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오후 7시, 성신여자대학교 제34대 총학생회 찬란으로(이하 총학생회)는 성북구 돈암수정캠퍼스에 위치한 성신관 앞에서 이사회 규탄을 위한 시위를 진행했다. 성신여자대학교에서는 지난달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12대 총장 선거가 시행됐다. 그 결과 성효용 교수가 50.2%의 득표율로 당선이 유력했지만,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득표율 2위를 기록한 이성근 교수가 총장으로 선임되었다. 선거 후 1위 두고 2위 득표자 선임한 이사회 "20년 전 사태 반복되나 " 이에 총학생회는 즉각 반발하였고, 1위가 아닌 2위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이사회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총학생회 측은 지난달 23일 “전국의 몇 안 되는 총장 직선제 시행 대학교, 타 대학에 비해 높은 학생 투표 반영 비율 등 성신여자대학교는 언제나 학생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는 모두 학생과 여러 구성원들의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이런 수년간의 노력을 이사회가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정부담금도 납부하지 않아 각종 대학 평가 지표 중 ‘법인 책무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오던 성신학원은 총장 선거에서만 ‘이사회의 권한’, ‘이사회의 학교 운영 자율성’을 운운하고 있다”라며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투표 결과를 거스른 것에 대한 사과’와 ‘총장 선임 결정 철회’, 그리고 ‘총장 선거에 대한 성신학원 정관 개정’을 이사회에 요구했다. 동문 교수들 또한 “이사회는 교수, 직원, 동문, 학생 4주체의 합의로 선출된 1위 득표자를 탈락시키고 모사를 꾸며 2위 득표자를 선임하는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라며 이사회의 총장 선임 결정을 규탄한 바 있다. 지난달 22일 성신여자대학교 동문 교수 일동은 20년 전 총장 선거에서 당시 이사회가 2위를 기록한 후보를 선임했던 사건을 언급하며 “이번 사건 역시 학내 분규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성신의 민주주의 총의를 묵살시킨 집행부, 이사회, 후보자, 총동창회장이 공조, 결탁한 산물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2위 득표자인 이성근 교수를 향해 ‘재정지원탈락’에 대한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던 인물이었음을 거론하며 “세력 유지에 급급한 대학본부가 엉뚱하게 교육부의 책임으로 여론몰이를 한 것도 이번 ‘이성근 총장 만들기’의 전조 현상이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1위 득표자인 성효용 교수를 비롯한 다른 후보자들도 “이사회에서 2위 득표자인 이성근 후보를 총장으로 선임함으로서 20년 전 겪었던 분열과 혼돈이 엄습하고 있다”라며 동문 교수 일동과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제12대 총장 선임의 부당함을 알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입장문에서 “성신여자대학교는 오랜 갈등을 거쳐 학생, 동문, 교수, 직원의 4주체가 대학 운영에 참여하는 민주적 제반을 구축해왔고, 이번 선거도 5명의 후보자가 세 차례의 토론을 거치며 대학의 발전을 모색하는 자리였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총동창회장이 이성근 후보를 지지하는 불법 선거가 자행되었고, 결국 그가 선관위에서 제명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성효용 교수와 후보자들은 “총동창회장이 보낸 사과문에는 오히려 공개적으로 이성근 후보를 지지하고, 다른 상대 후보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라고 주장했으며 이에 “선관위가 이 과정에서 엄중히 대처했어야 했고, 이는 성신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게 되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현 이사회는 재정 능력이 전무하여 교수들이 법인 전입금조차 대합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주장하며 “책무는커녕 권력에 취해 구성원의 민의를 아랑곳 않고 성신을 수렁으로 몰아가는 이사회는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라는 경고까지 덧붙였다. 고철환 이사장 총장 선임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목소리 잘 안들려" 결국 지난 25일 총학생회는 성북구 돈암수정캠퍼스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총학생회 측은 이사회의 결정을 두고 “사립대학의 총장 선임 권한은 법인에 있지만 성신은 총장직선제를 채택한 대학이다” “2018년부터 총장직선제를 채택해왔고 그렇기에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거스르고 2위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대학 민주화에 어긋나는 행위이다”라고 평가했다. 회견 자리에서 “성신의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모든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힌 총학생회는 재학생 100여 명을 비롯해 ‘성신학원 창립 86주년 및 개교 57주년 기념행사’에서 침묵을 유지한 채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그러나 총학생회 측에 따르면, 고철환 이사장과 이사회 주요 인사들이 시위를 무시하였고 이에 시위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어 김지원 총학생회장은 “이사회의 총장 선임 기준이 무엇이냐”라며 이사회 회의록 공개와 총장 당선자의 사퇴, 총장 선거 관련 성신학원 정관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이어갔으나, 이사회 인사들은 시위자들을 외면한 채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법인사무국장이 시위 참가자들에게 "이사회에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해라, 면담을 신청하면 발언할 수 있다"고 답했으나 이에 김지원 총학생회장은 "오히려 이사회가 면담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2위 득표자를 선임시켰으면 마땅한 기준을 공개해야하지 않느냐”라고 반박했다. 이사회 인사들이 퇴장하며 행사가 마무리되자, 김지원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은 소통을 원한다, 이사회 측에서 먼저 면담 요청하라”라는 말을 남겼다. 이후 총학생회는 이사회 측에 지속적으로 면담을 진행했지만 총학생회 측에 따르면 면담 중 지속적으로 “학생들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 “나이를 이렇게 많이 먹다 보면 여러분이 볼 수 없는 눈이 또 있다”라며 “우리들이 학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라는 등의 납득할 수 없는 이유와 관련 없는 공약집과 대학 발전 계획서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았고,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으며 정관을 이해하지 못했다”라는 발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1,400명 모인 대규모 시위 "권희정 열사의 의지 이어갈 것" 집회와 시위 등 4차례 이상의 공론화와 3차례의 면담회 이후에도 이사회가 여전히 대학 구성원들의 요구에는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총학생회는 지난 12일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김지원 총학생회장, 박서희 부총학생화장을 비롯한 각 단과대학 대표자가 발언대에 올랐으며 공연과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김지원 총학생회장은 시위 경과를 보고하며 “지난 9일 공개된 이사회 면담 회의록에서 알 수 있듯이 이사회가 여전히 일관된 태도로 학생들을 무시하며 같은 말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사회는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요구하는 질문에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반발을 가짜 뉴스가 촉발한 오해라고 치부하고 있다”라며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이사회의 결정과 행보는 자주정신의 정신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임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변명이 아닌 사과와 결정 철회이다”라며 이사회에게는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과 대학 구성원에게는 연대에 함께할 것에 대한 촉구를 시작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작년 우리 대학의 대학 기본 역량 진단 미선정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투표 반영 비율 합의를 이뤄내 학생 투표 비율을 9%에서 11.5%로 늘렸고, 총장 직선제를 시행하는 대학의 학내 구성원으로서 소중한 한 표의 가치를 생각하며 투표권을 행사했다”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사회는 4시간이라는 짧은 논의로 학내 구성원의 노력과 가치 그리고 그동안 쌓아올린 민주주의를 저버렸다”라는 발언과 함께 “이사회는 총장 후보자 면접 영상 공개를 논의하겠다고 했으나 그로부터 3주가 지난 지금까지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총장 당선자의 부정 모의 의혹에 대해 이사들에게 알아보겠다고 했으나, 불과 7일 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이사회의 지속적인 번복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박서희 부총학생회장 또한 “2위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임한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어떠한 제대로 된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사회는 본인들의 선택을 설득하는 것이 아닌 구성원들이 동의하기만을 바라고 있다”라며 이사회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 박서희 부총학생회장은 “권희정 열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사회의 말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끝으로 총학생회의 일원으로서 모든 책임을 다할 것을 밝혔다. 