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제도가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본교)에 도입된 지 1년이 지났다. 당초 이 제도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전공 탐색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 선택 중심 교육 과정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이러한 취지와 달리 여러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계열 단위로 선발하는 2유형 무전공 (이하 계열 모집)의 경우, ▲전공 탐색의 실효성 부족 ▲정보 제공 미흡 ▲학생 자치 공간 부재 등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외대알리(이하 본지)는 계열 모집을 중심으로, 무전공 제도의 운영 실태와 한계를 살펴봤다. ‘무전공 제도의 도입 배경’ 교육부의 ‘2025~2027년 대학 혁신 지원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무전공 선발 비율에 따라 대학에는 최대 4~10점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이 중 자유전공학부(유형 1)는 모집 정원의 1..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되며 원유 수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정부는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공공부문 에너지 절감 조치에 나섰다. 지난 3월 25일 0시부터 전국 공공기관을 대상, 차량 5부제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차량 번호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자가용 출퇴근을 줄여 연료 소비를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휘발유·경유 등 내연기관 승용차는 5부제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차량은 예외적으로 운행이 허용된다. 긴급 차량과 공용 업무 차량, 장애인 사용 차량 등은 제한 대상에서 제외되며,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 역시 기관별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허용된다. 이번 조치는 자원안보 위기 경보 해제 시까지 유지되는 한시적 수요 관리 대책으로, 현재 민간 부문은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국제 유가 상승이나 에너지 수급 상황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민간 차량 5부제 의무화 등 추가 조치가 시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5부제 시행 일주일…달라진 출근길 풍경 공공기관 차량 5부제 의무화와 민간 차량 5부제 자율 참여가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평소와 비교해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 풍경은 사뭇 달랐다. 출근 시간대 이용객이 눈에 띄게 늘면서 전반적으로 혼잡도가 높아진 모습이었다. 금정역에서 4호선을 기다리는 줄은 평소보다 두 배가량 길어 보였고, 신도림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려는 인파는 정수리만 보일 정도로 빽빽했다. 환승 통로로 이동하는 동안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인파에 밀려 이동하는 듯한 상황도 이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시민들의 체감에서도 나타났다. 시흥에서 서울로 통학하는 23세 김 씨는 “아침 지하철이 더 붐벼진 느낌이 확실히 있다”며 “출입문 근처에서 거의 움직이지 못한 채 이동한 적도 있었다. 이어 ”지하철 안이 정말 콩나물 시루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이 줄어든 건 잘 모르겠는데 대중교통 이용객만 늘어난 것 같다”며 정책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또 다른 시민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서울로 출근하는 53세 직장인 이 씨는 “평소에는 자가용으로 40분이면 출근했는데 차량 5부제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1시간 20분 이상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도 자율적으로 차량 5부제를 권고하고 있어 자가용 이용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출근 시간대 지하철은 발 디딜 틈도 없어 몸이 밀려 움직이는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에너지 절약 취지는 이해하지만 출퇴근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민들은 정책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자가용 이용이 줄어든 만큼 대중교통 혼잡도만 높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출근 시간대 주요 환승역과 버스 정류장에는 평소보다 긴 대기 줄이 형성됐고, 열차 내부 혼잡도도 체감상 높아졌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위기 ‘경계’ 격상…공공기관 2부제·삼진아웃제 도입 한편 정부는 4월 2일 자정 기준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오는 8일부터 공공기관 승용차 부제는 5부제에서 2부제로 강화되고,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도 5부제가 시행된다. 세부 적용 기준은 기존 3월 25일 조치와 동일하다. 2부제 시행과 함께 ‘삼진아웃제’도 도입된다. 부제를 1회 위반 시 구두경고, 2회 위반 시 기관장 보고와 주차장 출입 제한, 3회 위반 시 징계하는 방식이다. 민간 차량은 기존처럼 자율 참여를 유지하되 전국 공영주차장 약 3만 곳에서 5부제 방식 출입 제한이 적용될 예정이다. “차 못 타면 방법 없다”…민간 확대에 커지는 시민 불만 시행 1주일이 지난 시점에서도 곳곳에서 시민들의 불편 호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월 8일부터 조치가 확대될 경우 일상 불편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량 감소로 도로는 다소 한산해졌지만, 출근 시간대 버스와 지하철 내부는 혼잡도가 크게 높아진 모습이다. 4월 8일 이후에는 대중교통 혼잡 심화와 형평성 논란이 더욱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외곽 지역 거주자나 차량 이용이 필수적인 직종의 경우 출퇴근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번호가 다른 차량을 추가로 구매하는 등 정책을 우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이대연 기자(eodus0617@naver.com)
*[알리어답터는] ‘외대알리’와 ‘얼리어답터’의 합성어로, 외대알리의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많은 외대생들이 궁금해 했지만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인터뷰이의 진솔한 목소리를 왜곡없이 전하겠습니다. 한국학 연구소, 한국문화원에 이어 이번에는 주벨기에EU한국대사관을 방문하여 박윤래 참사관을 만나보았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외무고시 합격 이후, 약 20년 간 선진 대한민국의 외교를 위해 힘써왔다. 오늘은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외교관이 되는 법, 외교관의 삶, 그리고 한-벨 관계의 중요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본 인터뷰는 주벨기에EU한국대사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한 인터뷰이 개인의 입장임을 알려드립니다.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 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하나의 공식이 통용되어 왔다. "데이터를 국내에 두어야 주권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그 공식은 2025년 9월, 대전에서 무너졌다. 국가 시스템을 멈춘 하나의 사고 2025년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빠르게 확산되며 정부24를 비롯한 다수의 공공 행정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복구가 어려운 것으로 분류된 데이터는 약 858TB. 이는 스마트폰 사진 한 장(약 3MB)을 기준으로 약 2억 8천만 장에 해당하는 규모다. 개인이 평생 동안 찍는 사진의 양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주민등록, 세금, 복지 시스템까지 동시에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데이터는 해외가 아닌 국내, 그것도 국가가 운영하는 시설에 저..
영화는 언제나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초대한다. 두어 시간 남짓, 우리는 우리가 살아 본 적 없는 삶을 경험한다. 스크린 앞에 앉지 않았다면 어쩌면 영영 모르고 지나쳤을 누군가의 삶을.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그들을 기억할 것인가? 그래서 나는 쓴다. 이 글은 영화가 내게 남긴 것들을 기록하는 크레딧이다. * 본 리뷰는 영화의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을 한다.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나의 의지가 향하는 대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간다. 그러나 이토록 단순해 보이는 '선택'이 누군가에겐 불가능하던 시대가 있었다. 불과 한 세기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2023)>는 우리를 1946년 이탈리아의 한 반지하로 데려다 놓는다. 전쟁이 끝나고 첫 여성 참정권이 주어진 해이자, 여전히 여성을 향한 차별과 폭력이 난무하던 시기다. 일상이 되어버린 폭력 영화는 첫 장면부터 당시 시대상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주인공 델리아(파올라 코르텔레시)가 남편 이바노(발레리오 마스탄드레아)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지만, 돌아오는 것은 폭력이다. 느닷없이 남편으로부터 뺨을 맞았지만, 델리아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이바노의 폭력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집안일을 못 한다는, 말이 너무 많다는,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델리아는 맞는다. 아무도 나서서 이를 말리지 못한다. 남편에게 맞는 일이 흔했던 당시 여성의 삶이다. 다만 영화는 폭력을 노골적으로 재현하지 않는다. 음악이 흐르고, 두 사람의 몸짓은 얼핏 춤처럼 보인다. 관객이 거부감이나 트라우마 없이 폭력의 실체에 가닿도록 설계한, 감독 파올라 코르텔레시의 섬세한 연출이다. 델리아는 한 번도 이바노에게 저항하지 않는다. 묵묵히 집안일하고, 식사를 차리고, 아파 누운 시아버지를 돌보고, 돈을 벌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며 하루를 버틴다. 그마저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보다 한참 적은 일급을 받는다. 델리아가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을 때는 친구 마리사(에마누엘라 파넬리)를 만날 때뿐이다. 어느 날 델리아의 옛사랑 니노(비니치오 마르치오니)는 이 동네를 떠날 것이라며 함께 가자고 손을 내민다. 그러던 어느 날 델리아는 편지 한 장을 받고, 아무도 모르게 방 안 깊숙한 곳에 편지를 숨겨둔다. 