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유튜브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2월 유튜브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한 달에 1회 이상 서비스를 사용한 이용자 수)는 4천565만 명으로 카카오톡(4천525만 명)을 넘어섰다. 2023년 주민등록 인구가 5천133만 명이니, 정보통신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은 유튜브를 시청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튜브는 자유로운 업로드와 시청을 기조로 대부분의 콘텐츠를 허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현재 유튜브 콘텐츠의 제재 기준은 크게 3가지다. 첫째, 해당 국가의 법률을 위반한 경우. 둘째, 스팸 및 기만행위, 민감 콘텐츠, 폭력성 등을 포함할 경우. 셋째, 브랜드 가이드라인에 위반되는 선전성, 폭력, 부적절 언어, 성인용, 증오, 마약 관련 콘텐츠 등을 포함할 경우로, 흔히 ‘노란 딱지가 붙었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이버 렉카 연합의 쯔양 금품 갈취 사건,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발생한 지지자 간 몸싸움, 임신 36주 차 낙태 브이로그 영상을 둘러싼 논란 등 각종 사건의 중심에 유튜버가 있다는 사실에 ‘무법지대’인 유튜브에도 적절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과연 이번 사건들의 원인을 유튜브의 부적절한 대처로 치부할 것인지, 혹은 그 이상의 문제가 있는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앞서 이야기한 사건들을 훑어보며 각 사건들의 진정한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튜버들의 욕심이 낳은 참혹한 결과물 지난 10일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에는 일부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이 전 애인의 폭력, 강요, 협박, 금품 갈취 등에 시달린 유튜버 쯔양의 과거를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녀에게 수천만 원을 요구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이버 렉카는 인터넷을 의미하는 사이버(Cyber)에 견인차를 의미하는 렉카(Wrecker)를 더한 신조어로, 특정 사건에 대해 당사자를 비난하는 영상을 게시하며 조회수를 끌어모으는 이슈 유튜버를 의미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당사자인 쯔양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사실 관계를 밝혔다. 이후 자신과 관계자, 제3자들에게 무분별한 2차 피해가 확대되었다며 사이버 렉카들을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당사자인 유튜버 카라큘라 미디어, 구제역 등은 이번 사건이 조직적 음해에서 비롯되었음을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협박 정황과 증거를 담은 쯔양의 2차 라이브 방송을 통해 거짓으로 밝혀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의 당사자를 ‘악성 콘텐츠 게시자’로 규정하며 엄정 대응과 범죄수익 환수,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가할 것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다른 사람의 결점이나 불행을 자극적인 영상으로 제작하여 조회수와 광고 수익을 받는 것도 모자라, 영상을 제작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천만 원을 수수한 사이버 렉카 유튜버의 민낯을 보여줘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아울러 과거 사이버 렉카 유튜버에 의해 발생했거나 2차 가해를 일으킨 조두순 관련 민폐 사건, 지드래곤 마약 투약 누명 사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등이 재조명되며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되는 추세이다. 사회적 질타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튜버들이 사이버 렉카와 같은 행위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폭발적인 조회수와 그를 통한 수익 창출 때문이다. 사이버 렉카 유튜브는 당시 이슈가 되는 내용을 매우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전달하기 때문에 조회수가 높다. 이는 곧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시청 수익과 광고 수익으로 이어진다. 심석태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지난 21일 YTN 열린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유튜브 생태계를 보면 명분을 앞에 뭐라고 내세우든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그런 정글 같은 곳이 됐다”며 비판적 시선을 제시했다. 과열되는 유튜브, 기름 붓는 ‘슈퍼챗’ 지난 15일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을 위한 충청권 합동연설회는 지지자 간 몸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원희룡 후보와 한동훈 후보의 연설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격한 야유와 욕설을 보냈고, 이를 저지하려던 다른 지지자들이 충돌하며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한 유튜브 영상에는 연설회장에서 쫓겨난 뒤에도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는 두 지지자의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해당 폭력 사태가 극렬 정치 유튜버 간 몸싸움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했다. 현장 영상에 따르면, 자신의 채널에 원희룡 후보를 지지하는 영상을 올리던 유튜버 김 모 씨는 한동훈 후보가 연설 무대에 오르자 수차례 “배신자”라며 소리쳤고, 한동훈 후보를 지지하는 영상을 올리던 유튜버 황 모 씨가 김 씨의 뒷목을 치며 몸싸움으로 번졌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추가로 몸싸움에 가담한 유튜버 윤 모 씨까지 총 3명의 유튜버에 대하여 전당대회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들을 정치 유튜버에서 연설회의 ‘난동꾼’으로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시청자의 ‘슈퍼챗’이다. 슈퍼챗(Super Chat)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시청자가 일정 금액을 내고 자신의 채팅을 강조하는 후원 시스템으로, 주로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거나 유튜버를 후원하기 위해 사용한다. 유튜브 채널 분석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국내 유튜브 슈퍼챗 순위 톱10 중 4개, 2022년에는 7개가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이며, 이들의 슈퍼챗 추정 수익은 2~4억 원에 달한다. 이에 일부 극렬 정치 유튜버들은 정당 행사를 따라다니며 특정 후보를 맹목적으로 비난하고, 이를 실시간 방송으로 송출하여 슈퍼챗 수익을 얻으려고 한다. 더 많은 슈퍼챗을 얻기 위한 유튜버들의 발언과 행동은 점차 자극적으로 흘러가고, 시청자들은 이에 환호하며 더 많은 후원을 보내는 악순환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법적 공백에 논쟁은 깊어져만 가고 지난 6월 한 유튜버는 자신의 채널에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그 과정을 담은 브이로그를 게시했다. 해당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졌다. 댓글에선 “임신 36주 차 태아를 낙태하는 행위를 살인죄나 다름없다”는 의견과 “낙태 역시 개인의 자유이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논쟁이 길어지자 보건복지부는 7월 12일 해당 유튜버와 그녀를 수술한 산부인과 의사에 대해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시의사회 역시 16일 성명서를 내고 “A 씨 유튜브 영상 내용을 모두 믿을 수 없지만, 태아 살인이라는 국민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발표하며 집도의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경찰청은 16일 해당 사건을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에 배당하여 엄정 수사할 것을 밝혔다. 의료계는 이번 논란의 원인을 낙태 관련 법률 기준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2019년 이전까지는 모자보건법 제14조(임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 해당하는 사유를 제외한 모든 낙태가 불법이었으며, 사유에 적합한 경우일지라도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에 의해 임신 24주 차 이내의 태아에 한하여 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개정 시한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 법률이 발의되지 않아, 형법상 낙태죄는 효력을 상실한 채 명확한 규정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번 논란의 원인을 법률 공백에서 찾는 이유다. 의료윤리연구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나라는 비윤리적인 낙태 행위에 대해 어떤 법적 제재도 불가능한 무법지대로 방치됐다”며 “개선 입법 기한을 3년 이상 넘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회나 정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18일 인공임신중절 관련 법 제도 개선방안 간담회를 개최,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법무부, 식약처 등 관련 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오랜 법적 공백으로 당사자와 의료진 모두가 불안해하는 만큼, 빠른 기준 마련과 입법 절차가 절실한 상황이다. ‘답게’ 산다는 것은 최근 발생한 세 사건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매개체로 한데 모였지만, 결국 그 원인은 유튜브의 콘텐츠 제재 기준과 방만한 운영 행태보다는 부적절한 상황을 만든 유튜버와 이를 조장하고 지원한 시청자, 그리고 적절한 법적 테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입법 체계에 있었다. 유튜버가 ‘유튜버답게’ 영상을 만들고, 시청자가 ‘시청자답게’ 부적절한 영상에 대처하고, 입법자가 ‘입법자답게’ 법적 공백을 적절히 메우는 등. 모두가 ‘답게’ 행동했다면 이번 사건들은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없었을 것이다. 바야흐로 혐오와 갈등의 시대다. 남녀, 세대, 종교, 이념, 장애, 성적 지향성, 남북, 지역 등 차이를 보이는 모든 분야에서 갈등은 발생하고, 인터넷과 뉴미디어는 익명에 숨어 이를 부추긴다. 건전하고 바람직한 뉴미디어 환경은 한 명의 노력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그보다는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유튜브를 이용하고 관리하는 모두가 사용자다운, 시청자다운, 관리자다운 면모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당장 바람직한 뉴미디어 환경을 만들어낼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리라 말하고 싶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의 인공지능 업체 앤트로픽(Anthropic)이 개발한 대형 언어 모델 제품, 클로드(Claude)에서 새로운 ‘클로드 3.5 소네트(Claude 3.5 Sonnet)’ 버전을 출시했다. 클로드 3.5 소네트는 뉘앙스, 유머, 복잡한 지침을 파악하는 능력이 현저히 향상됐다. 자연스럽고 공감할 수 있는 어조로 고품질 콘텐츠를 작성하는 데 탁월하다. 위 AI 모델은 출시 직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피티 4(GPT-4)'나 '제미나이 1.5 프로', '라마 3 400B' 등의 다른 AI 모델보다 뛰어난 성능을, 일반인이 사용 가능한 중간급 모델에서 구현했기 때문이다. 클로드 3.5 소네트의 대학원 수준 추론 능력(GPQA)은 59.4%로 GPT-4o(53.6%)를 크게 앞섰다. 코딩 능력(HumanEval) 또한92.0%로 GPT-4o(90.2%) 대비 1.8%포인트 높았다. 이러한 AI 모델의 발전은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든다는 밝은 면이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 또한 있다. 특히 ‘번역가'라는 직업은 AI 발전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 작년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번역업계 직업이 꼽혔다. 그 뿐만 아니라, 18넌도에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진행한 조사에서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으로 조사인원의 31%가 번역가를 예측했다. 정말 AI의 발전은 번역업계의 종말을 가져올까? 외대알리는 데이터 라벨링 업계에서 일했던 김도윤씨와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 프랑스학과 소속으로 실제 통번역 업계에 몸담고 있는 이향 교수를 만나보았다. AI가 만드는 새로운 직업?...결국 대면하는 한계. 데이터 라벨링이란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이미지에 태그를 달거나, 다양한 언어를 번역하는 온라인 미세노동을 말한다. 김도윤씨는 현재 대학생으로, 데이터 라벨링에서도 해외 영상이나, 글들을 한국어로 번역해 데이터 라벨링을 진행했다. 김도윤씨는 “보통 우리가 AI라고 생각하면 데이터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raw 데이터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식(언어)으로 가공하는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1차 가공 데이터는 유한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무한한 데이터의 AI를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한 데이터를 포함해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유의미한 인풋(input) 데이터의 양은 유한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더불어 그는 “1차 가공 데이터는 3~5년 뒤면 한계점이 드러날 것"이라며, “인풋 데이터가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1차 가공 노동자들의 직업은 사라질 것이고, 번역업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보통 우리가 데이터의 양을 떠올리면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릴라 개틀린(Lila Gatlin)이 『정보 이론과 생명 시스템(Information Theory and the Living System)』에서 밝혔듯이, 정보의 절대적인 양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유의미한 정보를 판단하는 양의 한계를 생각해 본다면, 데이터라는 엔트로피의 절대적 최대치나 최소치에 의존하는 대신 다양성과 신뢰성이라는 요소를 통해 데이터를 '섬세하게 최적화' 한다면, 데이터의 양은 한계가 지어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데이터에 라벨링을 할 가치가 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들을 판별해보면, 데이터의 양은 무한하지 않고, 이에 더해 AI의 자가 학습 능력을 고려하면, 인간이 라벨링을 할 수 있는 작업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이는 AI로 인해 다른 직업들과 일거리가 파생될 것이라는 주장을 정면에서 반박하는 것이다. 