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청년 세대가 체감하는 가장 큰 사회적 갈등으로 젠더 갈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 갈등은 단순히 청년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깊이 작용하고 있으며, 정치권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 시리즈는 청년들의 관점에서 젠더 갈등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고,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조명하고자 한다. <대학알리>가 지난 23일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경희대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젠더 갈등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대학알리>는 먼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성과 교제가 가능한지 물었다. 지난해 8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시행한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약 4천 명의 성인 남녀 중 58%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나 지인과 술자리도 함께할 수 없다는 응답자도 33%에 달했다. 대학생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대다수의 대학생은 정치 성향을 교제하기 어려울 수 있는 하나의 요인으로 파악할뿐, 교제가 불가능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지는 않았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A 씨(여)는 “성향 차이라고 생각한다”며 “생각은 누구나 다를 수 있으니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국외대 B 씨(여) 역시 “응원하는 야구 팀이 달라도 괜찮은 것처럼,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 성향이 교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경희대 C 씨(여)는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이성과는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평소에도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고집도 셀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외국대 D 씨(여) 역시 “가능은 할 것 같다”고 밝히면서도 “만약 저의 사상과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제가 지지하지 않는 신념을 강요한다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E 씨(여) 역시 “어느 정도 다른 의견은 수용해야 하지만,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다면 정치적 성향뿐 아니라 가치관 자체가 크게 차이난다는 것이기 때문에 교제가 어렵다”고 밝혔다. 반대 입장을 밝힌 대학생들은 ‘극단성’을 주요 키워드로 뽑았다. 어느 방향이든 극단적인 성향을 지녔다면 교제가 꺼려진다는 입장이다. <대학알리>는 이후 20대 남성은 보수, 20대 여성은 진보의 경향성이 두드러지는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이유를 물었다. 인터뷰 결과 많은 대학생들은 성별에 따른 정치적 경향성을 통계보다 더욱 크게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D 씨는 “실제로 친구들과 대화해 보면 남자 중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10명 중 1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힌 반면 “여자인 친구들은 거의 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 씨도 인터뷰 말미에 “대학에 와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 있구나’를 참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하며 성별 간 차이에 주목했다. 대학생들은 정치권을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시사했다. 한국외대 F 씨(남)는 “진보 진영은 자신들의 가치에 따라 여성 인권 정책을 다루는 정당이 많고, 보수 진영은 군대 관련 측면을 주로 다루니 어쩔 수 없이 지지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보였다. D 씨 역시 “특정 후보가 갈라치기 정책을 펼쳤던 것은 이미 유명하다”며 “그 이후에 성별 간 정치 성향 차이가 더욱 커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학생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군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군대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경희대 G 씨(남)는 “남성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20대 초반에 (군대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하는 군 대북관 등이 보수 성향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E 씨 역시 “군대는 정치적이고 안보적인 문제이지 남녀의 문제가 아닌데, 이를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성별을 개입시킨 정치권에서 시작된 문제”라며 군대 문제와 정치권을 연결지었다. 이렇듯 젠더 갈등이 정치적 갈등으로 연결되는 현상에 대해 많은 대학생들은 정치권의 접근 방식 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D 씨는 “대선 후보자들이 여성, 남성 정책을 이야기할 때 젠더 갈등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대학생들이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를 젠더 갈등으로 끌고 가지 않고, 남녀가 평등을 추구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F 씨 역시 “최근 ‘좋은 정책’의 의미가 극단화돼 상대측을 깎아내리는 갈라치기로 변모하는 것 같다”며 정책이 가지는 의미의 재정립을 요구했다. 대학생들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시됐다. 앞서 정치권의 접근 방식 개선에 대해 이야기한 F 씨는 “인터넷, SNS 등에서 일방적인 정보만을 수용하는 대학생들도 문제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이 정치적으로 편협한 정보에 의존한다면 정책의 의미는 극단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외대 H 씨(여)는 “20대 초반에는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주변 친구들에게 ‘물타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밝혔고, 경희대 I 씨(여) 역시 “두 성별 모두 극단적인 사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마치 일부 사례가 해당 성별 전체를 대변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성별이 차별 받고 있다’는 극단적인 논리에 따라 상대 성별이 옹호하는 것과 반대되는 정당을 선택한다는 해석이다. 결국 많은 대학생들은 교제에 있어, 더 나아가 젠더 갈등이라는 현상 자체가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상황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떻게 하면 젠더 갈등, 정치적 갈등,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양극화 현상을 바로잡고 통합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대선 시리즈 3부에서 이어간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서지우 기자(04hamziwo@naver.com) 최민혁 기자(fhtsgy71@gmail.com)
지난 6일, 고려대학교 4.18 기념관에서 열린 제2회기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소수자인권위원회와 여학생위원회의 징계로 두 단체 합병이 의결됐다. 특별기구의 사업을 감사하고 의결기구에 보고하는 감사위원회 설치 안건도 가결됐다. 고려대 전학대회에서 학내 특별기구에 최고 단계 징계인 ‘제명’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합병’ 조치가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감사기구 설치도 이례적이다. 이에 소인위와 여위가 속한 학내인권단체협의회는 지난 13일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의 인권 자치기구 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합병 징계와 감사위원회 설치에 반발했다. 고려대 소수자인권위원회와 여학생위원회 대표자에게 전학 대회 결정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Q. 여학생위원회와 소수자인권위원회를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여학생위원회 (이하 ‘여위’) : 여위는 여성주의를 바탕으로 학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주체적인 여성 운동을 통해 여학생들의 권리를 밝혀 나가는 일을 해 나갑니다.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이 마주하는 젠더 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여성주의 세미나를 주최해 공론장을 만들기도 하고, 성폭력 사건이나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한 대책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소수자인권위원회 (이하 ‘소인위’) : 소인위는 다양한 소수자성 간의 ‘상호 교차성’에 주목하는 단체입니다. 한 개인이 하나의 소수자성만 지니고 있지 않은 만큼 다층적인 측면에서 소수자성을 이해하고, 차별과 억압에 대항하기 위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매년 제작·배포하는 ‘인권 가이드’가 있습니다. 단과대에 연락해 배부 의사를 확인하고, 단과대에서 원하는 곳에 비치하는 방식입니다. 소인위가 설립된 중요한 배경 중 하나인 ‘인권 침해 사건 수임’은 중요한 상시 업무 중 하나입니다. 학내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갖고 인권 침해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이외에도 퀴어 퍼레이드나 기후정의 행진에 함께 하고싶은 분들이 있으면 저희가 기획하기도 하고요. 이런 행사들은 저희가 주최하기보다 함께 가는 방식으로 연대합니다. 시기마다 중점적인 이슈를 정해서 사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지난 학기에는 팔레스타인 연대가 주요 활동 주제였네요. ‘팔레스타인 연대’가 학교랑 무슨 상관이냐라는 질문도 받는데요. 고려대학교는 현재 이스라엘의 대학과 학술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집단 학살에 연루돼 있는 국가와의 관계라는 점에서 문제라 생각해 학술 교류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Q.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제기된 문제가 무엇이었나? 소인위 : 2025년도 상반기 계획이 부족하다는 점, 활동 계획에 적어낸 ‘단체 내부 세미나’에는 단체 외부 학우들이 참여할 수 없다는 점, 외부 연대 사업이 ‘학내 구성원을 위해 활동한다’는 소인위의 기조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점 등이 지적돼 단체 재인준이 부결됐습니다. 지난 4월 전학대회에서 징계가 결정됐고, 이후 저희는 5월, 6월에 걸쳐서 열린 임시 전학대회에서 추가 소명 자료를 제출하며 활동 계획을 보충했습니다. 외부 연대 활동이 소인위 기조에 반하지 않는다는 지점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결국 ‘합병’이라는 중징계가 나왔고,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위 : 여위의 경우에는 ‘외부 연대와의 관련성’에 대해 지적받았습니다. 저희는 외부 연대 활동이 단체 활동과 충분히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재인준 부결’이라는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소명 자료에 ‘성폭력 창구 강화’, ‘외국어 운영’ 등의 학내 계획을 보충했고요. 그럼에도 ‘활동 계획이 여성 인권 문제와 무슨 관련이 있냐’는 식의 질문만 되풀이됐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려도 이전 답변에 대한 질문만 계속해서 반복되니 회의 내내 의견이 묵살당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해당 질의가 얼마나 지속됐나? 여위 :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다이인 퍼포먼스’ 참여가 문제시됐는데요. 여성주의와 기후 정의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소하게 느껴지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명을 드렸는데도, ‘모든 사안에 여성 의제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데, 아전인수격으로 페미니즘을 해석해 특정 행사만 참여하냐’는 식의 지적이 들어왔어요. 여성과 관련이 없을 수가 없는 사안이고,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 보이더라도 연대 차원에서 나갈 수 있는 거잖아요? 이런 질문들이 계속해서 지적되니 조금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소인위 : 특히 여위같은 경우에는 비공식적인 부결 사유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어요. 탄핵 정국 이후에 여위에서 개최한 ‘민주주의와 극우’ 세미나인데요. 서부지법 사태에서 남성들이 통계적으로 많이 가담한 걸 두고 그것이 남성들의 극우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페미니즘적인 해석을 위해서 진행된 세미나였습니다. 