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학보사는 2023년 11월 11일 자대 소속 교수의 음주 난동 사건을 취재했다. 그러나 대학 측으로부터 기사 발행을 제지받은 까닭에 실제 기사로 발행되지는 못했다. “총장 명의로 발행되는 학보에 담기엔 부적절한 내용”이라는 것이 검열의 이유였다. 이미 사건 소식이 기성언론을 통해 학생사회에 퍼진 상황이었음에도 경남대학보사는 압박에 의해 추가적인 취재를 불허당했다. [발간되지 않은 이야기들] 기획을 통해 당시 발행되지 못했던 소식을 복원해 본다. 경남대학교 체육교육과 소속의 한 교수가 음식점에서 음주 후 난동을 일으켜 물의를 빚었다. 해당 교수는 2023년 11월 11일 오후 10시 30분경 제주시 서귀포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직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고 알려졌다. 교수는 현장에서 술을 마시다 춤을 췄고, 이를 제지하던 종업원을 밀치며 폭언을 가했다. 또한 그는 신체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며 술값 11만 원을 환불받은 후 10배에 달하는 100만 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음식점은 일반음식점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유흥주점을 제외한 영업장에서는 손님이 춤을 추는 행위가 제한된다. 일반음식점에서 손님이 춤을 출 경우 영업 정지를 비롯한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교수는 난동을 벌인 당일 제주에서 열린 한 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하기도 했다. 사건을 접한 경남대 재학생들은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통해 황당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경남대 A 학생은 “사범대학 교수가 모범을 보이지 못할 망정 추태를 부리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며 분노했다. 원지현 기자(krchloe1234@naver.com)
26일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이하 전대위)가 7개 청년 단체와 함께 「1020 미래세대 국민국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2025년 국회 국정감사를 맞아 대학생과 청소년, 나아가 국민들이 피교육자 입장에서 느끼는 교육 현장의 다양한 문제점을 발굴하고 현안 해결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총학생회 연합체(전국총학생회협의회,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총학생회공동포럼)와 청년·청소년 단체(민주청소년네트워크, 대구 청년단체 윤슬), 대학언론 단체(대학언론인 네트워크)가 공동주최한다. 전대위 봉건우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경계를 넘어 국민의 일상과 일선 교육현장을 바꿀 수 있도록 여러 단체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1020 미래세대 국민국감」 프로젝트는 1020세대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국민주권, 국민국감 모델이다. 국민국감은 국민의 뜻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생산적이고 개혁적인 방식의 국정감사로, 소외되는 이들 없이 다양한 국민 주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에 그 의의를 둔다. 전대위는 “첫 시도인 만큼 국회 교육위원회 소관 분야에 집중하겠다”며 “대한민국의 미래세대, 대한민국의 미래 책임자이자 정치 주체로서 1020세대의 역량과 역할을 스스로 증명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전대위는 프로젝트의 세 가지 목표로 ‘현장성, 개방성, 전문성 있는 국감’을 제시했다. 1020세대가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이야기가 녹아들 수 있도록 SNS 응답폼을 통해 누구나 교육위원회 관련 현안을 제안할 수 있는 국민제안기간을 운영한다는 취지다. 제안 내용은 국민국감 참여 단체들과 심도 있는 토론 및 아이디어 인큐베이팅 과정을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차종관 자문위원은 “이번 프로젝트는 1020세대가 국정감사라는 국회의 정부 견제·감시 절차에 직접 참여하여, 우리의 관점으로 정책 질의와 제언을 전달하는 새로운 시도”라며 “이 자리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국회와 시민 사이의 상호 신뢰를 복원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대위는 이어 간담회 후속조치로 당원 대상 전국 순회 간담회를 개최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교육위원들에게 전달된 아이디어에 대해 보완 의견을 수렴하고, 추가로 국정감사에서 다루길 희망하는 의제를 취합해 협력의원실에 전달한다는 의미다. 전대위 오연지 수석대변인은 “전국 방방곡곡, 현장 곳곳을 발로 뛰며 여의도에만 갇혀 있지 않겠다던 지난 대통령선거 때의 다짐을 지키겠다”고 역설하며 “어떤 지역, 그 어떤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하게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민주청소년네트워크 최재혁 회원 역시 “국감 뒤에 정부·지자체·대학과의 후속 면담을 요청하고, ‘이행 점검표’를 운영해 진척 상황을 주기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열린 플랫폼을 통해 학생·청년의 추가 제안을 상시 접수하고, 다음 해 국감 어젠다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정책 변화로 귀결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프로젝트 공동주최 및 기자회견에 참여한 대구 청년단체 윤슬 강동엽 대표는 “(윤슬도) 대학생 중심으로 운영되는 청년 단체다 보니 최근 국립대학법, 총장 직선제,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다양한 대학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국회 교육위원회에 전달할 수 있다는 취지에 동감해 함께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윤슬은 대구·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만큼 지방 경쟁력 강화, 지역 인재 유출 방지 등 지방 균형 발전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대위는 다음 달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1020 미래세대 국민국감」 간담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도출된 안을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교육위원들에게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비 오는 날엔 우산을 더 펴야 한다. 성장률이 하락할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확장 재정을 통해 경기가 추가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외대알리(이하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부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야 한다”며 위와 같이 말했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32조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발표하며, 미국발 관세 압박과 성장 둔화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7월 4일 주요 교역국에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되자, 하루 뒤 이재명 정부는 2차 추경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는 정부가 시장에 자금을 투입해 민생 비용 부담을 낮추고, 침체 조짐을 보이는 경제에 회복의 동력을 불어넣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경기 대응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이 오히려 미래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외대알리는 지난 6월 13일,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를 화상으로 만나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재정 운용이 실제 대학생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손 교수는 “정부 지출은 특정 세대만의 책임이나 혜택이 아니다. 공동체 전체가 함께 나눠야 할 몫”이라며, “정부 부채는 총액보다 그것이 얼마나 생산적으로 쓰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와 재정정책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며, 지금의 상황이 자취생의 식비와 청년 고용이라는 구체적인 현실로 이어지고 있음을 진단했다. “수입 물가 상승은 자취생의 식비 부담으로, 기업 투자 위축은 청년 고용 감소로 이어집니다. 관세 정책은 대학생들의 일상과 직접 연결돼 있습니다.” 관세 충격, 청년 일자리부터 흔든다 Q. 주요 기관들(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 OECD, IMF)의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락했다. 미국의 관세정책 압박에 내수 회복세와 수출 증가세가 약화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점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A. 한국은행의 지난 2월 전망치가 약 1.5%P인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불과 3~4개월 사이에 약 0.8~0.7%P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1.5%P에서 0.8%P이므로, 상당히 큰 하락이다. 비상계엄 사태, 제21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 의한 경제적 불확실성에 따라 가계소비가 위축됐다. 게다가 미국발 관세 정책도 불확실성을 유발한다. 기업들의 투자와 사업 계획이 미뤄지거나 축소되고 있다. 따라서 투자도 부진한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다. 다만 하반기에 적극 재정 정책이 시행되고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성장 전망치가 반등하지 않을까. Q. 해당 시사점을 통해, 한국외대 학생들을 포함한 청년층이 체감할 만한 영향은 무엇인가? A. 청년층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이라 생각한다.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의 투자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투자 규모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규 일자리 창출이 축소되고 미뤄지게 된다. 대졸자를 비롯한 청년층들의 구직활동이 늦어지거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을까. 그 부분을 우선으로 말씀드릴 수 있겠다. Q. 미·중 관세 전쟁만으로 국내 취업자가 약 13만 명 정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있다. 관세 정책이 청년층 고용시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A. 트럼프 정부는 우리 제조업에 많은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철강, 전자제품은 우리의 주력 대미 수출 상품들이라 할 수 있다. 관세가 높아지면 미국에서의 수출 가격이 올라간다. 수출 가격이 올라가면,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우리 수출품보다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자국 상품을 쓰게 된다. 수출 제조업 기업을 중심으로, 인턴을 비롯한 신규 일자리들이 위축되지 않을까.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후순위의 일이다. 기존의 인력들로 버텨보고, 투자가 늘면 일자리를 여는 채용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청년층은 가장 후순위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이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에서 수출 기업들이 위축되고 투자가 감소하면, 전반적인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서비스업이 간접적으로 영향받게 된다. 그러면 서비스업에서 신규 정규직 채용 기회는 기간제 및 비정규직 일자리로 대체된다. 즉 청년층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채용 기회 감소’로 전망해 볼 수 있다. 자취방 냉장고까지 흔드는 관세 Q. 최근 주요 경제 언론에서 관세율 상승이 글로벌 교역 위축과 수입 물가 상승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이 대학생들의 소비생활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A. 미국이 관세를 부여하면, 중국도 상호관세를 부여할 것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상호관세를 매기게 되면 전체적인 글로벌 관세가 부과된다. 우리나라 수출 비용도 올라가고, 수입품의 가격도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입장에서 수입품 가격의 인상으로 평소보다 비싸게 소비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OECD 회원국 중 FTA를 많이 체결한 국가 중 하나다. 미국, 중국, 아세안, 유럽의 다수 국가, 칠레(특히 와인) 등의 수입품의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상호관세가 올라가게 되면 수입품을 적정가 혹은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이 대학생들에게 제약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대학생들이 아이폰을 많이 구매한다. 아이폰은 사실상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상호관세가 부과되고, 미·중 관세전쟁이 이뤄지면 아이폰 가격이 올라가고 통신비가 올라간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현재 우리나라 수입 농산물의 17% 정도를 미국이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수출 제조품들에 관세가 매겨지면 우리도 미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미국의 수입품 중에서도 농산물을 주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먹거리, 외식 물가가 상승할 것이다. 식품 물가에 민감한 대학가 자취생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비 오는 날, 우산을 걷지 말라 Q.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미국발 관세 부과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과 세수 감소로 인해 정부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대학의 등록금, 장학금이나 학생 지원 사업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가? A. 정부의 재정에는 자동안정화 장치(Automatic Stabilizer)*가 있다. 정부는 기업, 가계와는 조금 다른 별도의 경제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으면 소득이 줄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세수는 줄어든다. 세수는 줄어드는 반면, 정부 지출은 늘어난다. 실업자가 많이 발생해 실업 급여가 늘기 때문이다. * 경기의 과열이나 침체 등 경제의 변동 상황에 대응하여, 별도의 입법이나 정책 결정 없이 자동으로 작동하여 경기의 진폭을 완화해 주는 제도적 장치. 이는 정책 시행의 지연과 오류 가능성을 줄이고, 경기 안정화에 기여하는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자동안정화장치는 정부의 재량적 개입 없이도 경기순환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특히 경제정책 수립 및 시행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보완적·보조적 역할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학생의 입장에서는 국가장학금 신청이 많아질 수도 있다. 부모님의 경제활동 위축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자금 대출도 늘어난다.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는 오히려 지출을 늘리게 된다. 즉 자동적으로 적자재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기가 후퇴하고 적정한 수준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질 때는, 적자재정을 편성해서 추가로 하락하는 것을 방어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 측면을 고려했을 때, 경기가 안 좋다고 국가가 등록금을 올리거나 장학금을 줄인다든지, 학자금 대출을 줄인다든지, 혹은 대학생 지원 사업을 줄이진 않을 것이고, 그래서도 안될 것이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 비가 올 땐 오히려 우산을 늘려야 한다. 우산을 뺏으면 안 된다. 이것이 바람직한 방향이기 때문에 특별히 정부 지원사업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잠재 성장률 밑으로 성장률이 하락할 때 정부는 적극적으로 확장 재정을 통해 경기가 추가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레버리지를 찾아야 협상이 보인다 Q. 새 정부 정책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에도 참여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6월 12일 상호관세 유예 연장도 필요 없다고 밝히며, 통보식으로 관세율을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새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A. 