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대체 뭔데 인간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소중히 대해 주는 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내가 사회 안에 머물고 있으며 사회적 인정을 받는다는 감각(정체성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테다)은 “나를 필요로 하고 소중히 대해 주는 이”에게서 얻는다. 일차적으로 개인은 가족에게서 그런 감각을 받는다. 가족이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원천이라고 정의된다. 그런데 가족의 본질은 뽑기다. 어떤 가족에게서 자랄 건지 내가 선택할 수 없다. 태어날 때 배당되는 것이 가족인데 우리는 이를 천륜처럼 받아들인다. 가족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원천이어서지만, 그렇다고 필연으로 생각해 지나치게 의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거시적으로 바라보자. 가족이란 개념의 토대는 근대에서부터 출발했다. 미성년 자녀를 기르는 부부집단이 “가족”이라고 정의됐다. 자식을 낳아서 기르는 일은 국가의 국민을 재생산하는 일과 같다. 자녀는 성인이 돼 국가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주체로 성장하고 그래서 가족은 국가와 개인을 매개하는 셈이다. 개인은 가족을 통해 국가에 편입된다. 김민정 교수(강원대 문화인류학과)는 “애당초 국가는 근대 때부터 가족을
고함이 나서 이어폰을 뺐다. 아빠와 할아버지가 싸우는 소리였다. 문을 열었다. 내가 있는 줄 모르는 모양이었다. 싸우는 게 아니었다. 아빠는 혼나고 있었다. 핸드폰 요금이 10만 원 넘게 나왔다는 이유였다. 그는 울고 있었다. 절박했는지 무릎을 꿇었다. 모멸의 언어가 아빠에게 달라붙었다. 고성과 모욕이 몇 번 더 오갔다. 마흔 넘은 아빠는 일흔 넘은 할아버지에게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라는 문장을 되뇌었다. 그걸 주문처럼 외웠다. 모멸이 격발되는 건 잠깐뿐이라고 스스로 되새기는 것처럼 보였다. 핸드폰 요금이 명시된 고지서를 봤다. 핸드폰 요금이 10만 원 넘게 지출된 건 교통비 때문이었다. 그때 아빠는 교통비를 낼 형편도 못돼서 핸드폰 요금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했다. 고지서는 아빠가 끊임없이 이동했다는 증명이었다. 모욕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어딘가 자기 가치를 알아줄 곳에서 노동하기 위해서였다. 몇 평의 방에서만 삶의 궤도를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빠는 그걸 설명하지 못했다. 그저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아빠가 정말 무능한 인간인지, 뭘 했고, 뭘 하고 싶은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 알고 싶지 않았다. 아빠
<L교수의 수필. 남자는 교수, 여자는 창녀> ▲L교수가 학생들에게 과제로 부여한 글 '더 벗어요?' 중 일부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 L교수의 여성 혐오 글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학생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L교수는 블로그에 여성을 상품화하고 성적 대상화하는 글을 다량 게시했다. https://univalli.com/news/article.html?no=23021 (외대알리 기사: 한국외대 경영대학 L교수, 블로그에 여성혐오 게시글 다량 발견) 또한 그는 자신이 담당하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블로그의 수필을 읽게 한 뒤 감상문을 제출하는 과제를 부여했다. 학생들은 이에 ‘일부 글의 내용이 부적절하다’며 항의했으나 L교수는 “글의 주제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며 성평등센터를 운운하며 교수를 협박하지 말라”는 공지를 게시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L교수는 감상할 수필 목록을 직접 지정했으나 목록에는 여전히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며 불쾌감을 주는 글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어지는 논란에도 학교 측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 L교수 논란에 한국외대는 5월 25일, L교수의 강의를 전면 중단하고 해당 안건의 성평등위원회 회부를 결정했다. 하지
한국외대의 모든 건물은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4항에 의거, 모든 건물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국민의 건강 증진 및 간접흡연 폐해를 막기 위한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이와 같은 간접흡연 피해 방 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건물 안팎에서 담배 연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학우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건물과 지나치게 가까운 흡연구역이 문제 문제의 이유는 간단했다. 