쉽게 끊을 수 없는 폭력의 굴레 델리아의 딸 마르셀라(로마나 마조라 베르기노)는 맞기만 하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며 날 선 말을 내뱉기도 한다. 그와 동시에 남자친구 줄리오(프란체스코 센토라메)의 프로포즈를 기다리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마르셀라가 집안이 좋은 줄리오와 결혼하면 델리아와 달리 행복하게 살 것이라 믿는다. 두 사람의 약혼이 이루어지며 기대는 더 커진다. 그러나 그 앞에 마냥 아름다운 미래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델리아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냐며 마르셀라의 립스틱을 문질러 지우는 줄리오의 모습에서 과거의 이바노를 떠올린다. 결혼 전 그는 한없이 다정했지만, 그 다정함은 곧 통제와 감시가 됐고, 폭력이 됐다. 가난에서 벗어난다고 폭력의 굴레를 끊을 수 있는 건게 아니었다. 델리아는 마르셀라도 결국 자신과 같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둘의 결혼을 무산시킨다. 마르셀라의 웨딩드레스를 사주려 몰래 모아둔 비상금은 마르셀라를 학교에 보낼 학비가 된다.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델리아는 숨겨두었던 편지를 다시 펼친다. 그리고 어딘가로 가기로 결심한다. 옥상에 서서 담배를 피우는 델리아의 결연한 표정과 떠나기 위해 짐을 싸는 니노의 모습이 교차한다. 그날은 다가오고, 갑자기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델리아는 발목을 붙잡힌다. 안타까움을 전하는 마리사에게 델리아는 담담히 답한다. "그래도 아직 내일이 있다"고. 다음 날 아침, 델리아는 이바노에게 일을 나간다고 거짓말하고는 집을 나선다. 오랜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고, 짙은 화장을 하고서 어딘가로 다급히 달려간다. 델리아가 도착한 곳은 옛사랑 니노가 있는 곳도, 머나먼 낯선 도시도 아니다. 여성들의 첫 투표가 이틀간 이루어지는 투표소였다. 델리아가 받았던 편지도 사실은 투표 서류였다. 연애편지가 아닌 투표권을 선택한 여자들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이 여기 있다. 델리아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다른 남성을 따라 도망치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여성이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남성이 아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한편, 잠에서 깬 마르셀라는 델리아가 머리맡에 두고 간 돈과 서투른 맞춤법으로 “이 돈으로 학교 다녀”라고 적힌 편지를 본다. 그리고 델리아가 문 앞에 흘리고 간 투표 서류를 챙겨 투표소로 향한다. 델리아는 투표 서류를 두고 왔음을 깨닫고 크게 당황하지만, 마르셀라에게서 투표 서류를 건네받아 투표할 수 있게 된다. 투표 봉투에 침을 발라 붙이기 위해 여성들은 스스로 립스틱을 지운다. 타인의 강제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투표를 마치고 나온 델리아는 인파 속 서 있는 마르셀라와 눈이 마주친다. 그때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이탈리아의 싱어송라이터 다니엘레 실베스트리의 노래 ‘A bocca chiusa(입을 다물고)’의 가사는 영화의 장면과 어우러지며 메시지를 아름답게 전달한다. E senza scudi per proteggermi né armi per difendermi (나를 지켜줄 방패도 없고, 나를 방어할 무기도 없고) Né caschi per nascondermi o santi a cui rivolgermi (숨을 헬멧도 없고, 기도할 성인도 없고) Con solo questa lingua in bocca (입안에는 이 혀 하나뿐인데) E se mi tagli pure questa (이것마저 잘라버린다 해도) Io non mi fermo, scusa (나는 멈추지 않아, 미안하지만) Canto pure a bocca chiusa (입을 다문 채로도 노래해) “나는 입을 다문 채로도 노래할 수 있다”는 노랫말은 오랫동안 남성에 의해 입을 틀어막혀온 수많은 여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한다. 이다음 이어지는 허밍에 맞춰 립싱크하는 델리아의 모습과 환하게 웃는 마르셀라의 얼굴은 관객에게 잔잔하고 깊은 감동을 전한다. 네오리얼리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배우 겸 가수로 활동해 온 파올라 코르텔레시가 연출한 첫 장편 영화다. 그는 마치 오랫동안 델리아라는 인물을 만나기를 기다려 왔다는 듯 연기와 연출을 통해 그녀의 삶을 보여준다. 영화는 2023년 이탈리아에서 개봉하여 그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역대 박스오피스 10위에 오르며 큰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국내에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소개됐으며, 지난 3월 4일 정식 개봉했다. 흑백 화면을 선택한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전후 이탈리아의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담아냈던 네오리얼리즘(Italian neorealism)의 질감을 빌려오되, 그 사조가 조명하지 않았던 여성의 시선을 정면에 놓는다. 가부장제 아래서 착취당하던 당대 여성의 고통을 한 사람의 삶을 빌려 생생히 스크린에 옮긴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의 상징은 빵과 장미다. 빵은 여성의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의미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는 그 두 가지를 한 편의 영화 안에 녹여냈다. 수많은 델리아의 삶을 지나 우리는 이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삶과 꿈,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을. 닫힌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곧은 노랫소리는 21세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3월이 끝난 지금, 영화를 통해 그 의미를 다시 새겨보면 어떨까. 한 사람의 치열한 삶이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게 해줄 테니. [작품 정보]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2023, 118분) 감독: 파올라 코르텔레시 / 출연: 파올라 코르텔레시, 발레리오 마스탄드레아, 로마나 마조라 베르가노 등 / 제작: Wildside / 수입·배급: 콘텐츠판다 박서연 대학알리 기자 (syeone319@gmail.com)
국회에서 대학 내 혐오와 차별 실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집담회가 열렸다. 11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제8간담회실에서 ‘우리의 캠퍼스는 평등위험지대’ 집담회가 개최됐다. 이번 집담회는 청년성소수자문화연대 큐사인을 비롯해 노동·정치·사람,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이주민센터 친구, 장애인권대학생·청년네트워크,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진보대학생넷,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등 39개 청년 단체가 주관했으며, 대학 내 인권 기구 42개 단위가 공동 주최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을 비롯해 진보당·기본소득당·정의당·청년녹색당 등 정당 내 청년 기구도 공동 주관으로 참여했다. 집담회에서는 최근 대학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여성주의, 장애, 성소수자, 학생자치, 정당 활동 영역의 차별과 혐오 양상을 진단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행사는 큐사인의 평등약속문 낭독으로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상대의 성별, 외모, 성별정체성 및 성적지향, 장애 여부, 국적, 피부색, 출신 지역, 학력, 소속 등으로 차별 혹은 평가하지 않는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낭독하며 집담회의 취지를 공유했다. 큐사인 활동가 창구(활동명)는 환영사를 통해 “대학 내 혐오와 차별은 오랜 시간 해결되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빈민 등 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과 배제, 학교 당국과 학생회, 총동아리연합회 등 학내 조직의 차별적 행정, 인권 기구를 향한 백래시와 구성원들의 우경화는 대학 내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공동체 내 혐오와 차별을 주도하는 목소리는 사회 전반의 극우 세력과 결합하며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나는 소수자가 아니다’, ‘차별의 대상이 될 일이 없다’, ‘내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혐오의 출발점이 되고, 이는 학내 조직과 학생자치기구의 차별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결과 대학 공동체에서 소수자의 존재는 지워지고, 평등에 대한 논의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여성주의, 장애, 성소수자, 학생자치, 정당 활동을 대표하는 각 단위의 기조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 과정에서는 대학 사회 내 인권 기구들이 직면한 존립 위기가 주요 쟁점으로 논의됐다. 큐사인 견우(활동명)는 최근 대학 내 인권 기구 폐지 시도와 관련해 ‘탈정치’ 담론이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 사회에서 이제 정치와 운동은 멸칭이 됐다”며 “인권이나 평등과 같은 가치를 언급하면 곧바로 낙인처럼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들은 어떤 사상과 가치도 드러내지 못한 채 축제나 시험기간 간식 사업만 하는 조직으로 전락한다”고 비판했다. 견우(활동명)는 대학 커뮤니티 앱 ‘에브리타임(에타)’의 공론장 기능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견우는 “에타는 여러 차례 지적돼 왔듯 혐오 표현의 온상이 되고 있다”면서도 인원 모집과 행사 홍보를 위해 에타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짚었다. 특히 그는 “자동신고 시스템을 악용해 인권 단위의 게시글을 조직적으로 신고해 삭제하거나 계정을 정지시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반면 혐오 표현은 방치되면서 혐오가 확산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균관대 여성주의교지편집위원회 정정헌의 권우베, 초은(활동명)은 최근 정정헌이 준중앙동아리로 강등된 과정을 짚었다. 1917년 창간된 성균관대 유일 여성주의 자치 언론 정정헌은 지난해 4월 정기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에서 준중앙 동아리로 강등된 이후 지난 11월 학생회관 편집실에서 퇴거됐다. 정정헌 대표자 초은은 “올해 중앙동아리 재등록이 부결되고 강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절차의 투명성과 기준의 일관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동아리연합회 감사 참여 인원의 ‘평균적 기준’에 따라 판단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초은은 이번 강등 사태를 “개별 동아리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학내 인권 동아리와 운영자들이 전반적으로 겪어온 사회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인권 동아리 폐지와 강등은 특정 단체의 활동 부족이나 운영 주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인권 담론의 무게가 달라지고 대학 내 학생자치의 기반이 약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정승원 장애인권대학생 청년네트워크 전 대표자는 대학 내 장애인권 조직이 처한 현실을 “무관심과 동정의 프레이밍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장애인권 의제는 고등교육에 진입하는 장애인의 비율이 17% 안팎에 머무는 상황에서 소수자 의제 중에서도 더욱 소수”라며 “코로나19 당시 후순위로 밀린 장애인의 온라인 학습권과 진주교대 시각장애인 입시조작 사건은 장애인 고등교육의 구조적 차별을 드러낸 사례”라고 말했다. 