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마와리 후기 11화
[편집자주] 해당 기고문은 필자의 요청에 따라 가명으로 게재됩니다. 좀비 지시의 요지는 취재 지원이었다. 당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과 서울교통공사가 날 선 갈등을 빚을 때였다. 전장연은 S 역의 역사 내에 지속적으로 이동권 권리주장 포스터를 부착해 왔는데, 당일 서울교통공사는 이를 일괄 제거할 것임을 알렸다. 내 역할은 그 현장을 스케치해 오는 일이었다. 내가 있는 곳에서 S 역은 멀었다. 어떤 모습을 어떻게 담을지 계획을 세울 시간이 없었다. 부랴부랴 짐을 챙겨 경찰서를 뛰쳐나왔다. S역은 기자들로 북적거렸다. 그들이 이마에 명함을 붙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개 기자는 기자를 알아보기 마련이다. 기자들은 포스터를 철거하는 환경미화원들의 뒷모습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고 있었다. 현장에 전장연 구성원은 없었는데, 따라서 포스터 철거를 제지하거나 말리는 목소리 또한 없었다. 나는 그들이 끌개와 약품을 사용해 포스터를 긁어내는 모습을 멍하게 지켜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린 후에야 사진을 찍어대는 기자 대열에 합류했다. 철거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자 한 중년의 여성이 플랫폼 중간에 섰다. 기자회견임을 감지한 기자들이 금세 여성의 주위에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