지정된 흡연구역이 건물 입구와 너무 가깝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든 건물 안에서 흡연한 게 아니니 문제없는 것 아 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많은 지자체에서는 ‘교사 인접 10m 이 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지자체는 다수인이 모이거나 오가는 관할 구역 안의 일정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외대의 많은 흡연구역은 입구로부터 2,3m도 떨어져 있지 않 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학교 부지가 작아서 모든 건 물 입구로부터 10m 떨어진 곳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학교 부지가 작은 탓에, 한 건물 입구로부터 10m 떨어진 곳을 찾는다면 다른 건물 입구 근처가 된다. 따라서 적당한 흡연구역을 만들 수
한국외대가 학생들에게 성차별적 게시물을 읽게 한 뒤 과제물을 부여한 L교수를 성평등 조사위원회에 회부하고 L교수의 강의를 중단시키기로 결정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총장, 서울캠퍼스 부총장, 양캠퍼스 교무처장, 경영대학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L교수의 처분을 결정했다. 학교 측은 강의 중단 및 성평등센터 조사위원회 회부 외에도 L교수의 사과문 게재를 요청했다. 한편, L교수는 과거 자신의 블로그에 여성혐오적, 성차별적 게시글을 다량 게시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읽게 한 뒤 감상문 과제를 부여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학생들이 반발하자 “불쾌했다면 사과한다”며 문제를 일축했다. 정지우 기자 (star_dust_ji@naver.com)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 L교수가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여성 혐오적 게시글을 다량 게시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L교수는 2008년경부터 자신의 다음 블로그에 ‘야한 바이블 – 남자는 교수, 여자는 창녀’, ‘나도 야한 여자가 좋다’, ‘아내와 애인은 다르다’ 등의 수필을 게시했다. 그는 글에서 “내 아내도 비교적 야하다. 내 딸들도 그렇게 (야하게)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딸이) 21세기의 여성답게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우아한 옷차림으로 늘씬한 몸매를 감싸고선 갑자기 ‘아빠 점심사주세요. 네?’하며 내 연구실을 찾아와 애교 떠는 모습도 기대된다.”등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또한 “이공계 여성들은 애교도 발랄함도 자신감도 없으며 몸매도 그저 그래서 늘 불만”이었다며 전공 분야 여성들을 폄하했다. 이외에도 “자다 나온 듯한 얼굴로 아무 옷이나 걸친 채 시골 아줌마처럼 엉거주춤 걸어다니는 여자는 질색”, “예의바르고 추한 행동도 안보여서 ‘여자도 변소 갈까?’하는 의구심이 치솟게 하는 여자가 흥겹다”,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환상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내는 아내다움을 유지해야 한다. 순종하는 여자가 아내
5월 8일, 전체교수회의장에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양 캠퍼스 총학생회장단이 총장선출제도 학생 참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총출동)을 실시했다. 금일 14시 전체교수회의에선 총장선출권 안건을 다룬다. 총학생회는 ‘총장선출제도 학생 참여 보장’ 안건이 이번 교수회의에서 가결될 수 있도록 오바마홀 앞에서 ‘총출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총학생회는 전체교수회의 시작 전 회의장 앞에서 총장선출권 학생 참여 보장을 요구했다. 각 단과대학 구성원과 학생회는 ‘김인철보다 나은 총장 만듭시다’ ‘교수 한 표, 학생 한 표. 그게 바로 민주주의’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교수 측에 입장을 전달했다. 이어 김나현 총학생회장은 “우리 학우들은 무작정 떼쓰는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적 총장 선출을 위해 함께 힘써달라”라고 당부했다. 총장선출권 안건을 다루는 전체교수회의 결과는 금일 15시 30분경 발표될 예정이다. 정지우 기자 (star_dust_ji@naver.com) 배시은 기자 (bc0527@naver.com) 장재서 기자 (gs647683@naver.com)
4월 24일 한국외대 평의원회에서 학생의 의견은 배제한 채 신설 단과대학인 ‘융합산업대학’ 설립 가안에 대한 의결을 진행해 논란을 빚고 있다. 4월 28일 작성된 통번역대학, 인문대학 학생회 입장문에 따르면 ‘융합산업대학’은 영어통번역학부 정원 일부, 아랍어통번역학과 정원 전체, 지식콘텐츠학부 정원 일부로 구성된 새로운 단과대학이다. 학교 측은 ‘융합산업대학’을 통해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글로벌 캠퍼스의 특성화를 도모하겠다며 논의를 진행했으나, 학생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통보식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통번역대학과 인문대학 학생회는 “현재 한국외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융합산업대학’과 같은 신산업이 아니라 종합대학으로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신설 단과대학 설립의 타당성을 지적했다. 이어서 “신설 대학으로 이동할 전임교수의 공백을 채울 대안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가안이 의결될 시 잔존할 일부 정원의 학습권 침해를 우려했다. 또한 “글로벌캠퍼스 기존 학과의 커리큘럼과 중복되는 학과를 신설하는 것은 중복학과 청산을 외치며 학과 통폐합을 진행하던 기존 행보와 모순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의결 진행 과정에서 학