진주교대 시각장애인 입시조작 사건은 2021년 진주교대에서 중증 시각 장애 학생의 불합격을 유도하기 위해 입시 성적을 조작한 사건을 말한다. 교육부 감사 결과 조작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련자들이 중징계를 받고, 학교에 예산 삭감 등의 처분이 내려졌다. 장애인권대학생·청년네트워크는 이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고 교육부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문제 제기에 나서왔다. 이어 정 대표는 학내 장애인권 조직의 위기를 △ 총학생회의 인권 기구 통폐합 시도 △ 예산권을 쥔 학생회의 압박 △ 교내 구성원의 낮은 장애인권 인식 세 가지 구조로 설명했다. 그는 “예산과 조직 확대 없이 인권 의제를 한데 묶는 통폐합은 기존 장애인권 단위의 축소로 귀결될 뿐”이라며, 대안으로 대학 인권센터의 제도적 강화를 제시했다. 정 활동가는 “센터장의 전문성 요건을 강화하고, 외부 전문가와 장애·여성·성소수자 등 학생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인권센터가 실질적인 우군이 될 때 학내 인권 단위의 존재 정당성도 함께 지켜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니(활동명) 전 이화여대 성소수자 인권운동 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활동가는 대학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소수자 혐오가 확산되는 양상을 짚으며 “과거에 비해 퀴어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된 측면도 있지만, 혐오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2025년 이화여대 총학생회의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를 반대하는 대자보가 게시된 이후 “에브리타임을 통해 논쟁이 급속도로 확산되며, ‘트랜스젠더를 인정할 수 있는가’와 같이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가 공론장에 올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수의 극단적인 혐오 발언이 ‘인기글’로 노출되면서, 혐오가 다수의 의견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위니는 혐오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도 짚었다. 그는 “오프라인에서는 연대의 목소리가 가시적으로 확인됐지만, 온라인에서는 혐오 발언이 훨씬 더 크게 보였다”며 “혐오 한마디는 쉽지만, 연대의 한마디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에서 연대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공격받는 위치에 서게 되고, 소진을 피하기 위해 커뮤니티 접속 자체를 줄이게 된다”며 “이 구조를 뒤집을 전략과 함께, 혐오 발언 필터링과 노출 시스템 등 커뮤니티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윤호 전 프로젝트 탈곡기 의장은 코로나19 시기 중앙대에서 진행된 ‘프로젝트 탈곡기’ 운동을 언급하며, 에브리타임을 활동 공간으로 삼은 학생운동의 가능성과 위험을 함께 짚었다. 그는 “비대면 학사로 오프라인 접촉면이 사라진 상황에서 등록금 반환이라는 조합주의적 의제를 진보적으로 전유하고, 에브리타임을 통해 학생사회에 공론화하려 했다”며 “이를 통해 실제로 확대운영위원회와 학생총회 안건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은 이 같은 전략이 이후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탈곡기 이후 학내 우파 세력들이 동일한 방식을 차용해 에브리타임을 활용했고, 결국 2021년 성평위 폐지를 밀어붙이는 데 성공했다”며 “이는 에브리타임을 공론장으로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운동이 자신의 공론장을 어디에 형성할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브리타임을 경유한 운동은 분명 가능성을 열었지만, 동시에 혐오와 반정치 정서와의 구조적 긴장을 피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발제를 맡은 정주영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대학생위원회 위원은 혐오와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 현실을 지적하며, 제도권 정치 안에서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과 장애인 의제를 다루는 정당 내 조직은 존재하지만, 성소수자나 이주민과 같은 소수자 의제를 지속적으로 다룰 조직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토론회가 국회에서 동시에 상반된 방향으로 열리는데도, 정당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현실”을 문제로 짚었다. 정 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 활동가 차원의 실천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정당이 소수자 의제와 거리를 두는 사이, 대학생 당원들은 비공식 조직과 당원 모임을 통해 그 거리를 좁히려 노력해 왔다”며 “혐오 주도 세력이 제도권 정치와 결합하듯, 소수자와 인권 감수성을 지닌 개인과 집단 역시 국회의 문을 계속 두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확장적 민주주의는 공적 영역에서의 접촉과 만남을 통해 만들어진다”며 “차별금지법 제정과 혐오 정치 극복을 위해 좌절 속에서도 연대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수영 기자(suyoung8649@gmail.com)
누적 가입자 70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 대학언론 지원에 나섰다. 대학언론이 수십 년째 편집권 침해와 예산 삭감 등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기업이 직접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에브리타임 운영사 '비누랩스'는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비누랩스 크리에이티브캠퍼스에서 한국대학언론협의회와 '대학언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대학언론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 ▲대학언론인 기획취재 지원 ▲대학언론인 취재 역량 강화 교육 및 연구 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학내 혐오 표현 방치, 불투명한 게시물 삭제 시스템 등으로 비판받아 온 에브리타임이 이번 협약을 계기로 대학언론과 함께 건강한 공론장을 조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에브리타임 담당자 인터뷰를 통해 이번 지원의 배경과 구체적인 계획을 들어봤다. "맥북 경품보다 대학사회 전체 기여 고민…대학언론이 해답" 김동우 비누랩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번 지원의 배경을 '사회적 책임'에서 찾았다. 그는 "그동안 이용자인 대학생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고가의 경품 이벤트 등을 진행해 왔지만, 이는 개인의 혜택에 그칠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사회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한 끝에, 대학언론을 지원하는 것이 학생들과 동문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비누랩스는 대학언론 지원을 위해 협력 기관을 찾아 나섰다. 김동우 팀장은 "2024년부터 기자 교육 등을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협업을 타진했으나, 정부 출연 기금으로 운영되는 재단 특성상 사기업과의 협업이 부담스럽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대신 재단 측으로부터 교수들로 구성된 단체인 '한국대학언론협의회'를 추천받았고 수차례 미팅 끝에 협약을 맺게 됐다. UI/UX 개편으로 대학언론 기사 전면에…"팩트체크로 소모적 논쟁 줄일 것" 이번 협약의 핵심은 단순한 재정 후원을 넘어선 '플랫폼 내 가시화'다. 현재 에브리타임 내 대학언론 게시판은 접근성이 떨어져 주로 취재원 모집 용도로만 쓰이는 실정이다. 김동우 팀장은 "이번 MOU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UI/UX 개편"이라며 "대학언론이 생산한 기사를 에브리타임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직접 랜딩(연결)하거나 콘텐츠를 노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에브리타임 내의 병폐로 지적되던 가짜뉴스나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기 위한 변경안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잘못된 사실을 가지고 학우끼리 무의미하게 싸우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언론이 학내 행정 취재를 통해 '팩트체크'를 해준다면 건전한 공론장으로 나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온라인 교육보다는 실질적인 취재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회와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언론계 "불통 이미지 벗고 공론장 회복 나서길 기대" 대학언론계는 에브리타임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대언넷)'는 15일 성명을 통해 "그동안 에브리타임은 혐오·차별 게시물 방치, 대학언론 취재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 등으로 악명 높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언넷은 "최근 에브리타임이 시스템 개편, 모니터링 인력 확충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번 지원이 단순 후원을 넘어 '공론장 회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투명한 운영을 바탕으로 과거의 불찰을 해소하고, 대학언론의 양질의 콘텐츠가 플랫폼 내에서 가시화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비누랩스 측은 이번 지원을 시작으로 협력 범위를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김동우 팀장은 "올해 1년간 활동을 진행해 보고 방향이 맞다고 판단되면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추후 다른 대학언론 단체들과도 함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신문 특집부 부장기자 (hyeon2005k@gmail.com)