권희정은 성신여자대학교 국민윤리교육학과 출신의 인물로 과거 ‘합리적 등록금 책정을 위한 재단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단식 및 총장실 점거 농성 중 과로와 단식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투표는 구성원이, 선임은 이사회가? 사유는 두 마디 '"공약이 좋았다" 각 단과대학의 대표자들 또한 “이 자리에 모인 1,400명의 학생들은 권희정 열사님과 선배님들이 지켜내신 성신의 봄을 되찾을 때까지 되새기고 또 되새길 것이다”라며 “이사회의 행동은 이런 성신의 거버넌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라고 이번 12대 총장 선거를 평가했다. “2위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임한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을 설득시키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부정 선임 의혹을 해명하지 못한 행동 또한 용납될 수 없다” “결국 총장 선거부터 그 결과의 연장선인 현재까지 구성원들 의견이 반영된 부분은 전혀 없는 셈이다”라며 이사회의 독단적인 결정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는 가운데 안수빈 인문과학대학 독일어문문화학과 학생회장은 “이전부터 이사회가 총장 후보자 두 명 중 한 명을 선임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졌다” “이사회가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면 투표는 무슨 의미인가”라며 성신여자대학교의 총장 선거 정관에 대한 불합리성을 제기했다. 본지의 취재 결과 ‘성신여자대학교의 총장후보자 및 선거관리 규정 제19조(후보자 선정 및 추천)’에는 “선거관리위원회는 제18조 제3항 또는 제4항의 개표결과 다수득표자 순으로 1위와 2위 득표자를 총장후보자로 선정하고, 총장후보자의 순위를 표시하여 법인 이사회에 지체 없이 추천한다”라는 내용이 제1항으로 명시되어있었다. 성효용 교수가 1위 득표자가 되어도 사실상 2위 득표자인 이성근 교수까지 총장 후보자로 선정되는 것이고, 따라서 “두 후보자 가운데 이성근 교수를 추천하여 총장으로 선임한 것은 정관 상 문제가 없다”라는 것이 이사회 측의 주장이다. 실질적으로 성신여자대학교는 총장직선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총장 선임’이 아닌 이사회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두 명의 후보자를 선발하기 위한 투표에서 유효한 것이다. 하나. 이사회와 총장 당선자 사퇴하라! 하나. 이사회는 학내분열조장 사과하라! 하나. 학생의 외침에 연대하라! 시위 마무리 직후 진행한 현장 인터뷰에 따르면 한 총학생회 측 관계자는 “법인사무국장은 2위 득표자 총장 선임 사유로 단순 ‘공약이 좋았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구성원들에게 본인들의 의사 결정이 얼마나 공정했고 정당했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이사회는 ‘경험을 보니 딱 봐도 잘 할 것 같았다’, ‘기부금을 유치했던 사실들을 보고 감동 받았다’라는 식으로 논리가 아닌 감정에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정관에 허점과 함께 이사회의 모호한 총장 선임 사유를 꼬집었다. 이어 그는 “법인사무국장이 이성근 교수와 부정적으로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이를 법인사무국장 스스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본부가 법인 사무국장을 관련 업무에서 배제시키지 않고 있다” “정관도 문제지만 선거에 있어 부정적인 모의가 있었다는 것도 드러났기 때문에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시위의 이유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재학생들의 요구 사항이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총동창회와 총학생회 그리고 교수 대의원회가 모여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했고 여기서 회의록을 비롯한 녹음본과 영상 공개, 어떠한 기준으로 2위 득표자인 이성근 교수를 총장 선임을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어떻게 보면 이 일이 외부로 알려지거나 것들이 부끄러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바르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학우들이다”라는 말과 함께 “오늘 이 자리에 모인 1,400여 명의 학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린다”라며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총학생회는 내달 23일, 약 5년 만에 개최되는 전체 학생 총회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논의와 의결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취재: 차종관, 이래희 글: 송유진
비거니즘(Veganism) 잡지 ‘물결’을 창간한 가수 전범선은 “비거니즘은 취향이기 전에 엄연한 정치 이데올로기”라고 말했다. 기후 위기, 동물권 보호가 큰 문제로 대두됐다. 이제 비건(Vegan)은 단순히 라이프스타일이 아닌 하나의 ‘운동’으로써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비건이 아니라도 한 번쯤은 비건에 관심을 가지는 추세다. 편의점 역시 이에 발맞춰 여러 비건 상품을 내놓고 있다. 만약 비건 지향을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당신이라면, 걱정 마라. 부산에는 비건을 위한 ‘부산 비건 지도’라는 구세주가 있다. 부산 비건 지도에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부산 41곳의 비건 식당·카페·술집, 제로웨이스트숍 등을 담았다. 비건 가게가 아니라도 비건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가게 역시 소개하고 있다. 부산 비건 가게 등지에서 지도를 배포하고 있으며, 블로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물며 환경을 생각하는 그들답게 지도 또한 비목재 펄프 종이와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했다. 그들은 지도에서 비건을 지향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일주일에 채식 한 끼만 해도 1년에 소나무 15그루를 심는 효과와 동일 △비윤리적인 공장식 축산, 종 차별 등에 반대 △당뇨병, 암, 고혈압, 심장질환, 비만 등 현대병 예방 및 치료 △내가 먹을 식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채식 선택권)을 들었다. 만든 이들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부산 비건 지도를 제작한 탕라마(활동명) 씨를 만났다. 그는 “(비건으로서) 행동하는 게 잘 맞다”고 소개했다. 탕라마 씨는 “비건 식당을 찾기가 어려웠다. 정보가 많이 없어서 정보를 모아서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무도 (지도 제작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지도 제작의 이유를 말했다. 그가 어떻게 비건을 지향하게 됐는지가 궁금했다. 탕라마 씨는 평소 인권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독일 교환학생 경험에서 채식 선택권 문화를 체험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친구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묻는 말이 ‘너 비건이야?’였다. 비건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비건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다”며 “한국으로 돌아오니까 음식에 동물성이 들어가지 않은 게 너무 없었다. 그러면 ‘비건 지향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어서 비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라고 전했다. 비거니즘은 인권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인권에 관심을 둔 계기는 결국 차별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권뿐만 아니라 종 차별 그러니까 동물을 향한 차별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결국 모든 존재를 향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 크나큰 목적의식”이라고 그는 답했다. 그러면서 “비건을 지향하고 실천하는 게 단순히 채식하는 게 더 좋아서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도 비건을 완벽히 지향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생활 방식이 뒤바뀌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주위에 비건 지향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힘들었다. 비건에 관해서 물어볼 사람이 없어 힘들었다. 특히 식단을 짜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편의의 문제도 있었다. “아무 곳이나 가서 먹고 싶은 거 먹으면 되는 게 아니고, 비건 제품을 찾기 위해 품이 많이 들긴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건 지향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비건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비건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만 남았다고 했다. 비건을 이왕이면 빨리 시작하라고 추천했다. 그는 “비건이 생각했던 것보다 까다롭지 않고, 시작할 때 완벽할 필요가 없다”며 “일주일에 하루만 비건을 지향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우유를 두유로, 나아가서 소·돼지·닭 등을 끊고 이렇게 하나씩 차근차근 끊을 수 있는 것부터 끊어나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탕라마 씨는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지 자아를 찾는 과정이 되기도 했다. 건강 역시 비건 지향 이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같이 비건 지향하는 사람들과도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도 했다”며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많이 달라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박주현 기자 취재=박주현 기자·박상아 객원 기자