라벨링 할 가치가 있는 데이터의 소멸을 김도윤씨는 "어떤 전문가들은 3-5년일 것"이라고 말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도윤씨는 “현재 수많은 데이터는 진보를 명목으로 저작권 상관없이 차출해서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라며, “만약에 번역서와 원서를 노동자에게 제공하고, 단순히 일대일로 ‘대응어 내지 번역어 찾기'만 시킨다면 전체적인 번역업계의 쇠퇴가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말한 대로 데이터의 양은 유한하다. 이에 더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는 AI 작업에서의 저작권 침해는 라벨링 되기 전의 데이터를 생산하는, 1차 원본을 제공하는 창작자의 노동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이는 연쇄적으로 1차 원본을 가공하는 데이터 라벨링 노동자들의 양적인 측면의 축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 “AI는 번역자의 훌륭한 도구”... “작품번역은 인간에 의한 번역의 축적이 있어야 가능" 한국외대 이향 교수는 지난 1학기 번역 수업을 진행하며, 딥엘(Deep L) 같은 번역기나, 챗 지피티의 사용을 권장했다. 이 교수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번역가로서 경쟁력이 생긴다"라며 “현재 AI 도구를 이용하지 못하면 취업도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AI와 인간의 대결구도로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할 수 있다"라며 “ 이전에는 모든 문장에 사람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했지만, 기계적인 부분들은 이제 AI가 대체할 수 있다"라며 “오히려 더욱 중요한 번역어에 집중해, 질적으로 더 좋은 번역을 꿈꿀 수 있다"라고 밝혔다. 딥엘과 같은 번역기에 대해 “아직까지는 기계가 번역해주는 번역어에 대한 판단을 내려, 더 나은 번역어를 찾고, 완성도를 판단해 최종 수정을 해야하기 때문에, 번역자의 실력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직 기계 번역은 “틀린 번역어는 아니지만, 어색한 부분이 아직 많기 때문에, 다시 한번 번역가의 검수작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특히 “영상 속에 나오는 비속어의 경우, 문화적 농도의 차이를 고려하여 알맞게 번역해야 하는데, 사람이 하지 않을 실수를 AI는 할 수 있다”라며, 오류를 잡아내는 포스트 에디팅(Post editing)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러한 AI나 번역기 외에도, CAT(Computer-assisted translation) tool이라고 하는 컴퓨터 보조 번역 프로그램 또한 번역의 질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CAT tool중 오메가 티(Omega T)의 경우 프로 번역가가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같은 단어의 번역어를 기억하고, 번역어 간 통일성과 편리성을 제공한다. 또한 현재 유럽의 몇몇 출판사나, 프랑스 르 몽드(Le monde) 신문사의 경우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되, 명시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번역가로써 반가운 소식은 아니지만, 사실들의 나열이 중요한 실용번역의 경우 번역가가 해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번역가라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AI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번역가의 자리는 줄어들겠지만, 경쟁력있게 AI의 번역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의 번역가는 더욱 일자리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성기 교수는 『번역.언어.기술. - 번역인문학과 인문 선 실천』에서, “‘자동번역기의 완성은 오로지 번역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다는 역설’이 ‘발생’한다"라며, “‘인공지공이 보들레르의 작품을 학습하려면’ ‘번역된 보들레르의 작품을 입력해서 그 예를 반복해서 학습해야’”하는데, “맥락 조건들에 의거한 추론적 해석들은 AI번역이, 적어도 ‘딥 러닝’의 기반이 되는, 추론적 해석들의 다양한 다량의 작품번역 데이터들이 축적되어 있지 않은 현 단계에서는, 그리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은, 하기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의 대지』, 『미래 사회 코드』,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등을 번역한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 프랑스학과 김모세 교수는 “논문을 작성할 때, AI 번역을 적절히 사용하고, ‘공동저자'로 투고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AI 번역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임을 강조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AI의 과제. 실제로 클로드 3.5 소네트에게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글 일부분을 번역시켰을 때의 결과물이다. 여러 프로 번역가들도 특유의 문체와 파편적인 글쓰기 스타일로 인해서 번역하기 굉장히 까다롭다고 평가하는 작가지만, 각주의 내용 또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면만 보면, AI는 완벽에 가까운 도구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AI에게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는 문제점이 남아있다. 한편 기자가 모리스 블랑쇼의 한 단편 글을 번역시켰을 때, 글 속 나와있는 "rapace besoin d'envol"의 구절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클로드는 “아르토의 시집 『Suppôts et Suppliciations』(1978)에 실린 ‘Cogne et Foutre’라는 시에 이 구절이 등장합니다”라고 말하며, 시의 원문을 인용했다. 하지만 『Suppôts et Suppliciations』는 아르토가 집필한 책이 맞지만, 같은 구절도, 클로드가 말한 시도 없었다. 이와 같이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할루시네이션이라고 부른다. 할루시네이션은 환각이나 환청을 뜻하는 정신의학 용어지만, AI가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AI가 정보를 출력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로, 의도적으로 생성되는 허위 정보를 마치 '사실'처럼 말하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다. 안타깝게도 AI에서 할루시네이션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도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다. 어떤 데이터가 어떻게 상호 영향을 미쳤는지 인과 관계 또한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인공지능의 학습 수행력(Learning performance), 즉 문제 해결력이 높을수록, 그리고 설명 가능력(Explainability)이 낮을수록, 할루시네이션은 더욱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할루시네이션을 없애기 위해 문제 해결력을 낮추거나, 설명 가능력을 높일수록, 정보는 제한될 수 밖에 없고, 유용성은 감소된다. 따라서 이는 AI 연구의 발목을 잡는 지점이자, 번역의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번역업계의 미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김학현 교수는 “AI시대에도 기계는 기계이고 인간은 인간이다. 그러나 변혁에 알맞은 준비를 충분히 해야한다. 더욱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다움이나 인격을 살려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향 교수는 번역 수업을 위해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단어를 알지 못해서, 프랑스어 능력이 부족해서 학생들이 번역하기 힘든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반성하고 발전하는 논리적 사고의 능력이 번역을 할 때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휘와 문법에 맞춘 외국어 교육은, 물론 계속해야 하지만, 좁은 범위의 공부”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향 교수는 “절대적인 번역, 100% 대응어는 없으며, 70%에서 80%에서 문화에 적절하게 번역을 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굉장히 많은 옵션 속에서 가장 적절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통번역의 본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류를 잡아내는 것"이 번역사들의 미래가 될 수 있다며, 이전과는 다른 번역사들의 작업을 예상했다. 이전의 번역이 문법과 단어에 초점 맞추어진, 보다 기술적인 일대일 대응 작업에 가까웠다면, AI는 그러한 작업에 최적화 되어있기에, 번역업계의 위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번역 또한 시, 수필, 문학, 철학과 같은, 보다 ‘인문학적’인 영역에 포함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문학 번역업의 경우, 작가의 심정을 이해하며, 그것을 문화에 맞게 번역해야 하는 작업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복잡해진 작업이 된 듯하다. 물론 인간 번역에도 오류가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AI 번역보다도 많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화에 대한 이해와 그에 적절한 의역 능력을 AI가 학습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류재화 교수는 자신이 번역한 조에 부스케의 『달몰이』의 옮긴이 후기에서, 번역자 자신은 프랑스어 원문을 보면서 있는 그대로의 감동을 받았지만, 이를 한국어로 옮기면서 독자들에게 온전한 감동을 제공하지 못함에 아쉬운 감정을 표했다. 이에 더해 이향 교수는 “외국어를 배우는 경험은 개인을 바꾸는 경험으로, 새로운 체계에서, 마치 바깥에서 한국어를 바라 보는 경험은 세계 확장의 경험이며,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번역업계에 더해, 외국어 공부 또한, AI의 발전으로 설 자리를 잃는 것이 아닌, 나의 경험에 빗대어 언어 체계 속에서 보다 온전히 의미를 간직하기 위해 중요해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내 세계의 확장', 내지는 ‘개인을 바꾸는 경험'이라는 인문학적인 이유로 말미암아, 여전히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박찬빈 기자(chan.b2an@gmail.com)
국가나 자본, 종교 등 지배세력에 의해 금지된 책들을 금(禁)한다는 의미의 [금서를 禁하다]는 해로운 걸작, 불온서적 등을 다룹니다. 금지된 책이 왜 금지됐는지 그 역사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를 둘러봅니다.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동네의 터줏대감 같은 길고양이들을 마주치게 된다. 누군가는 못 본 체 지나가기도, 누군가는 시간에 맞춰 사료를 주기도 하며, 또 어느 누군가는 가끔 마주치는 고양이들을 위해 가방 속 작은 간식을 넣어 다니기도 한다. 주인 없는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500만 반려동물 가구 시대에 걸맞게 산책하는 강아지들도 선선한 저녁 시간대에 자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고양이, 강아지 등 가족으로 들일 수 있는 동물에게는 연민과 사랑의 손길을 잘 건네곤 한다. 하지만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식용동물에게는 정육점 냉장고 속 온도처럼 차가운 시선만이 가득하다. 봄의 어느 날 허약하게 태어난 아기돼지 '윌버'의 헛간 살이 이야기를 담은 <샬롯의 거미줄>은 2006년 미국과 영국의 한 학교에서 금서로 지정됐다. 우리가 관심 두지 않는 식용동물의 죽음을 다룬 내용이 어린이들에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였다. 아이들에게 죽음은 부적절하다 <샬롯의 거미줄>의 주인공인 돼지 '윌버'는 허약하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농장주 딸인 펀의 도움으로 펀의 삼촌인 호머 주커먼에게 팔려 그의 헛간에서 생활하게 된다. 겨울이 되면 식탁에 오를 것을 두려워하던 윌버에게 헛간의 천장 한 켠에서 살아가는 거미 '샬롯'은 윌버를 구해주겠다고 약속하며 거미줄로 윌버를 위한 특별한 글자를 써 내린다. 신비한 현상으로 돼지 품평회에 내놓아진 윌버는 상을 받으며 더 이상 햄이나 베이컨이 돼야 할 걱정이 사라지지만, 샬롯의 수명을 다해 거미알을 낳고 죽게 된다. 헛간으로 돌아온 윌버는 샬롯의 새끼 거미들, 그리고 다른 헛간의 동물들과 함께 여러 해를 보내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윌버는 태어나자마자 봄 돼지는 허약하단 이유로 죽여질 위험에서 간신히 벗어나 헛간에서 살게 되지만, 여전히 겨울이 되면 죽임을 당해 식탁 위에 오를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그렇기에 <샬롯의 거미줄>은 단순히 거미와 돼지의 아름다운 우정이 아닌 식품이 되기 위해 태어난 동물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아이들이 우리 식탁에 오르는 고기의 삶을 외면해야 할 필요는 없다. 동네를 산책하는 귀여운 강아지에게는 따뜻한 손길을, 식탁에 올라온 맛있는 고기반찬에는 경쟁적인 젓가락질만을 행하는 모습은 동물에 대한 사고와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식용동물은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식용동물에 대한 대우는 외면하고 싶을 만큼 잔인하고 끔찍하다. 대한민국 도축의 실상이 어떠한지 들여다보자. 불편함 vs 불편함 : 식용동물의 삶과 가격 상승 종종 뉴스를 통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운반 차량에서 떨어진 돼지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에서 떨어진 돼지들은 골절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다. 우리는 오늘 저녁 반찬이 될지도 모를 돼지가 도축 과정에서도 편안하지 못한다는 '불편함'을 가진다. 하지만 식용동물의 삶에 대한 관심과 연민은 여기까지다. 정육점의 빨간 조명 아래 놓인 돼지고기를 고를 때 가격 상승이라는 또 다른 '불편함'을 우리는 느낀다. 비좁은 수송차량을 지나 도축장에 도착한 돼지들은 계류장으로 옮겨진다. 그 곳에서 물로 대충 씻은 후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옮겨진다. 저항하는 돼지들에게는 전기봉이 사용되기도 한다. 전기긱절기, 혹은 이산화탄소 기절법을 통해 기절한 돼지들은 단단하게 굳는다. 