"활동 사진에 사람이 적다"는 이유로 50년 된 편집실에서 쫓겨나고, "취재원을 대라"며 예산 삭감 압박을 받는 등 대학교지를 향한 기상천외한 탄압 실태가 적나라하게 폭로됐다. 대학교지 편집위원들은 학생사회의 '행정적 검열'을 성토하며, 고립된 투쟁이 아닌 긴밀한 연대로 생존을 모색하자고 입을 모았다. 2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수선관에서 <성균지> 주도로 '2025 대학교지좌담회'가 열렸다. <정정헌>, <고대문화>, <용봉>, <서울대저널>,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도 공동주최로 참여해 위기에 처한 대학교지의 현실을 증언하고 생존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날 좌담회는 1부 '재정, 자치권, 편집실'과 2부 '교지 홍보 및 운영'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온·오프라인으로 함께한 30여명의 참석자들은 학교 본부와 학생회로부터 가해지는 압박의 구체적인 사례를 공유하고, '대중성'과 '정치성' 사이에서 교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활동 사진에 사람 적다"며 50년 된 편집실서 쫓겨나 1부 발제에 나선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의 권우베 편집위원은 최근 겪은 편집실 퇴거 조치의 부당함을 성토했다. 정정헌은 1971년 창간해 학내 여성·소수자 담론을 이끌어왔으나, 2025년 1학기 동아리 재등록 심사에서 탈락해 준중앙동아리로 강등되었고, 지난 11월 17일 편집실에서 퇴거했다. 권우베 편집위원은 "동아리연합회가 '제출된 활동 사진상 인원이 소수이고 동일 인물이 반복된다'는 이유로 활동 인원 미비 판정을 내렸다"며 "교지 편집 특성상 온라인 집필 활동이 많은데, 오프라인 사진만으로 인원을 증빙하라는 것은 회칙에도 없는 자의적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명 과정에서 다른 동아리 대표자가 기준의 부당함을 지적하자 동아리연합회 측이 고성을 지르며 위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결국 2000여 권의 여성주의 장서가 보관된 공간을 한 달 만에 비워야 했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이제 성균관대에 남은 인권 분야 중앙동아리는 장애인권동아리 하나뿐이며, 그마저도 존폐 위기"라며 "소수자 인권을 다루는 단체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 동아리연합회와 학생사회는 사라지는 인권 동아리들의 의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등록금으로 인쇄하니까 광고 내역 내놔라" 전남대 유일의 자치언론 <용봉>의 이정하 편집장은 예산 삭감을 통한 길들이기 실태를 증언했다. 이 편집장에 따르면 2021년 당시 총학생회는 "등록금으로 인쇄되는 만큼 광고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압박했고, 용봉 측이 절차적 정당성을 요구하자 예산을 전액 삭감해 버렸다. 이 편집장은 "현재 용봉의 예산은 선배 및 외부 후원 의존도가 54%에 달한다"며 "인쇄비가 없어 발행 부수를 1500부에서 600부로 줄여야 했고, 재정 공백을 구성원의 노동으로 채우다 보니 피로 누적과 의욕 저하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역설적으로 예산이 삭감된 덕분에 대학 본부나 총학생회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성을 얻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용봉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편집장은 "국어문화원의 '우리말 가꿈이' 사업에 참여해 회식비를 지원받거나, 학내 신문인 '전대신문'에 정기 기고해 원고료를 받는 방식으로 예산을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원 대라" 감사위원회가 기구 해산 시도 <서울대저널>의 천세민 편집장은 최근 겪은 '감사 테러' 사례를 공유했다. 지난 9월 설치된 총학생회 산하 감사위원회가 취재원 보호를 위해 비공개해야 할 인터뷰 내용까지 소명하라고 요구하며 기구 해산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천 편집장은 "참고 도서가 기사에 어떻게 쓰였는지 일일이 밝히라고 하거나, 사적으로 쓴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며 "결국 학내 구성원 100여 명의 연서명을 받아 해산은 막았지만, '자치언론기금'이라는 제도적 기반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학생회가 자치언론을 공격하는 원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정하 편집장은 "총학생회가 자신들이 무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로 대학교지를 타깃 삼는다"며 "상황이 어려울수록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원하는 대중 심리에 영합해 만만한 자치기구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대문화>의 엄정후 편집장은 "총학생회가 스스로를 정치 기구가 아닌 행정 기구로 인식하며 '정치적 중립'을 강박적으로 지키려 한다"고 짚었다. 엄 편집장은 "이런 관점에서 소수자를 다루는 자치언론을 승인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의 중립을 해치는 '정치적 행위'라고 판단해 배제하는 것"이라며 "제도권 정치를 혐오하면서도 가장 제도권 정치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내일 모델 따라야" vs "조회수 좇는 건 답이 아냐" 2부에서는 대학교지의 생존 전략을 두고 '대중성'과 '정치성' 사이의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의 임주영 활동가는 발제를 통해 교지의 전면적인 쇄신을 주문했다. 임 활동가는 "학생들이 교지가 있는지도 모르는 현실에서, '대학내일'이 지면을 폐지하고 사라진 자리를 교지가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우들을 표지 모델로 세우고 실생활 정보를 담아 범용성을 확보해, 모교를 상징하는 매거진이 되어야 한다"며 "교지는 일부 운동권만의 공간이 아니라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활동가는 이어 "학우 다수가 진보 의제를 다루는 교지에 반감을 가진 것이 현실"이라며 "일반 학우가 읽기에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만 가득하다면 오히려 독자와 멀어진다. 진보적 의제를 내려놓자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교지를 가까운 매체로 인식하도록 콘텐츠의 난도를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저널> 김수환 기자는 "대학사회가 상업화되는 흐름에 따라 대학언론이 상업화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단순히 예쁘고 잘생긴 학우를 표지 모델로 세워 조회수를 올리는 방식은 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더라도 '이 학교에 나와 다른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감각, 즉 내가 학생사회라는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일깨우는 기획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두에게 불편한 진실일지라도 알리는 것이 언론이 책임을 위임받는 방식"이라며 "대중성이라는 미명 하에 저널리즘의 본령을 잃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텍스트의 바깥은 없다"…적극적인 '정치적 행위' 필요해 엄정후 편집장은 '읽히는 교지'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다시 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엄 편집장은 "교지의 내용적 측면에서 정치적 밀도를 줄이고 내용을 가볍게 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에 끌려다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편집실이라는 안락한 공간에서 외부와 차단된 채 우리끼리 칭찬하는 것은 '동질적인 주변의 사랑에 파묻혀 괴사'하는 길"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엄 편집장은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말처럼 '텍스트의 바깥은 없다'. 정치적 투쟁이라는 행위조차 교지에 기입되는 언어와 구분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교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중성을 핑계로 탈정치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적극적인 '정치적 행위'를 통해 텍스트를 확장하고 독자를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언어적 차원에서 읽히는 교지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정치적 행위로 읽힐 수 있는 교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투쟁하고 싸워 나갈 때, 교지의 영향력을 약화시킨 담론은 변화한다"고 강조했다. <성균지>의 오현지 편집장 또한 교지의 '뉴트럴(Neutral)'한 입장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오 편집장은 "성균지는 인권 단위에 비하면 소극적이고, 언론 단위에 비하면 적극적인 수준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다"며 "이러한 태도가 학교의 거부감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으므로 자유로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자평했다. 그는 "교지 운영이 개인의 헌신에만 의존하면 언제든 탈정치화되거나 보수화될 수 있다"며 시스템 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흩어지면 죽는다"…연대체 결성으로 돌파구 모색 참석자들은 각기 다른 노선을 주장하면서도, '연대'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했다. 오현지 편집장은 "위기를 기회 삼아 '대학교지 네트워크'가 인력과 시스템,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적인 장이 되어야 한다"며 "학교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적 단체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네트워크가 앞으로 교지 감시와 보호의 역할을 맡을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정하 편집장은 구체적인 연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자체적으로 교육 자료를 마련하기 어려운 교지들을 위해 운영 매뉴얼과 세미나 자료를 공유하자"며 "정기적으로 만나 상황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영 활동가는 구조적 해결책으로 ▲대학언론발전기금 마련 ▲간행물 검열 학칙 폐지 ▲공동 편집실 및 통합 플랫폼 마련 등을 제안하며 "개별 대학의 싸움을 전국 의제로 묶어내야 고립을 깨고 압박에 공동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참석자는 "대학교지는 단순히 소멸의 위기뿐만 아니라,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차종관 기자(chajonggwan.me@gmail.com)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① [단독] 억대 활동비, 깜깜이 회계…'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있었다 ②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노렸나 ③ [단독]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O사 "우리는 적자 구조, 회계 장부는 없다" ④ 취업난에 우는 대학생들…'가짜동아리'에 두 번 울지 않으려면 "실제로 들어오셔서 어떻게 1~2주가 돌아가는지 '직접' 보시면 더 이해가 되실 듯 합니다." 취재 과정 중 만난 (주)O사 대표 ㄱ씨는 기자에게 연합동아리 체험을 권했다. 우리 커리큘럼은 ‘진짜’라고, 직접 와서 보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는 취지였다. 그의 항변에 일리가 없지는 않다. 