 말했다. 우리는 그런 걸 듣지 못했다. 학생들이 통합을 반대한다면 진행할 수 없을 거라는 얘기만 들었다.

 

안: 학교 측은 4월까지 교육부에 국제학부나 미래학부 신설을 교육부에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 교무처가 학우들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고 답하더라도, 교육부에 보고하려면 학교는 실무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찬반을 떠나 진행 과정을 보면, 2024년에 개편안을 확정하고 발표해야 2025년에 적용할 수 있다. 24년까지 발표하려면 지금 8개월밖에 안 남았다. 교무처가 학생자치기구와 공식적인 소통 없이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개편안의 내용이 말하는 자리마다 달라졌다.

 

김: 13일에 교무처장을 만났을 때 학생 대표자들과 만날 자리를 만들어 달라 요청했다. 3월 27일에 일단 학부 학생회, 학과 전공 대표 인원과 교무처장이 만나는 자리를 준비했다.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할 건데, 여기서도 바뀐 말이 나올지 모른다.

 

현재 총학 비대위가 판단하는 상황은 방금 답변한 내용으로 갈음할 수 있는가. 개편안을 물을 때마다 얘기가 다르고, 학우들과 논의가 없는 상황인듯하다.

김: 그렇다. 학교가 학우들과 소통하지 않았다.

 

안: 곧 2024학년도 입시 요강이 나와야 하는데, 사실 지금도 많이 늦었다. 몇 년 후 개편하는 사안도 아니고 몇 달 남지 않았다.

 

김: 아직 입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 지원을 타파하기 위해 학제를 개편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학교 측은 경영위기 대학 평가를 앞둔 현재 학제 개편을 통해 변화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학제를 개편하더라도, 일반 재정지원 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2021년부터 준비해야 했다.

 

총학 비대위가 낸 입장문을 보고 학제 개편을 처음 알았다는 학우들이 정말 많았다.

김: 학생자치기구를 통해 학우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 총학 비대위는 지난해 농활을 비롯해 여러 사업을 진행하며 학우들을 대표하는 기구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학생복지처랑 조금만 얘기해보아도 우리와 소통할 방법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입장문에 따르면 학제 개편에 관한 논의가 다섯 차례 있었다고 한다. 다섯 차례의 논의는 어떤 자리였나?

김: 공식적인 자리였다. 최영묵 교무처장은 학제 개편은 컨설팅에 따른 것이며, 지난해 11월부터 다섯 차례 논의했다고 말해줬다. 그 과정에서 학생자치기구를 비롯한 학우들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안: 전공 교수들과는 이미 논의하고 있으며, 의견 수렴이 어느 정도 끝나간다고 들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 시점까지 학교 측은 전공 교수들을 만났다. 학우들은 만나지 않았다. 학제 개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학우들이 논의에서 빠졌다.

 

김: 15일에는 전공 교수들을 대상으로 학제 개편에 대한 설명회가 있었다. 이 설명회는 총학 비대위가 학제 개편 소식을 공식적으로 접하기 이전부터 잡혀 있었다. 13일에 교무처장과 얘기하지 않았다면 15일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이사회에서 학제 개편을 언급했다고 하는데, 이사회 회의록에서는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관련해서 대응할 계획이 있는가?

안: 학제 개편을 논하는 과정을 학우들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한 줄 적히고 안 적히고는 사실관계의 여부지만, 그 자리에서 논의했다는 사실만으로 학교 측은 학제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밝혀야 했다. 이에 아쉬움을 느낀다.

 

김: 이 의제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우리에게는 좀 더 명확한 정보가 필요했다.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학제 개편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총학 비대위의 임기는 총학생회 보궐선거와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끝나는 4월까지다. 앞으로 중앙운영위원회나 총학생회 차원에서 이 의제를 끌고 갈 생각이다.

 

총학 비대위는 학제 개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학우들이 목소리를 낼 자리나 방법이 궁금하다.

안: 중앙운영위원회에서 학생회 단위와 학교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마련하려 한다.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도 많이 만들려 한다. 전체학생총회의 필요성도 느낀다. 2019년 이후 전체학생총회가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학우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기간 학교에 오지 못했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웠다. 이번 학제 개편에서 학우들의 의견이 계속 배제되었다. 학우들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 향후 들어설 학생회는 학제 개편이라는 의제를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총학 비대위는 전체학생총회를 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전체학생총회가 열리기 어렵다면 학우들과 학교 본부가 만나 입장을 표명할 자리를 계속 만들려 한다.

 

김: 27일 이후 학우들을 만나는 자리를 준비할 예정이다. 학교와 학생이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자치기구와 학우들이 만날 자리도 필요하다. 각 단위 선거가 끝나는 4월부터는 전체 학우들의 목소리를 는 자리를 마련하려 한다. 현재 야식 사업을 준비 중인데, 이를 통해서도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려 한다.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안: 지금 학우들에게 바라는 건 많은 관심이다. 학우들의 관심이 없다면 학생회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된다. 학우들의 높은 관심과 따끔한 비판이 필요하다. 코로나19나 학생사회의 단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인한 상황 등 여러 이유로 학우들과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적어 아쉬웠다. 앞으로 학우들과 만날 자리를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다. 간담회를 열어 학교와 학우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그곳에서 목소리를 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김: 학생회가 뭔가를 했을 때 관심을 두는 학우가 몇 명이라도 있다면, 학교에 한 명의 학우라도 남아 있으면 학생회는 자리를 지켜야 한다. 학우들의 의견을 묻지 않는 독단적인 학제 개편은 학우들을 학생 구성원으로 존중하지 않는 처사다. 학우들이 자신이 있는 자리를 좀 더 사랑해줬으면 한다. 학교를 거쳐 가는 곳이라 생각하지 않고, 학교를 더 사랑해주고 관심 두길 바란다. 

 

취재: 강성진 기자(helden003@gmail.com), 권동원 기자(jdc6991@naver.com)

글: 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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