지난 3일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서 “어떤 해명도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모두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가히 ‘사립대의 민낯’이 퇴장하는 순간이었다. 그 민낯은 휘황찬란*했다. * 행동이 온당하지 못하고 못된 꾀가 많아서 야단스럽기만 하고 믿을 수 없다. 한국외대 총장을 재임했던 그는 갖갖은 논란을 낳았다. 논란도 다다익선이었던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 김 전 후보자 가족 4명 모두 미국 풀브라이트 장학재단 장학금에 선발된 사실에 특혜 의혹을 빚었다. 또한, 과거 군 복무 당시 대학원 과정 일부를 다녀 특혜 논란이 일파만파 번졌다. 점입가경으로 총장 당시 롯데첨단소재 사외이사를 겸임했다. 김 전 후보자 스스로 겸직을 허가해줌으로써 1억 원이 넘는 급여를 받았다. 더불어 교육부로부터 받은 감사에서 14건의 징계 처분받았다. 골프비·식대 등 업무추진비 부당집행·법인 비용 교비 회계 부당집행·김인경 골프선수 A+ 학점 특혜 등이다. 그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을 역임하면서, 꾸준히 ‘대학의 자율성 강화’와 ‘대학 규제 완화’를 외친 바 있다. 지난해 열린 국회 교육위 ‘고등교육 위기극복과 재정확충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사립대학에 설사 비리가 어느 정도 상존한다 하더라도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대학 등록금 인상도 주창했다. 그는 사총협 회장으로서 교육부에 사립대 등록금 인상 규제 철폐를 압박했다. 그의 주장을 종합해보자면, 대학에서 등록금을 매년 올리고, 비리가 계속해서 일어나도 정부는 간섭하지 말고 돈만 달라는 식이다. 그런 그가 다행히 자진 사퇴했다. 그가 만에 하나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됐다면, 과장해서 사립대 ‘나쁜 놈의 전성시대’가 펼쳐질 수도 있었겠다. 김인철 전 총장이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돼 그의 행적이 두드려졌을 뿐이지, 이러한 비위와 논란 그리고 가치관은 사립대의 만연한 풍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대학 자율성’을 방패막이로 해 비리를 일삼는 자들은 여전히 널리고 널렸다. 씁쓸하다. 부디 또 다른 민낯이 등장하지 않길 바란다. 김인철 전 총장을 기점으로 휘황찬란한 사립대의 민낯은 이제 구시대 유물로 떠나보내자. 박주현 편집국장 qkrwngus30@naver.com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있던 지난 5월 10일, ‘20대, 대선’ 필진이자 전·현직 기자들이 모였다. 20대 대통령선거부터 윤석열 정부 출범까지의 후일담을 나눴다. 치열했던 20대 대통령선거 당일 3월 9일로 돌아가 봤다. 결과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48.5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47.83%. 표차는 단 0.73%p였다. 초박빙이었다. “어쨌든 (윤석열·이재명) 후보 둘 다 비호감이었는데, 누가 덜 비호감이었냐를 가리는 대선이었다.” 황치웅 전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의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당시 윤석열 후보에 투표한 참석자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어도 크게 실망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어차피 내 집 마련하지 못할 건데”라고 자포자기하듯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친구들과) 컨테이너 하나씩 사서 거기서 살자’라고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고 덧붙였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 당선을 하던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는 없겠다는 인식이다. 20대는 정치가 딱히 자기 삶의 도움이 된다는 경험을 하지 못한 탓 아닐까. 정치적 효능감이 적다는 것이다. 이는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불명예를 얻은 후보들 가운데에서 더욱 심화한 양상이다. 박서현 동아대학보 편집국장은 “뽑을 만한 인물이 없어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도 지지가 많았다. 막판에 단일화를 하면서 후폭풍이 거셌던 것 같다”며 “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큰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뚜껑 열어보니…20대 과연 캐스팅 보트였는가 이번 대선은 20대가 주목을 받은 선거였다. 20대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정치권의 위기의식이 생긴 셈이다. 국민의힘은 20대 남성을 공략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군인 월급 200만 원 등 여러 공약을 내놓았다. 반대급부로,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여성을 공략했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 58.7%는 윤석열 후보를 찍었고, 20대 여성 58.0%는 이재명 후보를 택했다. 20대 남녀가 첨예하게 갈라졌다. ‘갈라치기’의 성공이었다. 참석자들은 하나 같이 20대는 캐스팅 보트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심하연 전 대학알리 부대표는 “예상보다 20대가 그렇게까지 바람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늘 있었던 지역별 격차가 심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뻔했다고 말하는 황치웅 전 의장은 “20대 남녀가 갈라져 58%씩 나왔으니까 ‘쌤쌤’이다”라며 “결국 캐스팅 보트는 40·50·60대다”고 전했다. 조수근 대학알리 에디터는 20대가 갈라진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 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석열 당선 이후 모교 여성주의 교지 부원이 3배로 늘었어요. 저항 담론이 결집하는 계기가 된단 말이죠.” 윤석열 시대 개막 박주현 대학알리 편집국장 : 윤석열 당시 후보가 압도적인 격차까진 아니라도 큰 격차로 당선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까 0.73%p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소수점 격차인 데다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새 정부는 ‘국민통합’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취임식(10일)을 하면서 계속 ‘자유’만 언급했어요? 그는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언급했다. 황치웅 전 의장 : 한국은 이미 자유민주주의 국가고요, 자유시장 경제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뜻이죠. 원래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이 크잖아요. 최근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다들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굉장히 기대했는데 재미없었거든요. 그래서 이 정부도 기대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심하연 전 부대표 : 원래 여성가족부 폐지도 보류하겠다고 하니까 표 빠질 것 같아서 꼭 실현하겠다고 얘기했었고, 군인 200만 원 월급도 후퇴했고요. 윤석열 정부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잖아요. 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어서 표를 의식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것 같긴 해요.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는 6월 1일 이후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서육남’이 공정? 박주현 대학알리 편집국장 : 최근에 서육남(서울대 출신·60대·남자)라는 말이 유행됐습니다. 생각해보면 윤석열 당시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에서 ‘공정’이라는 가치를 강조했어요. 오로지 능력만 보겠다고 한 결과가 내각을 서육남 위주로 인선을 발표했단 말이죠. 청년을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내각에 청년이 없는 것도 두드러집니다. 박서현 편집국장 : 청년을 위하는 정치를 보여주기식으로조차 하지 않는 게 너무 괘씸하더라고요. 그들이 말하는 공정이 소위 ‘꼰대’들의 사고방식인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심하연 전 대표 : 과연 그들이 공정이라는 가치에 오랫동안 고민을 했을까요. 윤석열 정부가 들고 온 ‘공정’에 1%도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럴 줄 알고 있었다. 오히려 이 정도면 서육남을 자리에 앉히려고 그렇게 이야기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우 허술했습니다. 손민기 전주대학교 신문사 기자 : 앞으로 청년 정책을 구상할 때도 과연 50·60대 중장년층이 청년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있어요. 세대 격차가 있으니까 이를 줄이려면 일정 부문을 청년에게 할당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에게 윤석열 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모두 정치성향은 달랐지만, ‘잘해야 하는데…’라는 마음이었다. 조수근 에디터는 “어쨌거나 윤석열 정부 실패가 수많은 사람에게 고통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에 (윤석열 정부가) 책임감을 느끼고 잘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서현 편집국장은 “최소한이라도 ‘갈라치기’는 하지 않고, 제발 혐오를 조장하지만 말아줬으면 한다. 혐오의 시대말고 상생의 시대를 살고 싶다”고 전했다. 손민기 편집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당시 내세웠던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주요 공약을 딱 반대로만 해주시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주현 기자 qkrwngus30@naver.com