곧바로 방혈이 시작된다. 방혈은 온몸의 피를 빼내고 도축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전기기절기를 통한 기절방법은 이산화탄소 기절법보다 의식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산화탄소 기절법을 권장하지만, 부담되는 비용 탓에 민간 도축 업체는 여전히 전기기절법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동물복지 도축장'이 도입되고 있다. 눈 뜬 채로 도살당하는 동물들을 방지하기 위해 도축과정에서 동물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자는 의도다. 동물복지 도축장으로 지정받기 위해선 동물복지 담당자가 △동물의 하차와 방혈에 대한 기록·관리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한 CCTV 설치 △동물의 몰이를 위한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방법 금지 등 여러 조건이 요구된다. 동물복지 도축장으로의 전환 및 확대는 사육 농가가 생산비 확대와 소득 감소를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미디어에 나오는 열악한 도축 환경에 놓인 동물들의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허나 현실은 죽기 위해 태어난 동물들에게 최소한의 대우를 하기 위한 환경조차 경제적 잣대 탓에 마련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꽤애애액!"⋯비명섞인 사육장 도축장 시설의 열악함을 본다면 사육장에도 높은 기대를 할 수 없다. 현대화되지 않은 사육장은 바깥보다 더운 공기, 어두운 실내, 과다 밀집된 돼지들로 비명소리가 난무한다. 좁은 돈방에는 여러 돼지들이 분뇨가 묻은 채 누워있다. 돼지들이 싼 오줌과 똥은 바닥재의 틈 사이 배관으로 떨어져 하루에 두 번 분뇨처리장으로 옮겨진다. 우리의 선입견과 달리 돼지는 깨끗한 동물이다. 먹이를 먹는 곳과 배변을 보는 곳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인간처럼 '화장실'을 따로 두는 셈이다. 돼지는 무척 똑똑한 동물이기도 하다. 동물학자들은 돼지의 지능이 개보다 높으며, 3~4세 인간 아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꿀꿀대는 소리와 비명을 지르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로 서로 소통하고 공감한다. 그런 돼지들이 분뇨를 뒤집어쓴 채 사육장에 누워있으니 따가운 고성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돼지는 행복할 때 낮고 느린 "꿀꿀" 소리를 내고, 괴로울 땐 높고 빠르게 "꽤액" 비명을 지른다. 돼지가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축사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돈사의 악취를 줄이고 재래식 돈사를 철거하며 지원금 최대 상한액을 상향 조정하는 등 돼지 축사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전북지역에서 진행된 '스마트 축사 사업'의 경우 융자 80%, 자부담 20%로 양돈장 주인의 부담이 커 축사 시설 현대화는 바라는 만큼 진행되지 않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AWARE)가 2021년 국내 양돈 돈가 13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81곳(60.4%)이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동물복지 기준이 높은 축산 제품을 구매할 의향은 91.8%로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참여율이 0.3%인 이유는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를 공급하는 양돈장과 소비하는 소비자 모두 돼지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의향이 있음은 분명하다. 다만 △서민음식이라 불리는 돼지고기의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 △동물복지 인증제도의 허점 △동물복지 도축장 확대에 대한 양돈장의 부담 등이 더 나은 식용동물로서의 삶을 가로막고 있다. "꿀꿀" 소리가 들리는 농장 오늘날 돼지는 고기로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생명으로서 돼지는 인간의 삶과 철저하게 분리돼 있다. 돼지는 오직 인간을 위해 사육돼 식탁에 오르는 '고기'로서 가성비 있는 재료로 대우받을 뿐, 한 생명체인 '돼지'로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한 생명체인 돼지가 그저 하나의 재료인 돼지고기로 변환되는 과정에 소비자인 우리가 너무 무관심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즉 우리는 먹는 데에서 친숙함을 느끼는 만큼 돼지를 살아있는 동물로 인식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다. 식용동물로서 소비되는 돼지의 삶은 적어도 살아가는 동안 행복할 필요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돼지의 수명은 10-15년이지만, 도축장에서는 불과 160-180일 정도로 반년이 채 되지 않는다. 과다 밀집된 축사에서 압사로 매일 죽어가는 돼지들, 제대로 기절이 되지 않은 채 도축당하는 돼지들. 우리는 짧은 삶을 살아가는 식용동물 돼지의 삶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짧은 삶을 살아가는 돼지들을 향한 죄책감을 덜고자 일부러 무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돼지와 돼지고기, 소와 소고기, 닭과 닭고기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보는 시각은 스스로 생명을 죽이지 않고서도 고기를 섭취하는 행위를 가능하게 해 죄책감을 덜 수 있었다. 반면 동물의 도축 과정을 외면하는 데에서 오는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오직 인간에 의해서, 죽기 위해서 태어난 동물들에게 우리가 최소한의 대우를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국가나 자본, 종교 등 지배세력에 의해 금지된 책들을 금(禁)한다는 의미의 [금서를 禁하다]는 해로운 걸작, 불온서적 등을 다룹니다. 금지된 책이 왜 금지됐는지 그 역사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를 둘러봅니다. 작년 7월, 충남 공공도서관에서 ‘10대를 위한 빨간책’을 비롯한 성교육·성평등 주제 어린이책들이 퇴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해 5월부터 빗발친 ‘꿈키움성장연구소’의 ‘고시 위배 도서 폐기 요청’ 때문이었다. '동성애, 성전환, 조기 성애화, 낙태 등을 정당화하거나 이를 반대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담긴 도서는 마땅히 폐기 처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략)'출처=지난해 5월 ‘꿈키움성장연구소’가 보낸 공문. 해당 단체가 도서관으로 보낸 공문에는 총 4개 항목에 걸쳐 관내 ‘문제 도서’들을 폐기 처분해달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빨리 도서를 빼라며 매일 같이 걸려 오는 민원 전화도 있었다. 퇴출을 주장한 이들 중에는 지민규 국민의 힘 도의원과 김태흠 충남지사도 있었다. 지 의원은 “성행위 방법·성적 표현 등으로 과도한 성적자극이 우려”된다며, 김 지사는 “7종 도서를 살펴봤는데 낯 뜨거운 표현이 있었다”고 퇴출 이유를 밝혔다. 퇴출 도서 목록 중 하나였던 ‘걸스 토크’의 작가 이다는 당시 SNS를 통해 “금서 지정 사유가 놀랍게도 ‘콘돔 사용 권장’이더라. 대체 무슨 못할 말을 했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심정을 밝혔다. ‘걸스 토크’가 성관계를 조장한다는 보수 단체의 주장에 대해선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성관계는 후회로 이어진다고 말하는 책”이라고 반박했다. ‘섹스’, ‘성기’ = 낯뜨거운 표현? 23년 여름을 기점으로 금서가 된 ‘10대를 위한 빨간책’은 지 의원과 김 지사가 지적한 점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책의 첫 챕터 제목부터 ‘섹스를 한다는 게 무슨 뜻이지?’이다. 책은 ‘성기’와 ‘섹스’, ‘고환’ 같은 용어를 적나라하게 사용하고 있다. 책의 뒤표지에는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보이는 속옷이 대화를 나눈다. “잘 지내?” “별로” 그럼 이제 ‘10대를 위한 빨간책’이 금서로 지정된 이유를 납득하면 될까. 남녀의 섹스 행위에 대한 묘사와 솔직한 감상을 ‘낯 뜨겁다고’ 이해하면 되는 걸까. 왜 우리는 이토록 섹스라는 단어와 행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섹스’ 교육은 안 괜찮고, ‘섹스’ 콘텐츠는 괜찮나요? 성욕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단어라도 꺼내면 ‘어딜 그런 상스러운 말을’ 하며 쉬쉬하지만,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성욕을 주체 못해서’라며 범죄 동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불법 음란물을 감상하거나 이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관음하는 일에 대해선 ‘한창 성욕이 끓을 때니까’라며 용인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놈의 성욕을 다룬 책은 도서관에서 퇴출다. 청소년들은 혼란에 빠진다. 도서관에서 책으로 접하는 섹스는 안 되고, 집에서 나 혼자 자위하며 보는 섹스는 괜찮은가. 여성과 남성의 교접을 묘사한 삽화는 보면 안 되지만, 여성의 몸을 과하게 왜곡한 19금 웹툰 광고는 아무 데서나 맞닥뜨려도 괜찮은가. 성교육 강사 강덕임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은 성기가 크게 부각되는 음란물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성기 중심적 사고를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음란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접근을 막기란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강 씨는 대신 "성교육을 통해 음란물과 현실은 다르다는 판단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경과 <10대를 위한 빨간책>: ‘사랑은 정말 아름다워!’ ‘10대를 위한 빨간책’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적나라한 성교육’이다. 이 도서는 섹스, 낙태, 피임, 성욕, 동성애, 성병, 성폭행 등 청소년 시기에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성 관련 이슈를 다루고 있다. 딱히 성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지도, 급진적인 사상을 전파하지도 않는다. 기존의 성교육이 해오던 말을 더 적나라하게, 이해하기 쉽게 늘어놓았을 뿐이다. 청소년들이 왜곡된 성 지식을 습득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마지노선’ 역할을 할 뿐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과도한 성적 자극이 우려되고’, ‘낯 뜨거운’ 이야기 끝에 책에서 도달한 결론은 그 옛날 성경에서 말하는 것과 똑같다. ‘사랑은 정말 아름다워!’ : ‘10대를 위한 빨간책’ 142p 섹스, 인생에 한 번은 맞닥뜨리게 되는 ‘우리는 모두 성적 존재다’ : ‘10대를 위한 빨간책’ 표지 아이는 성인이 된다. 성인이 되면 접하는 게 많아진다. 내가 이성을 좋아하는지 동성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물론 다 안 좋아할 수도 있다. 맘에 드는 누군가와 어딘지 위험한 분위기에 빠지기도 하고, 알고리즘에 (드디어) 시청할 수 있는 19금 성인 영화가 뜨기도 한다. 모텔에 들렀다가 옆방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잠을 설칠 수도 있고,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커플을 보며 이 나라가 진짜 초저출산 국가가 맞느냐는 생각을 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모든 것의 기본 전제로 깔린 것이 ‘섹스’란 사실이다. ‘성관계가 없다면 임신도 없고, 출생도 없고, 자식도 없고, 그러니까 삶도 없겠죠.’: ‘10대를 위한 빨간책’ 17p 섹스의 중요성은 당장 뉴스만 틀어도 알 수 있다. 정부에서 매일 권하는 게 그거 아닌가. ‘10대를 위한 빨간책’은 이에 대해 분명히 말하고 있다. 섹스는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며, 필요한 일이고, 그러니까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그러나 어른들은 여기서 ‘제대로 알면 안 된다’는 명목하에 도서를 퇴출해 버렸다. 양지를 막는다고 터가 사라지진 않는다. 오히려 음지에 사람이 몰릴 뿐이다. 청소년의 조기 성애화를 그토록 걱정하는 이들도, 음지의 ‘섹스’와 ‘성기’를 접하며 자란 청소년들이 성인이 돼 맞닥뜨릴 상황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다. 한국의 아이들은 어른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각종 SNS에서 별도의 인증을 거치지 않고 음란 동영상을 자유롭게 시청하고 제작할 수 있다. 굳이 마음을 먹지 않아도, 인터넷만 돌아다니면 여성의 가슴이나 남성의 성기가 비현실적으로 부각된 음란물을 어디에서나 마주칠 수 있다. 어른들은 이를 막을 수 없다. 아이들은 이미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고, 동시에 그만큼 많은 위험에 노출됐다. 이미 알게 된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닌, 제대로 쥐고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게 어른들이 해야 할 일 아닐까. 최세희 기자(darang1220@naver.com)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는 학생 통학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학생 통학버스로 편하게 통학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는 학생 통학버스 관련 문제들이 자주 제기된다. 새치기, 배차 간격 등의 이유로 학생들은 학생 통학버스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5월 21일 오후 6시 11분, 한국외대 에타에 한국외국어대학교 내에서 운행하는 학생 통학버스 기사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학생 통학버스 운행 중 버스 기사가 영상을 시청했다는 내용이다.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제보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제보자에게 당시 상황을 듣다 Q.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5월 21일 화요일, 평소 마음 놓고 자면서 탔던 학생 통학버스에서 이러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개인 승용차도 아니고 기사님 손에 쥐고 있는 목숨이 몇 개인데 이런 태도로 버스를 책임지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기사님을 채용한 버스 업체와, 계약 후 관리가 없는 학교 또한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당장 이 기사님만 해도 운전 중 영상 시청, 전화, 욕설을 하고, 타 버스에도 이와 비슷한 태도로 운전하시는 기사님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를 직접 신고했다는 에타 글도 보이는데 기사님들께는 전체적으로 전달이 안 된 건지, 운전하시는 태도에 경각심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차하면서 핸드폰이 계기판 위에 놓여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후 앞좌석에서 보니 버스를 출발하기 전부터 핸드폰을 저 위치에 두고 계속 영상을 보시더군요. 