지켜봐야 하겠지만,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보기에 미국은 레버리지가 많고 우리는 레버리지 수단이 부족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현상적으로 봤을 때 우리는 반도체 수출에 있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중국·북한·러시아와 인접하여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지정학적 위치는 리스크이면서 기회다. 이에 해당하는 한국·일본·대만의 위치는 미국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정학적 핵심 가치를 지닌다. 이를 이용해 잘 설득하고 협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 입장에서 설득력 있는 우리의 레버리지는 무엇인지 알아봐야 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등 우리 대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한국에 짓지 않고 미국에 지은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 고용 창출에 우리나라가 일정 부분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부각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이득을 보는 윈윈 전략(win-win strategy)이 되도록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너무 급하게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국가는 영국이 유일하다.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들이 협상이 아직 완전히 타결되지 않았다. 우리는 새 정부 출범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교역 규모도 대단히 크다. 중국, 일본의 협상을 지켜보면서 시간을 끄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주고받기가 될 수 있는 레버리지를 잘 찾아서 협상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를 바탕으로 안보, 경제, 금융 등 여러 측면에서 미국과 긴밀하게 협상을 이어 나가야 한다. 정책 당국에서 잘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정부 부채, 미래세대만의 짐일까 Q.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섰다. 미 관세 영향 하에 흔들린 수출로 기록된 0%대의 성장률과 누적된 세수 결손 상황 등이 그 원인으로 파악된다. 다만 적자국채 발행을 수반하는 '돈 없는 확장 재정'에 미래세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미 관세로부터 촉발된 정부의 재정지출 구조가 장기적으로 대학생 또는 청년층의 경제생활에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가? A. 좋은 질문이다. 한국은행이 목표로 하는 물가수준이 2%다. 2%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적절하고 조화로운, 안정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지만, 현재는 1.5%P~2%P라고 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올해 성장률 0.8%P면 반토막 난 것이다. 거시 정책에 있어 단기적인 목표와 중장기적인 목표를 분리해야 된다. 단기적으로는 통화정책이든 재정정책이든 적극적으로 경기 하락에 대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에 금리를 인하했고, 하반기에도 한두 번, 많게는 두세 번 금리 하락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재정 측면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적자재정이 되더라도 국채 발행을 통해, 필요한 세수가 충분히 들어오지 않는다면 적극적인 확장 재정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가 추가로 하락하는 것을 방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 부채 문제를 다뤄야 한다. 정부 부채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부채는 GDP 대비 비율로 관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부채 수준이 자체적으로 높지는 않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 현상을 고려하면 부채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들이 있다. 이와 관련해, 세수 기반을 잘 마련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다. 불필요한 감세 등의 정책을 남발하면 안 되고, 필요한 세수를 확충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실효세율(Effective Tax Rate)*은 OECD 평균에 비해 낮으며,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 북유럽 국가 등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점진적으로 우리는 단기적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실효세율을 높여나가면서 세수 기반들을 확충해 나가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실제로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금의 비율. 세법상 정해진 법정세율이 각종 공제, 면세점제도, 조세특별조치 등에 의해 실제 세부담률과 차이가 있을 경우 실제 세부담을 법정세율과 구분해 실효세율이라고 한다. 고소득자들은 세금을 더 내야 된다. 소득세율들을 확충해 나가면서 세수 기반을 확충해 나가서 정부부채의 비율이 급속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부채 관리에 있어서, 정부부채 잔액보다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세금 수입이 줄었다고 해서 국채 발행을 중단하고 정부가 지출을 축소할 경우, GDP가 위축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부채의 절대적 규모가 같거나 오히려 줄어들더라도, GDP가 작아진 탓에 GDP 대비 부채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국채를 발행해 재정을 적극 운용하더라도, 그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GDP를 성장시키거나 경기 위축 속도를 완화할 수 있다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심하게 증가하지 않거나 오히려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채 총액이 아니라, 얼마나 생산적으로 재정을 운용하느냐이다. ‘정부 부채가 미래세대의 부담인가’라는 질문은 언뜻 들으면 타당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적절한 지적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 부채는 과연 오롯이 미래세대만의 책임일까. 오히려 현재를 포함한 전 세대, 공동체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관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어떤 마을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마을은 잦은 홍수로 인해 다리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마을 주민들이 지금 당장 비용을 모아 N 분의 1로 부담해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건설비용을 은행에서 차입해야 한다. 이때 대출금을 단기간, 예를 들어 1~2년 안에 상환하자고 하면 그 부담은 전적으로 현재 세대에게 집중된다. 반면 대출 기간을 30년으로 길게 설정하면, 앞으로 이 마을에서 살아갈 미래 세대까지 함께 그 비용을 분담할 수 있게 된다. 이 방식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왜냐하면 이 다리는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 젊은 세대 모두가 함께 사용하게 될 공공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출과 투자는 이런 특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 부채 역시 단기적인 회계 논리가 아니라, 투자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공동체 전체의 안정을 위한 분담 구조가 무엇인지를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예시를 하나 더 들어보겠다. 바로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 투자다. 이는 응용과학과 달리 단기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다. 실제로 기초과학은 수십 년에 걸쳐 긴 호흡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당장의 성과나 이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선진국을 넘어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하려면,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지출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며, 그 효과는 당대가 아닌 미래세대에 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의 누적된 연구를 통해 응용과학 성과가 나오고, 결국 이는 기술혁신과 신산업 창출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미래세대가 혜택을 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지출과 투자는 단순히 현재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니며, 그 성과가 언제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부채나 재정 부담은 특정 세대만이 혜택을 얻거나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에 분산되고 공유되어야 하는 공동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뉴스에 ‘정답’은 없다…의심하고 질문하라” Q. 대학생들이 이번 관세 이슈와 같은 국제 경제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경제 뉴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해달라. A. 관세 문제는 얼핏 보면 미국이라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관세 정책은 단지 무역 수지에 그치지 않고, 청년층의 취업과 일자리, 외식 물가, 식료품 가격 등 실생활에 직결되는 경제 현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대학생들도 이 같은 국제 경제 이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경제 뉴스는 굉장히 재미없고 딱딱하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뉴스가 쏟아지기 때문에 모두 따라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연히 눈길을 끈 뉴스, 흥미가 생긴 이슈를 중심으로 꾸준히 관심을 두고 살펴봐라. 요즘은 재미있는 콘텐츠도 많다. 흥미로운 경제 유튜브 채널이나 팟캐스트를 꾸준히 듣는 것만으로도 경제 감각을 키울 수 있다. 다만 중요한 점은, 관세 문제를 포함한 경제 이슈에는 ‘100%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에는 절대적인 이론이 존재하지 않으며, 특히 거시경제는 단기와 장기에 따라 정답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석도 완전한 진실이 아닐 수 있다. 그러므로 뉴스를 소비할 때는 “왜 그렇지?”, “이 사람이 얘기하는 게 맞나?”, “부족한 게 있는 것 같은데?”와 같은 의문을 스스로 던지는 태도가 중요하다. 실제로 몇 년 전 노벨경제학상을 보면, 동일한 경제 현상에 대해 정반대 해석을 한 두 명의 학자에게 동시에 상이 수여된 적도 있다.* 이렇게 해석할 수도, 저렇게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게 경제학이고 경제 뉴스다. 열린 자세로 살펴보면서 자신만의 의문을 가지고 통찰하면 흥미 있게 볼 수 있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유진 파마와 로버트 실러의 사례. 자산 가격에 대한 경험적 분석에 관해 상반된 주장을 했다. 파마와 한센은 효율적 시장가설의 지지자이고 실러는 비판자이다. 그렇게 보면 그들 중 틀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는 양립할 수도 있다. 파마의 결론은 단기적인 현상에 대한 연구로부터 얻은 것이고 실러의 결론은 장기적인 현상에 대한 연구로부터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김명휘 기자 (kimjack7@naver.com)
Open AI Chat GPT(이하 Chat GPT)의 사용률이 늘고 있다. Chat GPT를 훈련해 대화를 이어가거나 사진을 지브리 화풍의 이미지로 만드는 유행이 도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답변을 보며 반응을 즐기는 등 사용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Chat GPT를 소비한다. 그러나 사용자 중 대다수는 Chat GPT가 가진 환경 오염 문제를 알지 못한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흔히 사용하는 생성형 AI에는 사용자가 알아야 할 진실이 가려져 있다. 우리가 몰랐던 환경 오염 문제 Chat GPT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문제는 데이터센터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물 소비량이다. 데이터센터는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되는데, 이때 사용하는 전기는 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화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진다. 구글은 작년 7월에 발표한 '2024 환경보고서'에서 2023년 자사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전년 대비 약 13% 증가한 1,430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기술과 AI에 투자하는 흐름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증식한 것이 원인이다. 데이터센터는 온실가스 배출뿐 아니라 물 소비를 통해서도 환경 오염을 발생시킨다. 데이터센터는 데이터를 저장할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용도로 물을 대량 소비한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경우 하루 약 380리터에서 1,890리터의 물을 소비하며, 앞서 언급한 ‘2024 환경보고서’에서 구글은 2023년에만 231억 리터의 물을 소비했다고 밝혔다. 2023년 4월 미국 콜로라도대와 알링턴 텍사스대 연구진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을 비추어 보았을 때, Chat GPT와 한 번 대화할 때 질문 20개~50개를 주고받는 것을 기준으로 생수 약 500ml가 소비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Chat GPT 개발사인 Open AI의 CEO 샘 올트먼은 지난 4월 Chat GPT 사용자가 전 세계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라며 사용자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약 10억 여명의 사용자가 Chat GPT와의 대화를 통해 인당 생수 500ml 이상의 물을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물 대량 소비는 담수 부족 문제와 함께 물 부족 지역에 공급할 물을 앗아가는 악영향을 끼친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물은 부식과 박테리아 번식을 막고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깨끗한 담수를 써야 한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담수가 부족해지는 가운데 데이터센터가 물 부족 지역에 필요한 물까지 사용한다는 점이다. 지난 2023년 여름, 우루과이에 이상기후로 인한 역대급 가뭄이 불어닥쳤다. 강과 저수지가 모두 말라 수돗물을 얻기 어려워지자, 담수에 염분 농도가 높은 물을 섞어 공급했고 생수 가격은 폭등했다. 이런 와중에 구글은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겠다며 우루과이 남부에 부지를 매입했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공화국대학은 이 데이터센터가 냉각을 위해 사용할 물의 양이 하루 약 760만 리터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약 5만 5천여 명의 일일 물 사용량과 비슷하다. 우루과이 국민은 ‘사람보다 기업이 더 중요하다’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결국 작년, 설립에 착수했다. Chat GPT를 이용해 사진을 ‘지브리’ 화풍 이미지로 만드는 유행이 지난 몇 달간 이어졌다. 그러나 Chat GPT를 이용해 이미지를 생성할 때는 정보를 찾거나 글을 요약할 때보다 더 많은 물이 소비된다. 이미지 생성이 텍스트 생성보다 더 많은 연산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산량이란 Chat GPT와 같은 딥러닝 모델이 하나의 입력을 처리하는 데에 들어가는 부동소수점 연산의 총횟수로, 연산 복잡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인 텍스트 응답은 약 1,000억 개의 연산량이 들어가지만 이미지를 생성할 때는 약 1조 개의 연산량이 필요하다. 이미지 한 개를 생성하는 것이 텍스트를 생성하는 것보다 10배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하는 셈이다. 또한 Chat GPT의 경우 사진 속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신체를 표현할 때 생기는 오류가 많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대화가 이어진다면 물 소비량이 더 증가할 수 있다. 성공회대 학우들의 Chat GPT 사용 현황 회대알리는 지난 6월 18일부터 27일까지 우리 대학 재학생과 휴학생을 대상으로 Chat GPT의 사용 여부와 분야, 횟수 등을 확인하는 설문을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 31명 중 Chat GPT를 사용하는 학우는 30명으로, 이 중 대다수는 무료 요금제를 사용하지만 일부 31%의 응답자는 유료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hat GPT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계기로는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이라서’의 응답이 55.2%, ‘주변에서 추천해서’라는 응답이 41.4%로 드러났다. 이어 사용 시간은 일주일에 30분 미만이 34.5%로 일반적이었고 일주일에 30분 이상에서 두 시간 미만이 24.1%로 뒤를 이었다. 사용하는 분야로는 글을 요약하고 필요한 자료를 찾는 ‘학습’과 원하는 글을 생성할 수 있는 ‘과제’가 주를 이뤘다. Chat GPT를 사용하는 이유는 편리하고 학습에 도움된다는 응답이 96.6%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Chat GPT가 환경에 미친 영향력을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문항에서 응답자의 67.7%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Chat GPT를 한 번 이용할 때 생수 약 500ml가 소비되는 점을 알고 있는지 묻는 문항에서 ‘아니오’라고 답한 응답자가 71%로, 대다수의 학우는 Chat GPT로 인한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례는 알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 위기의 시대 속,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Chat GPT의 사용률과 데이터센터의 물 대량 소비는 기후 위기를 빠르게 부추긴다. 인공지능 산업이 가진 윤리 문제를 규제하기 위해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지난 1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6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나, 온실가스 배출과 물 소비와 같은 환경오염 관련 구체적인 규제에 관한 내용은 없다. 올해 여름이 앞으로 겪을 모든 여름을 포함해 가장 시원하다는 보도와 이상기후로 인해 물 부족 지역이 늘어간다는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 조사의 가장 마지막 질문에 대한 응답에 주목할 수 있다. 전체 응답자 중 80%는 환경 오염 문제가 발생하는 사실을 알게 된 후 Chat GPT의 사용을 줄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AI의 발전으로 얻는 이점을 무시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AI 플랫폼을 포기할 수는 없어도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Chat GPT가 가진 이점만이 아닌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그림자를 함께 들여다볼 때다. 취재, 사진, 글 = 이선영 기자 디자인 = 이선영 기자