이 세미나를 두고 처음에는 ‘민주주의와 여성주의가 무슨 관련이 있냐’라며 질문하셨어요. 서부지법 사태 당시 남성이 대부분 가해자였고, 이것이 여성주의와 무관하지 않아서 진행했다고 답변했는데 그 이후로부터 ‘성차별적이다’, ‘남성을 가해자로 규정하는 것이냐’는 등의 질문이 끊기지 않았고요.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성폭력 시위가 아닌데 이게 여성주의와 무슨 관련이 있냐’라는 질문이 기억에 남네요. 여성주의가 성폭력과 성희롱에만 국한된 건 아니잖아요. 여위 : ‘유해한 남성성’ 개념을 들어가면서도 계속 설명했고요. 그런데도 대의원 분들께서는 ‘여위가 남성은 무조건 가해자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있구나’라고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그에 관한 꼬리 질문이 계속 이어졌고요. 저희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이걸 오해하신 뒤로 마음을 굳히신 것 같아요. Q. 해당 회의에서 징계 결정에 대한 이의 제기를 따로 하지는 않았나? 소인위 : 설명은 저희도 꽤 길게 드렸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질의가 반복된다고 생각하셨는지, 이제 표결로 넘어가자고 의사 진행 발언을 하시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이 오갔는데, 반대 의견에는 이미 저희가 소명한 내용도 있었어요. 그래서 다시 소명드리고자 하니까, 이미 질의 시간이 끝났다고 발언권을 주지 않으셨어요. Q. ‘감사 기구 설치’와 ‘합병’에 대한 징계 내용은 어떻게 제시되었나. 여위 : 원래 재인준이 부결되면 징계 여부를 결정하고, 징계가 확정되면 경고, 합병, 제명 중 하나를 결정해요. 전학대회 전까지만 해도 저희는 인준은 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합병이라는 결정을 고려하지도 않았고요. 감사위원회 때는 특별기구 대상으로 감사한다고 해서 굉장히 우려스럽긴 했어도 어떻게든 대응해보려고 했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대응하기가 어려웠어요. 보통은 안건 세부 사항을 사전에 공개하잖아요? 이번엔 갑자기 현장 발의를 진행하신 거예요. ‘이건 특별기구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안이니 세부 내역을 미리 공개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드렸는데, ‘세부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설치 목적에 어긋날 수 있어서 구체적 자료를 안건 발제 시에 최초로 공개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근데 이게 무슨 말인지 사실 이해하기가 어려웠고요. Q. 지금까지는 별 탈 없이 재인준이 되었는데, 이번 전학대회에 제출한 사업 계획이 작년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여위 : 작년과 크게 달라진 사업은 없습니다. 지난 12월 이후 외부 연대로서 ‘퇴진 집회’를 많이 나가긴 했어도 이게 주요한 사유는 아니었습니다. 소인위 : 저희는 ‘노동절 전야제 공동 주최’ 건으로 지적 받으면서, ‘주최 단체의 기조가 윤 정권 규탄인데 알고 갔냐’는 식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전야제 행사의 주관은 학생 단위이기 때문에 노동절 행사 주최단체의 기조와는 관련이 없어요. ‘외부 단체 연대, 집회, 연명 참여에 기준이 있느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모든 활동 위원들이 정기 회의를 통해 결정한 사항이고 결정 과정에서 인권 침해 같은 문제가 있으면 조치를 취할 것이다’는 답변도 드렸고요. 이런 질문들은 활동 자체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답변하기도 곤란했고, 단체의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작년 전학대회는 어땠나? 여위 : 작년에는 이 정도로 공격적이지 않았습니다. 비약이 심하거나 말도 안되는 질문이 들어오면 의장이 제지하는 형식으로 끊어내기도 했습니다. 소인위는 어떤 질문도 받지 않고 재인준 됐어요. 여위는 작년에도 ‘이태원 참사 추모제’가 여위 사업 및 페미니즘과 무슨 관련성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래도 재인준은 받았습니다. 한 단체가 종종 경고를 받기는 했어도, 이렇게 줄줄이 여러 단위가 부결된 적은 처음입니다. Q. 전학대회 의장인 총학생회장 측의 과실이 있다고 생각하나? 여위 : 총학생회측은 대의원들의 공동 결정이었다며 독단이 아니었다고 말씀하시고, 회의 진행 중 의장도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학대회 당시 당황스러웠던 부분은 총학생회 측에서 합병을 강하게 강조했고, 부총학생회장도 “차이가 별로 없다면 같이 가자”는 식의 발언은 했다는 점입니다. 총학생회장께서 회의 진행만 하셨다기엔 개인적인 의사로 여겨질 발언들도 있었고, 감사위 검토부터 전학대회까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여위 :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이 있었어요. 선거 본부 시절에 정책 질의서를 보내면서 ‘성소수자 관련해서 퀴어 퍼레이드 참석 같은 연대 활동을 진행하실 의사가 있는지’를 여쭸는데, 거기에 대한 답변이 ‘없습니다’ 딱 4글자로 왔어요. 이전에는 총학생회가 인권 연대 차원에서 퀴어 퍼레이드를 참여한 적이 종종 있었거든요. 다른 의제에 관해서는 어떤 계획이 있냐고 질문했을 때도 ‘특별히 없지만, 논의는 해 볼 수 있다’는 식으로 답변이 왔어요. 전반적인 정책 질의서 답변 내용이 ‘솔직히 생각해본 적 없지만, 요청 시에는 한 번 생각해 보겠다’는 식인데, 저희 입장에서는 시혜적이라는 느낌이 들죠. 소인위 : 선거 본부 시절에, ‘총학생회에서 주관해왔던 사업인 ‘인권 주간’을 이어서 주관할 생각이 있으시냐’라고 물으니까 ‘특별 기구가 주최하고, 총학생회가 인력 정도만 지원해주면 안되겠냐’며 답변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돌연 합병하겠다고 하시면 그럴 여지도 없어지는 거잖아요. 인권연대국도 복지국으로 축소되고, 인권 의제를 다루는 특별 기구마저 이런 중징계를 내리면 도대체 누가 업무를 담당하나요? 업무 공백은 어떻게 채울까요? Q. 소인위와 여위 합병 시 문제점은 무엇인지? 소인위 : 소인위와 여위는 회칙과 운영하는 방식, 중심 기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소인위는 상호교차성을 기반으로, 폭넓고 포괄적인 인권 의제를 다루고 있고, 여위는 여성주의에 입각해서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오던 사업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합쳐버린다고 업무를 바로 수행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대의원께서는 연대 사업이 겹친다거나, 공동 주체로 참여하는 사업이 많다는 이유로 교집합이 넓으니까 그냥 합쳐도 된다고 말씀하셨지만, 실상은 많이 다릅니다. 여위는 세미나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거나, 도서 대출, 정혈 용품 배치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소인위는 인권 가이드 배포나 혐오 표현 사전 업로드, 비건 간식, 배리어 프리 간식 사업 등을 전개하는 걸 고려했을 때 결이 정말 다르거든요. 이걸 갑자기 합치면 업무 분장을 어떻게 할 것이며 회칙은 어떻게 합칠 것이며… 여위 : 효율적이라는 것도 사실은 대의원분들의 입장에서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대의원 분들이 저희 활동에 그렇게 관심을 가져 오셨는지 조금 의문스러워요. 저희는 실무자잖아요.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합병 조치가 비효율적이라고 말씀을 드린거거든요. 그리고 사실 총학생회 산하에 여위와 소인위가 있다는 것에 대한 상징성이라는 게 있잖아요. 저는 학교에 들어와서 총학 산하에 그런 단위가 있다는 것에 정말 위안을 받았었거든요. 정체성을 호명받는다는 상징성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단위들을 다 포괄할 수 있다는 것인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아요. 슬프기도 하고요. Q. 최근 애기능생활도서관 (이하 ‘애생도’)가 전학대회에서 자료 제출 미비로 100% 예산이 삭감되는 징계를 받았다. 이번 사태도 이 건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지? 소인위 : 아예 관련이 없다고 보긴 힘들 것 같고요. 물론 사업상의 문제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문제 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요구하는 정도가 조금 지나쳤다고 생각해요. 질의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어휘나 질문이 조금 무례했던 부분도 있었고요. 이용자가 적다는 이유로 단위의 필요성을 간과해버린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소수자 관련 사업들은 참여 수준이나 공감대 형성이 대규모 간식 사업보다는 낮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다면 그런 사업들은 다 중요하지 않으니까 없애도 된다는 것인지.. 결국 경고 차원에서 100% 예산 삭감이 됐는데, 예산을 아예 삭감해버리면서 어떻게 다음 해에 사업을 해나가라는 건지도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긴 했습니다. Q. 이번 사안을 ‘학내 인권 단체 탄압’으로 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소인위 : 감사위 설치에 관련한 세부 내용을 보다 보면 탄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물품을 압수한다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 잘 모르겠어요. 국가 기관도 함부로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소인위는 공간도 없거든요. 개정 전 회칙상 특별 기구는 총학생회 차원에서 공간을 마련해 줄 필요도 있다고 적혀 있는데, 소인위는 공간도 없어요. 그래서 보통 위원들 집에다가 물건을 두거나, 사물함에 두거나 하는 상황이란 말이예요. 그런데 압수를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집을, 문을 따고 들어오겠다는 말인가? 사실 정말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너무 많고요. 탄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총학생회에서 ‘특별 기구의 주요 사업들이 부실하거나, 구조적 한계로 인해서 취소되거나, 형식적 수준에서 진행되는 사업들이 너무 많다’고 하셨는데, 정말 말 그대로 업무상 인력 부족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면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잖아요. 기구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도 아니고요. 인권 주간은 원래 총학생회가 주관해오던 사업인데 저희가 그 자료를 요구한다고 해서 인권국에 의존한다는 식으로 표현하시는 점도 이해가 어려웠고, 재인준 심의에 사용되는 서류가 통일성이 없다는 것도 사실 총학생회가 통일성을 갖춘 형식을 주시면 해결될 문제고요. 정말 저희가 무슨 활동을 하는지 알고 싶으시다면 저희에게 직접 연락을 하시면 외부 연대에 대해 설명드릴 수 있는데, 감사위를 설치해서 자료를 강제로 다 가져가겠다는 것은 회칙에 명시된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위의 경우에는 성폭력 대응 창구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 업무의 경우 비밀 유지 서약서를 작성하고,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사안인데 자료를 압수하겠다, 제출 요구가 가능하다고 해버리면 인권 침해로 이어지기 너무 쉬운 상황이고요. Q. 이런 대학 사회 내의 조류가 전 세계적 극단주의 조류와도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여위 : 전 세계적인 조류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저희 학교 뿐만 아니라 대학 전반적에서 정치 혐오라든가, 탈정치화 같은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추세가 보입니다. 또 대학의 기업화가 심해지면서 대학이 마치 학우들에게 상품을 제공하고, 축제에 연예인을 불러오는 등의 활동만 해야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조류에 따라 총학생회 선거 본부도 정치적인 활동을 피해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왜 학내 기구가 외부 집단과 연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여위 : 고려대학교는 한국 사회와 완전히 동떨어져있는, 독립적인 곳이 아닙니다.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학교 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학교 분위기가 사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학우들이 겪는 근본적인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학교 바깥에도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저희는 학우들을 경시한 채로 학교에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소극적으로 학내 복지나 학내 문제만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면 그거야 말로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우들이 겪는 성폭력,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근본적으로 ‘이게 어디서 비롯되느냐? 이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라는 질문을 떠올려 보면, 저희는 학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학외로 나가서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도 일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인위 : 저희는 회칙상 학생 사회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물론 학내 사업이나 인권 침해 사건 수임 같은 것을 통해서 개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고 저희도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에 근본적인 차별이나 억압 철폐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부 연대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외부 연대 없이 어떻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까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인위 : 학내 인권 자치 기구가 활동 내역에 국한된 게 아니라, 존재 자체에 의의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소수자인 학내 구성원에게는 인권 자치기구의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될 수 있고, 특히 인권 부서들을 없애고 복지국 내에서 인권 의제를 다루려고 하는 총학생회의 기조 아래에서는 소인위나 여위와 같은 단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권과 관련된 특별 기구의 존재와 활동이 학생 사회의 평등함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중요성을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김수영 기자 (suyoung8649@gmail.com) 조수민 기자 (2kzmzip@gmail.com)