버스를 출발하면서 끄는 것도 아니고 계속 그 위치에 두고 영상을 시청하며 운전하셨습니다. 저희한테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고 아주 당당하게 시청하더군요. 화가 나 당장 그 자리에서 기사님께 따질까도 생각했지만, 평소 기사님 행실이 거치셨기 때문에 참고 익명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이 사건 이후 버스 기사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자 해당 업체는 경고 조치와 함께 추가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체 측의 실수로 추가 교육을 받아야 하는 기사가 아닌 다른 기사에게 교육 조치가 내려졌고, 이를 제보한 이용객이 다시 연락하자 업체 측은 실수를 인정하며 해당 기사와 직접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달라진 건 없었다... 2차 문제 발생 해당 버스 기사가 앞선 사건에 이어 다시 한 번 운전 중 영상을 시청해 학생 통학버스 이용객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아래는 같은 제보자에게서 버스 기사의 영상 시청 사건 이후의 같은 문제가 재발한 것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이다. Q. 이번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나요? A.이미 경고와 교육을 2번이나 받았다는데도 다시 영상을 시청하고 계십니다. 게다가 오늘(5월 28일 화요일) 5시 20분 천호 방면 하교 버스를 탔던 사람이면 아시겠지만 위험한 급정거가 2번이나 있었습니다. 오늘(5월 28일 화요일) 특히 위험했습니다. 이처럼 한 번의 경고와 추가 교육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심지어 제보자뿐만 아니라 다른 이용객들도 업체 측과 학교 측에 민원을 넣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학생 통학버스 기사 운행 중 핸드폰 영상 시청... 동영관광 측의 대처는? 5월 27일, 동영관광 한국외대 학생 통학버스 관리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동영관광 측은 학생 통학버스 기사 핸드폰 영상 시청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번 학생 통학버스 기사 문제를 통감하고 있다”며, “해당 기사님에게 강하게 경고 조치를 내렸으며, 문제가 반복된다면 학생들의 안전과 연관되어 있는 만큼 2학기 등하교 차량 배차 변경까지 고려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 한국외대 학생 통학버스 차량 기사 대상 교육이 실시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관계자 측은 “한국외대 버스 기사들에게 매달 첫째 주, 마지막 주에 주기적으로 차량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매달 서명을 받으며 차량 안전 운전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며 현재 실시되고 있는 학생 통학버스 기사 대상 교육 자료를 제시했다.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 질문에 “해당 사건과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주 단위로 학생들의 불편 사항을 수집 후 대응 예정이다”라며, 동영관광 관리자 측은 “해당 문제가 학생들에게 이슈가 된 것에 적지 않게 놀란 상황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 각별히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문제 반복... 동영관광 측의 입장은? 앞서 언급했듯 5월 28일 해당 기사는 또다시 핸드폰 영상을 시청하며 운전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동영관광 측과 인터뷰를 재진행했다. 경고 조치 이후 다시 영상 시청을 하며 운행 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진 것이 맞는지 물음에 동영관광 측은 “해당 사건 후 전체 기사에게 대면 교육을 실시했으나 문제가 된 기사만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휴대폰을 본 천호 통학버스 기사를 다른 기사로 혼동하여 다른 기사와 면담을 진행했다”며 경고 조치가 정확히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학생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학생들이 강경한 대응을 바라고 있다는 말에 동영관광 측은 “화요일 저녁 해당 기사와 유선으로 통화를 진행했다. 핸드폰 사용에 대한 사실 확인을 완료했고 해당 기사 측도 학생들에게 죄송함과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운전 중 핸드폰 사용에 대해 강한 경고 조치를 내렸고, 5월 30일에 대면 면담을 시행해 후속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 전했다. 관계자는 “해당 기사와의 계약 중지를 논의 중이며, 다만 시험 기간과 종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배차를 갑자기 빼는 조치는 학생들의 불편을 야기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강경한 대처를 바라는 마음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이 이슈가 되며 학생 통학버스 기사의 핸드폰 사용 문제에 대해 현황을 인지했고, 다음 학생 통학버스 기사 교육 자료에 핸드폰 사용 금지 교육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학생 통학버스 기사 운행 중 핸드폰 영상 시청… 교내 총괄지원팀의 입장은? 5월 28일, 한국외대 총괄지원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총괄지원팀은 “수십 년간 버스 기사의 핸드폰 사용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버스회사는 버스 기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수시로 교내에서 조심히 운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의 제보 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총괄지원팀은 “이 사태를 버스 업체에 고지한 상태이고, 영상 시청은 학생들의 안전에 큰 위협이라는 것을 강조하여 당부했다”고 전했다. 또한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기사를 해고하는 제도인 ‘원 스트라이크 제도’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 번 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원 스트라이크 제도를 실시할 것이며, 버스 기사에게 절대적인 주의를 많이 준 상태”라고 전했다. 경고 후에도 일어난 같은 문제… 이에 대한 교내 총괄지원팀의 입장은? 6월 3일, 해당 기사가 경고 조치를 받았음에도 또 다시 휴대폰 영상을 시청하며 운전을 한 사건에 대해 총괄지원팀과 다시 인터뷰를 진행했다. 총괄지원팀은 같은 문제의 재발 이후, 버스 업체에 연락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 한 번 경고했다고 전했다. 총괄지원팀은 “버스업체에서도 휴대폰 영상 시청 문제를 일으킨 기사를 다른 회사로 배치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종강과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배차를 뺀다면 학생들이 혼란과 불편함을 느낄 것이므로 신중히 고민하고 있음을 덧붙였다. 앞으로 버스 관련 문제에 더 신경을 기울일 것이며,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학생 통학버스 관계자 측의 확실한 대처방안이 필요할 때 학생들은 현재 학생 통학버스 운행에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 학생 통학버스 만족도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 중 77%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급정거, 운전 중 통화/영상 시청/전자기기 사용 등을 지적했다. 또한 학생 통학버스의 지연 출발, 노선 부족 등도 주요한 불편 사항으로 꼽혔다. 향후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개선책을 제시해 편리한 통학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학교 측과 버스 업체는 적극적으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할 때이다. 장유민 기자(kell1786@naver.com)유현화 기자(hyeonhwa27@naver.com)최우성 기자(woosung7119@naver.com)
글로컬대학 30 통합에 따른 충북대학교와 교통대학교 사이에 갈등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충북대학교 총학생회 '개화'는 “교명을 바꾼다는 것은 전통을 거스르는 일이며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밝히면서 이같은 갈등은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운 모양새다. 지난달 7일 충북대학교와 국립한국교통대학교(이하 교통대)의 통합을 앞두고 충북대학교 대학 본부 앞에서 '충북대학교 교명 절대 수호 시위'가 진행됐다. 이날 시위에는 충북대 재학생 7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시위는 양 대학이 기존 교명을 포함해 교명 후보를 제출하기로 합의한 것에 반발해 통합 반대 여론이 높은 충북대 재학생들 사이에서 주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씨앗이 된 글로컬30 사업 학령인구 감소로 ‘벚꽃이 지는 순서대로 대학이 없어진다’라는 농담은 현실이 되고 있다. 종로학원이 발표한 2023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에 따르면 서울권은 5.81대 1, 인천·경기권 6.09대 1, 지방권 3.56대 1이었다. 지방대의 경우 2022년 대비 3.36대 1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경쟁률이 3대 1을 넘지 않아 ‘사실상 미달’로 분류되는 대학의 86.8을 차지한다. 이에 정부는 존폐 위기에 놓인 대학 증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방식 한계로 “향후 10~15년은 대학 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지난 2023년 3월, 정부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추진했다. 글로컬30 사업은 ▲대학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은 국제사회와 연결 ▲대학의 혁신을 통해 지역의 혁신과 발전에 기여 ▲불확실한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미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과감한 대전환을 할 수 있도록 대학지원 전략을 전면 변환하고, 대학의 혁신 모델로서 글로컬대학의 육성을 주력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된 대학은 5년에 걸쳐서 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또 다른 부서의 산학협력, 연구개발 지원금도 끌어와 기업의 투자도 유치할 수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대학 30곳을 선정할 계획으로, 지난해 11월 전국의 10개 대학이 처음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정부의 뜻과는 다르게 충북대‧교통대 간 통합은 글로컬 통합의 추진을 원하지 않는 재학생의 의견으로 제동이 걸렸다. 두 대학뿐만 아니라 글로컬대학30 예비 지정에 성공한 충남대‧한밭대도 통합 논의를 앞두고 재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충북대, ‘교명 절대 수호’ 시위 진행해 2023년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된 충북대와 교통대는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충북대는 대학 통합 찬반 투표에서 학생의 87%가 대학 통합에 반대하였으며, 지난 3월에 진행한 ‘총학생회 글로컬대학30 의견수렴’에서도 여전히 통합에 부정적인 여론이 거셌다. 의견수렴에는 ‘교통대학교와 통합을 전제로 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부정적 42.5%(504명) ▲부정적 29.1%(346명) ▲보통 21.7%(257명) ▲긍정적 5.2%(62명) ▲매우 긍정적 1.5%(18명)로 글로컬 통합에 매우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압도적이었다. 이승렬 충북대 부총학생회장은 ‘교명 절대 수호 시위’를 두고 “충청북도의 거점 국립대학인 ‘충북대학교’의 교명을 지키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입장문 낭독을 통해 새로운 교명이 정문에 걸린다는 것은 20만 동문과 160만 충북도민이 함께 쌓아 올린 현재의 위상과 가치를 역행하는 어리석은 짓임을 양 대학 통합의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학생회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어떻게 합의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으나 양 대학은 기존 교명을 포함해 교명 후보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학생들이 통합대학 교명 설문조사를 보이콧하는 이유를 두고 “충북대학교 이외에 제출할 교명은 존재하지 않으며 설문조사에 응하는 것이 자칫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부학생회장은 “학생 반대가 87%에 달할 정도로 충북대학교 학생은 단 한 번도 통합을 원한 적이 없다”며 “우리대학의 교명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우며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통대, “통합은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 교통대에서는 지난 4월 총학생회 '중심'이 ‘국립한국교통대학교-충북대학교 통합대학의 교명에 관하여’라는 교명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통합 과정에서 학생들이 입는 피해가 없도록 졸업장, 졸업증명서 그리고 통합대학의 교명을 고안하고 있다”며 “도출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충북대학교와 함께 구성한 통합추진위원회를 비롯해 6개의 분과위원회에 전달하여 양 대학의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또 “2024년의 교통대학교와 충북대학교는 지난해 양 대학이 결정한 사항을 토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단계적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년도 결정 사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계를 역행해 원칙을 깨뜨리는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두 대학의 통합은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기 위함이며, 교명도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미래지향적이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교명에 대해서는 “현재 교통대학교는 과감히 기존 교명을 제외하고서 새로운 통합 대학의 교명을 공모하고 있다”며 "이는 결코 한국교통대학교라는 이름의 경쟁력이 낮아서가 아니며 두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심' 총학생회는 “지금부터라도 더 이상의 갈등은 멈추고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되길 진심으로 소망하며, 충북대학교 구성원들도 새로운 통합대학 교명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의 영어영문학과, 경영정보학과, 융합소프트웨어학부 3개 학과에서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학생회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8일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중앙운영위원회는 ‘학생자치 및 산하기구 2차 감사 결과’를 공고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경영정보학과 학생회와 융합소프트웨어학부 비상대책위원회의 횡령 내역이 함께 실렸다. 