연합동아리가 제공하는 커리큘럼 덕분에 좋은 스펙을 쌓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가 이 구조를 운영하는 데 쏟아온 노고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커리큘럼이 '좋다', '나쁘다'와는 별개로, O사와 3개 연합동아리가 대학생들의 눈을 가렸던 기망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대학생들은 O사의 존재도 몰랐을뿐더러, 활동비가 O사에 귀속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연합동아리 구성원들이 따랐던 리더는 월급을 받고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투명성의 실종이다. 추산된 활동비가 2억5000만 원이 넘는데도 ㄱ씨는 "우리는 적자 사업이며, 회계 장부는 없다"고 말했다. 이 기형적인 구조가 작동할 수 있었던 배경엔 대학생들의 절박함과 불안함이 존재했다. 취재하며 만난 동아리원들에게 '어떻게 수십만 원에 달하는 큰 금액을 내면서 활동의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비슷했다. "이거라도 해야 되고", "다들 하고 있길래" 의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불안한 취업 시장에서 대학생들은 합리적 의심보다 당장의 스펙 한 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절박함은 꽤 돈이 되는 비즈니스다. 헤어진 연인을 잡아준다는 재회 상담 업체, 1회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입시 컨설팅, 그리고 결혼정보회사의 등급표까지. 사람은 절박해질 때 가장 취약해진다. 누군가는 늘 이 빈틈을 파고든다. '가짜동아리와 배후기업'도 정확히 이러한 매커니즘에서 출발했다. '빨리빨리' 사회, 뒤처짐이 곧 생존의 위협으로 느껴지는 대한민국이기에 우리는 더 많은 사각지대를 보유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불안을 먹고 자란 이 비즈니스의 끝에 남은 것은, 대학생들의 '성장'이 아닌 '상처'뿐이었다. B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최승희(가명) 씨는 '가짜동아리와 배후기업'을 두고 "이 사회를 믿고 살아가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너무나 '초를 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A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김예원(가명) 씨 역시 "남의 꿈을 이런 식으로 이용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분노했다. 이어 "대한민국 취업이 얼마나 힘들길래 우리가 돈까지 줘가며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 싶어 참으로 씁쓸하다"며 "세상에 '등쳐먹혔다'는 기분이 들었다"는 말로 그 참담함을 대신했다. "등쳐먹혔다." 그 한마디가 기자의 수첩에 오래도록 남았다. 이제는 우리가 이 사각지대를 줄여나가야 한다. 절박한 사람들이 더 이상 취약해지지 않게 말이다. 서지우 기자 (04hamziwo@naver.com)
니체의 ‘위버멘쉬(Übermensch, 독일어로 초인을 뜻한다)’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성숙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세 단계를 거친다. 인간의 내면이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아이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사막 위를 묵묵히 걷는 낙타는 인내하는 사람이다. 뜨거운 모래바람이 따가워도 불평불만을 삼킨 채 나아간다. 낙타가 자라면 사자가 된다. 사자는 포효할 줄 안다. 부조리에 이빨과 발톱을 감추지 않고 핍박에 분노한 적 있다면 당신은 사자다. 마지막은 아이다. 아이는 넘어져 생채기가 나도 금세 놀이에 몰두할 줄 안다. 이러한 아이의 태도는 ‘초인’이 갖춰야 할 궁극의 자격이다. 청년들은 현세에 ‘아이의 놀이’를 소환했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해 질 때까지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옛 풍경은 2026년에 고스란히 재생된다. 당근마켓 앱을 켜면, 맨 위에 걸린 ‘경도(경찰과 도둑)하실분’ 모임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2025년 12월 23일 개설, 멤버 652명. 어제 막 ‘달리고 온’ 참가자의 따끈한 후기들이 줄지어 달려 있다. “진짜 재밌게 잘 뛰고 갑니다”, “다 큰 성인끼리 토할 정도로 뛰어다닌 게 낭만 그 잡채”, “경도에 진심인 분들만 있더라고요”. 명분이 ‘경도’지, ‘수건돌리기’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따위 추억의 놀이도 포함됐다. ‘경도 열풍’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누군가는 그 속에서 쉽게 트렌드에 뛰어드는 ‘유행에 민감한 MZ’의 모습을 본다. 누군가는 취업난 등 고된 현실을 잊기 위한 ‘도피처’란다. 또 누군가는 깊은 감정 교류 없이 만남을 즐기는 ‘부담 없는 관계 맺기’ 행태가 엿보인다고 한다. 이렇듯 사회가 ‘청년’과 ‘동심’을 대하는 태도는 얼떨결에 ‘경도 유행’을 타고 수면 위로 떠오른 듯하다. ‘경도’는 놀이를 넘어 청년층의 새로운 생존 방식이다. 니체의 언어를 빌리자면 경찰 혹은 도둑이 되어 공원을 누비기 이전, 그들은 낙타 혹은 사자였다. 그간 ‘어른스러움’, ‘취업’, ‘스펙’ 등 사회적 책무를 짊어지고 살아왔거나, 자신을 둘러싼 녹록지 않은 현실에 ‘화병’이 나 있었을 테다. 홀로 참아 보기도, 때로 소리 지르며 울기도 했을 테다. 요즘 애들이 내놓은 ‘고된 현실’에 대한 답은 결국 동심이다. 현실을 견디거나 부수는 대신 동심으로 돌아간 이들은 역설적으로 이 시대 ‘초인’이 됐다. 모두가 생산성을 외칠 때 무용(無用)한 술래잡기에 뛰어든 청년의 역설적 승리인 셈이다. 올겨울 공원에서 땀 흘리며 달렸던 모든 구성원은 니체가 강조하는 ‘유희’의 가치를 체험한 산증인이다. ‘경도 유행’이 저물어도 걱정 없는 이유다. 게임은 끝나도 ‘아이의 태도’를 터득한 청년들의 삶은 이어지는 까닭이다. 최희령 대학알리 전 기자(cur2070@naver.com)
필자는 평일에는 서울에서 출근하고, 주말에는 충북에서 생활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덕분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동 편의성 차이를 극명하게 느끼게 된다. 서울에서는 구간에 따라 택시보다 지하철이 빠를 정도로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으며, 늦은 막차 시각 덕분에 밤늦게까지도 이동에 대한 걱정이 없다. 그러나 주말 중 충북에서의 이동은 지역 대중교통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옥천에서 청주, 음성에서 청주 등 충북 내 도시 간 이동 시 시외버스 배차가 너무 길어, 때로는 5만 원에서 10만 원에 달하는 택시 요금을 감수하며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히기도 한다. 이처럼 비수도권의 이동 제약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삶의 범위와 기회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다가온다. 농산어촌의 이른 막차 시각과 긴 배차 간격은 청년들이 수도권에 비해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는 주요 원인이 된다. 결국 비수도권 청년에게 이동권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주로 거론되는 것은 자가용 또는 기존 대중교통인 고속/시외버스인데, 이 두 가지 방안은 각각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 먼저, 자가용을 통한 이동은 청년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속에서 차량 구매와 유지비(보험료, 유류비, 수리비 등)는 청년들에게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낮은 가처분 소득과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부모 찬스 없는 자가용 구매는 사실상 '그림의 떡'에 가깝다. 고속/시외버스를 통한 이동 또한 한계가 뚜렷하다. 고속철도망 확대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된 이동 행태 속에서 버스 이용객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적자 노선 증가는 터미널 폐쇄나 노선 인가 축소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시외/고속버스는 장애인 이동권 측면에서도 매우 열악하다. 대부분의 고속버스에는 휠체어석은 물론 리프트 등 탑승 설비조차 전무하여 교통약자의 이용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버스터미널 매표소의 키오스크 무인화 또한 시각장애인 등에게 높은 접근 장벽으로 작용한다. 대중교통은 단순히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화, 교육, 일자리, 의료 접근성 등 지역 청년들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질 전반을 결정짓는 요소이다. 즉, 비수도권에서 교통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지역의 존속을 결정하는 필수적인 '인프라'인 것이다. 따라서 자가용 구매의 경제적 한계와 버스 대중교통의 구조적 취약성이라는 기존 시나리오의 한계를 극복하고 모두의 원활한 이동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이 시급하다. 이러한 해답은 바로 철도교통 확충에서 찾을 수 있다. 고속/시외버스가 교통 체증의 영향을 받아 정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반면, 철도는 약속된 시간에 도착하는 '정시성'을 통해 이용자의 시간 계획을 정확하게 가능하게 한다. 더욱이 철도는 도로교통 대비 '무장애성'이 우수하여 고령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이는 모두가 평등하게 이동할 권리를 누리게 하는 핵심적인 인프라로서의 역할에 적합한 요소이다. 일각에서는 철도망 건설에 막대한 '건설비'와 이후 '적자 운영' 가능성을 문제 삼기도 한다. 물론, 비용에 대한 고려도 당연히 필요하나, 이는 철도 교통을 단지 '운송수단'이라는 좁은 시각으로 바라본 결과이다. 철도망 구축은 단기적인 비용 지출이 아닌, 지역의 활력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장기적이고 필수적인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KTX나 SRT 역사가 들어선 동탄, 평택, 아산 등은 물리적 인접성을 넘어 수도권과의 경제적 연계성을 획득하며 급성장한 사례이다. '역의 유무'가 지역 경제 활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분명히 증명한다. 역이 들어서고 교통 접근성이 개선되면 인구 유입, 기업 투자 유치, 관광 활성화 등 가시적인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지역 경제 성장의 직접적인 동력이 되며, 동시에 의료, 교육, 문화 등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는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단순한 적자 논리로만 평가될 수 없는 '사회적 편익'인 것이다. 정부의 '5극3특'과 같은 지역 균형성장 목표 아래 각 지방정부도 광역교통망 구축 계획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이는 이러한 투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시성과 무장애성이 보장되는 철도 중심의 광역교통망 구축은 청년들이 지역에서 역동적인 삶을 꾸려나가도록 지원하고,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비수도권도 철도 이동권이 보장되는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 김지헌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대학생위원장(kjh99142@gmail.com)