지난 3월 발생한 충북대학교 내 폭력 사태에 대해 대학 본부는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오후 7시, 충북대 개신문화관 앞에서 <3.11 충북대학교 학생결의대회>가 개최됐다. 동시간대 사회과학대학 잔디밭 앞에서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긴장감이 맴도는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은 각자 의견을 펼쳐나갔다. 그러나 탄핵 찬성 집회에 극우 세력이 난입하면서 긴장감은 한순간에 폭력으로 번져나갔다. 극우 세력은 나팔차로 고성을 지르고, 참여자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밀며 동의받지 않은 촬영을 강행하거나, 발언자 뒤에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등 소란을 일으켰다. 계속되는 방해에도 불구하고 집회가 강행되자 참가자들에게 “빨갱이들아”라고 소리치는 등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사전에 경찰 보호를 요청한 충북대학교 학생공동행동(이하 학공동)에게 대학 본부는 “긴급 신고가 아닌 이상 충분한 경찰력을 동원할 수 없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고, 사태 도중 해결을 요구하는 참여자에게는 “신고된 (탄핵 반대) 집회 종료 시각이 오후 9시”라는 대답만 반복하며 “학내 집회를 금지해야 한다”는 발언도 일삼았다. 집회 참여자들을 보호해야 할 경찰은 약 한 시간 동안 발생한 각종 비방, 욕설, 폭력을 방관했다. 집회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학공동은 개신문화관 실내로 이동했고, 이를 틈탄 극우 세력의 방화로 학공동의 현수막과 피켓이 불탔다. 폭력 사태가 끝나고, 학공동을 비롯한 충북대 학내 구성원들은 이와 같은 폭력 사태에 즉각 대응했다. 학공동은 3.11 집회 참여자 및 관련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고 피해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대학원생 및 석, 박사 후 연구생들이 대자보를 부착하고, 학부생-대학원생-교수 공동 대응 회의를 진행했다.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박홍영 교수는 사회대 총회 발언을 통해 대학 본부에 ▲집회 난동자 고발 ▲경찰 책임 문제 제기 ▲비상 상황 안전 시스템 마련 ▲광장 내 적절한 의사 표현 교육 ▲심리 상담 등을 요구했다. 대학 본부 측은 요구사항에 동의했으며, 극우 유튜버에 대한 조치와 피해 학생 면담 등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피해 보호 조치를 약속하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던 충북대 고창섭 총장의 태도가 갑작스럽게 변한 것은 3월 30일 학공동이 주최한 <청년 학생 결의대회>에서부터였다. 고 총장은 집회를 준비하는 학공동 스태프를 찾아와 “학생이 총장 얼굴도 못 알아보냐, 너 이리 와 봐라”며, “학생들 잘 생각해야 한다, 이거 불법이다”는 허위 발언도 이어갔다. “징계할 거다. 여기에 있는 애들 사진 찍어라” 등의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학공동은 총장 협박성 발언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발행했다. 학공동은 “(고 총장은) 담화문에서 ‘민주’를 여섯 번이나 언급하면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열흘 남짓 되는 시간 동안 자신이 한 말을 모두 잊어버린 듯, 민주적이고 평화롭게 집회를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손가락질과 협박 등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고 총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후 4월 8일,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로 구성된 3.11 학내 극우 폭력 사태 충북대학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출범했다. 4월 10일, 공대위는 대학 본부에 3.11 극우 폭력 사태에 대한 대응을 요구했다. 대응 요구안은 ▲법률 대응 요구안▲심리 지원 요구안 ▲학내 민주적 기본권 요구안 ▲기타 요구안 등으로 구성됐다. 4월 14일 발송된 대학 본부의 답변에 공대위는 “충북대학교 학생처의 검토안은 매우 소극적이고 제한적인 입장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의 더욱 책임 있는 입장표명과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해서 “충북대학교가 구성원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고, 민주적 학내 질서를 지켜내기 위한 책임 있는 기관의 역할을 다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학 본부는 입장문의 회신을 통해 “기존 입장과 변함이 없다”는 답변을 제출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공대위는 5월 9일부터 5월 14일까지 ‘충북대학교 학내 민주주의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충북대학교 학내 민주주의를 위한 서명운동’에는 충북대학교 ▲학부생 ▲대학원생 ▲교원 ▲졸업생 ▲연대 시민 등이 참여했다. 서명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기재한 ‘참여자들의 한마디’에는 “내 학교에서 민주주의 지켜내고 확대하자!”, “우리 학교가 단순히 상대의 의견을 억누르려는 집단적 독백의 장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면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자유로운 표현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와 같은 충북대 재학생들의 의견도 있는 한편, “전남대 학생입니다. 응원합니다”, “동덕여대 졸업생으로서, 학내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학생들의 목소리를 묵과하는 학측의 행태를 규탄합니다” 같은 타대학생들의 연대 메시지도 있었다. 공대위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총장에게 서명 결과를 전달하고자 했다. 지속적으로 대화를 요청하는 공대위에게 충북대 비서실장은 “현재 총장님이 어떤 일정을 수행하고 계신 지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으며, 현재 일정이 언제 끝나는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후 공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에게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 총장, 우리도 더 이상 필요 없다”며, “3.11 폭력 사태와 3.30 총장 징계 협박 발언 이후, 고창섭 총장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학생들과의 대화에 나선 적이 없다”라고 지탄했다. 또, “5월 23일까지 총장과의 면담을 성사하지 않을 시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규탄할 것”을 경고했다. 현재는 오는 30일에 면담이 성사된 상태다. 학공동 송민재 집행위원장은 “열심히 준비한 집회가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방해받아 불가피하게 실내로 대피해 집회를 이어가야만 했던 것이 가슴 아팠다”며, “당시 제가 집회 사회를 봤었는데, 참가자들이 두려움을 느끼거나 트라우마가 생길까 걱정이 많이 됐다.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조롱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당시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윤석열 파면 이후, 학공동의 향후 방향을 묻자 “5월 20일, 집행위원회 토론을 통해 노학연대와 학내 민주주의 투쟁을 중심에 둔 학생운동 조직으로의 전환을 합의했다”며, “내란-극우세력의 완전한 청산을 위해 투쟁하며, 학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크고 작은 도전들에 맞서 싸우고자 한다”고 답했다. 조수민 기자 (2kzmzip@gmail.com)
대학언론에 ‘위기’라는 꼬리표가 달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 대한언론은 오늘도 위기다. 위기론의 지속은 ‘무엇이’ 위기인지, ‘얼마나’ 위기인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조차 희박하게 만든다. [대학언론 대담]은 방향 전환의 시도다. 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대학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 그들이 느끼는 뿌듯함, 그들이 느끼는 문제점, 그들이 떠올린 해결책을 듣는다. 정답은 없다. 명확한 해결 방안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대학언론인들은 여전히 대학언론이 존재해야 한다고, 대학언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왜’와 ‘어떻게’다. 대학언론은 왜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선우(김) : 안녕하세요. 서울대 유일 시사종합지 <서울대저널>의 학원부장을 맡고 있는 국어국문학과 22학번 김선우입니다. 손원민(손) : 안녕하세요. <서울대저널> 학원부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철학과 20학번 손원민입니다. Q. <서울대저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김 : <서울대저널>은 ‘진보를 일구는 참 목소리’를 모토로 하는 서울대 유일 시사종합지입니다. 학생자치언론으로서 소속 회원들이 기획, 편집, 발행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으며, 학교는 물론 총학생회로부터도 독립되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이러한 특징 덕분에 조금 더 비판적인 시선으로, 폭넓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다른 대학언론과의 차별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서울대저널>은 1993년 3월 <자주 관악>이라는 총학생회 기관지로 처음 출발했어요. 1995년에는 이름을 <우리 세대>로 바꾸고, 1997년 총학생회로부터 독립해 자치 언론으로 재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서울대저널>의 역사를 되짚을 때는 <우리 세대> 시기부터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것이죠. <서울대저널>이라는 이름이 완전히 정립된 것은 2001년 9월부터입니다. <서울대저널>은 1년에 총 6번 지면으로 발간을 합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나 행사 이후 비교적 빠르게 나올 수 있는 기사들은 온라인으로 내보내고, 다음 호 지면에 내용을 요약해서 싣는 식으로 이루어지죠. 기사를 내고 나면 당일에 인스타그램에 내용을 요약한 카드뉴스를 올립니다. 독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볼 수 있도록 하게끔요. 최근에는 학교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 것 같네요. 운영 자금의 측면에서는, <서울대저널>은 광고대행사와 계약을 통해 매 호를 발간할 때마다 광고 대금을 받고 있어요. 또 서울대학교는 총학생회가 학내에서 자치언론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단체들에게 매 학기 자치언론기금을 지급해요. 자치언론기금을 받는 자치언론들은 입출금 및 영수증 내역을 제출할 의무를 가지고, 총학생회 운영위원회 위원이 참관한 자리에서 다른 학내 언론들이 검토하는 방식으로 관리됩니다. 나머지는 구독자들의 정기 구독이나, 선배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것 같아요. 손 : 자치언론기금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자면, 서울대 학내의 여러 자치언론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이에요. 서울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학내에서 언론 활동을 하는 자치 단체가 지원 대상이고, 구성원이 특정 단과 대학으로 제한되지 않아야 하며, 활동의 결과가 서울대학교 전체 캠퍼스를 포괄하는 등의 조건이 있죠. 타 학내 기구에서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언론 자치 단체 역시 해당되지 않고요. 대신 지원 대상인 자치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Q. 언제 처음 대학언론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지. 김 : 2023년 8월에 수습기자로 처음 들어왔으니 올해로 2년째 활동하고 있는 셈인데요. 원래 <서울대저널>에서 PD로 활동하고 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같이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그 친구가 보고 난 후에 그 뮤지컬을 가지고 기사를 쓰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그 친구가 기사를 쓴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죠. 