중앙운영위원회는 “올해 1차 전체대표자회의에서 ‘학생회비 운용 가이드라인’이 발의됐고, 학우들의 총학생회비 및 학과 학생회비 관련 인식 개선을 위해 중앙운영위원회 차원에서 감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감사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는데, 23일 이뤄진 지난 1차 감사에서는 영어영문학과 학생회의 횡령 사실이 발각됐다. 이에 집중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학내 여론이 커지자 2차 감사를 실시했는데, 경영정보학과와 융합소프트웨어학부에서도 횡령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횡령 금액은 영어영문학과 175만 8163원, 경영정보학과 22만 1500원, 융합소프트웨어학부 969만 4900원이었다. 특히 가장 큰 금액을 유용한 융합소프트웨어학부의 경우 자금의 대부분을 게임 재화 구매 및 장난감 구매 등 사적인 용도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 학과 학생회의 대표자들은 “잘못된 판단으로 (회비를) 개인적인 목적에 사용한 점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감사 결과가 공고되자 횡령 경위서와 사과문을 잇따라 올렸다. 융합소프트웨어학부 비상대책위원장 A씨는 사과문에 “사용 후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채워 넣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남겼다. 한편 횡령된 금액은 모두 환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명지대학교 중앙운영위원회는 징계 공고를 게시하면서 “해당 내용을 학생지원팀과 해당 교학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김수환관 컨퍼런스룸에 제32대 총학생회 ‘파도’(이하 총학)가 1학기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학대회는 대의원 151명 중 115명이 참여해 정족수를 충족했다. 안건으로 △2024년도 예·결산특별위원장 인준의 건과 △간담회에 대한 추가 대응 논의에 관한 건이 상정됐다. 먼저 ‘2024년도 예·결산특별위원장 인준의 건’이 상정됐다. 전임 예·결산특별위원장의 개인 사정에 의한 사임으로 조강천(심리·23) 학우를 후임 위원장으로 사후 인준했다. 조강천 학우는 “학생회비의 투명하고 깨끗한 사용을 위한 예결위의 역할을 이해하여 청렴한 학생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학생 사회를 위해 힘쓰시는 학우들의 지지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2024년도 예·결산특별위원장 인준의 건은 당시 출석한 대의원 114명 중 △찬성 111명 △기권 3명으로 출석 대의원의 절반을 넘어 가결됐다. 간담회에 대한 추가 대응 논의에 관한 건은 지난 14일에 열렸던 '학생과의 간담회'의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자 상정됐다. 정재민 총학생회장은 “지난 간담회가 소기의 성과와 함께 아쉬움이 함께 공존했다”면서 “학내 현안에 대해 정리된 답변을 받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답변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학우들의 여론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는 간담회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총장과의 간담회 등을 요구하고자 한다”고 후속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대학 본부와의 소통과 총장간담회 추진을 이어가겠다" 일부 대의원은 에브리타임 내에서 진행된 근조화환, 대자보 시위 모금에 대한 총학생회 입장에 대해 질의했다. 총학 측은 “학교와의 논의 테이블이 무너지지 않았기에 추가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며 “학교가 학생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협의 의사가 없다고 판단되면 총학생회가 집단행동을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총장 간담회의 진행 방식, 배석자에 대해선 총학 측은 “전체 학생이 참여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여 단과대학 대표자 수준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총장 간담회는 학교 현안에 대한 총장의 의견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며, 추후 간담회를 정례화하는 방향으로 이어가고자 한다”고 답변했다. "교수 충원을 위한 협의체를 수립해 학우들의 의견을 전달하겠다" 총학은 기초학문 및 ICT, 컴퓨터 전공 교수 충원에 대해 “교원 충원 협의체를 빠르게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배석을 조정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자유전공학과, 궐위 단위에 대한 의결권 보장 방안을 마련하겠다" 한 대의원은 자유전공학과가 대의원 의석이 보장되지 않아 학생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총학 측은 “자유전공학과가 1학년으로 구성됐고, 단과대학 설립 및 포함 여부가 문제라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총학생회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자유전공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른 대의원은 궐위 단위에 대해 학생회장이 부재해도 과 대표를 선출해 전학대회 참여를 보장하는 것을 제안했다. 총학 측은 “공약 중에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권을 보장하겠다는 부분을 밝혔고, 회칙 개정을 통해 해당 공약을 이행하고자 한다”고 답변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서버(수강 신청, AI코디 홈페이지)오류 문제 파악 후 해결 촉구하겠다" 가대알리는 전학대회 현장에서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학내 홈페이지 서버(수강 신청, AI코디 등) 오류 문제를 총학생회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총학생회의 수강 신청 서버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 이행 정도와 대책에 관해 물었다. 총학 측은 “최근 발생한 AI코디 홈페이지 오류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정보통신지원팀과 미팅을 통해 관련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을 촉구하겠다”고 답변했다. 덧붙여 수강 신청 문제에 대해선 “2학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에 큰 진척 사항은 없으나 공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임시 전학대회에 대해 정재민 총학생회장은 “5월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행동과 관심으로 학교가 변화하고 있는데, 이번 움직임이 가톨릭대학교 학생사회에 소중한 유산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학우분들이 학교 현안에 꾸준한 관심을 주시길 바란다”고 학내 현안에 대한 학생 구성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한편 전학대회 다음날 총학은 학생처에 ‘간담회 결과에 따른 총학생회 추가 요청 사항 공문’을 학생처로 수신했다. 공개된 공문에는 △총장 간담회 일정 마련 △교수 충원을 위한 교학 협의체 구축을 총학과 논의할 것 △지난 간담회에 대한 추가 질의에 구체적인 답변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 대의원들의 초상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총학생회 측 요청에 따라 전학대회 현장 사진이 아닌, 결과 공고문으로 대체하기로 상호 간 협의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권민제 기자writming0314@gmail.com
[편집자주] 대학에 고(告)하다고(告)하다. 사전적 정의로 ‘중요한 일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여 알림’을 뜻한다. 본 코너는 학생 사회가 대학에 전하고 싶은 현안을 가대알리가 대변하고자 기획된 심층보도 코너이다. 대학 축제를 얼마 남기지 않은 5월, 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의 관심사는 조금 다르다.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종이컵 미설치, 대학 내 전등 점등에서 비롯되어 입시 정책의 변화까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학교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입시 정책의 변화로 우려되는 학내 수준과 특정 학과 쏠림 현상, 강의의 질에 대한 우려와 불만은 ‘근조화환 설치계획’이라는 단체행동으로 귀결됐다. 학교 측은 종이컵 재배치, 입학처장 면담 내용 공개를 하였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대학 구성원들이 ‘주체’에서 ‘객체’로 전락 학교에 대한 학생 사회 내 불만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대자보 철거 사건으로 인해 학교의 행정 처리 방식은 크게 지탄받은 적이 있었다. 이번 화환 설치 사태에서도 학교에 대한 불만 사항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대학의 주체 중 일부인 학생들이 매년 반복되는 문제를 언제까지나 지켜볼 수는 없다. 이번 화환 설치 계기에 대해 알아보고자 근조화환 단톡방 개설자, 박재연 동문(법학과 18)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가톨릭대학교 학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에브리타임 커뮤니티에서 근조화환 단톡방을 개설한 졸업생 박재연입니다. 2018년 입학해 학부 시절에 법학과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2021년 2월에 졸업했습니다. Q. 근조화환 단톡방을 개설하고, 관련 활동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학부 시절, 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불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학과 규모에 비해 재직 중인 교수 인원이 너무 적은 학과도 있었습니다. 종교학과가 폐과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학교의 방침이나 추진 과정 속 학생 입장에서 납득이 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나름 바꿔보려고 했지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복잡한 마음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가톨릭대 동문으로서 돕고 싶은 마음만 있었습니다. 후배들의 질문에 답변하거나, 직업을 가지게 되면 학교에 장학금 기부나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5월 초 에브리타임에서 입학전형과 관련된 문제 제기를 보고, 입학전형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저는 지금의 입학전형이 나오게 된 원인이 하나로 수렴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주체’에서 ‘객체’로 전락시키는 불통 행정이라고요. 처음에는 대학원 재학으로 인해 직접 학교에 가지 못해서, 대신 근조화환이라도 보내볼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에브리타임 대화방을 만들었는데, 학우들의 반응이 생각 외로 뜨거워서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Q. 학내 현안을 알리기 위한 여러 방안 중 ‘근조화환’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요즘 근조화환이 색다른 시위 방법으로 흔히 채택되고 있음이 고려 대상이었습니다. 어떤 가치가 죽었을 때, 이를 장례식에 비유해 시위를 진행한 사례도 꽤 있었습니다. 시위는 비폭력적이면서 많은 이들에게 이목을 끌어야 합니다. 따라서 근조화환이 적당한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부 시절 때 학교에서 대자보를 떼어가는 것이 좋은 행동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디 이것도 한 번 가져가 보시지’하는 마음도 약간 있었습니다. Q. 근조화환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A. 교수나 교직원이 가장 난처할 것입니다. 위에서 이렇게 추진하라고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하는 면이 가장 클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상황을 바라보면, 더 뿌리 깊은 조직 문제가 원인일 것입니다. 조직의 구조적 문제에 얽혀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돼서,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참에 각자 현안들을 들고나오면 좋겠습니다. 저마다의 입장에서 불편과 불만이 쌓여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모두 가족이고, 이 과정에서 학생이 부당히 낙인찍혀서는 안 됩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고충을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분위기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공동체이자 가족으로요. Q. 학내에서 근조화환 방 개설 이후, ‘낙화’나 ‘대자보자경단’ 등 학내 현안에 대해 학우들이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있습니다.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학교에 계신 분들께서 저마다의 활동을 해주신다는 점에 감사합니다. 제가 입학한 2018년은 가톨릭대학교가 아나키즘(무정부주의) 대학이라는 부정적인 명성을 얻은 해였습니다. 그 이후로 다행히 총학이 들어서기는 했지요. 현재 총학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들에게 너무 큰 부담이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내 각 단위와 학생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론장은 의견이 하나로 수렴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주체가 각기 다른 가치나 생각을 들고 나오는 것도 괜찮다고 보고요. 오히려 그런 게 가장 건강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학우들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A. 가대알리에서 ‘대학에 고(告)하다’라는 심층보도 코너를 만들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첫 주자로 인터뷰를 할 수 있음에 영광입니다. 