동대문구 소재 3개 대학 총학생회가 4월 23일 청량리역 광장에서 코로나 19 대학가 대책 마련 촉구를 위한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한국외국어대학교, 경희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총학생회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대학생들의 고충을 알리며, 학교와 정부가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답할 것을 요구했다. 3개 대학 총학생회 대표는 “코로나 19로 많은 대학생들이 부실한 원격강의로 인한 교육권 침해 외에도 주거 불안정, 생계 어려움, 취업 불안 등을 겪고 있다”며 “2월부터 학교 측에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동안 대학이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워 등록금 인상 당위성을 확보했다면 서비스 하락에 따른 등록금 반환도 응당 이루어져야 한다”며 “등록금 반환에 난색을 표하는 대학은 모순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정부의 책임 또한 강조했다. “정부가 대학을 방치하는 동안 등록금 의존율 60%라는 기이한 구조가 탄생해 학생들이 대학 재정을 책임져왔다”며 대학 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서 “이번 사태에도 정부는 등록금 반환을 강제할 조항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해왔다”며 “추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사이버 강의 무기한 연장 및 절대평가 실시를 결정했다. 4월 3일,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새벽으로부터’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코로나 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원격수업을 무기한 연장한다. 또한 이번 학기 전과목 성적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새벽으로부터’는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른 학생들의 피해에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겠다”며 “교원이 시험 내용 및 성적평가 방식을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하여 학생들에게 공지할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학교 측이 코로나 19라는 비상상황에 발 빠른 대처를 하지 않았다”며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안일한 태도로 일관한 학교를 강하게 규탄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학우들은 “학생의 안전을 고려한 현명한 대처”라고 평가하는 한편, “학교는 등록금 반환, 기숙사 비용 환불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지우 기자 (seol@hufs.ac.kr)
작년 9월, 본격적인 가을을 앞두고 태풍 링링, 타파 그리고 미탁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13호 태풍 링링은 수도권과 충청·호남·제주지역, 17호 타파는 영남 및 제주지역, 18호 미탁은 호남·영남·제주지역을 강타했다. 세 태풍 모두 강력했지만, 어쩐 일인지 사람들의 관심은 유독 한 태풍에 쏠려있었다. 각 태풍이 기상청에 의해 한반도가 영향권으로 관측된 시기부터 벗어난 시간까지, N 포털 사이트에 각각 ‘태풍 링링’, ‘태풍 타파’, ‘태풍 미탁’으로 검색하고, 게재된 기사 수를 확인해보았다. 그 결과, 링링은 17,669건(9월 2일~8일), 타파는 8,764건(9월 19일~23일), 미탁은 12,130건(9월 28일~10월 3일)이었다. 태풍 규모와 검색 기간의 차이가 분명 존재하고, 검색어 역시 한 가지기 때문에 이 수치만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제로 타파가 북상했을 때, 링링에 비해 잠잠한 언론에 대해 많은 사람이 불만을 표하여 ‘서울 공화국’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위로 올랐다. 서울 공화국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따위의 모든 부분이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상을 비꼬아 이르는 말’이다. (출처 : 우리말 샘) 이런 신조