외대알리(이하 본지)는 1편에서 보도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입학처 이일규 팀장 외 2인과 한국외대의 입결 하락과 대안에 대한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입학처는 이공계 쏠림 현상으로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편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수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정시 선발 방식에 대한 본지의 지적에는 일부 수긍하면서도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외대 입결 소폭 하락한 것은 맞아, 하지만 일부 자료는 잘못된 자료” Q. 현재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올해 외대의 몇몇 학과(ELLT학과 등)의 평균 백분위가 80% 초반대까지 내려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제로 대교협이 운영하는 대학어디가 홈페이지에 공개된 과목별 백분위를 단순히 나눠서 계산해 보면 입결이 상당히 낮은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ELLT 학과 등 몇몇 학과의 평균 백분위가 80% 초반대까지 하락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대학어디가’에 공개된 국어, 수학, 탐구 과목의 백분위를 단순히 나눠서 계산하는 것은 잘못된 계산입니다. 작년까지 ‘대학어디가’는 최종 등록자 상위 70%의 국수탐 평균 백분위 점수를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국어, 수학, 탐구1, 탐구2 각 과목별 70% 컷으로 양식을 변경해서 공개했습니다. 따라서 올해 ‘대학어디가’에 공개된 과목별 70% 컷을 단순히 나누게 되면, 최종 등록자 상위 70%의 국수탐 백분위 평균값을 보여줬던 전년과는 상이한 결과값이 나오게 됩니다. 과거와 같이 평균 백분위를 산정하면, 한국외대의 평균 백분위는 전반적으로 약 0.3 정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80% 초반대까지 하락한 학과는 없었습니다. “우수한 학생이 자연계열에 쏠려 있어, 모 교육특구 같은 경우, 문과반이 1개인 경우도” Q. 한국외대의 입결을 유지·상승시키는데 입학처가 겪고 있는 대내외적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A. 입학처는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홍보 등 많은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대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의 경우, 절대 다수가 인문계 학과인데 우수 인재들의 자연계 선호 현상이 너무 심합니다. 홍보차 고등학교를 방문하다 보면, 모 교육특구의 경우에는 문과반이 한 개, 많으면 두 개인 경우도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우수 인재 유치에 이런 어려움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자연계열 학생도 외대에 많이 지원하게 만들기 위해 융합학과 만들어” Q. 입학처는 본교의 입결 유지 및 상승을 위해 어떠한 정책적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는 어떤 정책적 노력들이 진행될 예정인가요? A. 보통 정시 모집을 시행하기 2년 전 전형 계획을 수립합니다. 그 전에 입학처는 데이터를 통한 시뮬레이션으로 영역별 반영 비율 및 군 배치 등을 조정합니다. 일례로 과거에는 인문계열 영역별 단일 반영 비율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두 개로 나누어 외대에 보다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자연계 학생들의 인문계 지원을 유도하게 하기 위해 융합 학과를 신설했습니다. 또 본교의 경우에는, 정시 지원 시 탐구 과목과 수학 과목에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최대한 학생 친화적으로 전형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보하면서 복수전공 늘 강조해, 올해부터는 온라인 홍보도 더 강화해 나갈것” Q. 현재 고교 수험생들은 한국외대의 유연한 복수전공 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어문학과 지원을 더욱 꺼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입학처의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외대의 유연한 복수전공 시스템: 재학생들의 이중전공 의무화, 대다수 학과에서 정원의 150%이상을 이중전공으로 선발, 상경학사를 취득 가능하면서 신청에 인원 제한이 없는 BRICs 전공의 존재 A. 입학처에서 진행하는 수많은 고교방문설명회에서 늘 이중전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중전공이 가능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BRICs 등 상경학사를 딸 수 있는 이중전공이 존재한다는 것과,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이중전공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취업처까지 다양하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이중전공 이수가 외대의 좋은 아웃풋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입학처는 이러한 이중전공 제도를 1순위로 홍보합니다. 다만, 외대에 대한 관심이 없어 이중전공을 모를 수는 있습니다. 입학처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올해부터는 유튜브 같은 온라인 홍보를 더욱 강화해 불특정 다수가 이런 외대의 장점을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49개 모집단위 관련한 지적 알고 있지만, 학교 입장에선 고려해야 할 요소 많아” Q. 현재 본교는 정시에서 어문계열을 통합·계열 모집과 학과모집을 병행하여 선발합니다. 그러나 해당 방식은 입결에 좋지 않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습니다. 기존 방식보다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 확대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게 학과 모집을 폐지 또는 대폭 축소하고, 통합·계열 모집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입학처도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올해, 즉 2026 신입생 선발부터 수시에서는 학과모집, 정시에서는 통합모집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기조로 가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모집 요강을 보면, 정시에서 학과 모집을 전년에 비해 줄이고, 통합모집을 확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기자의 보충 질문) 수시 모집 요강을 확인해보니, 정시모집에서 학과 모집을 줄이고, 통합모집 선발을 늘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여전히 정시 전형에서 상당수를 학과 모집으로 선발할 것으로 보이는데, 학과 모집을 조금 더 줄이고 통합모집을 더 늘릴 수는 없는 것인가요? A. 이 부분은 대학본부와의 소통과 관련 학과 설득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통합 모집 확대 시행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습니다. ‘통합 모집’은 통합 모집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에 진학 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선호 학과와 비선호 학과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통합 모집을 더 확대한다면, 일부 학과 운영이나 학생들이 입학해서 공부하는데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학교 운영에 있어서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덧붙여, 통합모집이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방식의 학생 선발이 우리 대학에 도움이 될지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도 감안 바랍니다. “2015년에 광역화 모집 시행한 적 있어, 1년만에 바로 폐지” Q. 어문 계열 통합·계열 모집이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확대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 확대라는 시대적 요구와 입결 유지 및 상승을 위해 통합·계열 모집의 범위를 조금 더 확대하실 계획은 없으십니까? A. 입학처도 학교 본부 부서의 하나로서, 학생들이 학과를 선택하고 학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시행할 경우, 학과 운영이나 학생들이 입학해서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 2015년에 *광역화 모집을 시행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 학교 내에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고, 결국 시행 1년 만에 폐지되었다는 점도 고민거리입니다. *광역화 모집: 2015년 일부 단과대학(서양어대, 동양어대 등)을 학과 구분없이 하나의 모집단위로 선발한 방식. 시행 당시 한국외대 대나무숲(익명 커뮤니티)과 단과대학 학생회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있었다. “자유전공학부 다 군 배치 등 군 배치에서도 노력 중…분석하고 우수한 학생 많이 뽑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할 것” Q. 본교의 정시 군 배치가 입결 유지 및 상승에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가령 수험생들에게 중상위 선호도를 가진 사회과학계열과 상경계열이 나 군에 거의 몰려 있고, 가 군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다 군의 자유전공학부와 경영학부는 지원자 풀이 겹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사실 말씀하신 지적들에 대해서 입학처에서 전혀 검토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군 배치와 관련한 여러 지적들에 대해 입학처도 인지하고 있고 매년 전략적인 군 배치를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유전공학부를 ‘다’ 군에 배치한 이유도, 지난해 처음으로 신설한 학과로서 입결을 조금 더 고민한 결과입니다. 입학처는 군 배치에 대해서는 특정 방향을 고집하기보다, 앞으로 지속적인 분석과 연구를 통해서 최대한 본교에 유리한 방향으로 배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한 학과를 특정 전형으로만 선발하는 게 옳은지 의문, 외대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학생들을 뽑는 게 입학처의 가장 큰 존재 목적” Q. 근본적으로, 외대가 장기적으로 입결을 유지 및 상승시키기 위해선 성균관대와 같이 수시에서 보다 많은 어문계열의 학과를 선발하고, 정시에서는 비어문계열(상경, 사회과학 계열)을 많이 선발하는 게 입결을 상승시키는 데엔 유리하다고 생각되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우수한 학생들을 더 선발하기 위해서 수시, 정시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면 고민해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단순히 입결 상승만을 위한 목적으로 이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입결 역시 중요한 지표임은 분명하지만, 입학처의 가장 큰 존재 목적은 ‘외대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우수한 학생 선발’에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특정 학과를 전부 한 전형으로만 선발하는 것보다는,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정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같이 모여 공부하는 것이 학생들의 발전에 좀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입결 하락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한국외대는 외국어 특성화 대학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인·어문계열 학과들이 많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수험생들 사이 자연계 선호 현상이 심화하고, 인·어문계열의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외대의 입결 하락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시대적 흐름을 학교의 의지만으로 거스르기는 어렵다. 그러나 비효율적인 학생 선발 방식으로 스스로 입결 하락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물론 학교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원활한 학사 운영을 위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기에 모집 단위 49개 문제를 당장 개선하기엔 어려울 수도 있다. 타 대학들과 같은 수시·정시 비율 조정 역시 시간과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적어도 통합 모집과 학과 모집을 병행해서 선발하고, 심지어 이 두 모집 단위를 같은 군에다가 붙여놓는 기형적 선발 방식은 지금 당장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대학본부의 유연성을 기대한다. 강승주 기자(math.sang.ju@gmail.com) 외대알리는 학우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학내 사건이나 이슈등에 대해 제보가 있으신 분은 메일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김 씨는 학생식당 식단표를 살피고 있다.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김 씨는 메뉴 중 갑각류 알레르기를 일으킬 만한 음식은 없음을 확인하고 음식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과거 메뉴에 있던 아욱국에 새우가 들어있는지 모른 채 먹었다가 곤혹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알레르기 관련해 학생식당에 선뜻 연락하기 어려워 도시락을 먹거나, 문의하고 싶어도 문의하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 학우도 있다”고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학 내 학생식당의 알레르기 성분 관련 대책이 부실해 학식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학교급식법 제16조 제3항은 ‘학교의 장과 그 소속 학교급식관계교직원 및 학교급식공급업자는 학교급식에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식재료가 사용되는 경우에는 이 사실을 급식 전에 급식 대상 학생에게 알리고, 급식 시에 표시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급식법은 초·중·고등학교에만 적용되는 법으로, 대학교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알레르기 관련 영양성분을 표기할 의무는 없다. 이와 관련해 각 대학교에서는 식단표에 영양사와 알레르기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을 표시해 알레르기 유발 식재료가 들어있는 음식을 학생에게 안내하는 등 도움을 제공하고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 모 학생은 “학생식당을 자주 이용하지만, 학생식당에 알레르기 문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면서 “학교가 알레르기 있는 학생들을 위해 관련한 내용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공지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학생식당 영양사는 “현행법상 대학교 학생식당은 영양성분을 표기할 의무가 없어 표시하지 않고 있다”며 “성인이 된 대학생들이 본인의 알레르기 정보를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해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식당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음식보다 대중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음식을 위주로 식단을 편성하고 있다”면서 “만약을 대비해 알레르기와 관련해 언제든지 영양사와 상담할 수 있음을 공지하고 있으나 학생들의 문의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영양사는 “학생들이 학생식당에 문의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해 이용하지 못하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학생식당과 자유롭게 식단과 관련해 논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학교에서 제공하는 학식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취재팀 조사 결과, 서울 주요 15개 대학 중 대부분 식단표에 ‘알레르기와 관련해 영양사 상담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기입했지만, 학교 차원에서 상담이 가능하다는 것을 홍보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율적으로 식단표에 알레르기 성분을 작성하고 있는 대학은 연세대학교, 창원대학교 등이 있으나 알레르기 관련 대책이 마련된 대학은 소수에 불과하다. 식품 알레르기를 성인 시기에 경험한 비율이 식품 알레르기 경험 중 30%를 차지하는 만큼, 알레르기 영양성분 표시 관련 법 개선과 함께 대학이 알레르기에 민감한 학생들을 위해 학교 차원에서 영양사와의 상담 홍보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민혁 기자(fhtsgy71@gmail.com)