중앙대 성평등 잔혹사: 2014-2021 2014년, 중앙대 성평등위원회(이하 성평위)의 전신인 총여학생회가 사라졌다. 당시 총학생회 <마스터키>는 이미 남녀평등이 상당 부분 실현되었기에 여성 인권을 위한 독립기구가 필요 없으며, 인권센터가 있으므로 나머지 역할을 총학 산하기구에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총여 폐지 안건을 발의했다. 2014년 9월, 총여 대체기구인 ‘성평등위원회’ 가 총학 산하 특별자치기구로서 발족했다. 명칭이 바뀌었지만 성평위는 총여의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중대신문 기사는 ‘총여의 역할을 성평위가 이어받은 것’ 이라 명시했다. 성평위가 총여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다른 이름과 소속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에는 시사점이 있다. 의도가 어떻든 간에, 결국 당시 총학은 성평위가 ‘기존 총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통제 가능한 기구’ 로서 남기를 원했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더욱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의미를 지니는 ‘성평등위원회’ 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중앙대 인권센터는 ‘총여학생회라는 명칭 자체가 주는 거부감을 넘어서는 성평등위원회’ 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총여’ 라는 이름이 가진 거부감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한편, 당시에도 총학생회에 편입된 여성 기구가 제대로 기능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었다. 초대 성평위원장은 ‘총학의 성격에 따라 성평위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고 인정했다. 총학의 관리 아래, 성평위는 언제든 사라질 위험이 있는 기구였다. 결국 성평위는 7년 뒤인 2021년 폐지됐다.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성평등위원회 폐지의 건’이 가결되었기 때문이다. 해당 안건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학생 연서명 300명 이상을 모집하며 상정됐다. 안건 제안자는 자신이 욕설과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 신변 보호를 요청하며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에 불참하여 최승혁 총학생회장이 안건 설명을 대독하였고 해당 안건에 대한 질의 시간은 생략되었다. 연서명 내용과 실제 안건명의 불일치가 있어 안건명 수정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되었다. 성평위장의 발언권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되었다. 성평등위원회를 대신할 수 있는 반성폭력위원회를 신설하자는 건 역시 부결되었다. 이에 학생소수자위원회 설치의 건이 발의되었으나 과반수 반대로 부결되었다. 해당 안건의 찬성(성평위 폐지 찬성) 에 나선 토론자는 없었다. 그리하여 이 글은 총여와 성평위 폐지 사이의 7년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간이 흘러 같은 일을 겪은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2009-2013, 서막 총여학생회는 1975년 출범 이후 지속해서 존폐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2011년 어렵게 24대 총여가 출범한 바 있으나 당시 총여학생회장 백시진 씨가 2012년 총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함에 따라 2011년 11월부터 다시 비대위가 총여를 운영하게 되었다. 2013년에는 총여 선거관리위원회조차 꾸려지지 않아 선거 공고가 내려지지도 않았다. 한편 2013년 총학과 단과대 소속 여성국장들이 참여한 여성연대협의가 구성되었으나 총여 선거가 무산되자 곧장 해산되었다. 출마자 부재는 당시 총여 조직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지표였다. 당시 총여의 출마자 부재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당시 중대신문 한 기사는 사태의 원인을 총여가 갖는 ‘운동권’ 이미지 때문이라 진단했다. 운동권 혹은 좌파라는 이미지가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편, 중앙대학교 8대 성평등위원회 '뿌리' 위원장은 당시 총여가 대자보 훼손 등의 폭력과 여성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된 낙인화에 시달려야 했다고 설명하며, 이를 감수하고 총여 회장직을 도맡는 것이 개인에게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 짚었다. 교지 <중앙문화>는 문제의 보다 구조적인 원인으로 총여의 기층 단위 부재를 지적한다. 총학이 학과, 단과대 학생회라는 기층 단위를 가지고 있는 반면, 총여의 경우 이러한 기층 단위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있는 총여의 기층 단위는 여성으로서 발언하기를 원하는 한시적·비한시적 모임, 자치단위로 구성되는 ‘여성연대협의회’ 혹은 일부 학과나 단과대에서 운영하는 여성국이나 여학생위원회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체계적이거나 명료한 방향성을 가진 조직이 아니었고, 구성원의 기준마저 모호했다. 기층 단위 부재의 문제는 조직의 소통 능력과 사업 역량을 크게 감소시키는 동시 총여 선거의 방해요소가 되기도 했다. 총여학생회 회칙에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한 조항이 없어 선거가 파행될 때마다 혼란을 겪었다. 단과대 학생회가 존재해 중앙운영위원회가 구성되어 비대위를 맡을 수 있는 총학생회와 달리, 총여의 경우 기층 단위가 없어 비대위 구성이 불가했다. 총여 폐지 이전까지 중앙선거위에서 관행상 총여 비대위 구성을 도왔으나 2013년 선관위원장으로 선거를 진행한 '좋아요' 총학생회 회장은 “중앙선관위의 권한이 아니” 라는 이유로 행동을 취하지 않았고, 총여 선거는 공고조차 되지 않았다. 2014-2015 , 총여 폐지와 성평위 신설 이러한 위기가 지속되던 중, 2014년 4월 9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 의 논의안건이었던 ‘서울캠 총여 특별자치기구화’ 가 통과되었다. 한편 이는 존폐에 대한 여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총학이 일방적으로 전학대회에서 폐지 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한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안건은 통과되었기에 총여는 29년 역사의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서울캠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 는 총여가 진행한 사업들이 총학 산하 특기구 아래에서도 여전히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폐지 안건 상정의 근거로 들었고, 기존 총여가 주로 다루어 온 여성차별, 성폭력 문제 등의 인권문제는 중앙대 인권센터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더불어 총여 폐지 및 총학 산하기관으로의 편입은 ▲당시 대학가의 추세라는 점 ▲총여 선거가 이루어지지 못해 총여 자체가 부재한 점 ▲서울캠 총여가 대표자 부재 기간 내 제대로 된 활동을 펼치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중대신문에 따르면 당시 한 중앙대 학우는 학내 구성원들이 이미 성평등이 ‘충분히’ 확산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총여가 독립된 기구가 아닌 '총학생회 산하 국'으로 편입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학내에서도 이러한 총여의 총학 산하 특별기구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먼저 산하 기관 특성상 졸업준비위원회, 문화위원회, 인권복지위원회와 동등하게 총학 산하 특별기구로서 존재하고, 독립기구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기 어렵기에 필연적으로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성평등위원장이 총학생회장에 의해 임명되기에 독립성 그 자체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앙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칙 3장 16조에 따르면 "임명직인 성평등위원장의 경우 전학대회나 중운위에서 의결권과 발언권이 없으며, 회칙의 수정이나 집행에도 직접 관여할 수 없"다. 전학대회 구성원은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된 임원에 한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존 총여의 경우 자율적인 운용이 가능한 반면 또한 성평위는 총학 예산의 일부를 할당받는다. 예산 수령을 위해 매년 사업 계획안을 제출해야 하고 총학이 이를 검토하는 식이다. 실제로 정재민 2대 성평위원장은 “예산을 총학으로부터 받기 때문에 총여 때보다 규모가 줄었다’ 라고 발언했다. 한편, 매년 바뀌는 총학의 성격에 따라 성평위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중요하다. 활동 내역에 관련없이 '성평위의 존재 자체를 반대하는’ 총학이 출범한다면 성평위의 존립이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민 2대 성평위원장은 당시 “총여와 같이 선출직이 아니다 보니, 활동의 정당성이나 발언권과 같은 힘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중앙문화에 따르면 1999년도에도 성평위와 유사한 총학생회 산하 기구 ‘성정치위원회’가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다. 성정치위원회는 위원회라는 틀을 통해 학내 자치단위들과 소통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학생회 내부에서 독자적인 위상을 갖기 어려웠고,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어 설립 1년 만에 사라졌다. 성평위 신설의 건은 9월 3일 중앙대학교 34차 정기중앙운영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되어 인준을 받았다. 당시 중대신문 기사에 따르면 당시 신설된 성평등위원회의 목표는 ‘모든 형식의 성차별에서 탈피하고 전 구성원들의 성평등을 추구하는 데 있으며, 사회에서 배제된 구성원을 아우르는 것’ 이었다. 