한국외대국어대학교에서 온라인 강의 도중 음란물을 전송받은 교수의 메신저 화면이 노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수강생의 게시물에 따르면 3월 25일 A교수의 온라인 강의 녹화 영상에 여러 개의 음란물을 전송받은 카카오톡 메신저 창이 그대로 노출됐다. A교수는 메신저 창을 닫고 수업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많은 학우들은 이에 당혹감을 표출했다. 논란이 일자 A교수는 “수업 자료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강의 영상을 다시 업로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학생들은 학내 커뮤니티에서 “오류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음란물 유포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 “문제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를 표출했다. 한편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새벽으로부터’는 이번 사태에 강경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는 A교수를 규탄한다”며 해당 “성평등센터 또한 이번 사건을 엄중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지우 기자 (seol@hufs.ac.kr) (사진출처=에브리타임 게시판)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이탈리아어통번역학과 홈페이지에 현 학과장의 비리를 폭로하는 글이 게재됐다. 3월 17일 이탈리아어통번역학과 홈페이지에 ‘매우 중요한 학과 공지사항’이라는 제목의 공지가 게시됐다. 자신을 ‘이 학과에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이탈리아어통번역학과 학과장의 독단적 학과 운영을 규탄하고 진정성 있는 시정을 요구했다. 익명의 제보자는 ‘학과장이 친아들을 (이탈리아어통번역학과에) 몰래 들여 직접 학점을 부여했다’며 자녀 관련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한 학기 무단결근을 자행하고 강사들의 수업시수를 빼앗아 초과 강의료를 부정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학과장의 독단적 커리큘럼 변경 및 교수 배정, 충원으로 인한 학과 내 혼선 야기 등을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이 같은 상황에서 학생들은 보복이 두려워 함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며, 학과 개혁을 위해 학내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기를 당부했다. 이하 이탈리아어통번역학과에 게시된 공지 전문이다. 사진출처: http://italia.hufs.ac.kr/ 정지우 기자 (seol@hufs.ac.kr)
1. 참으면 조금만 더 참으면 K가 직장을 그만뒀다고 말했을 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K는 고등학생 때부터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내가 용돈이 부족하다며 부모님 지갑을 뒤적거릴 나이일 때 K는 노동하고 돈을 벌며 자신을 돌봤다. 나는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인데 그렇게 일하면 서글프지 않느냐고 물었다. 부모에게 의지하는 게 당연한 나이인데, 나였으면 남의 사정과 비교하며 일하는 스스로 박탈감이 들었을 거라 말했다. K는 전혀 그런 적 없다고 했다. 적어도 K는 나보다 노동의 의미를 잘 알았다. 그에게 노동은 자립에 대한 감각을 키워주는 일이었다. 단지 돈을 벌고 생계를 이어가는 것 이상의 의미였다. K는 노동이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K는 은행에서 2년간 일했다. 특성화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한 곳이었다. 들으면 누구나 알 법한 은행이었고 월급이 밀리거나 퇴근을 늦게 하는 일은 없었다. 나는 이른 나이부터 자립심을 키워 좋은 곳에 취업한 K를 부러워했다. 이제 K는 초조하게 비탈을 오르는 일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앞을 걸으면 될 거였다. 오랜만에 K를 봤다. 직장을 그만뒀다는 K는 지쳐 보였다. 나는 궁금한 마음
경향신문이 지난해 11월 21일 발간한 신문 1면엔 이름이 나열돼 있다. 1200개 넘는 이름이 지면에 인쇄됐다. 이름은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사망한 노동자들의 목록이다. 이름 옆엔 떨어짐, 끼임, 깔림 등의 문장이 괄호 쳐져 있다. 옆의 괄호는 어떻게 사망했는지를 명시한 기록이다. 유00씨는 철근을 하역하는 작업 도중 추락하며 죽었다. 백00씨는 엘리베이터 수리 도중 2층과 3층 사이 승강로에 끼여 죽었다. 하00씨는 계근대 보수 작업 중 계근대 하부 피트 내부의 페인트 증기가 폭발하여 죽었다. 김00씨는 쿠팡 배송 물건을 나르던 중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죽었다. 하루 평균 2.5명이 산업 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이름은 나에게 부여된 특별한 호명이다. 내가 타인들과 구별된 개별적 존재임을 확인 할 수 있는 수단이 이름이다. 이름을 부름으로써 당신이란 존재를 세상에 공표한다. 이름을 부름으로써 당신이 여기 있다는 걸 인식한다. 이름이 불러지는 순간이 누적되며 당신은 성장한다. 이름이 당신의 고유함을 증언한다. 경향신문은 그들의 이름을 일일이 소환했다. 그들이 고유한 인간임을 다시 환기했다. 그동안 산업 재해를 수치와 통계로 접했다. OECD 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