학교를 다니면서 뭐라도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때였는데, 그 친구를 타고 들어가 다른 기사들을 보니 어디에서 말하기 어려운 의제들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마음이 끌려서 대학언론인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손 : 2024년 1학기에 들어와서 이제 세 학기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대학에 들어오고 처음에는 장애인권동아리에서 활동했어서 그때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는데, <서울대저널>도 그중 하나였죠. 그때부터 기자들이 어떻게 취재 요청을 하고, 무엇을 물어보는지에 대해 알게 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들어가게 된 계기는 정말 우연인데, 제가 어떤 수업을 들었거든요. 저는 수업 제일 뒷자리에 앉았고, 제 앞에 <서울대저널> 기자 두 명이 앉아있었죠. 그 두 명이 그러면 안 되지만 (웃음) 수업은 하나도 안 듣고, 계속 데스킹을 하고 있더라고요. 우리가 다른 사람 글을 피드백할 일이 있어도 그렇게까지 정성을 들여서 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제 앞에서 데스킹하는 두 기자의 모습이 정말로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처럼 보였어요. 중간중간 주고받는 농담도 재밌어 보였고요. (웃음) 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울대저널>에 가면 저런 사람들을 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바로 다음 학기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Q. 대학언론인으로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김 : 처음 인터뷰를 했던 날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수습으로 들어왔을 때 기사 발간에 실패했는데, 그 이유가 인터뷰 따는 게 너무 무서워서였거든요. 그래서 인터뷰 요청을 하나도 안 하고 책에서만 근거를 찾으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기사가 너무 부실해져서 결국 마감 당일까지 글을 내지 못했죠. 그 다음에는 ‘무조건 기사를 싣겠다’는 마음으로 취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인터뷰 요청을 보냈는데, 그때도 인터뷰 요청 메일을 열 번 넘게 썼다 지웠다가 했던 기억이 있어요. 데스크를 붙잡고 ‘질문지 정말 괜찮나요?’를 몇번이나 물어봤던 기억도 있네요. 그렇게 당일이 되니까 그냥 아프다면서 도망가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로 떨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인터뷰이였던 교수님께서 너무 환대해 주셔서 머리가 멍했던 기억이 있네요. 무사히 마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뷰를 마치고 건물 계단에 주저앉아 10분 정도 멍하게 있었어요. R&D 예산 삭감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들어보는 인터뷰였는데,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교수님께서 “너의 전문분야도 아닌데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고 하셨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그 인터뷰를 끝내고부터 본격적으로 대학언론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자각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손 : 서울대에 만들어진 지 30년이 넘은 환경동아리 ‘씨알’이 있거든요. ‘씨알’의 창립을 함께했던 선배를 만나 당시 사회적 의제를 바탕으로 활동하던 학생 모임이 어떤 방식이었는지 인터뷰하는 기사를 쓰려고 했어요. 그분은 기성 언론과의 인터뷰도 워낙 많이 하신 분이었죠. 처음 만나서 간단히 인사 나누고, 음료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서 별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저에게 “기자 같지가 않네요”라고 하시더라고요. 나쁜 말 같지는 않아서 멋쩍게 웃었더니 뭔가를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독한 느낌이 안 든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때는 그냥 웃고 말았는데 집에 가는 길에도 계속 생각나고, 요즘도 가끔 생각나거든요. 기자 같지 않다는 게 뭘까 혼자 고민을 조금 했는데, 제가 대학생인 동시에 기자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특징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생이다 보니 학생의 태도로 무언가에 접근하게 되는 것들이 있고, 그런 부분이 기성 언론의 기자들이 인터뷰를 위해 접근하는 태도와는 차이가 있다고 느껴진 것 같아요. 누군가는 나쁜 말로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포인트에서 기성 언론과의 차이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때 들었던 ‘기자 같지가 않다’는 말이 계속 기억에 남네요. Q. 현재 대학언론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김 :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 첫 번째는 인력난이고, 두 번째는 그에 따른 업무 과중이라고 생각해요. <서울대저널>에서 2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신입 기자 모집을 7~8번 지켜봤는데, 단 한 번도 연장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인력 부족이 기본이 되니 현 회원들도 과한 업무량에 짓눌릴 수밖에 없죠. 사실 대학언론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과제하고 공부하고, 대인관계 관리도 하면서 취재를 위해 자료도 조사하고, 인터뷰 요청도 하고, 기사도 쓰는 것들이 쉬울 수가 없어요. 속된 말로 사람을 ‘갈아서’ 일을 하다 보니까 소진이 점점 빨라지는게 체감이 되죠. 결국 대학언론이 오래가려면 사람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인력난은 그럴 가능성마저 깎아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손 : 저는 이런저런 학보사 칼럼을 자주 읽어보는 편인데, 어느 학보사나 ‘독자가 없다’는 말을 변주해서 이야기하고 있더라고요. 기자라면 누구나 글이 자기만족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라잖아요.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내 글이 어디선가 읽히고 있고, 무언가를 바꾸고 있다는게 느껴지면 그래도 버텨낼 수 있거든요. 그런 뿌듯함을 얻을 길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 ‘읽히지 않을 글’을 쓰고 있다는 무력감이 대학언론인들에게 가장 피부로 와닿는 위기라고 생각해요. Q. 각자 생각한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지. 김 : 결국 대학언론이 정체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게 문제가 아닌가 생각했어요. 대학언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지에 대해 대학언론인들이 오래 고민했잖아요. 그런데 그걸 찾기도 전에 시대가 빠르게 변해버렸어요. PC 통신이 득세하고, 지면에 대한 관심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언론이 ‘우리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라고 보여주는 동안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떠나버린게 아닌가 싶어요. 결국 대학언론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소진은 점차 빨라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손 : 앞서 무관심을 이야기해 주셨는데, 사실 대학생과 글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가 바뀐 것과도 맞물려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대학생이라고 하면 지식인으로서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위치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굉장히 아마추어처럼 느껴지잖아요. 글도 마찬가지죠. 옛날에는 사람들이 소식을 신문으로 접했다면, 지금은 굳이 글이 아니더라도 방법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대학생과 글을 합친 대학언론을 읽을 이유는 더더욱 없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결국 기존처럼 그대로 쓴다면 당연히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Q. 대학언론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김 : 근원적으로는 대학언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그런데 정체성과는 별개로, 지금은 떨어져 있는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홍보 활동이 조금은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대저널>도 학교에서 동아리를 소개하는 자리가 있을 때마다 부스를 내고 작성했던 기사를 소개하거나, 독자편집위원회를 모집하거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행사를 하기도 해요. ‘우리가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지만, 일단은 ‘우리가 있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거죠. 얼마 전에는 광화문 광장에 나가서 직접 <서울대저널>을 나눠주는 행사도 했거든요. 저는 참여를 못했지만, 당시 책을 받아갔던 분들이 “인스타그램으로 항상 잘 보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기사 읽고 있다”는 식으로 많이 말씀을 해주셨다고 들었어요. 생각보다 온라인 홍보 활동이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손 : 앞서 대학생과 글의 의미가 변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아마추어같은 위치로 갔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글쓰기가 지닐 수 있는 힘을 새롭게 생각하고 찾는게 중요해졌죠. 기성 언론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측면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글의 방식이나 관점까지 따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대신 우리만이 볼 수 있는 시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해야 하는 거죠. 사례로 <서울대저널> 계엄 특집호 ‘이 땅의 모든 민주를 위하여’를 발간할 때, 저희는 학원부니까 서울대에서 어떻게 계엄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기성 언론에서 서울대 학생들이 무엇을 했다고 보도할 때 ‘윤석열의 후배들’이라고 표현한 것을 본 거죠. 그래서 몇몇 학우들과 함께 기사 댓글 읽기를 진행한 뒤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집담회를 개최하고, 그 내용을 기사로 작성했어요. 서울대는 지식의 전당이다, 우리는 지식인으로 반응해야 한다, 사실 그런 이야기들이 이번 사태를 만든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잖아요. 이러한 인식에 대해 서울대생들이 모여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은 기성 언론에서 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죠. 서울대 안에 있는 자치 언론이기에 가능했던 이야기고, 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해요. 결국 사람들이 읽을 이유가 있는 글을 만들려면 기성 언론과는 다르게, 우리가 지금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말들을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 : <서울대저널>에는 ‘기자가 뛰어든 세상’이라는 코너가 있거든요. 거기에 기자가 대학생 1인 가구 입장에서 직접 3일간 건강한 식단을 챙겨 먹는 이야기를 담은 기사도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청년들의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사도 대학언론이 가질 수 있는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Q. 위기에도 여전히 대학언론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김 : 대학언론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세상 곳곳의 많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고, 이야기들의 관점을 해석해 학내로 내보내는 일을 하면서 결국 무언가가 변했다는 것들을 제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에 계속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과거 대자보 훼손에 학교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기사를 썼던 적이 있거든요. 기사나 나온 뒤에 학생들 사이에서 '대자보 훼손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쓸 때는 ‘이런 이야기가 필요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썼던 기사인데, 기사를 시작으로 현실이 조금씩 바뀌는 장면을 보게 된 거죠. 그 경험을 계속하고 싶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서울대저널>이라는 공동체가 좋아서, 함께하는 동료들이 고맙고 좋아서도 있고요. 