대학언론에 ‘위기’라는 꼬리표가 달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 대학언론은 오늘도 위기다. 위기론의 지속은 ‘무엇이’ 위기인지, ‘얼마나’ 위기인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조차 희박하게 만든다. [대학언론 대담]은 방향 전환의 시도다. 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대학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 그들이 느끼는 뿌듯함, 그들이 느끼는 문제점, 그들이 떠올린 해결책을 듣는다. 정답은 없다. 명확한 해결 방안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많은 대학언론인들은 이야기한다. 대학언론은 존재해야 한다고, 대학언론은 필요하다고 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왜’와 ‘어떻게’다. 대학언론은 왜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신규민(신) : 안녕하세요. 현재는 대학부에 소속되어 있고, 2025학년도 2학기부터 <서울여대학보>에 편집국장으로 일하게 된 기독교학과 24학번 신규민입니다. 김예진(김) : 안녕하세요, 이번 1학기를 끝으로 <서울여대학보>를 퇴임하는 비즈니스커뮤니케이션전공 22학번 김예진 편집국장입니다. Q. <서울여대학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김 : <서울여대학보>는 1964년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가장 먼저 창간된 대학언론입니다. 현재는 대학부, 사회부, 문화부, 사진부 4개 부서로 구성되어 기자들이 각각 기획이나 보도를 작성합니다. 학우들에게 학내 사안이나 알 권리를 보장하고자 노력하는 대학언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Q. 언제 처음 대학언론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지. 신 : 작년 4월에 수습기자로 처음 들어와서 이제 1년 넘게 대학언론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학언론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고요. 제가 전공으로 삼고 싶었던 분야가 언론이거든요. 그래서 대학에 들어오고 언론인으로서 뭔가 조금 더 실질적인 활동을 해 보고 싶었어요. 더 솔직한 말로는 학보사나 방송국이 진짜 재밌어서 시작했다기 보다는, 스펙을 쌓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케이스였습니다. 김 : 저 같은 경우에는 2023년 겨울방학부터 시작을 했고요. 사실 저는 언론에 처음부터 뜻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학보사라는 조직 안에 있으면 일반적인 학생 입장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고, 들을 수 없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활동하면서 총장을 만난다든지, 이런 것들은 일반 학우 입장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이니까요. 또 글을 쓰는 것 자체에도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어요. Q. 현재 대학언론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신 : 저희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들려오는 바로는 대학언론 인력난이 심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울여대학보>의 사례를 들어 보자면, 2025년 1학기에 8면 신문을 5회 발행했어요. 이걸 5명에서 발행했거든요. 이번 학기는 공휴일이 있다 보니 회의하고 발행하고, 거의 바로 다시 회의하고, 이런 느낌이었죠. 저희는 사실 학생이면서 기자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하니까 기자로서 신문을 잘 발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학생으로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성적을 받는 것도 너무 중요하거든요. 인력난이 심하다 보니까 업무는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업무를 수행하기에 시간은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까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시험 공부와 학점에도 당연히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죠. 저랑 같은 수업을 듣는 기자님은 거의 6번 정도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김 : 저는 무관심이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아침마다 학우들에게 대면으로 학보를 배포하거든요. 가판대에도 쌓아 놓고, 별개로 발행 주에는 아침 배포 담당자들이 나가서 대면으로 나누어 주기도 해요. 인스타그램 관리도 당연히 하고, 매 학기 종강호가 나오면 간식 꾸러미와 학보를 같이 나누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죠. 이렇게 해도 학보가 너무 많이 남다 보니까 발행하는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어요.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해 두어도 학우들이 읽지 않으니, 학교 측에서는 “어차피 많이 가져가지도 않는데, 뽑는 수를 조금 더 줄이자”라고 압박을 넣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실 <서울여대학보>는 이미 최소 부수까지 줄어든 상태예요. 전체 학생이 7~8천 명 정도인데, 1천 부 정도를 찍죠. 지금 이상으로 줄어들면 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고, 그래서 간신히 더 줄어드는 것은 막고 있는 상태입니다. 결국 무관심이 가장 큰 위기가 되고, 무관심을 타개하는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Q.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지. 신 : 사실 저는 원인에서 무관심을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저는 인력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관심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희가 직접 배포하면서도 많이 느꼈고, 작년에 <서울여대학보>가 창간 60주년을 맞아 설문조사를 크게 했어요. 그때 결과를 보니 학보사 자체가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모르는 학우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2주에 한 번씩 발행하고, 학우들을 대면으로 만나 뵙고 있는데도 모르시는 걸 보면 정말 모르시는구나 싶었던 거죠. 물론 모든 문제가 학우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워요. 사실 학보사는 전공자가 아니면 관심을 가지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전공자들조차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들어오는 수습기자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정기자, 차장기자는 거의 없죠. 전공자들도 들어오는 경우는 있지만, 막상 들어와서 관심을 이어 나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김 :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기류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무관심이 학부만의 문제는 아니거든요. 신문이 예전처럼 나가지 않는다는 건 기성 언론도 겪고 있던 문제죠. 또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개인화가 심해졌고, 스마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지면을 보는 것에 관심이 없어졌다고 이야기하잖아요. 대학도 하나의 작은 사회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그대로 축소돼서 나타나는 거죠. 하나를 더 이야기하자면, 많은 학우들이 학보의 본질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학보는 학교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이잖아요. 그런데 다른 대학 사람들을 만나거나, 취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학보가 학교 측의 의견을 어느 정도 대변한다는 인상을 가진 경우가 많았어요. 취재원처럼 대학언론을 직접 대면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일반 학우들은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작년에 <서울여대학보>가 60주년을 맞이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어요. 저희도 조판할 때 다 같이 모여 읽으면서 기념호인데 너무 좌절하는 내용 아니냐고 했거든요. 만약 일반 학우들이 학교에 불만이 있다면, 학교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매체를 읽을 필요가 없어지죠. 그래서 학보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퍼지지 않는다면, 결국 학보는 학우들 입장에서 읽고 싶지 않은 매체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Q. 대학언론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신 : 구체적인 해결책은 아직 없다고 생각하고요. 조금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저는 가장 근본적으로 학교 측의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원인으로 학우들의 무관심을 이야기했죠. 결국에는 무관심도 그들에게 닿는 수단이 없다는 거잖아요. 대학언론으로서의 최선은 질 좋고 다양한 기사를 내는 거죠. 저희가 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는데도 학우들이 모른다면 분명히 학우들에게 닿는 수단이 부족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미 발행 부수는 충분히 줄어든 상황이고, 거기에 더해 직접 학우들과 연결되는 수단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니 관련된 재정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죠. 또 발행비를 위해서 노력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발행하고 나면 발행비라는 게 나오잖아요. 만약 학교의 재정적 지원이 늘어난다면 관련 전공을 가진 학우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거나 입부를 독려하는 수단이 될 수 있겠죠. 김 : 저도 사실은 대학의 지원이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하긴 해요. 저희도 해결책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많이 해 봤거든요. 무관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홍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요. 많은 대학언론이 인스타그램도 하고, 에브리타임에도 올리고, 웹진을 만들어 쓰기도 하고, 학교에서 직접 배포하기도 하는데도 무관심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사실 학우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실제로 관심이 가서 읽고 싶은 매체를 만드는 게 저희가 기자라는 직업에 있는 이유죠. 결국은 대학언론이 직접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밟기 위해서라도 학교 측이 조금 더 지원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최근에 서울여대 방송국(SWBS)과 교지(바롬)까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고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먼 사람들을 데려온 거였는데, 그때 3개 대학언론이 공통적으로 사용할 예산이 너무 없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강사를 초빙하거나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글을 배울 수도 없고, 영상이나 사진을 찍을 카메라가 너무 낡거나 부족하고, 복합기가 고장 났는데 고칠 수도 없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스스로 주눅이 드는 것도 있죠. 만약 예산이 추가로 주어진다면, 저는 가판대를 조금 더 잘 보이게 바꾸거나 수를 늘려서 학우들이 지나가다가 볼 수 있는 기회를 늘릴 것 같아요. Q. 위기에도 여전히 대학언론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신 : 대학언론은 결국 언론이잖아요. 대학 안에 있기는 하지만 소속이 다를 뿐이고, 본질적으로 하는 일은 기성 언론과 다르지 않죠. 언론은 사회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이고, 만약 언론이 없다면 사회가 제대로 감시되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겠죠. 대학언론이 없다면 대학도 그럴 거예요. 대학에서 문제가 일어나도 아무도 모르게 지나가고,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나타나겠죠. 또 하나는, 저는 대학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책임감에 대해 뼈저리게 느낀 사람이거든요. 사람이 없을 때 대학언론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알고, 한 명 한 명의 인력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에 더 놓기 어려운 것도 있어요. 사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다른 부서들은 기수를 건너뛰면서 이어졌는데, 제가 있던 대학부는 옆에 있는 편집국장님이 직속 선배라 계속 같이해 왔거든요.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떠나기도 하고, 또 제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으니 다른 부원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는 해요. 그렇지만 제가 빠지면 대학언론인의 빈자리가 생기니까,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야겠죠. 김 : 대학언론을 하다 보면 여러 순간들이 있어요. 그 순간들이 모여서 결국에는 사명감이 안 생길 수가 없었어요. 작년 2학기 서울여대 교수가 학생을 성희롱하고, 성 비리를 공론화한 학생들을 고소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서울여대학보>도 학내 언론으로서 다뤄야 했죠. 그때 학우들이 벌판이나 경찰서 앞에 가서 시위하고, 목소리를 낼 때 저희가 썼던 기사들을 보여 주면서 “우리 학교 상황이 이렇게 (기사로) 나왔는데 부끄럽지 않느냐”고 이야기했어요. 학우들의 목소리를 담았던 학보가 하나의 수단이 되어, 다시 학우들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 저에게는 사명감처럼 다가오더라고요. 물론 좋지 않은 일이었고,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어요. 그렇지만 그런 상황이 있을 때 학우들이 조금 더 안심하면서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학우들에게 믿을 구석이 될 수 있는 매체가 된 거죠. 기성 언론에는 학우들이 쉽게 이야기하기가 어렵죠. 이름을 말하기도 그렇고, ‘혹시 이름을 이야기했다가 공격받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서울여대학보>는 당시 학내의 제보자나,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하던 학우들의 목소리를 직접, 그리고 많이 실을 수 있었어요. 학우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그들의 목소리를 이끌어 낸다는 게 당시 저희의 사명감이었고, 그게 대학언론이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또 대학언론은 대학 내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잖아요. 총장이나 학생처장 같은 분들을 만날 때도 있고요. 