비록 명칭이 바뀌었지만 성평위는 출범 첫해부터 ‘젠더 강연회’, ‘젠더 독서토론’, 다양한 주체들과 연합하는 ‘젠더 영상제’ 를 기획하고 여성용품 자판기 관리 및 진통제, 생리대와 같은 여성용품들을 구비해놓는 역할을 수행함으로 더욱 폭넓은 소수자들을 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총학은 총여 폐지의 명분으로 ‘양성평등’을 들었으나, 첫 출범한 성평위는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 젠더 구분에 국한되지 않고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우려와는 달리 신설된 성평위의 활동은 순조로워 보였다. 정재민 성평위원장은 "현 총학은 성평위의 활동에 일절 간섭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한때 총여 폐지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인권센터 역시 "정한 것과 달리 성평위는 인권, 성평등과 관련해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2016. 2017, 성평위의 구조적 한계, 백래쉬 이후의 이야기에 앞서, 2015-6년이 한국 여성주의 역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해였다는 것을 우선 짚을 필요가 있다. 손희정은 ‘페미니즘 리부트’를 통해 2015년 이전과 이후의 여성주의에 큰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고, 2015년을 기점으로 페미니즘이 ‘리부트’되었다고 말했다. 2015년 메갈리아 창립과 넷페미의 등장은 새로운 여성주의 흐름의 태동이었으며, 무엇보다도 2016년 5월 17일의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은 은폐된 여성 혐오와 남성 폭력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이어 2016년 10월의 문화계 성 추문 폭로 사건 역시 이를 가속화했다. 특히 남성 권력이 대물림되어 온 한국 문단을 뒤엎은 미투 운동은 수동적 피해자로서의 여성이 아닌 ‘말할 수 있는 여성’을 재현함으로써 한국 여성이 여성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조력했다. 이러한 요소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새로운 페미니즘 세대는 90년대 투쟁했던 ‘영페미’를 잇는 ‘영-영 페미’로 지칭되기도 한다. 학내에 페미니즘 문화가 공공연히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여학우들의 입에서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되기 시작하자 이에 대한 백래쉬가 거칠게 끓어올랐다. 동시에, 이미 사라진 총여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편 현 성평위가 가진 구조적 한계점이 이야기되었다. 2016년 중대신문이 재학생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0.6%(54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학내에서 ‘성차별적인 일’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성평위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이들이 36%였고, 성평위가 총여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12.3%에 불과했다. 성평위는 퀴어 주제 행사를 개최하는 등 총여에 비해 비교적 넓은 범위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개별 기구로서의 독립성이 부족하여 활동의 정당성이 부족했으며, 충분한 발언권을 갖지 못했다. 이에 더해 일정치 않은 예산 분배는 성평위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 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3대 성평등위원회 권민지 위원장은 “예산 규모는 총학생회칙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총학이 임의로 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15년 성평위에게 배정된 예산 규모는 약 230만 원이다. 이러한 한계점이 있지만, 성평위의 행적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2018년 5월에는 여성학자 권김현영을 초대해 ‘여성 발화의 역사 그리고 지금’ 을 주제로 오픈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고, 같은 해 6월에는 성폭행 가해자인 K 교수를 상대로 교수연구실 문 앞에 붙일 포스트잇 문구를 신청받는 등 공동행동을 주도했다. 또한, 성평위의 본질적 한계를 넘어서 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을 맡기 위해 '학과 내 성평위' 신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학과 내 성평위는 학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개별 학과의 특성을 살린 문화사업 등을 진행하여 성평위의 역할을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특히 광고홍보학과는 과 특성에 맞춰 성평위의 심의를 받은 광고 전람회를 열기도 하고, 영화학과의 경우 실습 촬영시 대본 및 콘티에 성평등을 위한 행동수칙을 부착하기를 권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성평위가 설립한 단체인 FOC(Feminisim Organization in Chung-ang Univ)에 의해 적극 수행되었으나, 후술하도록 한다. 그러나 여전히 성평위는 학내 성폭력 문제 관련해 실질적인 행위를 취할 수 없었다. 이러한 역할은 학내 인권센터가 맡고 있었으나, 학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과거 총여는 학내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시켜 대학본부에 해결책을 요구할 수 있었지만, 이와 반대로 인권센터는 학내 운영 기관이기에 공론화 및 피해자 보호와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으며, 학교 본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구가 아니기에 공정한 징계를 기대할 수 없었다. 한편 총여의 부재와 성평위의 구조적 한계, 강남역 살인사건과 영-영 페미의 부흥은 어떤 선후관계, 인과관계 혹은 상관관계를 주고받을까. 그것을 몇 가지 추측으로 속단할 수 없다. 다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일련의 비극적 사건들을 통해 여성의 삶과 관련된 모든 허술한 체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여성 연대는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이들의 입을 막으려던 이들 역시 있었다. 중앙문화 72호는 2017년을 두고 ‘올해만큼 학내에 만연했던 여성 혐오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적은 없었’다고 적었다. 당시 정치국제학과 내 여성주의 소모임 <참페미>는 학과 내에서 여학생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성차별적인 언행을 제보받아 과실 벽에 부착했다. 학내에서 성적으로 대상화 되었던 일, 성희롱을 당하고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던 일, 일상적으로 들어왔던 혐오 발언들에 대한 고발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그러나 불과 나흘 만에 활동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종이가 찢긴 자리에는 여성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비웃듯 대량의 과자가 뿌려져 있었다. 사건 이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법학관 지하 1층에 비치된 여성주의 교지 <녹지> 40여 권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채 발견되었다. 다른 간행물들과 달리 <녹지>만 버려졌다는 점, CCTV 확인 결과 범행을 저지른 남성들이 범행을 위해 만났다가 곧바로 헤어졌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는 우발적인 장난이 아닌 <녹지>를 겨냥한 명백한 계획 범행이었다. 테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약 3주 후, <참페미>의 활동물 훼손 사건 이후 게시된 두 개의 성명서, “여성의 목소리는 찢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와 “우리는 찢겨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가 또다시 훼손되었다. “보지 찢어지는 소리?”, “꿀빠니즘”등의 저열한 비난이 빨간 글씨로 적혀있었다. 중앙문화는 기사 말미에 “억압당해 온 여성의 목소리를 가시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무참히 짓밟는 테러가 학내에서 연이어 발생했다”고 표현했다. 2018, 2019 반복되는 역사 2018년 11월, 서울캠퍼스와 달리 2014년 이후에도 총여를 유지해오고 있던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에서도 총여 폐지가 논의되었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를 통해 이야기된 해당 안건은 총여 체제 개편 및 특별 기구 개편에 관한 논의를 골자로 가졌다. 특기할 만한 점은 해당 폐지안이 당시 총여학생회장에 의해 발의되었다는 것이다. 해당 전학대회에서 강기림 총여학생회장은 성평위로의 전환 이유로 시대 상황의 변화를 꼽았다. 총여가 설립된 1980년대는 비교적 소수였던 여학생들의 목소리를 내는 기구가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나, 여학생 수가 크게 증가한 지금은 더 이상 여성이 소수자에 해당하지 않음으로 여성 기구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2014년 '마스터키' 총학 주장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으로서, 다만 그 발화 주체가 총학이 아닌 총여라는 점에서 폐지의 정당성을 갖춘 것처럼 보이려는 전략이었다. 이에 대해 강기림은 “그간 성폭력 사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면서 과연 여학생들만을 위한 활동이 필요할지 고민했다” 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안성캠퍼스 총여의 성평위 전환은 공론화로부터 일주일, 간담회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에 해당 간담회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뿐이라는 의견도 개진됐다. 