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노했다, 그래서 모였다 ‘분노한 학생들; 개강현타 직접행동팀’
‘새내기’가 된 첫 날 피츠버그홀 앞에서 본 건 방호/미화 노동자 분들의 투쟁 현장이었다. 새내기배움터 첫 날 같은 조 선배가 넌저시 말했던 건 피츠버그홀 앞 벚꽃이었는데. 인권과 평화의 학교에서 볼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실망감은 한 달 뒤 배가 되었다. 주차장 유료화 과정에서 배제된 학교 구성원들이 학내 민주화 투쟁을 열었다. 이번에도 피츠버그홀 앞이었다. 벚꽃보다 오래간 건 투쟁이었다.
그리고 올해에도 투쟁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학부생들이 나섰다. 올해도 개강 첫 날부터였다. 수강신청과 함께 박살난 우리의 멘탈, 따라오는 현타. 현타를 맞이한 이들이 움직였다. 회대의 봄풍경 다운 일이다. 분노와 투쟁으로 열어가는 올해, 직접행동팀 액션팀장 이시원 학우(18학번, 사회융합자율학부)의 인터뷰와 함께 열어가보자.
3월 5일 오전 11시 40분에 ‘개강 맞이 분노의 공동선언’이 이루어졌다. 이시원 학우(왼쪽에서 여섯 번째)는 직접행동팀의 계획안을 작성하였다. 사진= 강성진 기자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사회융합자율학부 18학번 이시원입니다. 민속문화연구회 ‘탈’과 소모임 ‘작은짜이집’을 하고, ‘분노한 학생들; 성공회대 개강현타 직접행동팀’ 액션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분노한 학생들 직접행동팀은 어떤 목적을 갖고 활동하는가?
작년부터 학교 곳곳에서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학우들이 분노하지만 학생사회가 약해 공론화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게 많이 답답했다. 이번 수강신청 때도 분노한 학우들은 많지만 의견추합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원하는 지 정리된 게 없었다.
‘상황이 심각해서 해결되어야 하는데, 화가 나는데, 내가 이 학점을 가지고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데 왜 아무도 뭐라 안 하지?’ 싶었는데 ‘그러면 나라도 뭔가 해야지!’ 해서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직접행동 기획서를 썼다.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팀을 꾸렸다. 지금 어떤 문제가 파악하고, 학우들의 목소리를 모아 공론화 시킨 다음에 정확한 대책을 세워 학교에 요구하는 것이 목표다.
연어덮밥이 360 그릇이라니. 치킨으로 환산하면 집 앞 치킨집 기준 300마리다. 사진= 엄재연 기자, 강성진 기자
애드벌룬 아이템이 독특하다. 행사 아이템을 비롯한 계획은 어떤 이들과 기획하고, 어떤 이들과 함께 하는가?
아이디어는 기획서에 써있던 것들이다.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액션팀을 꾸려 애드벌룬처럼 자세한 계획을 세워 실행까지 한다. 장기적인 계획은.. 20명 정도 분노한 학생들 네트워크에 들어와 있다. 이번 한 주는 직접행동에 얼마나 많은 학우들이 관심을 갖고 문제가 있다 느끼는지 의견을 모으자 한다. 또한 현재 총학생회에 수강신청 피드백 설문조사를 제안하여 총학생회에서 진행 중이다. 이 두 가지 의견을 종합하여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시스템을 정상화 시키려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파악하며 네트워크 출범식을 갖고자 한다. 셋째 주에는 학우들이 참여하여 학교의 어떤 점이 해결되어야 하는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공개 토론회를 진행하며, 넷째 주에는 교무처와 간담회를 갖는 계획을 세웠다. 20명 가량의 네트워크 구성원들이 브리핑팀과 조직팀, 액션팀 이렇게 세 팀으로 나누어 한 달간 진행하고자 한다.
네트워크 구성원들은 현재도 모집 중인가?
관심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일단 이번 주에는 직접행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로 실무팀을 꾸렸다. 네트워크는 한 달간 장기적으로 해야 하니 처음에 취지에 공감했던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학우들이 직접 적고 붙인 학교에 전하고 싶은 말들. 사진 = 강성진 기자
직접행동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사람들이 관심 없을까 걱정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어제 ‘이것은 수강신청인가 의자놀이인가’ 메모지를 붙여 학교에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캠페인을 하고, 연대자보에 연서명도 받으며 “이 문제 정말 답답했는데!”, “수강신청 오류나서 속상했어요!”, “설문지 정말 열심히 작성했어요!” 등 다양한 의견과 공감을 받게 되었다. 덕분에 용기를 많이 얻었다. 화가 났지만 말할 곳이 없었다는 것과 이런 행동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단기적으로는 수강신청에 대한 문제만 다루지만 장기적으로는 학내의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인가?
애초에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학생사회를 비롯하여 학내의 문제를 공론화시킬 곳이 없어 ‘될 일도 안 된다’ 싶어 학내에 관심 있고 활동하고픈 사람끼리 모이고자 한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여 공유할 네트워크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이렇게 모였다.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수강신청 관련 일들이니 먼저 수강신청에 대응해보자 해서 활동 중이다.
인터뷰를 보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직접행동 기획서를 보여드리고 “너무 좋은데 이게 될까요?”, “취지는 좋지만 바뀔까요?”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게 모인 이유다. 우리가 대화의 장을 열었으니, 의견을 모아 학교에 전달하면, 그리고 이게 큰 세력이 된다면 학교도 무시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장을 벌렸으니, 많이 참여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학생사회가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응할 수 있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관심 갖고 행동으로 대응하는 데 함께 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학교에 한 마디 하자면?
학우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에요. 누군가 수강신청에 실패한 걸 넘어 학교의 구조적 문제들로 인해 전체 학우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 인식하고, 학우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행정이 정상화 되길 바란다.
회대알리도 연대자보에 서명했다. 서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 강성진 기자
‘개강현타’는 직접행동 팀의 이름을 넘어 많은 성공회대 학우들이 공감하는 감정이다. 공감을 넘어 공유할 때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이번에 완성하지 못한 수강신청은 아마 투쟁과 개강현타를 통해 배우라는 학교의 깊은 뜻이 아니었을까. 그러지 않고서야 납득 못할 일들, 함께 투쟁하는 건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것보다 확실하다.
취재, 글 = 강성진 기자 (helden00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