손 : 개인적으로는 이런 효능감에 더해, 대학언론이 남기는 것들이 기록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 보면 대학언론에서 썼던 기사를 찾아볼 때가 많아요. 예를 들면 대학 생협 노동자들의 노동 실태를 알고 싶다고 하면, 제일 먼저 학보사와 <서울대저널>을 켜고 기사를 찾아봐요. 최근 기사부터 아주 오래전 기사도 나오죠.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기성 언론에서 거의 다루지 않아요. 결국 3년 전, 5년 전 대학언론이 남긴 기사들이 굉장히 귀중한 자료로 쓰이죠. 관련 동아리들이 당시 상황을 파악하는 원재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그걸 기반으로 활동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요. 결국 다른 곳에서는 관심 가지지 않는 정보, 그러나 구성원에게는 중요한 정보들을 잘 기록하는 역할도 필요한 거죠. 당장 읽히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분명히 의미를 지니게 되는 기사들이 있는 법이니까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김 : 가장 최근에 나왔던 190호의 제목을 그대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신을 위한 저널은 있다. 대학 내의 일이든, 아니면 독자들이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소재든, <서울대저널>은 언제나 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추적해서 세상에 꺼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어딘가에 목소리를 내고 싶거나, 어떤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대학언론이 여전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손 : 솔직히 이제는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어떻게 글을 읽고 있을지 사실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잖아요. 그러다가도 갑자기 독자가 튀어나와서 잘 읽었다고 말해주면 너무 좋아요. 인스타그램에서 읽고 있을지, 지면으로 읽고 있을지, 홈페이지에서 읽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사실 누가 독자인지도 알아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늘 독자가 누군가를 읽어줄 것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니까요. 어딘가에 정말로 존재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상투적이지만 그냥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싶습니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인력은 부족하고, 업무는 과중되고, 독자는 줄어든다. 정체성은 흐려지고, 새로운 위치에 걸맞는 새로운 관점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학언론은 필요하다. 대학언론은 누군가에게 좋은 동료를,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자료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금 더 나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당신을 위한 대학언론은 있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지난 24일 부산퀴어행동은 부산 서면에서 '2025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부산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부산퀴어행동은 윤석열 전 대통령 퇴진을 위한 부산 집회 자유발언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억압받는 이들의 연대와 차별 철폐를 외치고, 퀴어존(무지개 깃발존)을 꾸렸던 부산 성소수자들이 올해 2월 28일 발족한 단체다. 현재는 ‘부산대학생퀴어행동’과 ‘부산노동자퀴어행동’이 내부 분과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결의대회 개최의 계기가 된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and Transphobia)은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의 동성애 질병 부문 삭제 결정을 기념하는 날이다. 전 세계 성소수자들은 이날을 기리며 성소수자를 삭제·처벌·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삼아온 역사를 기억하고,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사회를 위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결의대회는 기조발언과 연대발언이 포함된 1부, 자유발언과 정책발언, 결의문 낭독으로 구성된 2부로 나눠 진행됐다. 이어 부산 퀴어 몸짓패의 공연과 서면 일대 행진으로 마무리됐다. 기조발언자 혜연 씨는 “우리의 분노를 침묵하지도, 부인하지도, 죄책감에 빠지지 않고 똑바로 직면했을 때 그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결코 성소수자에게 녹록지 않은 이 부산에서 우리 함께 격렬히 분노하고, 우리가 만들어갈 평등한 부산을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이번 결의대회에는 민주노총과 진보 정당,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를 비롯한 연대 단위도 함께했다. 연대발언에 참여한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석제 수석본부장은 “권력과 자본은 늘 우리를 분열시키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여성 등 차별의 경계를 긋고 서로를 적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세상을 바꾸고 차별과 혐오를 걷어내는 ‘다시 만난 세계’를 만들기 위해 민주노총도 끝까지 연대하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2부 마지막 순서인 결의문 낭독에는 부산 퀴어대학생 및 퀴어노동자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대학에 인권센터가 설치되어 있다지만, 그들이 말하는 인권에 우리의 인권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6월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도 파면하는 집중 행동에 나서자”고 선언했다. 결의대회 마무리 발언을 진행한 부산퀴어행동 김찬 운영위원장은 “이번 결의대회는 성소수자 차별 철폐 없이는 진정한 사회대개혁 민주주의 사회도 실현될 수 없다는 광장 소수자들의 요구를 담아 진행됐다”며 소회를 밝혔다. 한편 결의대회를 주최한 부산퀴어행동은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 강화 및 학내 성소수자 차별 철폐를 위한 실천, 성소수자 노동자 실태 조사를 통한 퀴어노동자 요구안 마련 사업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원지현 기자(krchloe1234@naver.com)
5.18민주화 운동 기념일은 1980년 5월 18일 전후로 광주와 전라남도 일대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며 전개했던 민중항쟁을 기념하는 날이다.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은 한 때 군사정권으로 인해 ‘광주 폭동’, ‘광주 소요사태’ 등으로 불렀지만, 군사독재의 붕괴 이후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주 시민들을 향해 헬기 사격과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벌이며, 강하게 탄압했다. 2024년 발간된 5.18 진상규명위원회에 보고서에 따르면 전라북도를 포함한 5.18 사망자는 166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당시 신군부는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부상자와 유족들을 분열시키는 공작까지 벌였다. 올해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이 45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지역 대학사회에서도 지역 사회와 연대해 추모 행사 및 문화제 등을 진행하며 기념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인 김철순(가명)씨는 가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 5월은 지옥 그 자체였다”며 “당시 광주 버스터미널에 가면 계엄군들이 젊은 이들만 보면 곤봉으로 사정없이 내려쳤고 저는 젊은이라는 이유로 맞았다.”고 밝혔다. 또한 “계엄군들이 특히 젊은 청년들을 주 타겟으로 삼고 때리고 죽였기에 당시 자녀들을 가진 부모들이 ‘이러다 우리 애들 죽겠다’ 싶어 자발적으로 계엄군을 향해 대응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5.18 행사에 참여한 나동혁 학생(전남대 ·정치외교)은 “5.18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우리 역사임과 동시에 시대를 바꾼 사건”이라며 “추모의 공간에서 많은 갈등이 오고 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하루빨리 모두가 화합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인 공간들을 더욱 교육적으로 활용하여 세대가 변화해도 오월 광주 정신을 기억하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김동현 기자(mvp2450@naver.com) 편집인: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담당 기자: 김동현 기자 (신학 22)
“안녕하세요~ 스티커 한 번만 붙여주세요!”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역 앞.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시민들에게 거리 모금 캠페인 참여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설문조사 참여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가난, 굶주림 등의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이라고 생각하는 항목에 스티커를 붙인다. 스티커를 붙이고 나면,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그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소개하며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항목이 그들에게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앞에 놓인 것은 정기후원 신청서. 후원은 좋은 일이지만 제 코가 석 자인 현실, 눈앞에 당도한 정기후원 신청서가 주는 부담감이 몰려온다. 또, 설문조사 참여가 자연스레 후원 요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오는 왠지 모를 불편함과, 단체가 후원금을 제대로 사용할까 하는 의문 때문에 후원을 고사하고 자리를 떠난다. 후원은 자유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했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치 않다. 공익 법인들의 지하철역, 대학교 등지에서 진행하는 거리 모금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길거리 후원으로도 부르는 거리 모금은, 공공장소에서 시민들에게 후원금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거리 모금이 후원의 한 방식으로 후원의 가치 재고와 후원 활성화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공익을 위한 일에 거부하기 힘든 심리적 특성을 이용한 후원 유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후원의 가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거리 모금으로 모인 후원금은 취약 계층 구제 및 환경 보호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된다. 보람을 갖고 자율적으로 해야 할 기부가 시민들의 부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건 왜일까. 거리 모금 캠페인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정모 씨는 “후원은 정말 소중한 일이지만 거리 모금은 꺼려진다”며 “설문조사만 참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나에게 후원 신청서를 주고 작성을 부탁하면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후원을 부탁하면 괜찮을 텐데 후원에 대한 언급 없이 접근한 뒤 나중에 후원을 권유했을 때 거절하면 죄짓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노연희 교수는 “기부는 자신이 공감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문제를 공감했을 때 문제에 대한 지지 행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부는 자율성이 전제로 이뤄지는 활동이므로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거절하는 게 맞다. 청년들이 거절하는 것을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율성에 기반한 후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밀알복지재단 관계자는 “시민분들이 피로감을 호소하시는 건 알고 있지만, 거리 모금을 통해 많은 분이 후원을 결심하신다”면서 “나눔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하실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아티스트와의 공연 협업, 나눔을 위한 굿즈 제작으로 즐겁게 기부하실 수 있도록 돕는 이벤트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시민들이 먼저 찾아오는 캠페인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다”며 “해외 에너지 빈곤 지역에 전달되는 태양광 랜턴 조립체험 등 체험형 캠페인으로 나눠주신 기부금을 정직하게 사용해 어려움에 처한 이웃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회복되고 사회에 통합되고 있음을 꾸준히 알려 신뢰할 수 있는 단체가 되겠다”고 부연했다. 사회가 시선을 두지 못한 곳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기부는 그들에게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보살핌이 필요한 분야에 공감을 표하는 지지 행위인 기부는 자유롭게 표현이 가능할 때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시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공익 법인의 거리 모금 캠페인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후원이 맞물려 성숙한 기부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최민혁 기자(fhtsgy71@gmail.com)