대학언론은 그들에게 질문을 통해서 학우들의 목소리를 전달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한창 여대 공학 전환이 이슈가 되던 시기에 새로운 총장님이 취임했거든요. 그때 저희가 처음 드렸던 질문이 “저희 공학 전환하나요”라는 거였죠. 학우들이 크게 반대하고 있던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묻는 취지였어요. 이 외에도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학우들은 이런 생각이던데 알고 있는지, 이런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지 묻는 것만으로도 학우들의 생각을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여러 취재원들도 학우들이 어떤 사안에 부정적이라면 기사로 실어야 본인들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대학언론이 이어져야만 학교가 조금 더 민주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유죠.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신 : 사실 대학언론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대학언론은 독자가 정해져 있잖아요. 기성 언론은 독자의 연령대나 성별이 다양하지만, 대학언론은 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학우들을 위해 만드니까요. 그러니까 학우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고, 만약 신문을 읽는 게 어렵다면 학보사가 뭘 하는 조직인지는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대학언론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학보사가 어떤 조직인지를 알면 나중에라도 궁금할 수 있잖아요. ‘이런 신문을 쓰는 곳이었구나’에서 시작해서 ‘뭘 쓰는지 찾아볼까’라는 식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학보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학우들이 알아줬으면 합니다. 김 : 학보사를 믿을 구석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난겨울 탄핵 시위가 한창일 때, 학우들이 서울여대 깃발을 들고 참가해서 저희도 같이 갔어요. 가서 촬영도 하고, 학우들은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이야기도 하고, 그때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그런 문장을 올렸어요. ‘이곳에 학우들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학우들이 있는 곳이면 저희도 있어야죠, 이렇게 이야기했거든요. 사실 학보라는 조직 자체가 학우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 어디든 뛰어가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니까요. 그래서 이런 학보사가 지금도 있다는 걸 많은 학우들이 알고, 학교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우리가 하는 건 공식적인 행동이 되니까 학우들에게 조금 더 믿을 구석이 되고, 조금 더 신뢰받는 언론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사실 관심을 많이 가져 달라는 말보다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하잖아요. 저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퇴임하니까 현역 기자들을 위한 이야기를 하나 남기자면, 대학생들은 ‘처음이니까 괜찮아’라는 말을 많이 듣잖아요. 20대 초반이니까 실수해도 돼, 틀려도 돼, 원래 대학생이 그런 거야,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학보사는 아니죠. 왜 대학생은 처음이니까 틀려도 되는데 학보사는 한 번도 틀려서는 안 되고, 틀리면 죽을죄를 지은 것처럼 내가 힘들어야 하는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결국 대학언론인들도 똑같은 대학생이잖아요. 학우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자신을 갈아가면서 노력하는 조직이 결국 학보사 같아요. 지나가다 보였을 때 한 번 읽어 보고, 읽던 한 부를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저희에게 정말 큰 힘이 돼서 돌아온다는 것만 꼭 기억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무관심은 인력난을 조장하고, 예산 감축으로 이어지며, 대학언론의 자체적인 위기 극복 노력을 형해화한다. 대학언론은 관심을 가져 달라는 호소보다는 어떻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멈춰서는 안 된다. 대학언론의 본질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어떻게 많은 이들에게 ‘믿을 구석’이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학우들이 있는 곳에 대학언론은 있어야 하기에, 고민과 질문은 오늘도 이어진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이화여자대학교와 독립예술극장 아트하우스 모모가 개최 반대 집단의 항의에 결국 퀴어영화제 대관 불가를 통보하자, 재학생과 시민사회단체가 학내에서 직접 퀴어영화제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화여대 내부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는 지난 4월 30일 예정됐던 퀴어영화제 대관을 돌연 취소했다. 극장 측은 이러한 결정이 “기독교 창립 이념에 반하는 영화제가 이화여대 교육 공간에 들어올 수 없다”는 학교 측의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관 거부의 배경에는 ‘이화여대를 사랑하고 지키는 이화인 일동’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대학과 극장에 민원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이화여대가 ‘동성애 홍보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원의 주된 내용이었다. 이에 이화권리단위연대체 ‘이음’의 퀴어영화제 대응 실무 TF팀은 시민 연서명, 릴레이 성명서, 대학 본관 항의 방문, 피켓팅 등을 진행하며 이번 대관 취소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이번 대관 취소가 비민주적이고 퀴어 혐오적이라는 항의 차원의 행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항의에도 이화여대 측은 캠퍼스가 “분쟁과 갈등의 현장”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말 이외엔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 일부 혐오 세력은 영화제 대관이 취소되자, 총학생회의 퀴어퍼레이드 참여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부착하는 등의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때문에 이화퀴어영화제 조직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4일부터 5일까지 양일간 ‘제1회 이화퀴어영화제: 불허를 넘어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번번이 반복되는 퀴어 존재의 증명과 권력의 허가가 전제되어야 하는 현 구도를 뒤집어, 이제는 퀴어의 싸움이 방어전에 그치는 것을 넘어서고자 한다”는 것이 조직위가 설명한 취지다. 이번 이화퀴어영화제는 대학 구성원과 시민사회단체가 학내에서 자체적으로 여는 행사다. 대체 장소 대관 이후 성공적으로 폐막한 한국퀴어영화제와는 별도로 준비됐다. 이화생활도서관 정현 운영위원은 “지금 이화여대의 퀴어들은 (대학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며 “이화퀴어영화제는 힘없고 밀려났던 사람들이 학교가 보는 앞으로, 세상이 보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움직임이며, 퀴어에게 수치심을 주고 설 자리를 빼앗으려는 학교에 맞서 존엄과 자긍심을 회복하고 존재를 외치려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이화민주동우회 김태순 회장은 “기독교 이념을 빌미로 한국퀴어영화제 대관을 거부한 이화여대와 아트하우스 모모의 퀴어 혐오를 규탄한다”며 “모두를 포괄하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개개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4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제1회 이화퀴어영화제에서는 퀴어 장편·단편 영화 3~4편을 학생문화관 지하 1층 소극장과 학관 강의실에서 상영한다. 이 외에도 GV나 초청 강연과 같은 관련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원지현 기자(krchloe1234@naver.com)
*[알못 주제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기사를 쓰지 말자는 마음에서 기획했습니다. 저희는 어설픈 '잘알'보다는 '알못'이 되기로 했습니다. 한 번의 경험에서 모든 것을 알 수 는 없겠지만, 한 번의 취재로도 당사자와 외부인의 어려움은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알못 주제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놓쳤던 것들을 만나고 체험합니다. 이 기사를 통해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조금이나마 알아가며 공감할 수 있도록 저희가 느낀 현장 그대로를 전달하겠습니다. 지난해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이 실시한 대학생 아르바이트 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학기에 아르바이트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81%가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대로라면 대학생 10명 중 8명이 학기 중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셈이다. 실제로 2023년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한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세~24세 청년의 65.8%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2017년 서울시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년들의 피해를 조사한 결과, 임금체불을 겪었다는 응답이 48%,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23.5%를 차지했다. 본 기자 역시 만 19세이던 2023년부터 현재까지 4곳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으며, 그중 3곳에서 크고 작은 노사 문제를 겪었다. 근로 계약서 미작성과 월급 쪼개기 등 작은 사업장에서 이뤄지는 노사 문제. 사소한 일이라는 생각에 속으로만 앓고 있던 문제를 안고 노무사 사무실에 방문해 직접 상담을 받았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체불 신고해도 근로를 인정 받을 수 있을까요? 지난해 9월, 동네 샐러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근무시간은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 근무였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나, 고용보험 가입을 확인해 크게 의문을 두진 않았다.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 ①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근로계약 체결 후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개정 2010. 5. 25.> 1. 임금 2. 소정근로시간 3. 제55조에 따른 휴일 4.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 5.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 ② 사용자는 제1항제1호와 관련한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및 제2호부터 제4호까지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전자문서를 포함한다)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다만, 본문에 따른 사항이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인하여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그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노무사 A: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고용보험의 경우, 세무사 사무실을 이용하는 경우 자동으로 가입됩니다. 그러나 근로계약서 작성은 세무사 사무실에서 도와주는 부분이 아닙니다. 작은 사업장에서는 세무사 사무실보다 노무사 사무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드물어 근로계약서 작성을 사장이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 사항으로 신고 시 고용주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물론,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되거나 즉시 시정 될 경우 주의만 주기도 합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출퇴근 기록 등 근로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면 충분히 근로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관해 물었을 때는 “제가 언제 안 챙겨 준 적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요즘 임금명세서 달라 하세요?” 상담을 받기 위한 자료를 정리하다 지난 12월부터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월급 요청 시 절반을 우선 보낸다며 30만 원을, 다시 차액을 요청했을 때 20만 원을 입금받는 식으로 월급을 받아 정확한 금액을 알지 못했다. 상담 후 명세서를 요청해 받았고, 만 원 단위의 금액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제48조(임금대장 및 임금명세서) ① 사용자는 각 사업장별로 임금대장을 작성하고 임금과 가족수당 계산의 기초가 되는 사항, 임금액,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임금을 지급할 때마다 적어야 한다. <개정 2021. 5. 18.> ② 사용자는 임금을 지급하는 때에는 근로자에게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 제43조제1항 단서에 따라 임금의 일부를 공제한 경우의 내역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적은 임금명세서를 서면(「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전자문서를 포함한다)으로 교부하여야 한다. 노무사A: 2021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으로 인해 모든 사업장에 임금명세서 발급이 의무화되었습니다. 신고 시 고용주에게 근로자 1명 기준으로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기자 역시 해당 업장을 포함해 3곳에서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한 채 일을 했으며, 이번 기회로 임금명세서 발급이 의무임을 알게 됐다. “10월, 11월 월급 같이 드려도 될까요?” 월급날은 매달 15일이었다. 그러나, 월급날을 잊고 있었다며 지급을 미루기 십상이었다. 근무표를 매달 초 발송했으나 12월이 넘도록 10월과 11월 월급을 받지 못했다. 결국 10월 월급과 11월 월급을 매달 15일에 반씩 나눠 받기로 정했다. 그러나 또다시 잊고 있었다는 이유로 12월 25일이 넘어 10월과 11월 월급의 절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제43조(임금 지급) 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②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노무사 A: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따르면 임금 ‘전액’을 지불해야 한다 명시하고 있습니다. 두 달 치 월급을 나눠 받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나 서로 합의한 경우에 가능하긴 합니다. 분할 지급에 동의하셨더라도 후에 신고 가능합니다. 남은 절반은 가게 운영의 어려움으로 현재까지 받지 못했고, 퇴사 후 지급 받기로 확답을 받았다. 퇴사 후 받지 못해도 신고할 명분이 있을까요? 퇴사 후 지난해 밀린 임금을 받기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받지 못할까봐 걱정이 많았다. 심지어 퇴사 직후에는 교환학생 출국을 앞두고 있다. 제36조(금품 청산)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제49조(임금의 시효) 이 법에 따른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노무사 A: 그만두시더라도 신고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퇴사 후 3년 동안은 신고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퇴사 후 14일 이내에 임금을 모두 지급해야 하나, 상호의 합의로 기간을 미룰 수 있습니다. 약속 기간 내에 받지 못하신다면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해 신고하실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사건은 단기간 내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퇴사 후 출국 계획이 있으시다면 노무사에게 사건을 맡기시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현재 청소년ㆍ청년 근로권익센터에서는 만 34세 미만 청년들을 대상으로 기초 상담, 진정 사건 대리 등 무료 권리구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접수하게 되실 경우 근로권익센터에 상담을 받아보시길 추천합니다. 저 역시 지역에 국선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실수로 버리게 된 재료비 월급에서 공제... 모두 가능한가요? 지난 3월, 정리해 둔 샐러드 채소 한 봉지가 얼어 폐기 했다며 월급에서 3만 원을 제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에는 이견 없이 받아들였지만, 시간이 흐르자 궁금한 점이 생겼다. 