학교 밖에서 배움의 길을 찾는 청소년들이 이번에는 '정책의 주인'으로 무대에 올랐다. 지원사업을 통해 자격증을 따고 창업을 준비한 경험, 고립·은둔 상태에서 벗어난 가족의 변화 등 구체적인 사례가 공유되며, '학교 안팎을 가르지 않는 청소년 정책'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제기됐다.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가 주관한 성과공유회 및 정책박람회 'Dear L.E.D.'가 5일 오후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개최됐다. 센터는 배움의 경험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청소년들을 'LED(Learning Experience Designer)'라고 부르고 있다. 이번 행사는 학교밖청소년이 당사자로서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지원사업을 통해 성장·변화한 우수사례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 12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회사에 나선 서현철 서울특별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센터장은 "서울시에서는 매년 1만 명의 LED가 탄생한다. 도시를 밝혀줄 별 같은 친구들이 스스로 배움의 경험을 디자인하며 사회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밖청소년과 함께한 꿈드림 교사·대안교육기관 교사·멘토·인턴십 기관 관계자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이 아이들이 결코 빛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성과공유회 첫 사례 발표에 나선 송하준군은 디지털 의약품 관리 서비스 '필리오'를 소개했다. 그는 "창업동아리 지원사업을 통해 각자 맡은 기획·디자인·개발 영역에서 전문성을 검증받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고립은둔가족지원사업에 참여한 한 보호자는 "아이가 학교 밖으로 나왔을 때, 부모인 저도 세상 밖으로 던져져 소외되는 상실감을 느꼈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센터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고민을 가진 부모들과 '그 마음 나도 안다'를 나누면서 해결보다는 이해를 배웠고, 그 연대감이 저를 다시 숨 쉴 수 있게 해줬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는 아이가 변화가 더디면 불안하고 방 안에만 있으면 조급했지만, 지금은 그 시간을 쉼과 회복의 과정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아이의 속도와 감정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일경험 지원사업 '공중정원 기획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유하양은 "일경험 지원을 통해 공중정원을 기획하고 조경 모형을 직접 만들면서, 머릿속에만 있던 상이 실제 공간처럼 눈앞에 나타나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경험을 계기로 조경 분야 진로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챌린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보호자는 "초등학생 자녀와 대화의 단절이 심했는데, 매주 아이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아이의 생각을 공감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대화의 수준도 깊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유치한 프로그램까지 부모가 같이 해야 하나' 싶었지만, 막상 참여해 보니 내 생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알게 됐다"며 "다른 곳은 아이만 참여시키고 부모는 밖에서 기다리는데, 이곳은 부모도 함께 참여해 아이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어 "잘못된 학생은 없고, 잘못된 부모의 교육 방식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턴십 지원사업에 참여한 김가빈양은 "꼭 한 번 카페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청소년문화공간 JU'에서 인턴십을 하며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손님이 많아 몇 마디 영어 문장을 외워 응대하면서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고 편하게 대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기업가정신 해외탐방에 선발돼 일본 오사카를 방문한 경험에 대해 "우메다 공중정원, 100년 넘은 오므라이스 가게, 오사카 엑스포 등 산업·문화·기술 공간을 직접 탐방하며 팀원들과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우리가 해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창업동아리 지원사업에 참여한 '동글지대' 팀의 조이현양은 "청소년들이 필요한 지원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앱 서비스 '틴커벨'을 개발하고 있으며, '학교밖청소년 마음돌봄 데이'를 주최하는 등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자리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와 같은 청소년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활동이 더욱 뜻깊었고, 앞으로도 청소년들의 정보 사각지대를 둥글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곧이어 '정책제안 토크콘서트-배움의 경로를 다시 그리다'가 진행됐다. '학교밖청소년과 함께 만드는 미래 정책'을 주제로, 전문가, 학교밖청소년 등이 함께 참여해 현장의 경험과 공공정책을 연결하는 실질적인 정책 대화의 장을 펼쳤다. 학교밖청소년 우예인양은 "센터에게 학원비와 응시료를 지원받아 제과제빵 학원에 다녔고, 자격증도 여러개를 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턴십으로 실제 케이크 가게에서 손님에게 판매하는 경험을 쌓고, 올해는 일본 디저트 기업 탐방까지 다녀오며 '내가 가지 못한 세상이 이렇게 넓고 멋지구나, 뭐든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겠다'는 시야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교밖청소년이 늘어난 만큼, 장학금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좋겠다"고 정책을 제안했다. 최새연 서울시 청소년육성위원은 "중학교를 마친 뒤 일반고 대신 대안학교에 진학했지만, 행정상 '학교밖청소년'으로 분류됐다"며 "청소년 관련 회의체와 의회가 많지만, 정규교육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일정과 경험에 맞춰져 있어 학교밖청소년의 고민을 진정성 있게 다루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청소년을 미성년자,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 때문에 사업도 거기에 맞춰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기본법에서 정한 만 9~24세 기준이 청소년 정책 전반에서 통일된 기준으로 쓰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김민승군은 "학교밖청소년이 대회나 콘퍼런스에 나가려 하면, 생활기록부 제출이나 '초·중·고 재학생만' 참가하도록 한 규정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좋은 아이템과 역량이 있어도 출전 자체를 못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음 공고를 낼 때부터 학교밖청소년의 참가를 전제로 규정을 정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교밖청소년 김재경군은 교내에서의 차별과 모욕적인 발언으로 자퇴를 선택한 뒤, 센터에서 처음 제안받은 사업이 학업지원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재 지원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마음의 병을 앓으면서도 수능에 도전할 수 있었다"며 "서울시 학업지원금과 서울런, 그리고 꿈드림 선생님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군은 "학교 안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연 1200만원 수준인데, 전국 학교밖청소년에게 돌아가는 학업지원금은 60만원 정도에 그친다"며 "서울에 산다는 이유로 100만원과 인터넷 강의를 지원받지만, 여전히 교육받을 권리에서는 뒷전"이라고 짚었다. 그는 "심사와 지급까지 두 달 가까이 걸리는 구조를 고쳐 상시 심사·지급 체계를 도입하고 예산을 늘려, 카드값 결제일을 걱정하지 않고 제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다. 학교밖청소년 한혜민양은 "학교 밖에서 나만의 길을 찾고 꿈을 쫓는 시간은 의미 있지만, 언젠가는 대학과 취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불안이 컸다"며 "학교생활기록부가 없다는 이유로 원서조차 넣어보지 못하거나, 서류 단계에서 벽을 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밖청소년이 어떤 전형과 경로로 대학에 진학했는지 통계와 성공 사례가 더 많이 공개되고, 정보가 잘 정리돼야 후배들이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며 "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전용 학습공간과, 대학에 진학한 학교밖청소년 선배들과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소속의 김희진 학교밖청소년연구센터 센터장은 "학교밖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해오며,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와 욕구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로 탐색을 위해 주체적으로 학교를 나오는 사례와 부모의 지지가 늘었지만, 여전히 차별·낙인·제도적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청소년들이 제기한 학업지원, 입시, 경진대회 참가 문제는 연구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의식과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학교 안팎을 가르지 않고, 청소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관점에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보호자는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의 공백을 짚었다. 그는 "꿈을 찾아 학교 밖으로 나온 친구들도 대견하지만, 방 안에서만 지내며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점을 정책 담당자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며 "서울 시내 여러 기관을 이용해 봤지만, 고립·은둔 상태의 청소년이 이용하기에는 공간 분위기가 거칠고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고립·은둔을 다루는 전문기관은 조금씩 생기고 있지만, 청소년 시기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한 전담 센터와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은 거의 없다"며 "방 안에만 있는 아이들의 특성상 담당자가 자주 바뀌지 않고, 12~2월 예산 공백으로 프로그램이 끊기지 않도록 안정적인 예산과 인력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본행사가 마무리된 후 참가자들은 ▲나만의 작은 정원 만들기 ▲포토부스 ▲동물 '캐릭커쳐' ▲근로권익캠페인 ▲동아리 전시부스 ▲인턴십 영상전시 ▲멘토링전시 등에 참여했다. 주호돈 서울시 청소년정책과장은 "지금은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울시는 청소년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의 참가자는 "학교밖청소년의 정책 참여권을 논하고, 전문가와 청소년이 함께 정책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학교밖청소년이라는 말은 행정상 분류일 뿐, 이들의 가능성과 인격, 미래를 설명해 주는 말이 아니다"라며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스스로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주체적인 삶의 주인공을 응원한다"고 했다. 취재진을 만난 학교밖청소년은 "센터는 '왜 안 나오니'가 아니라 '괜찮아, 너의 속도로 오면 돼'라고 말해주는 곳"이라며 "마음의 상처가 있는 더 많은 은둔·고립 청소년과 부모들이 센터를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학교 안팎을 넘어 모든 청소년이 자신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차별과 편견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소셜임팩트뉴스·공익저널·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 차종관 기자(chajonggwan.me@gmail.com)