과거 대학언론은 학생운동 시대가 끝난 후 기성언론이 다루지 못하는 민주화 의제를 과감하게 제시하며 목소리를 거침없이 냈다. 그러나 지금 대학언론은 그 존재 이유를 의심받고 있다. “기존 언론과 무엇이 다른가?” 학우들로부터 이 물음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청년 관련 정책이 쏟아져 나올 때 이를 심층 분석하거나 검증하는 대학 언론은 극히 적다. 대선 후보들의 청년 공약 검증 역시 현재 부족하다. 대학언론 사회가 다루는 주제들은 신선하기보다 고였다. 우리는 더 이상 ‘사이다’가 아니다. 학우들로부터의 무관심과 존재감 약화의 원인은 분명하다. 대학언론이 기성언론의 보도를 따라가거나 실제 청년들의 삶과 괴리된 주제를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재 대학언론이 가장 크게 처한 ‘무관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성언론과 차이를 두고 집중해야 할 것은 청년과 학생이다. 청년 실업, 주거, 학생 자치 문제, 연금 개혁 등 청년 세대가 직면한 현실에 집중해야 학우들로부터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 따라서 각 대학언론사는 명확한 기준과 입장을 가져야 한다. 같은 문제라도 어떤 관점에서 현재 청년 사회를 바라볼 것인지, 학생자치 문제나 젠더갈등 문제 등 민감한 문제를 우리가 어떤 방향에서 비판할지에 대한 정체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정체성을 바탕으로 촉발될 대학언론 간 건강한 경쟁은 대학언론을 청년 세대에 신선함을 다시 제공하는 주체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대학언론의 자유가 침해받지 않게 하는 ‘대학언론법’ 제정이 필수이다. 지금까지는 보복이나 학교 혹은 학생자치기구로부터의 압박이 두려워 다루지 못하는 문제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대학언론법의 제정은 이런 현실을 바꾸는 시작이 될 것이다. 대학언론법 제정에 만족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편집권 보장, 독립운영을 위한 재정지원을 구체화하고, 대학언론이 신문법과 방송법과 연계해 법적인 보호 대상이 되게 해야 한다. 이러한 법적 보호가 없이는 우리는 과감하게 문제를 지적할 수 없고, 재정의 독립 없이는 목소리를 유지할 수 없다. 대학언론이 ‘사이다’가 되기 위해선 각 언론사가 다양한 시선을 가지고 날카롭게 청년과 학생 사회를 분석하고 토론을 촉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토론의 장을 우리 대학언론이 마련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야 말로 청년사회를 정치와 사회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덕성(virtue)이 있는 시민사회'로 변화시키는 첫걸음일 것이다. 대학언론법 제정을 이제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그러나 대학 언론인 우리는 해야만 한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조우진 편집국장(nicecwj1129@gmail.com) 편집인: 김단비 부편집국장 (국문 21) 작성인: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가톨릭대학교(이하 본교)에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강연회가 열린다. 지난 20일, 본교 총동아리연합회 학술분과는 오는 27일 안철수 의원을 초청해 ‘4차 산업혁명시대, 융합기술을 활용한 초격차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강연회 연사로 나서는 안철수 국회의원은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안철수연구소(現 안랩) CEO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제19~22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안 의원은 ‘4차 산업혁명시대, 융합기술을 활용한 초격차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가톨릭대 재학생과 교수를 대상으로 강연 및 질의응답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강연은 본교 니콜스관 301호에서 18시부터 20시까지 진행되며, 강연회에 참석하려면 포스터에 첨부된 QR코드나 에브리타임에 안내된 링크를 통해 신청해야 한다. 강연 전날인 26일 18시까지 신청을 받을 예정이지만, 신청자가 많으면 조기 마감될 수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안희준 총동아리연합회 학술분과장은 “현재 이공계 분야가 중요성을 띠고 있어 이공계 학우들을 위한 강연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공계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만드는 곳이 정계인 만큼, 학우들이 정치권에 실질적인 고충을 전달하는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강연회를 통해 본인의 전문 분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단비 기자 (kkdanbii@gmail.com) 편집인: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담당 기자: 김단비 기자 (국어국문 21)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청년 세대가 체감하는 가장 큰 사회적 갈등으로 젠더 갈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 갈등은 단순히 청년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깊이 작용하고 있으며, 정치권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 시리즈는 청년들의 관점에서 젠더 갈등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고,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조명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과연 젠더 이슈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대선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을까? 젠더 갈등의 역사 일각에서는 젠더 갈등이 최근 부각된 현상으로 여기지만, 그 뿌리는 비교적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젠더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1997년 외환위기였다. 당시 남성의 단독 생계 부양이 어려워지고 여성의 경제 활동이 확대되면서 명확했던 성역할 규범이 해체됐다. 남녀 간 역할 구분이 모호해졌지만 성역할 인식이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면서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 이어 1999년 군가산점 위헌 결정은 젠더 간 긴장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후 2010년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등장과 이에 대응한 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 ‘워마드’의 출현은 온라인상에서 젠더 갈등의 양극화를 촉진했다. 2015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2018년 미투 운동과 혜화역 시위 등은 젠더 이슈를 정치권으로 확산시키는 전환점이 됐다. 특히 이러한 젠더 이슈는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20대 이하 남성의 72.5%가 오세훈 후보를, 여성의 44%는 박영선 후보를 지지하며 성별에 따른 정치적 성향 차이를 분명히 보여줬다. 대선에서의 젠더 갈등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며, 여성폭력방지법과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의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20대 남성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정치적 보수화 현상을 낳았다. 2021년부터 국민의힘 유승민, 하태경 의원 등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며 보수 진영 내에서 젠더 이슈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점은 2022년 제20대 대선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여가부 폐지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며 20대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20대 이하 남성의 58.7%가 윤 후보를, 여성의 58%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해 뚜렷한 성별 간 투표 성향 차이를 보였다. 이는 성별 갈등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정치권은 젠더 이슈를 어떻게 다루게 될까. 청년층이 느끼는 갈등을 해소하고 공감받는 정책이 제시될 수 있을지, 또다시 표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만 활용될 것인지 유권자의 주의 깊은 시선이 필요하다. 최민혁 기자(fhtsgy71@gmail.com)
동덕여자대학교가 교지편집위원회 <목화>에 대해 최근 5년간 3번의 검열을 진행한 것에 이어 예산 지급까지 사실상 중단했다. 이사장의 비리 의혹과 대학 본부의 공학전환 추진을 비판한 대가다. 대학언론인들은 언론 탄압을 멈추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목화교지는 최근 5년간 대학 본부에 의해 3번의 검열을 당했다. 49집에서는 조원영 동덕학원 이사장의 평창동 거주 사실 및 개인 주택 구매와 취득세 면세를 위한 약 20억원의 비리 의혹에 대한 기사가 삭제됐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정보와 총학생회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지만 삭제 권고를 받은 것이다. 이외에도 '그 많던 등록금은 누가 다 먹었을까 - 코로나19와 등록금'이라는 기사 제목은 '이것은 우리의 권리다 - 코로나19와 등록금'으로 수정됐다. 학생이 사망했던 안전사고를 다룬 53집의 '학교가 자리해야할 곳에' 기사는 전반적인 내용이 변경됐다. 최예인 목화교지 편집장은 "검열 이후 기사의 삭제, 수정 등의 조치에 응하지 않을 시 교지의 폐지 혹은 지원비 감축 등을 일방적으로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원고 수정 조치는 검열이 아니다"라며 "교지 소속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내용을 만드는 중에 잘못된 정보나 비난이 있을 경우 세칙에 따라 지도교수가 지도할 수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의 배경에는 군사독재정권 시절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도호국단 학칙'이 있다. 동덕여대는 '학생간행물 발간 및 배포에 관한 시행세칙'을 통해 간행물을 발간하고자 하는 학생단체나 학생은 간행물 발간 승인원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발간 승인원은 총장의 승인을 받아 학생처장이 허가한다. 비민주적 학칙에 의한 검열은 동덕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8년 박경미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184개교의 학칙 및 학생 관련 규정 중 간행물 사전 승인 조항이 있는 곳은 132개교(71.7%)에 이른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간행물 등 학생 자치 활동에 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학칙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최근 목화교지는 검열에 이어 유일한 수입원마저 잃어 존립이 위태롭게 됐다. 2월 20일 대학 본부는 사전 안내 없이 등록금 고지서에서 교지편집비를 제외했다. 같은 달 26일 학생처장은 목화교지와의 면담에서 "학교와 독립된 자치기구"라는 근거로 "앞으로는 교지편집비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교지편집비는 등록금을 낼 때 총학생회비와 같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납부할 수 있었고, 목화교지는 교지편집비를 매학기 학교로부터 전달받아 교지를 발간해왔는데, 대학 본부가 더이상 교지편집비 수납 대행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최예인 편집장은 "예산 지원이 중단된다면 간행물 발간 및 배포에 대한 승인 절차가 폐지돼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대학 본부는 "학칙에는 현실성이 없는 것도 있다"며 승인 절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교지가 학교와 독립된 자치기구라고 말한 것과는 모순된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신입생들이 '교지편집비와 총학생회비를 등록금과 함께 필수로 내야 하는 걸로 착각했다'며 불평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교지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교지 구성원들이 지도교수와 함께 학생들에게 교지편집비를 받을 수 있도록 홍보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상황을 지켜본 대학언론인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지현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의장은 "학생들은 등록금 납부 시 이미 자발적으로 교지편집비를 납입해왔다. 