아르바이트생의 실수로 생긴 손실을 월급에서 공제해도 되는 걸까? 노무사 A: 앞서 언급한 대로 근로기준법 43조에서는 임금 전액 지급의 원칙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직원의 실수로 재료비 월급에서 공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 43조에 위반되는 행위입니다. 보통 작은 사업장의 경우, 사장 개인이 운영하기 벅차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셈이니 고용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죠. 추가로, 아르바이트생의 실수를 이유로 고객 환불 비용을 사비로 부담하게 하는 것 역시 근로기준법상 부당한 행위입니다. 영수증, 전산 기록 등 관련 자료를 준비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 임금체불 등의 사안으로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고용주가 묵묵부답으로 나올 경우 해당 사항은 민사 쪽에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가 임금명세서를 넘겨주지 않아 월급날이 미뤄질 거 같아요” 가게 사정에 맞춰 월급날을 매달 말일로 조정했으나 정해진 날에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 몇 번의 재촉 문자를 보내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30만 원을 받았으나, 3월 한 달 월급은 기본급만 계산해도 6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차액은 언제 지급 가능하냐 물었을 때는 세무사가 월급 명세서를 넘겨주지 않아 월급날이 미뤄질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노무사 A: 임금은 정해진 날에 전액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루라도 늦으면 임금체불이라 부를 수 있고요. 따라서 세무사에게 명세서를 받지 못해 월급을 얼마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월급일을 미루는 것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결국 4월 30일에 받아야 했던 3월 월급은 5월 26일에서야 전액을 받을 수 있었으며, 4월 월급 약 94만 원은 또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소한 금액이란 없어요...” 노무사 사무실을 방문하기 전까지 오랜 망설임이 있었다. ‘월급날이 지켜지진 않았지만, 어쨌든 지급은 되니 신고하더라도 큰 결과가 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임금체불이라기엔 금액이 적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그러나 노무사에게 직접 노무 상담을 받으며 임금체불에는 사소한 금액이 없으며, 임금 명세서 미지급 등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던 점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무 상담은 총 두 곳에서 받았다. 처음은 전화상담이었다. 실제로 대다수의 노무사 사무실에서는 대면상담뿐만 아니라 전화 상담도 진행하고 있으며, 비용은 무료에서 6만 원 내외로 다양하다. 첫 번째 사무실에서는 대학생이라며 상담 비용을 받지 않았다. 전화 상담으로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했으나, 유선상으로는 깊은 대화가 부족했던 것 같아 정리해둔 자료를 가지고 두 번째 사무실을 찾았다. 전화상담보다 상대와 눈을 맞추고 하는 대면상담이 훨씬 마음에 와닿았으나 상담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번째 사무실 역시 예약금을 제외하고는 상담비용을 받지 않았다. 두 사무실에서는 모두 상담 말미에 청소년ㆍ청년 근로권익센터를 추천했다. 청소년ㆍ청년 근로권익센터란 고용노동부와 한국공인노무사회가 협업해 설립한 기관으로 만 15세부터 만 34세 청소년, 청년의 지속 가능한 근로를 위해 무료 상담 및 권리구제 등의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전화 (1644-3119), 근로권익센터 누리집, 카카오톡 등을 통해 공인노무사로 구성된 보호위원으로부터 무료로 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1차 상담 후에는 지역보호위원(노무사)을 배정받게 되며 이후 2차 상담이 이어진다. 심층 상담 후 진정서를 접수한 뒤 사건 조사 및 종결이 이어지는 순서이며, 사건 해결까지는 대략 1~3개월이 걸린다. 진정서 접수 후 관할 노동부에서 고용주와의 삼자대면이 이루어질 때도 담당 보호위원이 동행하는 등 사건의 전반적인 상황을 함께해주기에 노사 문제를 겪고 있는 만 34세 미만의 청년, 청소년의 경우 청소년ㆍ청년 근로권익센터를 적극 이용해 보길 권한다. 채다송 기자 (shuangyun17@gmail.com)
최근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2024년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 따르면 18세부터 29세까지의 인구 10명 중 7명이 무교라고 응답했으며 종교를 믿는 청년 중 개신교는 평균 13%, 천주교는 7%, 불교는 8.5%, 기타 종교 2%에 그쳤다. 이러한 청년층의 종교 이탈 현상은 다양한 요인이 작용된 결과다. 외부적으로는 몇 년 간 한국 사회에서 종교계가 보여준 각종 범죄행위와 과도한 정치 참여, 저출산과 경제적 여건 등이, 내부적으로는 기성세대와의 소통 부재와 갈등, 수직적인 종교계 구조, 종교의 이중적인 태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대로 청년들의 “종교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청년들에게 큰 관심을 얻은 불교의 “나는 절로”, “뉴진스님”, “불교박람회”를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이번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관광객은 20만명을 넘는 등 통계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 청년층의 종교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도 자신의 종교를 믿고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청년들이 있다. 이번 코너에서는 자신의 종교를 믿는 청년들의 신앙적인 이야기와 종교활동을 하며 겪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두 번째로 소개할 종교는 ‘성공회”이다. 성공회는 가톨릭, 정교회의 전통과 개신교의 문화가 융합된 그리스도교 종파로 성경과 전통, 이성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종교다. 성공회의 이야기를 듣고자 윤대엽 성공회 서울교구 청년연합회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공회 서울교구 청년연합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선 성공회는 종교개혁 당시 파생된 종교로서 전통과 개혁, 공동체를 중시하는 종교입니다. 그 중에서도 성공회 서울교구 청년연합회는 성공회 3개 교구(서울, 대전, 부산교구) 중 서울교구에 속해 있는 각 성당 청년들이 모여 서로를 만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포용적인 공동체입니다. 단순한 연합체가 아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 주교의 목회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삶과 신앙을 나누고, 예배와 친교를 통해 배움과 나눔을 실현하는 공동체입니다. 특히 공동체 안에서 ‘함께 걷는 신앙’에 대해서 청년연합회 안에서 더 많은 청년들이 성공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공회’를 특별히 선택하고 믿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외가 친척분들이 성공회 신자이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태신앙을 가지게 되었고 성공회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저에게 성공회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며 서로를 진심으로 알아가려는 포용적 태도’를 배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성공회는 그리스도교의 중심인 “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같이 동행하는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배움을 통해 스스로 ‘신앙이 스스로의 마음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체험하며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에 연장선으로 신학적으로 성공회의 일치, 전통과 현대와의 융합과 선교 정신을 배우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특히 성공회대학교 신학대학원의 FX(Fresh Expression of Church) 석사과정을 수료하며 “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 속에서 다시 표현될 수 있는 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성공회의 공동체성과 포용적인 신앙관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저는 ‘신앙이 따로 있고, 삶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는 걸 성공회에서 배웠습니다. 성공회의 전례는 굉장히 질서 있고 전통적인데, 그 안에 공동체와 유연함이 공존하는 형태입니다. 더불어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하느님 안에서 모든 존재가 존엄하다는 포용적 신앙관이 제 사고방식을 바꾼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 일상에서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고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직장에서, 지인과의 대화에서, 교회 밖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순간마다 그리스도인으로 서의 마음가짐을 고민하고 살아가고자 합니다. 성공회를 믿는다고 밝혔을 때 겪었던 오해나 편견이 있었나요? 성공회를 믿는다 하면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서 “대한상공회의소”와 같이 오해하시는 경우가 다수 있습니다. 또한 성공회에 대해서 아시더라도 “영국 국왕이었던 헨리 8세가 이혼하려 만든 종교”라고 가볍게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해와 편견보다 더 중요한 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 또한 누군가 제 신앙을 물을 때 성공회를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오해를 줄이고, 대화의 문을 열어주는 기회입니다. 성공회 내에서 활동을 하시면서 일어났던 갈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사례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다양한 청년들의 의견들과 함께 활동하는 연합회의 성격 상,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청년연합회 내에서 의견 갈등이나, 분란을 조장하는 사건들도 있었습니다. 분란이 생기면 분위기와 여론에 흔들려서 편이 갈리기도 하는 등 공동체 안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있었는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청년 리더들의 감정이 소비되어 번아웃이 되는 등의정말 힘들어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회 내부에서 ‘청년 리더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청년 리더들의 영성적인 회복에 도움을 주려 했으며 또한 갈등을 조장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물리적인 힘으로 억누르기 보다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듣는’ 모토를 가지고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청년으로서 성공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성공회 서울교구 내에 청년연합회 담당 신부는 1명입니다. 그리고 청년 담당 신부는 성당 사목(신부의 소임)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할 성당의 사목활동을 우선시 하는 것은 당연한 사제의 직무이지만, 지속적으로 어떠한 일이 생기게 되면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기도 합니다. 또한 청년들의 연령대도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합니다. 연령대가 다양하다 보니 그들의 관심사나 현안들이 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양한 청년들과 같이 동행할 수 있는 여건에 대해 성공회 전체가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진행할 수 있는 행사들이나 청년들의 실질적인 고민들, 신앙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기획, 진행하는 방안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성공회 안에서 함께 동행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같이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에게 ‘예수님’은 어떤 존재인가요? 저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먼저 오신 길잡이’ 입니다. 때로는 앞서 가시기도 하고, 때로는 제 곁에서 함께 걷기도 하시는 분이십니다. 제가 아무리 방향을 잃어도, 그분은 제 눈높이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시는 포용적인 존재입니다. 신학적으로는 하느님의 사랑을 가장 온전히 드러내신 분이시고, 존재론적으로는 제 삶을 끝까지 책임져 주시는 분입니다. 저는 그분이 그냥 ‘믿는 분’이 아니라, 일상의 동반자로서 저와 함께 숨 쉬는 존재라고 믿고 살아갑니다. 김동현 기자(mvp2450@naver.com) 편집인: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담당 기자: 김동현 기자 (신학 22)
대학언론에 ‘위기’라는 꼬리표가 달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 대학언론은 오늘도 위기다. 위기론의 지속은 ‘무엇이’ 위기인지, ‘얼마나’ 위기인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조차 희박하게 만든다. [대학언론 대담]은 방향 전환의 시도다. 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대학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 그들이 느끼는 뿌듯함, 그들이 느끼는 문제점, 그들이 떠올린 해결책을 듣는다. 정답은 없다. 명확한 해결 방안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많은 대학언론인들은 이야기한다. 대학언론은 존재해야 한다고, 대학언론은 필요하다고 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왜’와 ‘어떻게’다. 대학언론은 왜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3학번 강준혁입니다. 아주대학보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아주대학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아주대학보>는 1974년에 창간되어 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탐구한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와 바른 정보를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한다는 정론직필(正論直筆)이라는 이념을 모토로 가지고 있는 아주대학교 학보사입니다. 지면은 시험과 방학 기간을 제외하고 3주에 한 번씩, 1년에 10회 발행하고 있습니다. <아주대학보> 역시 타 대학 학보사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예산을 받지만, 2000년 김덕중 총장 퇴진 운동 당시 기자들의 투쟁을 통해 편집권을 얻어 기사 소재 선정부터 발간까지 어떠한 외부 개입 없이 진행됩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도 주간 교수나 간사, 총장 등 누구에게도 먼저 글을 보여 주지 않아요. 무언가를 쓰겠다고 했을 때 제약을 가하는 인물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다는 점이 타 학보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성부터 검토까지 전부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거죠. 또 <아주대학보>는 독자들의 기고를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해요. 학보를 읽고 피드백을 남기거나, 다양한 주제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두죠. 보내 주시는 피드백은 계속 읽어 보고,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할 때 전달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학보에도 표기 지침 정도만 수정해서 그대로 올리죠. Q. 언제 처음 대학언론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지. 2023년 11월 <아주대학보>에 처음 입사했습니다. 그때 제 동기 두 명 정도가 학보사에서 저보다 먼저 활동을 하던 중이었고, 그중 한 명이 작년 편집장을 맡았죠. 제 동기가 편집장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들어가게 되면 동기들과 활동을 같이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저도 열정이 막 넘쳤던 시기였거든요. (웃음) 동기들이 학보사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까 ‘왜 이렇게까지 할까’라는 의문도 들어서 처음에 <아주대학보>에서의 활동을 해 보게 된 것 같습니다. Q. 최근 <아주대학보>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던 건 <아주대학보> 690호, 3월 중순에 나갔던 신문이었습니다. 당시 아주대학교 안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가 열리려고 했으나 학생처의 개입으로 무산된 사건이 있었거든요. 