덧붙여, 가대알리의 학내 구성원 칼럼코너인 ‘가대인의 소리’의 첫 주자로서 위헌학칙의 기원과 대학 운영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원론적인 내용을 담은 칼럼을 기고할 예정입니다. 학우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답답했던 것들을 바꾸지 못하고 졸업했습니다. 책임도 느끼고 미안함도 느낍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겠습니다. 학교에서 직접 분노하고, 행동하실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손지훈 편집장장채현 기자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에 위치한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산을 깎아 만든 특성상 자연과 맞닿아 있다. 글로벌 캠퍼스는 사계절 경관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장점과, 여러 동식물과 함께 캠퍼스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자연물이나, 해충 관련 피해도 적지 않다. 한국외대 글로벌 캠퍼스 학생들의 자연과 함께하는 캠퍼스에 대한 불편사항과, 개선 방안을 조사해 봤다. “벌레, 말벌, 경사면…”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학생들의 불편사항은? 학생들의 생생한 불편사항을 조사하기 위해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기숙사 사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자연과 함께하는 캠퍼스의 불편한 점은 없냐는 질문에, 기숙사생 A는 “모기나 날파리 때문에 생기는 피해도 심한 데다가 처음 보는, 이름 모를 벌레들이 너무 많다. 최근들어 많이 보이기 시작한 러브버그(검털파리)도 기숙사에 매우 많다”며 벌레에 관한 불편 사항을 가장 먼저 꼽았다. 다른 기숙사생 B는 “벌레도 무섭지만 벌이 너무 많다. 기숙사의 창문과 방충망 사이로 큰 벌이 들어와 식겁했던 경험이 있다”며 벌이 많은 캠퍼스의 불편사항을 제시했다. 기숙사생 C는 “일교차도 다른 지역에 비해 심하고, 밤에 고라니 울음소리가 들려 불편하다”며 캠퍼스의 불편사항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여름과 가을에 거미가 많은 것과 기숙사 흡연구역 뒤 경사면의 가파른 구역이 위험하게 느껴진다는 제보도 있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캠퍼스 곳곳에 안전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만, 그중 몇몇은 오염이 되거나 색이 바래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캠퍼스 내 말벌이 집을 짓고 활발히 활동하는 것도 매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말벌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5월 초부터 11월 중순이다. 실제로 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말벌 관련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지어진 말벌을 신고한 글이나, 직접 말벌 피해를 입은 당사자의 글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글로벌 캠퍼스의 인문경상관의 4층에서도 말벌 집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시설관리팀의 대응 방안은? 학교 측에서 앞서 언급한 불편사항을 인지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개선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기 위해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시설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교 내 말벌집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묻는 질문에는 "말벌 활동시기에 맞춰 말벌집 모니터링 후 발견 즉시 시설팀에서 제거를 한다. 시설팀에서 자체 제거가 불가할 경우 관내 소방서에 협조 요청을 해 제거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며 교내 말벌집 생성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검털파리(러브버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 글로벌 캠퍼스에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51조(소독의무), 동법시행령 제 24조(소독을 하여야 하는 시설)에 근거하여 연 5회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있다"며 현재 방역소독 현황을 제시했고, "검털 파리(러브버그)의 확산으로 인한 학생들의 불편함을 고려해 연 5회 방역소독 이외에도 주 확산 구역을 중심으로 살충작업을 추가적으로 실시하여 학생들이 이동하는 주 이동 동선으로의 미화 청소작업을 더 각별히 진행하겠다"며 벌레 확산 대응과 살충 작업 추가 실시 계획을 밝혔다. 이 밖에도 색이 바랜 안전 표지판 철거와 위험 안내판 신규 제작 예정 소식을 전달했으며, 앞서 언급한 기숙사 흡연실 뒤 경사면 공간도 "기숙사 운영팀과 협조하여 안전시설물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해충, 말벌 등으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를 줄일 방법은? 양호실의 당부. 한국외대 글로벌 캠퍼스 양호실에 따르면 지난 3개월 간 벌레 물림으로 양호실을 찾은 경우가 대략 5건 이었으며, 그 중 대부분의 벌레가 출처를 모르는 벌레였다. 해충이나 말벌 관련 피해 예방과 응급 처치에 관한 질문에 양호실 측은 “벌에 쏘여서 독침이 피부에 박히면 독침을 빼낸 후 얼음찜질을 해줘야 한다. 벌에 쏘인 사람이 쇼크에 빠졌을 때, 벌에 여러 번 쏘였을 때, 입안을 쏘였을 때는 즉시 119를 부르거나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도록 해야한다”며,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더해 양호실 측은 "벌에 쏘인 후의 반응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보통 가려움, 부종, 통증 증상이 나타난다. 통증이 계속되거나,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병원에 방문하여 진료를 보는 것이 좋다. 특히 말벌에 쏘인 경우에는 병원 진료를 권장한다. 또한 벌레가 많은 야외에 나갈 때는 밝은 색상의 옷을 되도록 피하고, 자극적인 향수를 뿌리지 않도록 하여 벌 쏘임을 예방해야 한다"라며 학생들의 해충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양날의 검인 자연 속의 캠퍼스… 모두가 행동해야 할 때. 학교 측은 학생들의 불편을 인지한 후 빠른 시일 내에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총학생회의 부재와 직접적인 소통 수단의 미흡함으로 현재 학생들의 목소리가 학교 측에 닿을 수 있는 방법이 제한돼 있다. 때문에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불편을 학교 측이 인지하고 대응하기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리는 상황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바로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 자연과 함께하는 캠퍼스는 사계절 다채로운 자연 경관과 도시에선 볼 수 없는 여러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학생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여름에 접어들고 여러 동식물이 깨어날 시기인 만큼, 학생과 학교 측 모두 안전한 캠퍼스라이프를 위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보인다. 유현화 기자(hyeonhwa27@naver.com)
지난 2월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의대생들은 의학 교육 질적 저하를 우려하며 휴학계를 제출했다.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이 장기화되자 지난 6일 정부는 의대 40곳에 집단 유급을 방지하기 위한 학사운영 방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대생들이 유급까지 불사하며 휴학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의대협)는 지난 3월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며 이는 "역량이 부족한 의사가 돼라 명령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7일 의대 증원 정책의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의학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의학 교육 내실화에 대한 요구와 더불어 정부가 의대 증원 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문제 파악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의대생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해부 교육 필수요소 카데바 지금도 부족… 수급도 어려워 의대생들은 해부 실습용 시신을 뜻하는 '카데바' 부족을 문제로 꼽는다. 해부 실습은 인체 구조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과정이며 모든 임상 분야에서 활용되는 중요한 교육이다. 현재 비수도권 의학대학 휴학 중인 본과 1학년 A씨는 "카데바 8구를 가지고 80명이 실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증원 시 카데바 1구를 10명이 넘는 학생이 다뤄야 해서 실습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3일 대한의학회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해부학 교육의 과거와 현재, 의사 정원 증원에 따른 미래' 논문은 최근 5년간 국내 의대 실습에서 카데바 1구를 학생 7.4명이 활용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카데바 1구당 학생 5.1명인 미국과 비교하면 국내 의대의 실습 여건이 열악한 편이다. 연구진들은 의대 정원을 2000명으로 증원 시 해당 비율을 유지하려면 카데바 270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카데바는 기증을 통해서 수급되고 있다. 또 의과대학 교육용으로 활용하려면 반년간의 방부 처리가 필요하다. 수요 증가에 대한 즉각적인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기증자가 기증할 특정 기관을 지정해야 하므로 해당 기관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학교 간 공유를 통해 학교별 카데바 수급 차이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시신을 '물건'처럼 여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신의 사후 시신을 자대에 기증하기로 한 의사 맹호영씨는 개인 SNS에 "해부학은 단순한 우리 몸의 구조나 명칭이 아닌 생명이 떠난 신체를 마주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는 기회"라며 "마치 어떤 물건의 재고가 있어 나눌 수 있듯 '공유'라는 표현은 하실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학생, 부족한 강의실 부족한 강의실 수도 문제다. A씨는 "대부분의 강의실이 한 학년의 전체 정원에 맞춰 설계돼 있다"며 "80명 정도 수용 가능한 강의실에 몇 배 정도 많은 학생들이 오면 강의 진행이 힘들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각 의과대학 비상시국대응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성명을 연이어 내어 증원에 대비한 강의실 구축이 미비하다고 호소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이하 아주의대) 비대위는 현재 강의실이 최대 66명까지만 수용이 가능하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의대 증원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주의대의 현재 정원은 40명이고 증원 시 120명까지 늘어난다. 비수도권 의대의 경우 강의실 환경은 더 열악하다. 제주대학교 의과대학(이하 제주의대) 비대위는 "60명조차 앉을 수 없는 강의실"이라며 급격한 증원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 밝혔다. 제주의대의 현재 정원은 40명이고 증원 시 100명까지 늘어난다. 강의실 증축 외 강의실 부족을 해결할 방법으로 분반 제도가 거론된다. A씨는 "당장 1년 뒤에 인원이 늘어나면 분반 제도를 도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연구와 진료를 병행하는 교수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윤정 고려의대 교수는 지난 4일 열린 '한국 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실습 교육을 담당하는) 임상 교수는 교육뿐 아니라 환자 진료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교수들이 증원 시 늘어날 강의 수요를 맞추기 힘든 현실을 설명했다. '의학교육 내실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필요해 지난 4월 한국의학교육학회는 성명문을 내어 필수의료 정상화는 의학교육 내실화가 전제조건이라고 발표했다. 필수의료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의료 서비스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가 속한다. 하지만 종사하는 의사 수는 부족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생기는 등의 문제가 꾸준히 발생했다. 의대 증원은 필수의료의 인력 공백 해소를 목표로 하므로 의학 교육 환경과 방법이 증원 규모에 맞게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학교육학회는 "의학교육 내실화는 교육 지원 계획 수립, 의대생 선발과 진로 교육, 의대 교수개발과 교육에 대한 인정 제도 개선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의학교육의 질 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정부의 구체적인 의대 교육 내실화 방안은 아직 논의 중이다. 정부는 지난 3월 22일 의대 교육 여건 개선 TF를 구성한 후 4월 중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씨는 "교육 환경 관련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건지 방안도 자세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이해할 수 있는 증원 규모 내에서 점진적인 정책 이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겸비 기자(gyeombi116@gmail.com)