'인천 사람에게 건대는 약속 취소 사유'라는 말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천에서 건대입구나 대학로까지 가기 위해서는 환승과 이동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 감각은 요즘 유행하는 숏폼 브이로그에도 반영돼, 서울 약속을 위해 새벽부터 준비하는 일상이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이는 수도권과 서울이 지하철로 연결된 하나의 생활권처럼 보여도, 실제로 수도권에서 서울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수도권 학생들에게 '통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서울 대학'이란 용어 자체가 사회의 경쟁 및 진로 목표로 자리잡으며, 지방 및 경기권 대학보다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열망이 커졌다.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의미다. 많은 대학생들은 오늘도 새벽에 지친 몸을 일으키며 몇 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학교로 향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청년들의 하루는 길 위에서 시작해 길 위에서 끝이 난다. 실제로 대학가에서는 "경기도에서 통학하는데 왕복 네 시간이 걸려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는 푸념이 잇따른다. 일부 학생들은 통학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강의를 하루에 몰아 듣거나, 수강 신청 실패 시 학기 계획 전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또한 국민대학교 등 지하철 역과 거리가 먼 대학의 학생들은 지하철에서 환승한 뒤 버스를 또 이용해야만 학교에 올 수 있다. 출근길 직장인 못지않은 '지옥의 통학길'을 매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주요 대학과 수도권 주요 지역 간의 이동시간과 거리를 예로 들면, 김포가 본가인 학생이 건국대학교를 통학하려면 환승 3회에 왕복 3시간에서 3시간 반이 걸린다. 또한 안산에 거주하는 학생이 국민대학교를 다니려면 환승 3회에 왕복 약 4시간이 소요된다. 그렇다면 왜 수도권 청년들은 긴 통학의 부담을 겪어야만 하는 걸까. 서울 소재 대학의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거주 지역이나 통학 거리 등 입지에 맞는 대학을 선택해 진학하기가 어려운 실정인데다, 대학 '기숙사 수용률'의 한계와 '서울 대학가의 높은 월세'가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2025년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전국 평균 22% 수준에 불과하고, 서울 주요 대학은 대부분 20% 안팎으로 낮아 수도권 학생들의 주거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대학은 '원거리 학생 우선 선발'을 원칙으로 두고 있어, '지방'으로 분류되지 않은 경기도권은 기숙사 선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현실에, 기숙사에 입주하지 못한 학생들은 대학가 주변 원룸을 구해 생활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서울 원룸의 임대료는 약 10% 이상 상승했다.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의 월세는 평균 60만 ~70만 원대로, 관리비를 포함하면 월평균 78만 원 수준이다. 대학생 평균 생활비가 약 67만 원인데, 이는 생활비 전체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부모 지원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대학생이 전체의 약 60%인데, 높은 월세 부담은 결국 공부 활동시간을 줄이고 생계형 아르바이트로 몰리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억대까지 치솟은 보증금까지 고려하면 대출 접근이 제한적인 대학생들이 감당할 만한 원룸을 찾기조차 쉽지 않게 된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선 월 최대 20만원을 10개월 동안 지급하는 '청년 월세제도' (서울 기준)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수혜자는 청년 인구의 약 2~3% 수준이다. 또한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월 10~14만 원 수준의 공공형 주택 공급인 '희망하우징'을 운영하고 있으나, 전체 대학생의 1% 내외만 입주 가능하다. 결국 이 문제의 근본에는 '서울 집중화'가 자리하고 있다. 교육과 일자리, 문화가 서울로 몰리면서 수도권 외 지역 학생들은 물론, 같은 수도권 내에서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오늘도 수많은 대학생들이 서울을 향해 아침부터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김민주 기자(mubinzu824@gmail.com)
인천 연수구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와하’라는 이름의 이 곳은 난민 및 여성 이주민들이 위기 상황이나 환경적 어려움 속에서 쉼과 회복을 찾을 수 있는 ‘오아시스’로 운영된다. ‘한국이주인권센터’의 활동가이자 ‘와하’ 커뮤니티의 실무, 책임 역할을 담당하는 박정형 씨는, 2018년 4월을 시작으로 꾸준히 이 공간을 관리하고 지켜오고 있다. Q. 센터장님 소개와 함께 ‘와하’가 어떤 곳인지 독자들을 위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이주인권센터의 활동가 ‘박정형이라고 해요. 저희 센터는 2001년에 만들어졌어요. 처음부터 아랍/난민 무슬림 여성분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시작은 산업 연수제였죠. 저 역시도 초창기에는 산업 연수제와 관련해 이주노동자분들과 상담하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2016년쯤 도움을 얻으려 무슬림 난민분들이 인천 지역에 등장하기 시작했죠. 그게 첫 만남이었어요. 센터가 원래는 부평구에 있었는데, 운영진과 협의 후 연수구로 이사했어요. 감사하게도 이전 사실이 알려진 이후 많은 아랍 여성 분들이 와서 굉장히 환영해 주셨었어요. 개소식 때 음식을 가져와서 나눠 먹기도 하고요. 정리하자면 저희 ‘와하’는 아랍/난민 무슬림 여성분들을 위한 편안한 공간이자 쉼터를 목표로, 인천 내 아랍권 커뮤니티와 그 커뮤니티의 여성분들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현장에서 보셨을 때 느끼신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일자리 문제죠. 난민, 인도적 체류자분들이 주로 받는 게 G 비자 거든요. 이 비자 자체로는 취업할 수 없는데, 사업주와 고용 계약서 작성 후 출입국, 외국인청에 가 취업 허가를 받으면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출입국, 외국인청 직원분들이 난민, 인도적 체류자를 상대한 경험이 많이 없으세요. 그러다 보니 서류를 준비하고 찾아가, 근거를 설명해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리고 G 비자 카테고리 자체가 표준 비자 분류로 처리되지 않는, 여러 특수 사정의 외국인을 위한, 어떻게 보면 약간 잡다하다고 할 수 있는 비자에요. 이러다 보니 일을 할 수 있는 비자인데도 정부, 지역사회에서 취업 관련 지원이나 프로그램, 설명이 아예 부재한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 속에서는 사실 불법으로 일할 수밖에 없죠. 당장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까요. Q. “무슬림 여성”에 특별히 더 관심을 두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어머니 분들이 혼자 오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게, 어머니 분들이 토로하시는 고민의 내용이 남편들의 것과 확연하게 다르다는 거예요. 여성분들은 가정의 양육, 가사노동을 담당하며 실질적인 생활을 책임지는 존재에요. 남성분들의 상담 내용은 대체로 근무처에서의 불합리한 대우 문제에요 그런데 여성분들의 이야기에서는 타국에서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오는 근본적인 고립감, 공동체 연결의 부재에서 오는 고독이 깊게 느껴져요. 저에게는 어쩐지 그 분들의 그런 얘기들이 굉장히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여성분들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Q. 과거와 비교했을 때 한국사회가 무슬림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변화가 있다고 느끼시나요? 무슬림은 여전히 한국 사회 내에서 소수 중 소수에요. 그래서 사실 수용의 단계까지 왔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요. 오히려 이들의 유입 이전부터 강하게 자리 잡고 있던 편견이 점점 더 굳어지고 있다고 느끼구요. 한국 사회가 무슬림 여성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무슬림 여성들이 소극적인 피해자이기만을 바라는 것 같아요. 이슬람이 가진 가부장적인 측면을 부정하는 게 아니에요. 아직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정 내에서 여성과 남성이 가지는 발언권과 결정권에서 크기 차이가 있다는 게 느껴져요. 다만 그런 측면만을 이슬람과 무슬림의 전부라고만 생각한다면, 그 안의 사람들, 그중에서도 무슬림 여성들의 삶은 필연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어요. 무슬림을 이야기할 때 오직 이슬람이 ‘여성에게 얼마나 억압적이고, 차별적인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 담론 속에서 여성들은 영원히 피해자로만 남게 돼요. 이런 식의 담론은 당사자들 삶의 실질적인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에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 사회 내에 살아가는 무슬림 여성들의 주체적인 존재를 지우는 일이에요. Q. 센터 내에서 이주민 아동들을 위한 공부방도 운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학교생활 적응에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현장을 지켜보시면서 필요하다 느끼셨던 지원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공부방이 확실한 대안은 되지 못한다고 느껴요. 센터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활동을 진행하는 거죠. 