그 사건을 다룬 보도 기사가 첫 번째였고, 두 번째로는 <아주대학보> 기자 중 하나가 직접 서울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에 참여해 보고 특파원으로서 느낀 점을 남기는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첫 번째 기사 내용, 그러니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를 무산시킨 학생처의 개입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세 기사가 독자들, 전직 기자들, 학교 내부 커뮤니티, 나중에는 외부 커뮤니티까지 퍼지면서 한동안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제가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 잘못도 있겠죠. Q. 나머지 기사들은 어떻게 됐나. 앞서 두 번째 기사가 논란에서 멈췄다면, 첫 번째 기사는 <아주대학보>의 재인쇄로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기사는 처음부터 소재가 소재인 만큼 개인의 가치 판단이 들어갈 내용은 전부 배제하고, 탄핵 반대 집회의 주최자와 학생처 대표자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전개했어요. 그러나 최종적으로 학보에 실린 기사에 대해 학생처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문장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이야기가 주요 골자였는데요. 지금 기사를 보시면 ‘지난 7일 학생처가 교내 정치적 목적의 집회를 불허하고 위반 시 학칙에 따라 엄정 조치될 수 있다는 공문을 게시했다’고 수정됐는데요. 원래는 ‘위반 시 학칙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는 공문을 게시했다’는 표현을 사용했어요. 학생처에서는 이 내용을 강하게 문제로 삼으면서, 이러한 표현은 학생처의 의도가 반영되지 않은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온라인에서도 수정됐고, 지면도 가능하면 재인쇄를 해 달라는 학생처의 요청에 따라 지면도 재인쇄를 진행하게 됐죠. 원래 학생처가 원했던 워딩은 ‘교내에 갈등 발생 소지가 있는 집회가 있으면 학교가 학칙에 따라서 금지할 수도 있다’는 식이었는데요. 당시 공지사항을 보면 그런 말들은 적혀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도 표현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고, 바꾸되 공지사항에 있던 대로 수정하겠다고 이야기했죠. 결론적으로는 지금 온라인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위반 시 학칙에 따라 엄정 조치될 수 있다’는 정도로 바뀌어 재인쇄가 진행됐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학칙에 따라 처벌하여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의도가 있던 것이 맞았고, 그래서 중대한 사실 관계 오류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선에서 바꿀 수 없다고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온라인 기사만 바꾸는 선에서 멈춰야 했어요. 결국 기존에 배포했던 학보를 전부 수거해서 재인쇄를 하게 됐는데, <아주대학보>의 편집권과 관련해서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것 같아 후회가 큽니다. Q. 현재 대학언론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본질적으로 대학언론이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민주화 운동 시기에 대학언론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안 언론으로 기능했죠. 하지만 현대 사회는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아니다 보니, 대학언론이 스스로 존재 가치를 보여 주기 어려워진 거죠. 편집권이 독립되지 못한 부분 역시 기자들의 활동을 제약했을 것이고, 대부분의 학보사들이 학교 예산에 종속되다시피 하고 있으니 예산 측면에서 활동의 다양성이 제약된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 아니면 알아내기 어렵거나 목소리 내기가 쉽지 않은 정보들을 세상에 대신 낼 수 있어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대 상황, 학교와의 관계가 어렵게 만든 거죠. 저는 또 기자 수급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최근 많은 학보사들의 글을 읽어 보면 기자 수급 자체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희는 아직 기자가 부족한 실정은 아니지만 하나 느껴지는 게 있다면, 기자들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주기가 과거보다 훨씬 빠르다고 느껴요. 세 학기를 기본으로 활동해야 하지만, 기자들이 그 전에 퇴사 의사를 보인다면 강제로 잡아두지는 않잖아요. 그런 기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수준을 넘어서, 세 학기를 전부 채우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사실 학생 기자 신분에서 정말 전문적인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죠. 그래도 어느 정도 경력을 쌓으면 조금 더 적극적이고 통찰력 있는 관점 제시와 취재가 가능할 텐데, 말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전문성을 가진 대학생 기자’가 부족해지는 실정입니다. Q. 대학언론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대학언론은 결국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학생들이 알기 어렵거나 목소리를 내기 힘든 부분에서 대신 목소리를 내면서 대학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건드려 주고, 결국 대학에서 바꾸도록 만들어야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주대학보>도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대학언론의 기사가 단순히 대학 공지사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조금 더 잘 정리된 대학 공지사항 수준에서 멈추기보다는 학생의 관점에서 대학의 문제점을 찾고, 비판할 수 있는 학보사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여러 문제가 있겠죠. 기자들 수급은 점차 어려워지고, 편집권 문제도 여전하고요. 그럼에도 대학언론은 대학을 향해 불편을 이야기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사실 대학언론을 과거만큼 많은 학생들이 읽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지난 겨울에 계엄 사태가 있었죠. 사회가 흔들리고, 대학이 흔들리는 시기가 오니 학생 자치 기구로서, 대학언론으로서의 목소리가 가치를 가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올해 초 많은 대학에서 등록금을 인상하던 시기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고요. ‘누군가 대신 따져 주는’ 기사에 많은 분들이 공감을 보내 주셨죠. 대학언론이 가치 있는 기사를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 대학언론도 빛을 보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위기에도 여전히 대학언론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대학은 하나의 작은 사회처럼 움직여요. 물론 학생회, 교직원 모두 열심히 하시죠. 하지만 사회 조직이 잘 움직이려면 언론이 감시 역할을 해야 하듯, 대학 조직이 잘 움직이려면 결국 대학언론이 감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아주대학보>는 학기마다 ‘매니페스토’라는 코너를 진행해요. 학생회별로 공약 점검을 진행하는 코너인데요. 사실 매니페스토를 진행한다고 각 학생회에 메시지를 보내면, 진행 상황이 지지부진하던 공약들이 확 이행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결국 모두가 열심히 한다고 해도 최대한 많은 학우들의 권익을 지키고, 그들이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도록 하려면 견제와 감시의 대표자로서 대학언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학보는, 더 나아가 대학언론은 결국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 존재해요. 대학언론의 존재 가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대학언론의 가치는 간단해요. 독자들이 길을 가다가 학보가 배부되어 있는 가판대를 보는 순간, 헤드라인에 한 번 눈길을 주는 순간, 아니면 ‘이게 뭐지’라는 생각으로 집어 보는 순간, 과연 무슨 정보가 담겼을지 펼쳐 보는 순간,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대학언론이 가치를 갖는 순간이죠. 그 순간을 위해, 읽히기 위한 신문이 되기 위해 <아주대학보>도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대학언론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예산 종속은 편집권 침해로 연결되고, 충분한 경력을 갖춘 기자들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대학언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위기론에 대응하는 하나의 몸짓이자, 대학언론의 존재 가치가 만개할 그날을 위한 씨뿌리기다. 모두의 노력이 점철될 때, 대학언론이 가치를 갖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지난 5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가 마르크스경제학 수업 개설을 거부하자, 이에 반발한 학생들이 비공식 0학점 강의 ‘정치경제학입문’을 개설했다. 현재 수강 신청을 받고 있는 해당 수업에는 재학생과 시민 등 2,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 의사를 표했다. 35년 역사의 마르크스경제학… 학생 요구 묵살한 채 폐쇄 서울대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는 1989년 1학기 부임한 고(故) 김수행 교수를 시작으로 35년간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서울대는 작년 2학기부터 ▲정치경제학입문 ▲마르크스경제학 ▲현대마르크스경제학을 비롯한 관련 수업을 모두 폐강했다. 경제학부 교수들로 구성된 교과위원회는 ‘교과과정 운영과 강의 수요 및 공급 상황’을 근거로 들었다. 학생들이 해당 교과목 수강을 신청하지 않아 교과과정 유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재학생들의 여론은 ‘강의 수요가 부족’하다는 교과위원회의 설명과 상반됐다. 2024년 9월 서울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교과목 개설 수요 조사에 따르면, 겨울학기 ‘정치경제학입문’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은 16명이었다. 2025년 3월 시행된 동일한 수요 조사에서 여름학기 ‘정치경제학입문’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은 21명, ‘마르크스경제학’과 ‘현대마르크스경제학’은 각각 16명으로 나타났다. 2021년 서울대 경제학부가 공고한 폐강 전공 기준인원은 ‘4명 이하’였다. 이에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이하 서마학)’은 5월 9일 서울대 행정관 터널에서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강사 임용 ▲마르크스경제학 강좌 개설 ▲학문 다양성 보장 ▲비정규 강사의 노동 존중을 골자로 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하지만 서마학의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5월 10일 공지된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강사 임용 공고’에서 마르크스경제학은 배제됐다. 분야를 특정하지 않고 경제학 전반의 전공자를 선발했던 2022년 채용과 달리, 올해에는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계량경제학 ▲경제사를 비롯한 주류경제학 전공자만 지원할 수 있도록 공지된 것이다. 이는 고(故) 김수행 교수 퇴임 이후 서울대 내 마르크스경제학 분야를 담당했던 강성윤 강사의 재임용은 물론, 관련 전공자의 채용 역시 봉쇄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울대 사회과학대는 신규 강사 채용 마감일인 5월 19일까지 임용 공고를 전혀 수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여름 계절학기에 마르크스경제학 수업은 열릴 수 없게 됐다. “제도권이 허락하지 않았으니, 제도 밖에서 공부하겠습니다.” 서마학은 이에 대응해 여름학기 비공식 강의 ‘정치경제학입문’을 개설하고 수강자를 모집하고 있다. 5월 22일 서마학 페이스북에 따르면, 이번 강의는 6월 24일부터 8월 5일까지 총 13회에 걸쳐 열린다. 강의 장소는 ‘서울대 내 강의실’로 정확한 위치는 별도로 공지된다. 온라인으로도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며, 수업 녹화본이 강의 게시판이나 유튜브 등에 게시될 예정이기도 하다. 신청 대상은 ‘서울대 구성원과 시민들 누구나’다. 이러한 개방성에 힘입어 강의 신청자가 엿새 만에 2,000명을 돌파했다. 서마학의 ‘정치경제학입문’은 2008년부터 서울대에서 마르크스경제학을 담당하던 강성윤 강사가 진행을 맡는다. 대학알리와의 인터뷰에서 서마학은 “1998년 서울대 디자인과에서 부당 해직을 당한 교수가 학생 사회의 ‘0학점 수업’을 통해 복직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강사 선정의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서마학은 “채용 공고에서 강성윤 선생님이 배제된 현재, 저희 투쟁의 목표는 단순히 과목을 되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강 선생님께서 합당한 자리를 되찾으시는 것이기도 하다”라며 투쟁의 성격상 ‘당연히’ 강성윤 강사가 진행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강의는 강성윤 강사의 뜻에 따라 전면 무료로 진행된다. 강성윤 강사는 입장문을 통해 “대학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바라보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을 접하고, 그것을 판단하고 평가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원지현 기자(krchloe1234@naver.com)
대학언론에 소속된 학생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대학언론이 심각한 재정난과 인력난, 검열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현실이 다시금 드러났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2024년 12월 한 달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된 학생기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132명이 응답했으며, 수도권과 지방 국공립·사립 대학을 망라한 다양한 언론사 소속 학생기자들이 참여했다. 예산 삭감 겪어 40.9%, 재정 불충분 66.7% 학생기자 54명(40.9%)은 최근 5년간 소속 대학언론이 예산 삭감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외에 보통 39명(29.5%), 그렇지 않다 39명(29.5%)이 기록됐다. 소속 대학언론의 재정과 지원사항이 충분하다고 말한 학생기자는 19명(14.4%)에 불과했으며, 보통은 25명(18.9%)이었다. 반면 88명(66.7%)은 불충분하다고 답변했다. 인력난 겪어 65.2%, 활동 메리트 불충분 16.7%, 학업·일상 지장생겨 56.1% 학생기자 86명(65.2%)은 소속 대학언론이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보통 32명(24.2%), 그렇지 않다 14명(10.6%)에 그쳤다. 다만 대학언론 활동에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고 답한 이들은 58명(43.9%)이었다. 보통 52명(39.4%), 그렇지 않다 22명(16.7%)이 뒤를 이었다. 과중한 대학언론 업무로 인해 학업과 일상에 지장을 받는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74명(56.1%)이었다. 보통은 44명(33.3%), 그렇지 않다는 14명(10.6%)에 그쳤다. 학교로부터 검열 경험 39.4%, 자기 검열 경험 64.4% 본인 또는 동료나 선후배가 학교로부터 기사와 관련해 검열을 당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52명(39.4%)이 그렇다고 답했다. 보통은 38명(28.8%), 그렇지 않다는 42명(31.8%)이었다. 언론활동을 해오며 한 번이라도 기사 제작 과정에서 자기검열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5명(64.4%)에 달했다. 보통은 36명(27.3%), 그렇지 않다는 11명(8.3%)에 그쳤다. 부당한 징계 겪어 5.3%, 운영권 보장 안돼 16.7%, 예민한 문제 보도 어려워 43.9% 학교당국이 최근 5년간 학생기자에 대해 부당한 징계나 처벌을 가한 적이 있냐고 묻자 7명(5.3%)이 그렇다고 답했다. 보통은 25명(18.9%), 그렇지 않다는 100명(75.8%)이었다. 소속 대학언론에서 학생기자의 운영권 행사가 보장되냐는 질문에는 22명(16.7%)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은 50명(37.9%), 그렇다는 60명(45.5%)이었다. 재단 비리나 교직원의 범죄행각 등 예민한 학내 문제에 대해 취재와 보도가 자유롭냐는 문항에는 58명(43.9%)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은 56명(42.4%), 그렇다는 18명(13.6%)이었다. 대학언론에 대한 무관심, 학생자치의 쇠퇴 때문 65.2% 독자들이 대학언론의 콘텐츠에 무관심한 이유로는 '학생자치의 쇠퇴 및 대학 공동체에 대한 무관심'이 86명(65.2%)으로 압도적인 득표 수를 얻었다. 그 다음으로는 ▲에브리타임 등 익명 커뮤니티의 흥행 17명(12.9%) ▲해당 대학언론의 언론 기능 상실 15명(11.4%) ▲언론 자체에 대한 불신 및 정보 과잉에 따른 피로·무력감 8명(6.1%) ▲대학언론의 콘텐츠 경쟁력 및 학생기자의 역량 부족 6명(4.5%) 순으로 이어졌다. 위기 원인 중 제일 심각한 것은 '인력난'과 '예산 감소' 대학언론의 위기 원인 중 제일 중대한 것으로는 36명(27.3%)의 투표로 인력난이 꼽혔다. 그 다음으로는 ▲예산 감소 22명(16.7%) ▲매체 영향력 및 취재력의 부족 18명(13.6%) ▲편집·운영권 침해 16명(12.1%) ▲민주화 이후 대학언론의 기조와 방향성 부재 12명(9.1%) ▲콘텐츠 경쟁력 부족 9명(6.8%) ▲독자와의 소통 부족 9명(6.8%) ▲고립적 매체운영 6명(4.5%) ▲강한 노동 강도 및 수직적 조직 문화 4명(3%) 순으로 이어졌다. 위기 극복을 위한 해결책은 '활동 메리트 증진', '예산 증대', '편집·운영권 보장' 등 대학언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우선 대안 내지 해결책으로는 30명(22.7%)의 투표로 '활동 메리트 증진 및 모집 전형·전략 개선'이 꼽혔다. 