지난 4월 30일 성공회대학교는 개교 110주년을 맞이해 개교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당일 진행된 행사에는 김경문 총장을 비롯한 교내 직원, 교수, 국회의원, 구로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학내 청소노동자, 경비노동자, 비정규교수, 학생은 초대 받지 못했으며, 대학 합창 수업을 듣는 학생들만이 노래를 부르는 역할로 참석할 수 있었다. 구두인관 맞은편, 개교 110주년 기념식수 아래에는 “새천년 뜨락 밟고 간 사람들 성공회대학교 가족 일동”이라고 쓰인 비석이 놓였다. 그러나 비정규교수와 학교를 9년간 청소한 청소 노동자들은 학교 행사에 단 한 번도 초대 받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초대 받지 못한 이들이 모여 5월 7일 오후 12시, 개교 110주년 기념식수 앞에서 ‘초대 받지 못한 이들의 성공회대학교 개교 11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은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는 여는 발언을 시작으로 시 낭송 및 기도회, 축사 및 기념사, 축하 공연과 감사패 전달 후 김경문 성공회대 총장에게 ‘아차상’을 전달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기도회 이후 기념사에서 하종강 노동대학 학장은 "환경 미화나 경비를 담당하는 분 중에는 10년~20년을 일하신 분들이 있으니 다음에는 그들이 근속상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전했다. 박은자 성공회대학교 비정규직 지부장은 "청소 노동자들은 성공회대학교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존중해주고 따뜻한 이해와 배려를 보여줘 늘 감사하고 행복했다"며, "111주년 기념식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초대돼 꼭 함께 더불어 축하하고 격려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념식에 참여한 재학생은 “성공회대는 교육 이상의 의미를 가진 소중한 공간”이라며, “학내 구성원들이 차별과 배제 없이 평등하게 존중받기를 소망한다”고 이야기했다. 축사와 기념사를 모두 마치고 박은자 성공회대학교 비정규직 지부장과 비정규 교수 노조의 배성인 교수에게 감사패 증정식이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아차차 이 사람들 초대하는 걸 깜박했네’라는 깨달음의 의미를 담은 ‘아차상’을 김경문 성공회대학교 총장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아차상을 받은 김경문 총장은 총장으로 와서 처음 상을 받았다며 “내년에는 개교기념식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학내 행사에 꼭 초대할테니 꼭 와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약속의 말을 전했다. 취재, 글, 사진 = 정하엽 기자 디자인 = 유지은 기자
이전부터 제기된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기숙사(HUFS DORM) 세탁실 문제가 신학기와 함께 다시 화두에 올랐다. 세탁기를 사용하면서 제 시간에 세탁물을 가져가지 않아 다른 이용객들이 세탁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히 나타났다. 세탁기에 비해 건조기 수가 부족해 세탁을 해도 건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심지어 기기의 잦은 고장과 같은 시설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발생해 많은 학우들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실제 이용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A동 기숙사 남 학우 인터뷰(24학번 융합인재학부) Q) 세탁실을 얼마나 자주 이용하시나요? 1주일에 한 번 정도 사용합니다. Q) 평소 세탁실을 사용하시면서 느끼셨던 불편함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세탁이 완료된 후에도 옷을 제 때 찾아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서 오래 기다린 적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앞사람이 사용한 세제의 일부가 세탁기에 남아있어 섞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건조기에 있는 먼지 필터가 자주 부서져 건조기를 사용할 때 먼지가 발생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Q) 세탁실이 어떻게 개선되면 좋을까요? 세탁이 완료되면 곧바로 주인이 옷을 꺼내 갈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세탁기와 건조기의 수를 늘리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세탁실을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많은 분들이 세탁실 개선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세탁물을 제시간에 가져가주시고, 건조기와 세탁기가 고장이 나지 않도록 노력해주시면 좋겠습니다. C동 기숙사 여 학우 인터뷰(24학번 융합인재학부) Q) 세탁실을 얼마나 자주 이용하시나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매주 이용합니다. Q) 평소 세탁실을 사용하시면서 느끼셨던 불편함이 있다면요? 노후화된 세탁기와 건조기가 많아 사용하기 불편합니다. 세탁이 끝났는데 세탁물을 찾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기다려야 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이로 인해 높은 층에 사는 학생들은 세탁실까지 내려오는 시간도 낭비하고 세탁도 못하는 불편한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또한 세탁기 수에 비해 건조기 수가 너무 적어 세탁기를 사용한 후에 건조기를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Q) 세탁실이 어떻게 개선됐으면 하시나요? 건조기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사용하는 시설인 만큼 사람들이 세탁기와 건조기의 문을 세게 닫지 않고, 세제도 적정량만 사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세탁실을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세탁 끝날 시간이 되면 시간에 맞춰 찾으러 오시고, 개인 세탁물을 다 챙겼는지 항상 꼼꼼하게 확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최대한 조심히 사용해주셔서 모두가 편하게 세탁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기숙사 세탁실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다. 특히 많은 학생들이 세탁 시설 부족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 이를 직접 확인했다. 먼저 A동 세탁실에 있는 세탁기와 건조기 개수는 각각 10대와 8대다. 하지만 A동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수는 674명이다. 세탁기는 약67명 당 한 대를, 건조기는 84명 당 한 대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C동 세탁실에 비치된 세탁기와 건조기 개수는 각각 12대와 4대다. C동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수는 652명이다. 인당 사용가능한 세탁기, 건조기 수를 계산해보면, 세탁기는 약 54명 당 한 대를, 건조기는 163명 당 한 대를 사용하는 꼴이다. C동의 건조기 수는 A동 건조기 수보다 훨씬 적고,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한정된 수의 기계를 돌아가며 사용해 기기에 과부하가 생겨 고장나는 횟수가 잦아 많은 학생들이 더 큰 불편함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시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탁실을 이용하는 학우들로 인해 생기는 문제도 적지 않다. 앞선 인터뷰를 통해 세탁물을 제 때 가져가지 않아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잦고, 세제를 많이 사용한 나머지 다음 이용자가 세탁기를 사용할 때 불편함을 겪는 경우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건조기와 세탁기 문을 세게 여닫거나, 건조기의 먼지 필터를 너무 강하게 때리는 등 부주의하게 시설을 다루는 문제도 존재한다. 시설 문제는 학교 측 혹은 기숙사 측에 문의를 해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서로가 조심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와 불편함은 이용자가 노력해야하는 부분이다. 매 학기마다 제기되는 문제인 만큼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최우성 기자(woosung7119@naver.com)
안녕하세요. 초대 가대알리 대표였던 17학번 최아현입니다. 졸업생임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위해 지면을 할애하기로 하신 가대알리 구성원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가대알리 재창간 소식을 들었을 땐 다양한 감정에 사로잡혔습니다.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감정도 들었거든요. 아직도 마음 한편에는 좋은 기사를 쓰지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과 미련, 그리고 제가 더 이상 가대알리와 같이, 사회에 대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일을 하는 날이 올까 싶은 막막함이 있습니다. 졸업한 지 3년 정도 된 제가 대학생의 언론인 가대알리의 지면 한 구석을 할애해도 되는 걸까 싶은 생각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대학생의 저를 소환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Q. 너는 왜 가대알리를 했니? 창간호 때 인터뷰를 보았는데... 상당히 오만한 이유를 적어 두었더라고요.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아서”... 누구라도 문제제기를 하거나 변화를 위한 행동을 해야 하고, 만일 누구도 하지 않는다면 저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지만 그래도 이젠 이 말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싶어요.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 순간부터 모든 게 어그러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대알리를 한 이유는 ‘변화’를 보고 싶어서였지만, 그러려면 가장 먼저 ‘연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기사를 쓸 때는 무서울지도 몰라요. 꼭 기사가 아니라도 문제 제기를 하기로 한 순간부터 내 앞에 주어진 길이 컴컴하고 막막해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무서워해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어딘가엔 믿고 지지하는 동료와 학우님들이 계시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은 실패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좌절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A. 세상은 바뀔 수 있으니까. 우린 혼자가 아니니까.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 가대가 바뀔 수 있을까? 진짜로 변화를 바란다면, 내가 해야 하는 건 몇 문단의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뛰쳐나가 한 줄의 대자보를 써야 하는 게 아닐까?’ 위의 문단은 제가 가대알리를 시작하던 시기에 했던 고민이에요. 막상 기사를 쓰고 발간을 했는데 세상은 달라지는 게 없어 보였어요. 그게 조급했어요. 대학 사회에서는 1년 1년이 중요하게 여겨지니까요. 그래도 한 마디를 얹어보자면, 당장은 바뀌는 점이 보이지 않더라도 아주 조금씩은 달라지는 게 있을 겁니다. 설령 달라지지 않는대도 부딪히기로 결심하는 게 펜을 드는 일이니까, 마음을 단단히 먹으시되 주위 사람들과 함께 그 부담을 나누시길 바라요. Q. 너는 왜 가대알리를 하니? 이번엔 제가 여쭤보고 싶습니다. 왜 가대알리를 하려고 하시나요? ‘학교 안에서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어서’, 이게 제가 가대알리를 하려고 했던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약자, 소수자, 학교에서 자꾸만 지워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만약 제 기사가, 단 한 줄이라도 대학 사회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을 비출 수 있었다면 가대알리를 했던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장은 바뀌는 게 없어 보일지라도, 한 명에게라도 그 기사가 도움이 되었다면 써주세요. 그게 가대알리입니다. “당신이 알고 싶을 때 가장 가까이에” - 가대알리 초대 슬로건 -
또다시, 위기 대학언론은 ‘또다시’ 위기다. 누군가는 대학언론이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있냐며 조소하겠지만, 만드는 이와 읽는 이, 두 집단 모두에게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이 시점이야말로 진정한 대학언론의 위기 상황이라 부를 수 있지는 않을지. 대부분의 대학언론에서는 스스로가 처한 위기의 원인을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 증가로 인한 대학언론의 경쟁력 감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일반학생의 학보사 관심 감소, 이로 인한 대학언론 지원자 감소의 악순환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가속화된 인터넷 보급 증가, 2010년대 이후 가속화된 스마트폰 보급 증가가 현재까지도 대학언론의 쇠퇴 진행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은 결국 대학언론을 만들어 나가는 이들도 모르게 대학언론의 한구석이 곪아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든다. 대학알리 기획 4부작 “대학언론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대학언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룬다. 이번 3부 기사에서는 대학의 편집권 침해 장기화와, 이에 따라 점차 흐려져 가는 대학언론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학언론은 왜 언론이 아닌 대학이 제시한 길을 걷고 있는지, 그로 인해 발생하는 2, 3차적 문제는 무엇인지 현직 대학언론인의 인터뷰를 통해 제시한다. 부디 이 짧은 기사가 많은 이들에게 대학언론 위기의 진정한 원인을 잠시나마 고민할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위기론에서 나아가지 못한 위기에는 지난 2부 기사에서 대학언론 위기의 주원인으로 대학 측의 편집권 침해를 제시했다. 이는 민주화 학생운동이 축소되기 시작한 1990년대~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돼, 최근에는 기사 내용 이외에도 형식, 지면 구성, 소재, 심지어는 기사에 사용되는 용어 하나까지 이르고 있다. 대학언론의 위기를 외치는 사람들은 점차 늘었지만, 근본적인 위기의 원인은 점차 심각해지던 모순적인 현실이다. 쌓이고 쌓이던 대학언론의 위기는 지난 2021년 10월 폭발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대학언론기구인 <숭대시보>에서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기사 발행 저지, 소재에 대한 간섭, 지면 구성 변경 요구, 그리고 기자 전원 해임 및 조기 종간이 이루어진 것이다. 총학생회 간담회에서는 총장이 “조주빈이 어떤 학생인지 아느냐”, “조주빈은 그 학교를 위한 편집국장이었으나, 학교와의 마찰을 빚었을 때 제지를 받지 않았다”, “그 학교가 악마를 양성한 것이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국 대학언론에 충격을 안긴 해당 사건의 시작은 학내 기사에 대한 대학 측의 압력이었다. 당시 코로나 19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학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전면 대면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숭실대학교 총장의 인터뷰가 <매일경제>에 게재됐다. 