그럼에도 동덕여대는 간단한 납부조차 대행하지 않겠다고 한다. 수납 방식 변경을 핑계로 학생자치기구를 탄압하려는 것이다. 매년 검열을 자행하는 것도 모자라 돈줄까지 막으며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대학 본부를 규탄한다"고 했다. 고려대 <석순>·성균관대 <정정헌>·숙명여대 <파란>·이화여대 <이화>·중앙대 <녹지> 등 교지들도 "학내 언론 탄압을 멈추고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공동성명을 냈다. 최예인 편집장은 "대학 본부와 협의해 예년대로 (수납 방식을) 회귀하려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어떻게 당장의 교지편집비를 마련할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해봐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펀딩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새로 들어온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해 활동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4월 30일 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서 영화 비평 동아리 ‘언어와의 작별’(이하 언작)이 주최한 영화 상영회 ‘멈추고 매달리고 생각하기’가 진행됐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없는 산 ▲매달리기 순서로 영화를 상영한 이후 ‘매달리기’를 연출한 박지인 감독을 초청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멈추고 매달리고 생각하기’는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에서 지원 사업에 선정돼 진행하게 됐다. 상영했던 영화는 모두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다루는 단편영화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는 성소수자 ‘수진’이 가스라이팅을 당한 연애 이후의 이야기를, ‘없는 산’은 외계 생명체 연구자의 시각에서 기지촌과 성병 낙검자 수용소의 일과, 그리고 미군 위안부를 다루며, ‘매달리기’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인 보호종료아동이 내린 선택을 보여준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는 진행을 맡은 옥지민 회장과 유하은 회원이 준비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유 회원이 보호종료아동에 관심을 가진 계기를 묻자 박 감독은 “평소 마음이 가던 주제였다”며 “영화를 만들기 전 본가에서 나와 독립할 때 혼자 사는 삶의 어려움을 알게 돼 관심을 깊게 가지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서 옥 회장은 박 감독이 이전 작품에서도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불안함을 다뤘다며 청소년 문제에 마음을 쓰게 된 이유를 물었다. 이에 박 감독은 “생일과 입학식, 졸업식과 같이 인생의 분기점이 되는 통과 의례에 관심이 많다”며 “청소년 시기가 통과 의례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시기라고 생각해 이를 영화로 담았다”고 말했다. 진행자와의 문답 이후 관객석에서 질문을 받았다. 상영회에 참석한 성계진 학우(사회 20)는 앞서 박 감독이 언급한 통과 의례와 관련해 “통과 의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받는 환대의 조건인데, 주인공이 시설에서 나와 독립하려는 시기에 환대의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냐”고 질문했다. 이에 박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뒤를 보며 뛸 때 환대의 과정에서 느낄 불안과 설렘을 표현했다”며 “주인공은 이 사회에서 내가 환대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인물로, 영화를 본 관객이 주인공과 같은 이들을 환대하고 싶다고 생각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멈추고 매달리고 생각하기’는 언어와의 작별이 처음으로 학교가 아닌 외부에서 독립영화 관련 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한 상영회다. 상영회가 모두 끝난 후 기획과 진행을 담당한 옥지민 회장과 유하은 회원을 만나 상영회를 준비하며 느낀 소회를 들었다. 특별히 상영회 이름을 ‘멈추고 매달리고 생각하기’로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옥지민 회장 지원 사업을 신청할 때 기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가장 마지막에 상영한 영화 제목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세 편의 영화 모두 사회적 이슈와 청소년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이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로 지었다. 세 편의 영화 모두 단편영화다. 유하은 회원 단편영화가 대학과 닮았다는 생각에서 단편영화를 위주로 기획했다. 대학이란 무언가를 배우고 준비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영화감독으로서 첫 영화를 제작할 때 단편부터 만들기 시작하는 점이 대학에서 거치는 성장 과정과 유사하다고 느껴 단편으로 기획했다. 상영회를 준비하며 힘든 점이 있었는지? 옥지민 회장 피츠버그홀은 공식 영화관이 아니기에 영화를 볼 때 집중이 흐려질 수 있다. 음향, 화질과 같은 기술적 측면을 구현하기 위해 유 회원과 상영회 전날과 당일 문제가 없는지 여러 번 확인했다. 이처럼 공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피츠버그홀에서 예행연습을 했는데, 관계자들께서 도움을 주지 않았던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학교 측에서도 학생 활동을 환대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하은 회원 실무적인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지원 사업 신청을 준비하고 서류를 작성하면서 상영회의 본질적인 의도에서 멀어지고 있다고도 느꼈다. 또, 모더레이터로서 감독님께 드릴 질문을 준비할 때 뻔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신경 쓰는 작업이 힘들었다. 감독님께서 다른 자리에서 이미 했던 답변을 기반으로 깊이 있는 질문을 준비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그러나 언작의 ‘영화 꿈나무들’에게는 배급 지원 사업을 받기 위한 준비 과정과 감독님을 초청해 제작 환경에 관해 이야기 듣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기 때문에 상영회 준비 또한 그 과정 자체로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세 편의 독립영화를 통해 언작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옥지민 회장 영화의 내용보다 우리 대학에서 열린 상영회 자체에 의미를 둔다. 언작의 존재 이유 또한 그러하듯, 상영회를 통해 성공회대에서 영화 좋아하는 사람을 모으고 싶었다. 세 편 모두 ‘불안’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의 우리들이 영화가 비추는 불안에 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으며 상영회가 그 자리를 마련했다고 느낀다. 앞으로 언작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하다. 옥지민 회장 영화를 통해 이야기도 만나지만 사람도 만난다. 활동 방향 역시 사람을 만난다는 목적에 두고 싶다. 쉽게 상영하지 못하는 영화와 고전 명작들을 발견하고 소개하며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싶다. 유하은 회원 언작이 추구하는 가치는 ‘사람을 모으는 것’ 그 자체에 있다. 영화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제에 가며 언작 구성원으로 함께 하는 이유는 만나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언작은 계속해서 만남의 장 역할을 하고 싶다. 글, 취재, 사진 = 이선영 기자 디자인 = 이혜성 기자
성소란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이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하느님께서 인간을 특별한 삶의 영역으로 부르시는 것으로 성직 성소, 혼인 성소 등이 있다. 최근 가톨릭교회 사제나 수도자가 되려는 성소자의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배경 원인에는 사회적인 발전에 따른 변화, 저출생 시대 가정 환경 변화, 청년들의 종교 참여 감소 현상 등이 주요 하게 지목되고 있다. 실제 서울대교구와 의정부교구 사제를 양성하는 대신학교 입학자는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2년 대신학교의 입학자는 사상 최저인 10명을 기록했고, 2024년 12명, 2025년 12명으로 감소했다. 또한, 2012년 전국 전체 신학생 수는 1285명이었지만 2022년 821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수도성소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수도성소란 수도회, 수녀회의 수사, 수녀가 되려는 성소를 의미한다.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2012년에는 남녀 수도 수련자가 486명이었던 반면 2024년 에는 179명으로 약 10년 사이 성소자가 대폭 감소했다. 이러한 성소자의 감소로 소속 교구와 수도원 차원에서도 성소자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사제 양성을 위한 “예비신학생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모임은 중학교 1학년부터 성인까지 학년별로 한 달에 한 번 교구별로 모여 미사와 각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신학교에 지원하고자 하는 고등학교 3학년과 성인의 경우 반드시 신학교 입학 전년도에 “예비신학생 모임”을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수도원 또한 자체적으로 수도 성소자 양성을 위해 성소 모임 등을 운영하는 등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각 교구에서는 부활 제4주일을 ‘성소 주일’로 지정하여 성소에 관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제 성소를 가진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사제 성소를 체험할 기회를 지원하여 성소 지원자를 늘리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사제 성소 지원자 감소에 대해 민범식 서울대교구 대신학교장 신부는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제 성소 지원자 급감 요인 중 하나는 사제직이 매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사제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에 따라 사제 성소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성우 전 서울대교구 성소국장 신부는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현재 성당에서 마주하는 사제들의 모습이 다음 세대에 매력을 주지 못한다는 건데, 이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답하며 성소자 감소 이유를 밝혔다. 김동현 기자 (mvp2450@naver.com) 편집인 :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담당 기자 : 김동현 기자 (신학 22)
다국적 기업 니토덴코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500일 가까이 진행 중인 고공농성에 연대하는 희망버스가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으로 향했다.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온 노동자와 시민들은 즉각 고용승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승계로 가는 옵티칼 희망버스 기획단’과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은 고공농성 475일째인 지난 26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희망버스 문화제를 개최했다. 26일 2시 30분 시작한 희망버스 문화제엔 전국에서 방문한 노동자와 시민 약 1천 명이 운집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모회사인 일본 닛토덴코는 2022년 10월 구미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이유로 청산과 기존 노동자 전원 해고를 통보했다. 당시 노동조합은 고용안정을 위한 방안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이를 무시하고 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했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부장은 지난해 1월 8일 구미공장 옥상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문화제 다음 날 소현숙 조직부장은 건강 문제로 고공농성을 중단했지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여전히 공장 옥상을 지키고 있다. 희망버스 문화제 첫 번째 발언자로 무대에 오른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하루도 마음 놓고 웃어보지 못했던 박정혜, 소현숙의 475일. 어느 하루라도 태양은, 바람은, 비는, 겨울은 자비로웠는가. 니토덴코는 화재를 핑계로 모든 걸 다 버리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무리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우리의 청춘, 삶, 노동이다. 자본의 탐욕보다 소중한 것은 우리의 자존이다. 