소수의 케이스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이주 아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아이들과 학업 성취도 부분에서 격차가 생기게 돼요. 아무래도 한국 사회는 교육의 상당 부분을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수학과 과학의 비중이 크죠. 어느 시점부터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니까요. 사실 안타깝죠. 왜냐하면 정말 어린 시절부터 봐온, “아 이 친구는 정말 총명하다.” 느꼈던 아이들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 벽을 느껴 학업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Q. 센터를 운영하시며 가장 큰 보람을 느끼시는 순간이 있으시다면 언제일까요 아주 보수적인 가정의 여성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그 여성분의 남편분이 이 공간에 오는 건 예외적으로 허락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 얘기들을 듣다 보면, ‘와하’라는 공간의 존재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되죠. 센터가 여성분들이 한국 사회 내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서 보존되길 바라요. 가끔 여성분들이 와하 공간을 대여해 행사라든지, 모임을 주최할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또 ‘와하’라는 공간이 여성분들께 자원이 되어주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죠. Q. 센터장님께서 꿈꾸시는 이주민과 한국인이 진정으로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한 문화권이 힘을 받으려면 이주민들이 성장해야 해요. 이주민들이 기존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는 세상이 건강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에요. 성공하는 이주민들의 사례가 많아져야 해요. 유학생들뿐만 아니라, 이미 한국에서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 특히 어린 시절부터 한국 사회를 경험하며 살아온 이주민들의 성공 사례가 필요해요. 이주 아동들은 부모님 나라(본국)와 한국 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가진 존재에요. 이 아이들이 성장한다면 지금 제가 하는 활동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저는 그때가 너무 기대돼요.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게 될 독자 분들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요 최근 이주민 혐오증이 심해지고 있어요. 시위와 같은 방식으로 이 혐오를 조직적으로 표현하는 세력도 증가하고 있고요. 하지만 돈과 상품이 이동하는 세상에서, 사람이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요. 이러한 이동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고, 막고 싶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이주민들을 돕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가끔 생각해요. 종종 이주민들을 불쌍한 사람이여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이런 분들은 기대와 다르게 실제 이주민들이 ‘불쌍하지 않다는 걸 발견하면 실망하거나, 배신감을 느끼시죠. 이주민분들을 돕는 이유는 그분들이 불쌍해서가 아니에요. 정의와 연대의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이주민들은 같은 사회 구성원이지만 제도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위치에 놓여있고. 차별적인 상황을 경험하고 있어요. ’불쌍해서‘ 돕는 것이 아닌, 사회가 같은 구성원에게 동등한 권리를 제공하지 않는 것에 항의하는 것이에요. 한국 사회 난민의 역사는 1970년대 베트남 피난민의 수용과 함께 시작된다. 이후 1992년 12월 3일 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2001년에 최초의 난민을 인정한 바 있다. 그 후 2011년 12월 29일 난민법안이 국회 본회에서 통과되었고,2013년 7월부터 난민법이 제정돼 시행되기 시작했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밖에 없었어요. 참고할 수 있는 선행 사례, 예시 자체가 부재했던 상황에서, 가정 구성원들의 기초적인 생활과 정착을 지원해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당사자분들과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그때그때의 요구사항과 필요를 보충해 나가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박정형 활동가가 어려움에도 활동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동기는 아랍/난민 무슬림 여성들에게 가진 깊은 애정, 그리고 정의와 연대를 향한 신념이었다. 아직 변화는 완성되지 않았다. 박정형 활동가의 ‘와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신수민 기자(necrotixm@gmail.com)
대학 내 인권 단체들의 존립 위기 원인으로 대학사회 내 ‘백래시’와 ‘학생 사회 내 의사결정 구조’가 지목된다. ‘백래시’란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을 뜻하는 용어로, 페미니즘 등 진보적 사회 의제에 반대하는 경향을 지칭할 때 쓰인다. 인권 기구 폐지 담론에 페미니즘, 퀴어 등 진보적 의제에 대한 주류 사회의 반발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송지현 전 중앙대 성평등 위원장은 올해 일어난 대학가의 인권 기구 폐지에서 나타난 ‘백래시’가 이전부터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는 점을 짚었다. 송 전 위원장이 활동했던 중앙대 성평위는 2014년 중앙대학교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뒤 총학생회 산하에 설치된 기구다. 중앙대 성평위 폐지는 지난 2021년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위원회 폐지 연서명 게시글에서 시작됐다. 이어 10월 8일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에 성평위 폐지 안건이 올라왔고, 출석 인원 101명 중 59명의 찬성으로 성평위 폐지가 결정됐다. 회의에서 반성폭력위원회,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등 대안기구 설치가 제안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송 전 중앙대 성평등위원장은 지난 2021년 중앙대에서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된 이후 다수 매체에서 학내 인권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해왔다. 현재 중앙대 사회학과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송 전 위원장은 지난 9월 한국여성학회가 주관한 <성평등 민주주의 포럼: 함께 만드는 성평등 민주주의>에서 “총여-성평위-여가부 폐지 이데올로기를 넘어”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벗어난 성평등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전 위원장은 고려대 여위와 성평위, 성균관대 정정헌이 폐지된 과정이 중앙대 성평위 폐지 과정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대학가에서 연달아 벌어진 인권기구 폐지의 근본적 원인은 '백래시'와 '대학사회의 구조' 때문이라고 짚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중앙대 성평위 폐지와 올해 발생한 고려대 소인위-여위 통폐합, 성균관대 ‘정정헌’ 준강등 사건의 유사점은? “공통점은 ‘단체가 학생 사회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고 소수만을 대변하는 기구의 존재 의미가 없다’는 것이 폐지 근거로 제기됐다는 점이다. 또 총학생회, 동아리 연합회 등 권위를 가진 학생회나 단체에서 특정 단체를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추궁했다는 점, 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사전에 전제하고 나서 단체의 활동 목적이나 존재 의의를 물어본다는 점, 활동 목적성을 근거로 대며 ‘단체의 존재 의미가 학생 사회 전체를 대변할 수 없지 않느냐’하는 질문들을 던진다는 점이 유사하다. 중앙대 성평위 또한 ‘페미니즘을 기조로 활동한다는 점’과 ‘여성을 우선시하는 기구의 존재가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Q. 대학가 인권기구 중징계가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지? “우선 다수주의에 입각한 학생 사회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다. 총학생회, 동아리 연합회 등 주요 학생 기관의 의사 결정은 주로 다수주의에 기반한 표결로 이뤄진다. 하지만 학생 사회의 다수가 누군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생각했을 때 누군지 생각해 봤을 때, 그 다수는 페미니즘, 성소수자 인권, 기후 위기 등의 진보적인 의제들에 동의하지 않는 주류인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현재의 대학 사회의 구조 자체가 인권 기구들에게 억압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총학생회는 7,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세력이었던 총학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인데 그 당시의 (조직) 구조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대학 내 진보적 정치 세력으로 기능했던 총학의 역할은 지금의 특별기구, 인권기구가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구들이 총학 위주의 다수결 투표로 인준, 사업 결정, 회계권, 인사권 등 중대한 권한들을 할당받는 구조가 문제적이다.” Q. 학내 공감대가 사라지고 있음에도 인권 기구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사회 내에서도 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단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성폭력 사건’ 등 모두의 공동 대응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일에 대응할 기구가 필요하다. 인권 기구들이 대학 사회의 공동체적인 삶을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Q 이러한 사건들을 대학 내 ‘탈정치화’라고 봐도 되겠는가? “‘탈정치화’는 아니다. 탈정치화는 ‘억압 세력들이 정치에서 벗어나는 과정’인데, 해당 사건들은 ‘공격적인 정치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보수적인 의제들의 정치화 과정’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나 생각한다.” Q 학내 인권 기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움직임이 필요할까? “(다소 이상적이긴 하지만)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지금은 총여나 성평위 등의 대학사회 내 구조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억압을 받고 있는 기구들이 대학을 넘어 대학사회 구조 자체에 저항하는 공동 대응도 필요하다고 본다.” 김수영 기자 (suyoung864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