구성원에게 사전 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총여의 성평위로의 체제 개편 간담회는 시작 2시간 30분 전 페이스북 공지가 이뤄졌으며, 참석 인원은 18명에 불과했다. 이에 문예창작전공 조민지 학생회장은 "회칙에 따라 총여 개정과 같은 회칙 개정은 3일 전 개정안과 공고되어야 하나 그러지 않았다" 는 사실을 지적했다. 투표 현장의 참관인 측 자리에서 “대표자의 권리를 이용한 날치기 의결이다”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일부는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결국 총여 체제 개편 안건은 찬성 78표, 반대 3표, 기권 8표로 의결을 통과했다. 이에 안성캠퍼스 이종수 학생회장은 ‘이미 학운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사항’ 이라고 말하면서도 해당 안건의 재의결 여부를 투표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칙 제 17조 3항(확대운영위원회 심의, 의결 사항에 대한 재심의 재의결 요구)에 따라 재의결 투표를 진행했으나 재적자 과반수의 투표를 확보하지 못해 부결되었다. 6일, 안성캠퍼스에서 긴급 확대운영위원회(확운위) 가 열렸고 총여 개편을 위한 학생회칙 및 선거시행세칙 개정이 진행됐다. 개정된 학칙 및 선거시행세칙에서는 총여 관련 조항이 모두 삭제되었으며, 2019년 학생대표자 선거에서부터는 총여 투표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인권 및 복지 업무를 담당하던 인권복지위원회가 학생복지위원회로 전환해 복지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고, 성평위가 성평등 및 인권업무를 총괄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총여에 분배되던 전체 학생회비의 5%가 총학의 예산으로 편입되어 총학의 학생회비 비율이 45%로 증가하였다. 안성캠퍼스 성평위 예산 분배의 경우 서울캠퍼스와 마찬가지로 성평위가 예산안을 제출하면 총학이 이를 심의하여 예산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었다. 한편, 2019년 11월 서울캠퍼스에서는 영어영문학과 교수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드러났다. 인권센터는 사건 접수 한 달이 지나서야 조사를 진행하였으며, 해당 사건의 성격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모호한 상태로 마무리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학내기관인 인권센터가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공론화하고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에 같은 11월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A 교수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성명서를 개시하고, A 교수의 엄중한 징계를 요구하는 재학생과 졸업생 1,531명의 연서명을 징계위원회에 전달했다. 징계위원회 당일 본관 앞에서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려 영어영문학과 학생회뿐 아니라 인문대 학생회, 대학원 문화연구학과 재학생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총학생회장을 포함한 총학생회 구성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전 비대위는 총학생회장에게 학생 대표자로서 해당 기자회견의 사회를 봐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총학생회장은 "성평위원장이 발언을 진행할 것이며, 총학생회장이라는 이유로 사회를 보는 것은 이를 준비해온 비대위에게 실례"라는 발언과 함께 이를 거부했다. 임기 이후 인권 관련 문제에 공동체적으로 대처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총학은 해당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발언하는 것을 삼가는 것은 물론 성평위에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2020 총학생회 ‘알파’ 그리고 FOC의 출범 앞서 한 차례 언급한 바 있는 FOC(Feminism Organization in Chung-ang University)는 성평위가 추진한 자치 단체로, 학과 내 성평위 신설을 도울 뿐 아니라 총학생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의 문화를 없애고, 젠더 권력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취지로 발의되었다. 2020년 3월 총학생회장단에 관련 사업 기획안이 제출되었고, 같은 해 5월 6일 중운위를 통해 각 단위 대표자들에게 기확안이 전달되었다. 이와 동시에 5월 8일,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총학생회 FOC 기획안에 반대합니다" 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게시되었다. 해당 게시글은 FOC가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다는 목적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과 여성혐오에 관해서만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점을 문제시했다. 더불어 ‘여성만을 위한 프로젝트’를 위해 학생회비를 사용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총학생회 ‘알파’는 사업명에서 ‘페미니즘’ 및 관련 로고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뒤이어 성평위 해산과 FOC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청원에 대해 FOC사업을 중단할 것을 약속했다. FOC는 총학생회의 개입 없이 성평등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것이나, 성평위가 총학 산하 기관인 이상 사업 백지화를 결정할 권한은 총학 측에 있어 성평위의 의견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한편, 총학생회가 에브리타임의 여론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우선 해당 청원글은 페미니즘 용어와 로고 사용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었으나 총학 측이 이를 과도하게 의식하여 사업 계획안에서 자발적으로 해당 문구와 로고를 제거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FOC가 전체 캠퍼스의 안전과 성평등을 위한 사업임에도 에브리타임 내 250여 명의 서명만을 통해 사업을 중단시킨 점 역시 에브리타임으로 대표되는 학내여론을 과대평가했다는 하나의 근거로서 이야기된다. 이후 총학은 FOC사업을 축소하여 재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FOC의 경우 이미 최초의 사업목적인 ‘단위 학생회 성평위 신설에 대한 자문과 학생회비 지원’ 중 학생회비 지원을 제외한 자문 건만을 맡기로 역할이 축소된 사업안이었다. 여기서 한 차례 더 축소된 FOC의 사업안은 학생회 단위 조직 출범이 아닌 성평위 출범 사업으로 진행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총학은 본격적인 사업 결재 자리를 회피하여 FOC는 총학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렇다 할 활동을 전개하지 못했다. 7대 성평위는 이를 이어나가려는 의지를 보였으나 마침 시행된 비대면 학사로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바톤을 받은 8대 성평위는 성평등위원회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판단 하에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8대 성평위는 당시 학내외에서 활동하던 푸큐(FUQ- Femenist United Queer) 와 같은 단체를 복원하는데 힘을 쏟았다. 푸큐는 성평등을 기조로 활동하는 자치 언론, 학생회, 퀴어-페미니스트들 등 개인과 집단을 모두 모두 포괄하는 연대체다. 한편 에브리타임 내에서 FOC 학생 대표자를 대상으로 인신공격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익명의 이용자가 FOC 사업안의 기획안 일부와 성평위 구성원의 실명과 연락처를 게시하여 실명을 거론하는 모욕성 발언이 에브리타임을 통해 퍼진 것이다. 총학측은 따로 대응을 하지 않고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내용이 없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을 뿐이었다. 2021. 성평위 폐지 성평위 해체가 처음 논의된 것은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었다. 2021년 9월 30일, 중앙대학교 에브리타임에 서울캠퍼스 성평위 폐지를 주장하는 연서명이 개시됐다. 해당 안건은 성평위가 총여의 후신이며,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활동한다는 점을 문제시했다. 더불어 ▲성평위 사업이 여성에게 치중되어 있어 성별 갈등을 유발 ▲범사회적인 페미니즘 관련 단체 폐지 기조 ▲간담회에서의 불성실한 질의 태도 ▲내부 직책 세습의 문제 ▲비인가 단체들과의 커넥션 등이 문제로 언급되었으며, 인권센터와 검, 경찰이 성평위의 역할을 대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건 설명에서는 폐지 이후 후속 조차로써 ▲총학생부 집행부 내 성평등 문화 담당 국 신설 ▲국 내 성평등 담당 국원 배치 등을 제안했다. 이는 학생 300명 이상의 연서명을 받아 8일에 열리는 서울캠 확대운영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되었다. 그러나 ‘에브리타임’에 게시된 연서명을 위한 구글 폼의 제목은 성평등위원회 폐지에 대한 연서명(총학생회 국으로의 조정)이었으나 확운위 당일 상정된 안건명은 “본회 내 성평등위원회를 폐지한다” 뿐이었고, 집행부 내 성평등 국 신설, 국 내 성평등 담당 국원 배치 등은 제외되어 있었다. 남재준 공공인재학부 비대위부위원장 대리인은 “발의자의 의사라는 것이 성평위 폐지만을 말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국 단위 개편까지 포괄하는 연서명자들의 의사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없” 다고 지적하였고, 이에 최승혁 학생회장이 “상평위 국의 이름을 명명하는 것은 굉장히 이르다” 라고 생각한다며 해당 안건을 찬반 토론 없이 표결에 부쳤으나, 참여인원 96명 중 찬성 인원 53명, 반대 인원 30명, 기권 13명, 무효표 20명으로 부결되어 해당 안건은 원안의 이름이 유지되었다. 한편, 최승혁 학생회장은 연서명 제목과 확운위 안건명의 불일치에 대해 안건 상정자에게 사전에 확인을 받았으며, 상정자가 “성평위 폐지 가부결을 진행하고, 이후 가결이 된다면 국으로의 조정에 대한 안건으로 가부결을 부치든 토론을 진행하든 확운위 끝난 이후 TF(Task force)활동을 통해 위원회를 대체할 수 있는 국을 신설하든 여러 발전적인 방향에 관해 대표자 의견에 맡겨 달라”고 전했다고 이야기했다. 