이윤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삶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가 공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이 싸움이 이토록 길어질 줄 몰랐다. 또 연대에 이렇게 오래 의지하게 될 줄도 몰랐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가 버틸 수 있었고, 진실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이 싸움은 노동자의 존엄, 인간다운 삶을 위한 모두의 싸움이자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가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소현숙 조직부장은 “또다시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지만, 고용승계를 바라며 고공에 오른 노동자는 아직 이곳에 남아 자본의 벽 앞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150명이 넘는 인원을 고용하면서 왜 일하고 싶어 하는 노동자를 내버려두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아직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조금의 희망이라도 존재하는 한 동지들과 같이 투쟁을 이어가고 싶다. 함께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연대해달라”고 말했다. 전국의 대학생 역시 희망버스를 타고 고공농성 문화제에 연대했다. 서울 희망버스를 타고 문화제에 참여한 동덕여대 재학생 A 씨는 “2월 초 옵티칼지회에서 동덕여대 투쟁지지 성명서를 내주셨다”며 연대의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이 투쟁 사안들이 국회에도 전달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빨리 해결책을 내서 동지들이 내려오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도 전했다. 고려대 학생자치도서관인 생활도서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학생 B 씨는 “작년부터 외부 연대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희망버스 연대 참여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다른 투쟁 현장에도)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금속노조는 지난 22일 일본 니토덴코와 고용승계 대상 기업인 한국니토옵티칼에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다. 또한 27일 입장문을 통해 ‘고공농성 투쟁을 끝까지 엄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원지현 기자(krchloe1234@naver.com)
편집권 침해, 기자 해임 등 현재에도 대학에는 언론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대학언론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22일 발의됐다. 대표발의자인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대학언론법에 대한 견해를 청해들었다. - 대학언론법이 발의된 계기는. "현재 많은 대학언론이 학교 측의 개입과 통제 속에서 본래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마침 대학언론 관련 활동을 했던 보좌진이 있어 현장의 실태를 보다 면밀히 파악할 수 있었고, 이에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절감해 개정안을 발의했다." - 대학언론법은 어떤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나. "이번 개정안은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신설된 제19조의4는 대학이 학내 구성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적 여론 형성을 위해 대학언론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신문·방송 등 대학언론 매체를 발행 및 편성하도록 하고 ▲학교는 대학언론의 자율적인 편집 및 운영을 보장하도록 근거조항을 마련했다. 또한, 대학언론의 설치·운영 기준은 대통령령에 따라 학칙 또는 학교법인의 정관으로 정하도록 규정해, 운영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되고, 학교는 대학언론의 자율적인 편집 및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문법·방송법과 같이 대학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나.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학언론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편집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이를 통해 학내외 문제를 공정하게 다루고,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언론이 건강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대학언론법은 대학언론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대학언론이 단순한 학교 홍보가 아닌 대학의 공론장 형성을 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대학언론법은 바로 그 지점을 지향하고 있다. 대학언론은 단순히 학교 소식을 전달하는 홍보 매체가 아니라, 대학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비판과 토론을 통해 공론장을 형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법적 근거가 미비해 대학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학 당국의 입장에 종속되거나 위축되기도 했다. 대학언론법은 대학자치와 학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으며, 건강한 공론장이 작동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한 단단한 토대라고 생각한다." - 대학언론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바 있다. 22대 국회의 정을호 의원안은 어떤 부분이 수정된 것인가. "이번에 발의한 개정안은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윤영덕 의원안에 있던 학생자치활동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대학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독립성과 자율성의 확보다. 이를 위한 법적 기반을 먼저 마련한 후, 운영 지원 문제는 추후 논의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 정을호 의원안의 경우 대학언론에 대한 재정 지원을 명시하는 조항이 삭제됐다. 대학언론이 실질적인 편집권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정적 독립 또한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와 관련해 대학언론법이 통과될 경우 추후 개정을 위해 노력하는 등 조치할 예정인가.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이번 개정안은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법적으로 명시해 제도적 기반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다만, 대학언론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 지원 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점 등의 한계가 있다. 이에 향후 대학언론의 편집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추진하겠다." - 현재 제도상으로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저지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한민국헌법 제21조 제1항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부 대학에서 대학언론의 편집권을 침해하거나 기자를 해임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2024년 전남대학교 학보사는 '마감 시간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신문발행이 중단됐고, 대구대학교 학보사는 교직원의 문제를 지적한 칼럼의 발행이 거부됐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22년 사이 밝혀진 대학언론 탄압 사례만 총 38건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면 발행·배포 중단(19건) ▲기사 삭제·검열(14건) ▲기자 해임·징계(11건) ▲재정 보조 중단(5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학언론의 자유가 침해됐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례만을 집계한 것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탄압 사례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 방송법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법에는 대학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조항이 없는 실정이며, 대학언론이 총장 직속으로 운영되거나 대학 본부의 관리 아래 놓여 있는 등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또한, 기자들이 대학으로부터 운영비나 장학금을 지원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독립적인 보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대학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학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대학 내 여론형성과 학생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 현재 대학언론법의 심사 상황은 어떤가.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논의를 준비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우선 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이후 소위를 통과하면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에 회부되어 있는 상태이기에, 간사실과 협의하며 소위 안건 상정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법안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심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대학언론법의 제정이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정을호 의원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나.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의 학문·연구의 자율성이지 대학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이유로 대학언론의 독립성을 법률로 보장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역시 대학언론 운영을 대학 내부 자치에 맡겨야 한다며 신중 검토의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정부 등은 대학의 자율성을 내세워 법적 보호 장치 마련을 미루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동안 대학언론이 대학의 자율에만 맡겨졌을 때, 대학 당국에 의한 편집권 침해, 기사 검열, 예산 삭감 등의 개입이 반복되어 왔다. 특히 학교에 불리한 기사를 막거나, 언론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운영비를 줄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학 당국이 자율성을 명분 삼아 대학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언론 자유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다. 이번 개정안은 대학언론이 대학 당국의 홍보 수단이 아닌,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언론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부 및 관련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대학언론법이 학내 구성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임을 강조해 나가겠다." -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정을호 의원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대학언론법은 당위성이 충분한 법안이므로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헌법 제21조 제1항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명확히 보장하고 있으며, 현행 방송법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법에는 대학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조항이 없어 이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법안에 대한 대학언론인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학언론법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학언론인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수적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대학언론인이 현장에서 문제점을 알리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언론인의 역할이야말로 이 법안의 의미를 실현시키는 중심축이다. 앞으로도 대학언론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법안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차종관 기자(chajonggwan.me@gmail.com)