그 다음으로는 ▲예산 증대 24명(18.2%) ▲편집·운영권 보장 21명(15.9%) ▲대학언론의 기조와 방향성 확립 16명(12.1%) ▲플랫폼 및 콘텐츠 다변화 15명(11.4%) ▲타 대학언론과의 연대 및 자문위원회 구성 7명(5.3%) ▲업무 과중 해소 및 조직 문화 개선 6명(4.5%) ▲독자위원회 혹은 패널단 개설, 독자참여형 콘텐츠 제작 4명(3%) ▲학내 언론 통합 및 효율적 직제 개편, 언론 출신 조교 채용 1명(0.8%) 순으로 이어졌다. 응답자가 재학 중인 대학의 위치는 ▲서울·인천·경기 97명(73.5%) ▲대전·세종·충남·충북 14명(10.6%) ▲광주·전남·전북 9명(6.8%) ▲부산·울산·경남 6명(4.5%) ▲대구·경북 5명(3.8%) 순이었다. 103명(78%)의 응답자가 사립대 소속이었으며, 29명(22%)는 국공립대 소속이었다. 응답자가 속한 대학언론의 종류는 ▲학보사 71명(53.8%) ▲교지 32명(24.2%) ▲방송국 27명(20.5%) ▲영자신문사 1명(0.8%) ▲기타 1명(0.8%) 순이었다.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청년 세대가 체감하는 가장 큰 사회적 갈등으로 젠더 갈등이 꼽히고 있다. 젠더 갈등은 단순히 청년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깊이 작용하고 있으며, 정치권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 시리즈는 청년들의 관점에서 젠더 갈등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고,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조명하고자 한다. 노를 젓지 않는 우리들 같은 배를 타고 있지만 서로가 노를 젓지 않고 있다고 믿는다. 이내 노 젓기를 멈추고 뒤돌아 앉은 두 사람의 배는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젠더 갈등은 신뢰하지 못하는 두 남녀가 타고 있는 배와 같다. 단순한 입장 충돌이 아니다. 서로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오해와 불신 속에서 점점 더 무거운 침묵과 분노로 가라앉고 있다. 청년들은 지난 어떤 세대보다 차별과 공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최바올 교수의 ‘20대 청년의 젠더 갈등 인식에 대한 질적 연구 : 남녀 차이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여성들은 젠더 갈등의 이면에 남녀차별이 있다고 지각한 반면, 남성들은 그렇게 지각하지 않았다. 차별과 공정성에 대한 지각이 다를 때, 상대방이 불공정을 주장한다면 분노는 증폭될 수 있다. 청년들의 분노는 정치권 ‘갈라치기’ 전략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 27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대선 토론회 ‘여성 성기’ 발언 또한 갈라치기를 위한 정치공학적 맥락에서 비롯되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에 열광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여성계가 요구해온 주요 의제가 실종된 여성 공약을 들고나왔다. 뒤늦게 2030 여성 표심을 고려해 공약을 일부 보강했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해법을 말하고자 하지만 염증적인 갈등이 현실을 버겁게 장악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양학부 최바올 교수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재묵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았다. Q. 최근 정치권에서 젠더 이슈를 활용한 ‘갈라치기’ 전략이 노골적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있다. 이준석 대표의 대선 토론회 '여성 성기' 발언 및 커뮤니티 기반의 젠더담론 정치화 현상을 어떻게 분석하는가? A. (최바올 교수) 정치권이 젠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이용하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대선 토론회의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대선 후보로서 일부 집단의 표를 얻기 위해 젠더 갈등을 활용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며 매운 유감스러운 일이다.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발언을 정당화하려고 했으며 언어성폭력에 대한 인지와 성인지 감수성의 결여를 보였다. 이러한 전략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극단적인 성별 갈등 현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에서는 개인의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내어 극단적인 표현이 일반적으로 인식된다. 이와 같은 사회적 흐름에서 정치권에서 젠더 갈등을 기존의 지역 갈등을 대체하는 선거 전략으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젠더 갈등의 이면에는 누구를 미워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 연구를 위해 직접 만나본 20대 남녀들은 입을 모아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나친 경쟁, 뒤쳐지는 사람들을 패배자로 인식하는 문화, 개인주의 성향 강화가 극단적인 불안을 낳고, 이를 대처하려는 전략으로 비난할 대상을 찾은 결과 젠더 갈등이 나타났다. 젠더는 가장 쉽게 집단 특성으로 구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Q. 갈라치기 젠더 정치와 젠더 갈등이 지속될 경우, 사회 전반에 어떠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가? A. (이재묵 교수) 남녀간의 생각 차나 이견이 존재할 수 있는데, 혐오성 발언은 부작용을 낳는다. 특히 특정 젠더나 세대를 혐오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의 신뢰 기반이 무너진다. 또한, 건전한 공론장을 막는다. 젠더 이슈가 있다면 노동이나 복지 등 정책의 측면에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현재는 자극적인 워딩 위주로 사회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책이 사라지고 혐오 발언만 남았다. 이와 같은 문제는 기성정치에 대한 혐오와 냉소를 야기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극단적인 의견들이 공론화 되어 사회 문제를 온건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회의감을 느낄 수 있다. 중도의 건전한 공론장이 소외된다. 젠더 갈등을 올바르게 풀어야 되는데, 이야기를 꺼내는 경로가 막히며 결국엔 갈등이 갈등을 고조시키는 현실을 낳을 수 있다. Q. 학문·언론·공공영역에서 젠더갈등을 풀어가기 위해 필요한 해법이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최바올 교수) 학문의 영역에서는 젠더 갈등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다양한 관점의 연구가 활발히 일어나야 하고, 학제 간 연구도 필요하다. 심리학과 사회학적 측면에서 연구를 진행한다면 개인과 집단의 역동이 발생하는 맥락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여성학적 관점에서 연구가 수행되는 경우가 많아 관점이 편파적 이라는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생산된 지식을 널리 전파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학문적 관점과 다양한 연구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언론은 젠더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해결하는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일부 언론의 젠더 갈등을 이용하여 이익이나 관심을 얻으려는 행태는 사회의 건전성을 크게 해치는 것이다. 언론은 우리 사회의 화합과 갈등 해결을 도모하여 장기적인 발전을 고려하여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논조를 규정해야 할 것이다. 개인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다. 개인이 비판의식을 가지고 정치, 언론, 온라인 여론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하고, 개인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성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시민단체나 교육계,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인식 변화를 위한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개인은 특히 온라인 맥락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알아챌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집단극화를 민감하게 경계해야 한다. 침몰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권은 계속해서 젠더 갈등을 도구화 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노를 뺏을 것이고, 우리의 배에 '이상한 사람이 타고있다'는 소문을 퍼뜨릴지도 모른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나온 지난 대선은 20대 남성과 여성의 표를 극단적으로 갈랐다. 이번 대선도 젠더 갈등은 여전하다. 그 너머에는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밀어내야 한다'는 불안과, 인정받지 못한 고통이 만든 깊은 불신이 존재한다. 더 이상 만들어진 오해와 불신이 청년들의 배를 침몰하게 둘 수 없다. 갈등을 이끄는 목소리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말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침몰하지 않기 위한 첫걸음은 서로가 '노를 젓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다시 마주 앉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배는 다시 나아가야 한다. 서지우 기자(04hamziwo@naver.com)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청년 세대가 체감하는 가장 큰 사회적 갈등으로 젠더 갈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 갈등은 단순히 청년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깊이 작용하고 있으며, 정치권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 시리즈는 청년들의 관점에서 젠더 갈등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고,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조명하고자 한다. <대학알리>가 지난 23일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경희대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젠더 갈등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대학알리>는 먼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성과 교제가 가능한지 물었다. 지난해 8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시행한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약 4천 명의 성인 남녀 중 58%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나 지인과 술자리도 함께할 수 없다는 응답자도 33%에 달했다. 대학생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대다수의 대학생은 정치 성향을 교제하기 어려울 수 있는 하나의 요인으로 파악할뿐, 교제가 불가능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지는 않았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A 씨(여)는 “성향 차이라고 생각한다”며 “생각은 누구나 다를 수 있으니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국외대 B 씨(여) 역시 “응원하는 야구 팀이 달라도 괜찮은 것처럼,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 성향이 교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경희대 C 씨(여)는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이성과는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평소에도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고집도 셀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외국대 D 씨(여) 역시 “가능은 할 것 같다”고 밝히면서도 “만약 저의 사상과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제가 지지하지 않는 신념을 강요한다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E 씨(여) 역시 “어느 정도 다른 의견은 수용해야 하지만,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다면 정치적 성향뿐 아니라 가치관 자체가 크게 차이난다는 것이기 때문에 교제가 어렵다”고 밝혔다. 반대 입장을 밝힌 대학생들은 ‘극단성’을 주요 키워드로 뽑았다. 어느 방향이든 극단적인 성향을 지녔다면 교제가 꺼려진다는 입장이다. <대학알리>는 이후 20대 남성은 보수, 20대 여성은 진보의 경향성이 두드러지는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이유를 물었다. 인터뷰 결과 많은 대학생들은 성별에 따른 정치적 경향성을 통계보다 더욱 크게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D 씨는 “실제로 친구들과 대화해 보면 남자 중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10명 중 1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힌 반면 “여자인 친구들은 거의 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 씨도 인터뷰 말미에 “대학에 와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 있구나’를 참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하며 성별 간 차이에 주목했다. 대학생들은 정치권을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시사했다. 한국외대 F 씨(남)는 “진보 진영은 자신들의 가치에 따라 여성 인권 정책을 다루는 정당이 많고, 보수 진영은 군대 관련 측면을 주로 다루니 어쩔 수 없이 지지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보였다. D 씨 역시 “특정 후보가 갈라치기 정책을 펼쳤던 것은 이미 유명하다”며 “그 이후에 성별 간 정치 성향 차이가 더욱 커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학생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군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군대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경희대 G 씨(남)는 “남성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20대 초반에 (군대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하는 군 대북관 등이 보수 성향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E 씨 역시 “군대는 정치적이고 안보적인 문제이지 남녀의 문제가 아닌데, 이를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성별을 개입시킨 정치권에서 시작된 문제”라며 군대 문제와 정치권을 연결지었다. 이렇듯 젠더 갈등이 정치적 갈등으로 연결되는 현상에 대해 많은 대학생들은 정치권의 접근 방식 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D 씨는 “대선 후보자들이 여성, 남성 정책을 이야기할 때 젠더 갈등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대학생들이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를 젠더 갈등으로 끌고 가지 않고, 남녀가 평등을 추구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F 씨 역시 “최근 ‘좋은 정책’의 의미가 극단화돼 상대측을 깎아내리는 갈라치기로 변모하는 것 같다”며 정책이 가지는 의미의 재정립을 요구했다. 대학생들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시됐다. 앞서 정치권의 접근 방식 개선에 대해 이야기한 F 씨는 “인터넷, SNS 등에서 일방적인 정보만을 수용하는 대학생들도 문제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이 정치적으로 편협한 정보에 의존한다면 정책의 의미는 극단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외대 H 씨(여)는 “20대 초반에는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주변 친구들에게 ‘물타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밝혔고, 경희대 I 씨(여) 역시 “두 성별 모두 극단적인 사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마치 일부 사례가 해당 성별 전체를 대변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성별이 차별 받고 있다’는 극단적인 논리에 따라 상대 성별이 옹호하는 것과 반대되는 정당을 선택한다는 해석이다. 결국 많은 대학생들은 교제에 있어, 더 나아가 젠더 갈등이라는 현상 자체가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상황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떻게 하면 젠더 갈등, 정치적 갈등,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양극화 현상을 바로잡고 통합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대선 시리즈 3부에서 이어간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서지우 기자(04hamziwo@naver.com) 최민혁 기자(fhtsgy7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