박성혁 정치국제학과 학생회장이 2019년 영어영문학과 A 교수 성폭력 사건을 두고 인권센터가 성폭력 아닌 ‘품위 손상’ 이라는 결론을 낸 사례를 바탕으로 학생사회 내 반성폭력 목적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기존 안건명을 '성평등위원회 폐지 및 반성폭력위원회 신설의 건’ 으로 수정 발의하였으나 참여 인원 101명 중 찬성 15명, 반대인원 59명, 기권 26명, 무효표 16명으로 부결되었다. 안건의 당사자인 성평위가 직접 이야기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서윤 사회학과 학생회장이 보다 원활한 논의를 위해 성평위 사업과 운영 및 성평위 존폐에 대한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자 성평위 신상 발언권을 요청했으나. 해당 건은 투표에 부쳐져 찬성인원 48명, 반대인원 13명, 기권 39명, 무효표 17명으로 부결되었다. 논란에 대한 성평위의 소명 없이 성평위 폐지 투표 및 표결이 진행되었고 가결 이후에도 당사자로서의 별도의 발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한편, 성평위 폐지 투표 이전 폐지에 대한 찬반 토론을 시작하였으나 찬성 토론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 토론자는 ▲특정 대상에 사업이 치중되었다는 근거에 검토 필요 ▲내부 성평등 피드백의 필요성 ▲기구 설립의 어려움에 비해 비교적 용이한 폐지 절차를 근거로 섣부른 기구 폐지가 학생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토론 이후 시행된 성평위 폐지의 건 투표는 찬성 59명, 반대 21명, 기권 21명, 무효표 15명으로 가결되었다. 특히 총학생회장은 찬성 비표를, 부총학생회장은 기권 비표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서 중앙대의 여성 인권을 담당하는 학생 자치 기구는 ‘공식적으로’ 학외로 밀려났다. 서울캠퍼스의 총여 폐지 7년여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성평등위원회 “뿌리” 8대 부위원장과의 인터뷰 본 단락은 2022년 4월 14일 성평등위원회 “뿌리” 의 8대 부위원장 김홍윤 씨와의 인터뷰 중 일부를 가져온 것이다. 비공식 기구가 되었지만 여전히 활동을 이어나가는 뿌리의 현주소를 물었다. Q. 2021년에 중앙대 총학생회가 성평위를 제도권 밖으로 배제했다. 이에 대한 뿌리 측의 공식 입장은? A. 저희가 이미 졸속 폐지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뿌리는 뽑히지 않는다”는 대응 집회를 진행을 한 적도 있고요. 그러니까 저희가 '이 폐지 결정 자체에 굉장한 문제가 있었다'라는 것은 계속해서 지적을 할 부분이고요. 사실 이 폐지는 무산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과정에 굉장한 문제가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폐지가 되어서 더 이상 제도권 안에서 활동할 수 없다'는 그런 환경은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고요. 그래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어떤 역할이나 이런 거를 고민하는 지점에 놓여 있어요. 그래도 여전히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의 제 8대 성평등위원회다는 말을 버리지 않는 것은 이런 소수자를 전담하는 기구가 ‘몇 대인지’ 이름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상당히 많은 걸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에요. 저희 대학(중앙대)의 역사가 그래도 100년이 넘은 대학인데 성평등 위원회가 8대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으로부터 그 전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 되물어보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24대 총여학생회의 후신이자 대안인 성평등 위원회가 8대가 마지막이라는 것, 다시 말해 8년 만에 해체되었다는 것은 총여학생회 같은 기구가 축소됐을 때 힘을 잃고 사라지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를 역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갖고 있는 8이라는 숫자가 상당히 무거우면서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Q. 가능하다면 학교에 복귀해 계속 일을 할 생각도 있는지? A. 지금 이제 제도권으로의 복귀를 저희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방법론적으로 어떻게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는 고민되는 지점이에요. 수년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저도 사실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되는 순간 성평등 관련한 기구 총학생회 차원의 제도적 복귀는 향후 10년 안으로 어려울 수 있겠다라는 진단을 내렸어요. 그래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학내 여성주의 운동의) 이런 흐름이 있었고 이런 정신이 있었다는 것을 최대한 많은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이라 생각하고요. 나중에 학내 성평위 기관의 복귀나 재건 혹은 더 강력한 어떤 출범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다시 결집될 때 성평위 졸속 폐지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또 성평위가 학교에 있었을 때 어떤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는지, 그때의 문제점은 무엇이었고 어떤 식으로 보완되어 왔는지 같은 것을 성실하게 남겨서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탄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사실 시간, 거리, 심리적으로도 멀어져 있지만, "미래의 학내 성평등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어떤 재료나 동력 같은 것들을 대학사회에 최대한 짙게 남겨놓겠다"가 저희의 중요한 지점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뿌리'는 아카이브에 굉장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Q. 뿌리,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A. 말씀드렸듯 저희는 지금 제도권 밖에 있다는 사실을 당연히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있고요. 그래서 오히려 제도권 안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를테면 성폭력 사건이 연대가 오면 연대를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됐고요. 대표적인 상황을 몇 가지 말씀드리면 서울대학교에서 교수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있었어요. 성범죄를 일으킨 서울대 교수를 a,b,c 등 알파벳 익명으로 표시한 ‘알파벳 교수’사건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래서 그 사건에 대해 ‘권력형 인권 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대인 공동 행동’ 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시는 분들과 함께 연대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다른 대학교에서도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보니 몇 대학들이 연대체를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그곳의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있고, 차별금지법 제정 행동에도 적극 조력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있는 나라’ 유세단 활동을 할 때, 아예 저희가 하루를 맡아서 동작구 일대를 행진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이밖에도 변희수 하사 추후 행동에도 참여를 했었고, 또 최근에는 <대선에 분노한 청년들>이라고 해서, '제도권 정치에 차별과 배제가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다'라는 공공 의식에서 모인 분들과 집회를 기획하고 있고요. 그곳에서는 여성, 장애인, 소수자, 노동, 주거, 교육, 환경, 빈곤 등의 의제로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연대가 필요한 곳 어디든 지속적으로 연락을 받아서 연서명을 하거나 기자회견에 방문을 해서 깃발을 들고 같이 자리를 하는 식으로 활동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대학사회에서 뿌리가 가진 상징성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타대 성평등위원회나 성평등 기구가 구성될 때 조언을 요청해 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혹은 어떤 인권 자치기구가 만들어져 규약을 만들 때 그 규약을 좀 검토해 달라는 분들도 계시고, 이런 식으로 저희한테 연락을 주시면 저희가 지원해 드리는 방식으로 조력하고 있습니다. Q. 성평위 폐지 이후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A. 성평등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낙인화가 활동하시는 분의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저는 이제 졸업을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저는 이제 중앙대와의 연을 끊고 다음 삶을 준비할 수 있는 어떤 변곡점에 와 있는 상태인데, 저보다 좀 더 재학 학기가 남아 계신 분들은 아무래도 성평위 활동을 하면서 받는 비난과 신상 공격에 대해 불안감과 부담감이 크셨을 거예요. 지금도 줌(zoom) 수업에 들어가기에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대면 학사가 되면서 학교에 가는 게 두렵다. 이렇게 표현을 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그런 공격도 공격인데, 또 이런 낙인화의 무서운 점은 이분들이 학교 안에서 다른 학생 자치를 충분히 꿈꿀 수도 있잖아요. 여성 의제가 아니라 노동 의제에 관심이 있으실 수도 있고 혹은 정말로 그냥 학교 안에서 단순한 대외 활동 같은 걸 하실 수도 있고요. 