그러나 <숭대시보>의 취재 결과 이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고, 문제 제기를 위해 해당 내용을 담은 기사 발행을 요청하자 ‘학교의 명예와 위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명예와 위신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말이다.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이어지던 공방은 결국 기자 전원 해임으로 이어졌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숭실대학교 총학생회 등의 노력으로 해임은 철회될 수 있었으나, 해당 기사는 2면 이내로 작성할 것, 기사의 퇴고는 주간 교수가 직접 진행할 것 등의 조건이 꼬리표로 붙었다. 그러나 <숭대시보>는 해임 철회 이후에도 학교로부터 1면 사진으로 나갈 예정이었던 총장 규탄 학생 시위 사진을 대학 논술고사 입시 사진으로 대체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2021년 <숭대시보>는 이후 발행 예산 부족을 근거로 조기 종간을 결정했다. 내부 균열의 조짐이 시작되다 누군가는 <숭대시보>가 매우 극단적인 사례라고 단언할지도 모르겠으나, 대학언론이 대학의 압력으로 인해 내·외부적 균열에 시달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외부의 균열을 방치한 건물이 마주칠 미래는 내부의 균열뿐이다. 이미 십수 년을 외부의 균열에 시달린 대학언론 역시 이제는 그 흔들림이 내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서울 소재 한 대학 교육방송국에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교내 신문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B 양을 만나보았다. Q. 과거 소속됐던 대학언론을 소개해달라. A. 지난 2023년 1년간 교내 학보사 중 교육방송국 보도부에서 활동했고, 현재는 신문사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방송국에는 제작부, 기술부, 아나운서부 등이 소속돼 있고, 그중 보도부는 주 1회 낮에 진행하는 주요 학내 사안 방송, 주 1회 저녁에 진행하는 뉴스데스크에 초점을 맞춘다. 이외에도 학교에 특정 상황이 생기면 카메라나 마이크를 들고 가 취재하고, 이를 영상으로 보도하는 영상 뉴스 제작 역시 보도부의 업무다. 신문사는 12면 교내신문을 격주 단위로 발간하는데, 이 역시 대부분 학교와 관련된 사안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신문사는 교원 외에서도 학우들에게 알릴 가치가 있는 외부인을 인터뷰하거나, 사회적 문제에 대해 취재하는 등 20대 대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학교 밖의 모습들을 기사로 작성할 수 있다. Q. 이력이 특이하다. 학보사 소속이 중간에 바뀌는 일이 흔한 편인가? A. 당연히 아니다.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은 많아도, 다른 학보사로 옮기는 사례는 처음일 것이다. Q. 이유가 있었나. A. 언론으로서의 교육방송국에 대한 의문이 컸다. 현재의 방송국은 언론사보다는 엔터테이먼트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다. 총학생회는 학생 복지 분야에 치중한다면, 방송국은 학교에서 재밌는 일을 기획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대학에서 큰 행사 중 하나인 축제만 보아도, 방송국은 촬영 및 취재를 근거로 축제 기획이나 진행에 참여하지 않는가. 당일에는 스태프로 활동하는 경우도 보았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현재는 교내 홍보팀과 교육방송국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이런 현실에서 “언론사니까 뉴스도 필요하지 않겠냐”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 보도부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점차 보도부가 동떨어진 섬이 되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교내 콘텐츠를 하나 만들기 위해서 대본은 제작부가, 촬영은 기술부가, 출연은 아나운서부가 담당해야 한다. 반면에 뉴스는 기자 혼자 카메라 들고 가서 취재, 촬영, 편집까지 진행해야 하니 말이다. 타 부서와의 소통은 영상 뉴스에 직접 만들 수 없는 그래픽이 필요한 경우의 업무 협조 정도로 한정되었던 것 같다. 한 부서만 빼고 끈끈한 관계가 형성된다면, 부서 사이의 불화는 당연지사다. 교육방송국은 방송실에서 밤을 새우는 일이 잦다. 일이 많아서도 사실이지만, 사람이 몰려있다 보면 떠들고 놀고,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보도부는 딱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다른 부서와 함께 업무할 일도 많이 없었기에, 각자 맡은 일만 끝내고 나가면 그만이었으니까. 우리만 일하고 저기는 아무 일도 안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딱 좋은 상황 아닌가. 안 그래도 방송국은 부서 자부심이 강한 편인데, 이런 이야기까지 계속되자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 보도부는 지원자가 많지만 그만큼 필수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는 사람도 많다. 사람 간의 관계는 힘들었지만 일 자체는 재밌었고 지속하기를 원했기에, 학보사 담당 교수와의 논의를 통해 신문사로 소속을 변경하기로 했다. Q. 교육방송국과 교내 홍보팀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니,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A. 대학언론인과 대학이 방송국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원인이라 생각한다. 학교 입장에서는 당연히 소재의 선정 과정부터 학교에 좋은 이슈들을 먼저 알리기를 바란다. 입학식, 학위수여식 등의 행사를 우선해서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있다. 사실 이 정도는 대부분의 학보사가 학내 기구로 편성되어있는 상황이니만큼 학교에서도 내릴 수 있는 지시다. 아마 대부분의 대학언론인들도 비슷하게 생각을 가졌으리라 본다. 그러나 대학언론인이 진정으로 취재를 원하는 분야가 생긴다면, 그것은 하나의 뉴스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기사가 학교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았다 하더라도, 대학은 압력을 가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방송국, 더 나아가 대학에 소속된 모든 학보사에서는 이러한 소재를 선정한다는 것마저 어려움을 겪는다. 하나 기억이 나는 사건이 있다. 지난 대학 축제 준비 기간에 축제를 주관하는 총학생회에 대한 학우들의 비판과 의심이 많아, 총학생회에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는 형식으로 기사를 작성하고자 기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학보사 담당 교수의 검토 과정에서 해당 기획서는 학교 자체의 위상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총학생회와 언론사 사이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사화되지 못했다. 안타까운 것은 기획서를 반려당한 시점이 방송 며칠 전이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보도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결국 아무것도 방송하지 못했고, 당시 기사와 리포팅이 나와야 했던 40분 정도의 시간은 음악 플레이리스트로 대체되었다. 원래 부스에서 뉴스를 진행해야 하는데, 부스 밖에서 음악을 트는 심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학보사는 학교를 대표하는 언론기관이기 때문에 학교의 위상을 지키는 것도 어느 정도의 의무이다. 하지만 대학언론 역시 대학이기 전에 언론 아닌가. 논란이 되는 소재를 가져오기만 해도 소재를 바꿔라, 취재 방향을 바꿔라 하는 이야기를 하는 언론이 어떻게 독자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겠는가. Q. 신문사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지 궁금하다. A. 신문사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학교로부터 소재를 바꾸거나, 취재 방향을 바꾸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다 보니 이제 이런 방향들이 학보사 기자의 본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학교가 원하는 기사의 방향이 있고, 그것을 맞추어 나가는 게 편집권 침해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시스템 자체가 기획서를 여러 개 올리고, 그 중 절반 정도가 통과되는 형식이다. 기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취재가 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지사다. 학교의 침해는 소재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겨울 한 기자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하여 큰 지면을 활용한 기획 기사를 작성하고자 했다. 학보사 담당 교수는 취지나 내용 구성이 매우 알차다는 조언을 건넸으나, 일본을 다루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일이 될 수 있기에 지면을 조금만 할애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또한 교내 봄철 미세먼지 대응에 대한 기사 작성을 위해 한 기자가 미세먼지 측정기를 통해 교내 미세먼지를 측정하겠다는 기획안을 작성하자, 이는 학교의 부정적인 측면을 드러낼 수 있으니 교내 관련 내용을 제외하고 사회 분야 기사로 변경하자는 피드백을 남겼다. 기사의 방향성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렇듯 사소한 내용·형식적 침해가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학보사의 현실이다. Q. 오늘날 대학언론이 지닌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A. 대학언론의 기자는 학교에서 직접 생활하는 한 명의 학생으로서 지닌 비판적인 시선을 이야기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은 이러한 대학언론의 중요성, 필요성이 많이 쇠퇴했다고 본다. 대학이 원하는 대로 대학의 이익에 맞추어 작성하는 기사는 홍보실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사실 대학언론인이라면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취재해 보고, 그런 부분이 강조되어야 하지 않는가. 대학언론은 직업으로 가진 기자가 아닌, 학생의 신분으로서 할 수 있는 취재나 원하는 내용을 전개해 볼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하는데 지금까지는 원활하지 않은 듯하다. 이에 따라 학보사 자체도 점차 나태해지고 있다. 막말로 학보사 기자들도 안 읽고 안 보지 않는가. 자신이 직접 만든 방송, 신문, 잡지 뭐든 본인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거라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부분에 대한 노력이 전혀 없이 신문이나 잡지는 읽히지 않는 대로 그냥 비치되어 있고, 카드뉴스는 기사 내 문장 하나 없이 제목만 올려놓는다고 누가 링크를 들어가 기사를 읽겠는가. 방송과 신문, 잡지라는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전달한 지는 수백 년 이상이 지났지만, 이러한 부분은 정말 옛날 방식 그대로다. 기사를 작성하는 것만큼이나 기사를 작성한 이후의 책임감도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악순환이 계속된다. 우리가 원하는 내용을 쓰지 않으니까 열심히 쓸 열의가 들지 않는다. 자연스레 기사의 질은 낮아진다. 그 내용을 열심히 홍보하고 널리 알릴 이유도 없다. 독자들은 점차 학보사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관심 또한 떨어진다. 읽을 사람이 사라지니, 쓰는 사람도 점차 힘을 잃는다. 이것이 오늘날 대학언론이 지닌 진정한 위기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대학언론 발전을 위해 한 마디 하자면. A. 사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수는 없다. 학보사는 이미 학교에 소속되어 있고, 따라서 어느 정도 학교가 원하는 방향성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총학생회 기사가 반려당한 이후 이 문제와 관련하여 대학언론에서 활동했던 다른 국원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학교가 원하는 틀에 맞추어, 그 안에서 기자의 생각을 녹여내는 것이 학보사 기자에게 필요한 능력이라 조언했다. 미봉책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언론인을 직업으로 가져도 이런 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학교 탓만 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발전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다. 소재에 대한 이야기만 하다 보니 대학언론에 대해 너무 나쁘게만 이야기한 것 같은데, 사실 지금도 대학언론에서 일하는 건 너무 즐겁다. 다음 주에도 굉장히 좋아하는 출판사 대표분과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사실 대학언론인, 학보사 기자가 아니라면 누군가가 부를 직책도 없는 대학생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누군가가 인터뷰 제안을 수락하는 것은 단순히 취재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아닌, 인터뷰이에게도 이런 시간이 도움이 되기 때문에 취재 요청을 수락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듯 사회적 존재로서 나의 가치를 느낄 때 나는 대학언론인 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는 사람이 사회적인 위치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뿌듯하면서도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대학언론인 하기 참 잘했다 대학언론인의 입에서 대학언론인 하기를 참 잘했다는 말을 듣는 게 얼마만의 일인지. 요즘 대학언론은 늘 위기고, 힘든 시기고, 시간도 너무 많이 빼앗기고, 학업과 병행하기도 힘든 골칫덩어리라는 이야기만 들으며 살다가, 정말 오랜만에 대학언론이 ‘너무 즐겁다’는 말을 들으니 참 고마운 심정이었다. 인터뷰 전까지 글의 방향성에 여러 고민이 있었다. 대학언론은 내·외부적 균열을 지속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위기론을 폐지하고 현재의 실태에 적응할 필요가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멈추어서는 안 되는가. 인터뷰가 끝나자 나의 마음은 자연스레 후자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읽고 싶은 대학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쓰는 사람부터 즐거운, 그 사람이 진정 쓰고 싶은 기사를 쓰고 싶은 형태로 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대학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몇 번의 큰 걸음이 필요하다. 4부에서는 대학언론이 나아갈 미래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일반 학생과 대중의 관심이야말로 대학언론의 위기를 끝낼 가장 중요한 열쇠임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그토록 수동적인 결론으로 이 기획 연재를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다. 대학언론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