어쨌든 이분의 생활 공간은 중앙대학교고, 앞으로도 중앙대 학생으로서 이분이 살아가야 할 시간들이 있는데 이분들이 그 시간에서 배제당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어느 동아리에 가든, 어떤 학생 자치 공간에 가든 그 사람들이 성평등을 주제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이 사람을 받아주지 않을 미래가 선명해지고 그렇게 된다면 어떤 새로운 활동을 재개함에 있어서 사실 소극적이게 될 수밖에 없잖아요. 사람은 상처받는 게 너무 힘드니까요. 굉장히 조용한 폭력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조용하지 않은 데도 많지만, 아무튼 굉장히 은밀한 폭력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결국에는 이 사람이 성평등 문제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조차도 동력을 잃게 되는 거에요. 한편으로 이분들이 정서적으로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학교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가 학생을 보호하는 것은 그들의 의무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자주성이나 민주성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위로를 행할 것인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혐오 정치도 학생 자치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성평위 '뿌리' 가 폐지됐을 때 40곳이 넘는 곳에서 대자보를 보내주셨어요. 저는 그런 대자보 물결도 학생자치사에서 괄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엉뚱하게도 대자보를 붙이는 문화 자체가 폭력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더라고요. 대자보라는 게, 대학생 혹은 지성인으로서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논리정연한 글로 정리해 이름을 걸고 게시하는 글이잖아요. '나는 이런 입장을 표명한다' 고 공개적으로 얘기를 하고, 비난이나 반박이 있다면 재반박을 하는 거죠. 대학이라는 지성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그런 논쟁은 사실 정말 자연스럽고 오히려 권장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게 대학이 갖고 있는 토론의 기능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제 '대자보를 붙이는 게 청소 노동자에 대한 폭력이 된다'는 학내 여론이 떠오르고 있어요. '어느 건물 지나가다가 청소 노동자가 대자보를 제거하면서 한숨 쉬는 걸 들었다. 너무 힘들다고 나에게 호소하시더라.' 이런 글이 에브리타임에 게시되고, 호응을 얻고, '성평위의 대자보가 청소 노동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냐?' 는 공격이 들어오는 것이죠. 민주사회에서 용인되어 온 목소리를 폭력으로 둔갑시키는 거예요. 이제는 '어떤 게 민주적인 문제 제기 방식이고', '어떤 게 민주시민의 권리다'라는 합의선까지 사라진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대학에서 어떻게 학생자치를 할 수 있겠어요. 사실 비대면 시대이기도 했고, 그래서 대자보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란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자보를 열심히 게시했던 이유는, 이런 게 민주사회의 방식이라는 걸 스스로 부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사실 우리 성평위가 민주사회와 동료 시민에 대한 양심을 마지막으로 이해하고 있는 보루처럼 느꼈던 것도 있어요. '(대자보로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 민주시민이 해오던 방법이다', 그리고 '이것이 민주시민에게 응당 주어져야 할 목소리'라는 것은 견지하고 싶었던 고집이었죠. 그런데 총학생회가 (대자보를) 다 뗐어요. 대자보를 떼는 총학생회가 대체 어디에 있어요. 결국 이들은 학생 자치 혹은 학생의 목소리라는 이름으로 여성 자치자들을 말 그대로 ‘패는’거죠. 그러나 그 결과는 여성 자치의 몰락이 아니에요. 학생 자치의 축소인 거죠. 자승자박, 저는 그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치며, 공정한 배제 이제 수도권 대학에 남은 총여학생회는 한양대, 총신대, 감리신학대, 한신대 총 네 곳 뿐이다. 지방은 말할 것 없다. 총여가 아니라, 총여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치 기구마저 멸종 직전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여성가족부 폐지’ 를 약속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자 청년활동가 차종관은 "대학사회에서 일어난 일은 한국사회에서도 필히 재현된다, 학생들은 학생자치, 학내민주주의를 스스로 무너뜨리며 환호했다. 작금의 한국사회도 이와 달라보이지 않는다"고 짚은 바 있다. ‘여성에게는 구조적 차별이 없다’ 라고 말한 윤석열 당선인의 말은 2022년 이후 한국 여성 인권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학내에서는 학생자치의 이름으로, 바깥에서는 민의의 이름으로 ‘공명정대하게’ 제도권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 물론 여성주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시몬 드 보부아르, 루스 이리가라이, 도나 헤러웨이, 주디스 버틀러,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등 선대 여성학자들이 남긴 위대한 고전들이 단 한 권이라도 남아있는 한 여성주의는 사라질 수 없다. 쫓겨나는 것에 가깝다. 겨우 여성의 삶 저변으로 들어오게 된 여성주의가 다시금 내쫓기는 일이, 그리고 그에 대한 합당한 이유조차 없다는 것이 서글프다. 중앙대학교 성평위 ‘뿌리’ 는 학내 공식적 지위를 잃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만두지 않았다. 그만둘 수 없는 것에 가깝다. 지난 3월 1일 ‘뿌리’ 는 서울 혜화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존엄한 미래를 위한 저항의 행진>에 참여해 사회 변화의 주체는 기득권이 아니라 여성, 성소수자,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비인간 동물 등의 소수자임을 외쳤다. 뿌리에게는 아직 바꿔야 할 세상이 있다. 설령 그것이 학생자치의 울타리 바깥에 있더라도 말이다. 어쩌면 ‘뿌리’ 가 학생자치에서 배제된 지금, 보다 혁명에 가까운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 그곳에서는 소수자의 개별성을 웃도는 어떤 규칙도, 원칙도 없다. 혁명의 바람은 변방에서 분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이 글을 남긴다. (2014.03.02) 이젠 빈자리가 익숙해진 총여학생회, 그 역사를 짚다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23619 (2014.04.13) 서울캠 총여학생화 폐지… 총학생 산하 특기구화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23887 (2014.09.23) 평등과 배려를 이끌 성평등위원회 만들어졌다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24283 (2015.03.08) 성평등위원회를 아시나요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24821 (2016.04.04) 역사가 이긴 자에 의해서만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26057 (2016.04.10) 평등엔 어느 ‘정도’ 가 없습니다.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26093 (2016.04.10) 총여의 빈자리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26094 (2016.04.10) 여성의 참여가 더 나은 학생자치를 만든다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26096 (2016.10.08) 혐오 근절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26506 (2017.11.06) 대학생 스스로 진단한 학생 기구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1121 (2018.1.31) ‘남녀 간 불미스러운 일’ 로 성폭행 일축한 동아리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1427 (2018.05.07) 성폭력 없는 건강한 캠퍼스 위해 학내 구성원이 나섰다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1821 (2018.05.14) 여성들의 말하기는 계속된다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1861 (2018. 06.04) 파면권고 받은 일본어문학전공 k교수 규탄 공동행동 진행돼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2002 (2018.06.04) 성범죄자가 설 교단은 없다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2008 (2018. 11.04) “총여 폐지는 시대적 흐름”..”총여 역사와 가치 부정하는 일”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2370 (2018.11.05) 간담회 하루 만에 안성캠 총여 없애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2396 (2018. 11.05) 총여 폐지, 심사숙고한 일이었나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2401 (2018.11.12) 안성캠 총여 성평위로 대체된다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2445 (2018.11.12) 마침표 찍은 총여, 여성과 소수자 위한 34년 역사 되돌아보다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2442 (2019.04.01) 안성캠 총여 빈자리, 다섯달째 부재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2501 중앙문화 2015 봄여름 68호 <그들만의 비지니스> 中 <메마른 학생자치에 산하기구 같은 걸 끼얹나...?> 중앙문화 2015 봄여름 68호 <그들만의 비지니스> 中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총여학생회 폐지, 성평등위원회의 신설, 그 이후를 상상하다.> 중앙문화 2017 봄여름 72호,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中 <혐오로 물든 캠퍼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문화 2018 가을겨울 75호, <당신들의 천국> 中 <그날 총여학생회는 어떻게 없어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